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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주인공을 모르는 스타트업 포상, 진심은 어디에

by 엄지용 기자

2016년 09월 08일

한국물류대상, 사상 최초 ‘스타트업’ 선정
물류업계 중심에 선 스타트업, 그 찬란한 역설
 
글. 임예리 / 엄지용 기자
 

Idea in Brief

 

국토교통부, 한국통합물류협회, 대한상공회의소는 매년 11월 1일 ‘물류의 날’에 ‘한국물류대상’을 포상한다. 한국물류대상은 물류산업에 종사하며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한 물류인의 노고를 격려하고 자긍심을 고취하는 취지에서 정부가 수여하는 상으로, 올해로 제 24회를 맞이한다. 그리고 올해 한국물류대상은 눈에 띄는 변화가 감지됐다. 포상 신청 및 추천대상에 ‘물류스타트업 및 개인’이 추가된 것이다. 모든 ‘최초’가 그러하듯, 아직 명확하지 않은 부분은 존재한다. 과연 ‘한국물류대상 최초 스타트업 수상자’라는 타이틀은 무사히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을까.

 
본지가 ‘물류스타트업’이라는 용어를 발명(?)한 지 어느덧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물류스타트업’은 지난해 3월 본지가 ‘제1회 미래생활물류포럼(부제 : 물류스타트업 컨퍼런스)’을 개최하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물류영역에 접근한 온디맨드(On-demand) 배달 스타트업들을 설명하고자 만든 용어였습니다. 처음 용어의 ‘간지’와 ‘범용성’에 대한 논란은 분명 존재했지만 어찌됐든 ‘물류스타트업’이라는 용어는 빠르게 퍼져나갔습니다.
 
지난해 9월 본지와 국토교통부가 공동주최한 ‘물류스타트업 활성화 정책토론회’에서 물류스타트업은 처음 한국 정부 기관에 의해 사용됐으며, 이후 인천·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인천항만공사, 인천대학교 창업지원단, CJ대한통운 등 관학 및 산업계에서도 이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사례를 보자면, 인천대학교 창업지원단과 인천항만공사가 개최한 ‘스마트물류 창업강좌’, 그리고 국토교통부와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가 지난달 18일부터 모집하고 있는 ‘2016 물류스타트업 기업 경진대회’, 마지막으로 국토교통부가 바로 내일 개최하는 '물류산업 유망스타트업 잡페스티벌'에서 그 용례를 찾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본지는 취재 중 “물류스타트업이 대체 뭐냐?”, “우린 물류스타트업 아닌데?”라는 반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스스로를 ‘물류스타트업’이라 정의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스타트업 또한 늘어나고 있습니다. 반대로 본지는 서서히 ‘물류스타트업’에서 ‘물류’라는 용어를 빼고 있습니다. 산업간 영역붕괴의 시대에 스스로를 ‘물류’라는 용어에 가둘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사진= 네이버 '물류스타트업' 검색 결과)
 
스타트업, 물류업계의 중심으로
 
그런 와중 오는 11월 ‘물류의 날’, 사상 최초로 ‘스타트업’이 한국물류대상 포상대상에 포함돼 화제입니다. 이는 국내 물류정책을 담당하는 정부기관 국토교통부가 스타트업을 공식적으로 물류업계의 품에 안았음을 의미합니다.
 
한국물류대상은 올해로 24돌을 맞이합니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수상자의 대부분은 ‘전통 물류업’ 종사자나 기업, 관련 단체였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실제로 사용된 지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물류 스타트업’이란 용어가 한국물류대상 후보자의 한 범주를 표현하는 단어로 사용될 수 있었을까요. 이 배경에는 이종산업 간의 결합·교류가 활발한 현재 산업계와 창조경제로 대표되는 현정부의 국정 기조가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산업간 영역붕괴와 정부의 신성장동력 창출에 대한 관심이 이번 결정을 이끌어 낸 것입니다.
 
