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꽃중년’ 아웃도어 新소비층으로 뜬다
여가생활에‘푹’…높은 구매력으로 시장 불지펴
[이코노미세계] #. 청계산에서 만난 자영업자 최규진 씨(가명·57세)는 이른바 꽃중년 으로 불린다. 전직 대기업 임원 출신인 그는 지난해 12월 회사를 관뒀다. 30년이 넘는 직장생활을 마치고 가정에 돌아온 최 씨는 요즘 자신을 위한 삶을 찾는 활동에 관심이 높다.
최 씨는 이런 중에 캠핑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현재 그는 네이버 캠핑동호회인 캠핑퍼스트 의 회원이다. 그는 이곳에서 초보캠퍼가 갖춰야 될 각종 정보와 장비 등에 대한 지식을 얻고 있다.
얼마 전에는 캠핑활동에 필요한 입고(아웃도어), 먹고(코펠·버너), 자는 것(텐트) 을 해결하기 위해 장비 구입에만 300여만원을 투자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온라인카페를 방문해 회원들이 올려놓은 전국의 캠핑장을 알아보고, 동호회원들과 정보를 교환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최 씨는 다음 달 가족과 첫 캠핑을 떠날 계획이다. 자연 속에서 자신의 건강을 찾고,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과 함께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맘이 설렌다.
◆7080세대의 귀환=자아(自我)를 찾는 꽃중년 세대가 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로 태어나 70~80년대 고도 성장기에 청년기를 보냈다.
대학으로 보면 70~80학번이다. 이들 대부분은 IMF라는 경제위기를 겪고 이제는 직장에서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최근 1~2년 사이에 회사를 관둔 경우가 많다.
근검절약에 길들여진 50대 중년층이 소비의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가치관과 여건의 변화로 인해 자아를 찾는 활동이 이들 사이에서 인기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무조건 자녀에게 헌신하는 것보다 자신의 건강을 지키고, 취미와 여가생활 등 스스로를 위해 돈을 쓴다.
그 틈새에 아웃도어 시장이 활개를 치고 있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성장은 표면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아진 데 있다. 여기에 주5일제 도입으로 여가가 늘면서 사람들이 야외활동을 즐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 박정현 책임연구원은 "최근 신 소비계층으로 부상한 50대 중년의 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며 "이들은 제품 구매력을 갖추고 있는데다 등산 등 여가 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웃도어 시장의 주요 고객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리적 불안 속 치료 욕구=불황에 따른 사회적 불안 등은 꽃중년의 자아 찾기를 더 자극시키는 요소로 꼽힌다.
한림대 신경외과 최현철 교수는 "금융위기와 구조조정 등 사회적 불안 요인들이 증가하면서 정서적, 심리적 불안 심화 현상이 증가 추세에 있다 며 40~50대 중년을 중심으로 생활 스포츠나 취미를 통해 내면을 치유하려는 활동도 함께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년층이 불황 속에서 더욱 건강을 챙기고 삶의 질을 높이려는 욕구가 아웃도어 시장에 반영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신체적 평균 수명이 늘어난 점도 중년층의 아웃도어 라이프에 관심을 높인다.
박 책임연구원은 "수명 연장은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로 이어지고 중년으로 하여금 컴퓨터를 배워 자신의 관심사를 찾고 문화적 생활을 즐기고자 공연, 관람, 요리, 문화 행사에 참여하고 등산, 낚시, 사진 촬영 등을 탐닉하는 취미, 여가 활동이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취미에 푹 빠진 중년=일밖에 모르던 한국인이 점점 취미에 맛을 들이고 있다. 지난 몇 년 사이 두드러지게 확산된 취미 중 하나는 사진 촬영이다.
모터쇼 같은 행사장이나 풍광이 독특한 곳이라면 어김없이 큰 렌즈를 단 DSLR 카메라를 들고 열심히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또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고, 다양한 와인을 맛보고, 이색 요리를 스스로 만들어 보면서 새로운 즐거움을 얻고 있다. 이런 다양한 취미의 등장으로 야외 활동이 자연스레 늘면서 아웃도어 관련 상품이 불티나게 팔린다.
실제로 인터넷 카페인 캠핑 퍼스트 회원 수는 7만명이 넘을 정도다. 지역별로 공동 캠핑 행사를 열 정도로 활발한 활동이 이뤄지고 있고, 이 결과 2009 네이버 대표카페 로 선정되기도 했다.
겨울에 캠핑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다. 두꺼운 침낭 속에 들어가도 코가 시리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이처럼 사서 고생을 하는 사람들은 바로 캠핑이라는 취미에 중독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동호회 회원인 김규택(가명·38세) 씨는 "직장생활 만큼 중요한 게 동호회 활동이 되어버렸다"며 "초기 투자비용이 부담돼 망설였는데, 장비 구입 후 한 달에 캠핑에 들어가는 비용은 20만원 안팎이라며 건강과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교류가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 연구원은 "꽃중년의 소비 확대와 하비홀릭(Hobby-holic)의 등장 등 신소비 트렌드의 영향으로 의류, 문화, 의약, 화장품을 중심으로 관련 상품이 인기를 끌 것"이라며 "중년에 대한 심층 연구를 통해 이에 대한 준비와 대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미래성과는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철민 기자 olle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