그렇다면 실제 포상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 입장에서는 ‘물류스타트업’을 무엇이라 정의하고 있을까요?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물류를 바탕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거나, 물류를 사업 가치사슬 안에서 활용하는 업체는 누구든지 한국물류대상을 받을 수 있는 스타트업 후보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번 포상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 물류정책과 이상일 과장은 “물류를 포함하여 다른 산업과 융·복합하여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외형적으로 성장하는 업체는 모두 후보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류 아닌 물류스타트업이라고?
 
여기에서 재미있는 일이 발생합니다. 자신을 ‘물류기업’이라 생각하지 않던 스타트업도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 한국물류대상 포상대상에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국토부 측은 물류스타트업의 범위를 정부가 규정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융합·혁신을 방해할 수 있어서 굳이 물류스타트업의 범위를 지정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런 접근으로 인해 물류 아닌 물류스타트업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물류스타트업의 범위가 정의되지 않았기 때문에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방식은 물류업계에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 국토부 물류대상 포상 기준(자료= 국토교통부)
 
제도의 양면, 불명확함이 불러오는 혼란
 
하지만 국토교통부의 광범위한 후보자 등록 조건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 혼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실제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포상 공고문의 ‘물류신산업 발전에 공이 큰 물류스타트기업 및 개인’ 조건이 추상적으로 느껴진다는 의견이 존재합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이번 포상 대상에 물류스타트업도 포함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우리 기업이 그 기준에 부합하는지 몰라서 신청을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때문에 애초 국토부의 취지처럼 산업간 경계를 넘어선 물류 아닌 물류스타트업을 잘 선정될 수 있을까하는 우려도 존재합니다. 국토부는 이번 한국물류대상 스타트업 포상을 통해 잠재력 있는 물류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초기 단계인 한국 물류스타트업 시장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 말을 잘 들여다보면, 물류대상을 주관하는 국토부가 현재 물류스타트업을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게 합니다.
 
한국물류대상은 총 두 번의 심사를 거치게 됩니다. 국토부 자체 심의위원회에서 자격 심사를 거친 뒤, 국토부 내부위원과 외부에서 초빙된 외부위원을 포함한 심사단이 최종 포상자를 선정합니다. 올해 처음으로 스타트업이 포상 대상이 된 만큼, 국토부는 외부 심사위원으로 최소 1명의 스타트업 업계 전문가를 초빙해 물류대상의 공신력과 객관성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7월 기준 심사단이 꾸려지지 않은 상태여서 1차 심사에서 어느 정도의 자격 심사가 이루어질지, 스타트업 관련 외부 전문가가 누군지, 그리고 그의 의견 반영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 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국토부가 주체적으로 스타트업 현황을 파악하려는 노력 없이 대상의 공신력과 객관성을 오롯이 2차 심사를 통해 확보하려 한다면 오히려 포상의 공신력과 객관성을 보장하기 어려워짐은 분명합니다.
 
실제로 몇몇 스타트업 관계자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물류대상 신청 서류를 준비하기 위해 기존 사업에 집중하는 것을 포기하고 상당한 노력을 쏟아야 하는데, 물류대상의 스타트업 수상 기준이 매우 모호하기 때문에 신청하기가 망설여진다”고 밝혔습니다.
 
주인공이 주인공을 모른다?
 
한국물류대상 포상 후보자는 외부 및 본인 추천을 통해 등록 가능합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신청 서류에 포상자의 ‘공적’을 꽤 자세하게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껏 포상후보자는 ‘본인’을 추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스타트업이 후보자 신청을 할 경우에도 자발적인 추천이 대부분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혹여 타인이 추천을 해준다고 하더라도 해당 포상자의 공적에 대해 상세히 알지 못한다면, 바꿔 말하면 실제 포상후보자와 ‘공적’에 대한 공조를 하지 못한다면 최종 포상자에 선정되지 못하겠지요.
 
때문에 이번 물류대상의 변화가 형식적인 확장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포상의 새로운 대상자가 되는 스타트업의 많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물류대상의 포상범위 확대와 관련된 소식이 많은 스타트업에게 전달되어야 합니다.
 
CLO는 물류대상의 홍보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물류대상 신청 마감일 약 일주일 전, 7월 20일부터 사흘 동안 자체적으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24개 스타트업 대표자를 대상으로 한국물류대상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시행했습니다.
 
조사 결과 “올해 한국물류대상의 포상범위가 스타트업까지 확대된 것을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기업은 24개 중 9개였습니다. 이 중 3개 업체만이 국토부가 협조를 요청한 인천창조경제센터 혹은 대한상공회의소를 통해 알게 됐다고 대답했고, 나머지 6개 업체는 지인이나 언론 보도를 통하여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주최측을 통한 홍보로 물류대상의 변화를 알게 된 비율은 13%로 표본의 수나 오차범위를 고려하더라도 매우 적은 수치입니다. 이번 포상에 대한 주최측의 진정성에 의문을 가지게 될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조사에 응한 몇몇 스타트업 대표는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추기 위한 보여주기식 포상 아니냐”는 불만 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한국물류대상에 스타트업을 포함한 것이 첫 시도이며, 국토부에 말마따나 그만큼의 의미를 갖고 있다면 그것을 알리는 데 애써야 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국토부는 이번 포상범위 확대 홍보를 알리기 위해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 등 스타트업 관련기관 및 한국통합물류협회의 도움을 받고있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국토부의 의견과 서류를 접수받고 있는 한국통합물류협회, 그리고 홍보를 협조하고 있는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의 말이 조금씩 엇갈리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한국통합물류협회 담당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몇몇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했었다”며 “홍보는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와 국토부가 맡은 일이고, 우리는 신청서만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는 센터 특성상 스타트업들과 교류가 많아서 국토부로부터 이번 물류대상 참가 홍보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아 관련 업체들에 참가를 독려한 것일 뿐”이라며 “홍보와 관련된 것은 국토부와 한국통합물류협회가 주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포상을 담당하는 주체들이 서로가 홍보를 담당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재밌는 일입니다. 이런 행태를 바라보자니, 포상 대상이 될 수 있는 많은 스타트업들이 ‘포상범위 확대’ 소식조차 듣지 못한 것이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지 조사에 응한 스타트업 대부분이 이번 포상대상 확대에 가진 반응은 긍정적이었습니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정부의 관심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의견을 보였습니다. 향후 한국물류대상을 신청할 의향이 있다는 질문에 “모르겠다”고 대답한 응답자 또한 대부분 “아직 정확하게 내용 파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그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를 고려해보자면 만약 해당 업체들에게 ‘포상범위 확대’ 소식만 제대로 알렸더라도, 실제 물류대상 신청 희망비율은 50%가 넘게됨을 알 수 있습니다.
 
산업간 영역이 파괴됐고, 그 안에서 여러 산업이 융합되면서 ‘신성장동력’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한 국토부입니다. 기존 대규모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B2B물류를 넘어 B2C, C2C, 영역으로 물류의 범위가 확장될 것이라고 말한 국토부입니다. 그 안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들고 시장에 진입한 ‘스타트업’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 말한 국토부입니다. 그들 스스로가 한 말에 부끄러우면 안 되겠습니다.
 
현 시점인 9월. 한국물류대상 후보신청 기간은 이미 끝난 상태입니다. 그러나 국토부는 한국물류대상에 스타트업이 포함되는 것은 올해로 끝나는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이번 한국물류대상의 이례적인 변화가 그저 ‘의례적인 변화’에 그치지 않도록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엄지용 기자

흐름과 문화를 고민합니다. [기사제보= press@clomag.co.kr] (큐레이션 블로그 : 물류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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