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턴, 물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커머스 스타트업 대표 줄스를 통해 바라보는 소호몰의 성장과 물류
▲ 영화 인턴 포스터(사진= 네이버 영화)
창업 1년 반, 폭발적인 성장을 이룩한 쇼핑몰을 운영하는 줄스. 남 부러울 것 없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모든 것이 개방된 사무실, 사무실에 자전거는 물론이거니와 애완견까지 돌아다니는 자유로운 분위기, 어지럽혀져 있는 책상은 또 하나의 ´자유로움´을 상징합니다. 커다란 기업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입니다.
우리 모두가 그리는 성공한 스타트업의 분위기란 이런 것 아닐까요!
이렇게 꽤나 잘 나가던 줄스의 회사는 한 가지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회사의 규모가 커지고, 직원이 많아지고, 주문량이 폭주하며, 배송은 지연되고, 재고는 쌓이고, 이 모든 것이 컨트롤되지 않는 상황. 줄스의 회사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는 대부분 ´물류´와 관련된 문제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을 겁니다. 초기 쇼핑몰들은 팔릴만한 상품의 구색을 확보하고, 그것을 고객에게 마케팅하는 것에 집중하죠.
물류? 알게 뭡니까.
소호(SOHO, Small Office Home Office)는 괜히 소호가 아닙니다. 고작 몇 건, 몇십 건의 주문까지는 작은 사무실 안에 재고를 보유하거나, 혹은 동대문 사입처에서 그때그때 옷을 사서 배송 또한 가능합니다. 포장, 배송 전부 사장님이 담당하죠.
대부분의 업체들은 이 단계에서 고배를 마시고 사라집니다. 이 단계에서 망하는 이유는 ´물류´가 절대 아닙니다. 상품이 안 팔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상품이 잘 팔리기 시작합니다. 네 좋은일이죠. 분명. 하지만 이제는 이런 일이 발생하네요.
▲ 상품은 주문했는데 왜 오질 못하니...(사진= 네이버 블로그)
주문은 폭주하는데 배송은 되지 않는 상황. 고객은 분노하여 해당 사이트에서 이탈합니다. 환불신청까지 쇄도하죠. 물론 쇼핑몰 현장에서는 알바까지 고용해서 입고하랴, 포장하랴, 까대기하랴 정신없습니다. 지금껏 소홀했던 ´물류´ 덕분에 쇼핑몰의 핵심으로 봤던 ´판매´ 부분이 맛이 가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맞습니다. 이제 꽤 많은 소호몰들이 물류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문량이 많아지고, 배송지연은 발생하며 고객은 이탈하며, 판매되지 못한 재고는 창고에 쌓이는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자 한 것입니다. 이는 영화 인턴에서 줄스가 한 고민과 같은 고민입니다. 물론 이들은 이제 ´소호몰´이라고 부르기엔 다소 민망한 거대한 쇼핑몰이지만요!
국내 패피(패션피플)들은 대부분 알고 있는 쇼핑몰 ´무신사´는 늘어나는 물량에 대응하여 물류센터를 확충, 직접운영을 시작했습니다. 2010년 50평 규모의 창고 여러개를 운영했던 무신사는 점차 센터 규모를 확충하여 1000평 규모의 통합창고를 보유하는 단계까지 이르렀죠.
▲ 무신사 상봉센터와 물류팀 직원컷 (사진= CLO)
해당 창고는 주로 ´매입상품´을 입고, 관리합니다. 20여개의 브랜드가 입고, 관리되고 있는데 이는 무신사스토어가 유통하는 전체 브랜드 수의 0.02%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품은 전체 매출의 10%라는 높은 비중을 차지하죠. 고객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들이 물류관리 대상에 포함된 것입니다.
고객들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 즉 ´판매´를 위해 물류를 활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기자는 지난해 커머스 고객 데이터 기반 추천 서비스 업체 레코벨 박성혁 대표와 인터뷰를 통해 소호몰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레코벨은 옐로디지털마케팅그룹 소속으로 티켓몬스터, 위즈위드, 아모레퍼시픽 등 대형 쇼핑몰 및 임블리, 멋남, 립합 등 소호몰에서 성장한 쇼핑몰까지 100여 곳의 쇼핑몰에 추천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박성혁 대표의 코멘트를 인용합니다.
저는 한국에는 왜 ‘유니클로’, ‘포레버21’ 같은 글로벌 브랜드가 탄생하지 못할까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도 굉장히 크게 자란 멋남, 임블리, 스타일난다 같은 성장한 소호 쇼핑몰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쇼핑몰들은 대부분 초기 진입 당시 IT역량을 소홀히 했습니다. 이들은 카페24 같은 호스팅 솔루션을 이용하고 IT팀 자체를 구축할 생각은 하지 않았죠. 반면 미국 회사들은 처음부터 IT팀을 꾸려서 간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결국 사업에 데이터가 녹아들어야 하는데 국내 업체들은 그 부분을 간과하고 있는 것입니다.
소호 쇼핑몰들의 성장, 특히 글로벌 부문의 사업 확장을 위해서는 사전에 IT역량을 필히 갖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커머스의 글로벌 진출에 있어서 IT도 중요하지만 ‘물류’ 또한 반드시 따라올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말 중 ‘옴니채널’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물류산업에서 활용되는 데이터 또한 데이터를 통한 직접적인 물류혁신이라기 보다는 ‘정보를 가미한 옴니채널 형식’이 되지 않을까요? 오프라인 데이터, 온라인 데이터를 동시에 수집함으로써 기존 온라인, 오프라인 매장의 판매 패턴의 차이점을 알 수 있을 것이고 그런 데이터들이 물류, 유통관점에서 개선 포인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영화 인턴에서 줄스는 물류에서 탄생한 수많은 고민들을 직접 통제, 관리하고자 합니다. 쇼핑몰에서 수시로 자택으로 주문, 배송을 하여 포장상태를 점검하고, 물류센터에 직접 방문하여 포장상태를 가이드하죠. 영화 초반부에는 고객불만 접수의 최전선인 CS콜도 직접 처리, 상담하는 모습까지 보여줬죠!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전문경영자´ 영입을 고려했지만요.
영화 ´인턴´ 이야기를 했는데 정작 인턴 이야기를 하지 않았네요.
마지막으로 우리의 70대 인턴 벤(로버트 드 니로 역)의 말을 인용합니다. 벤은 최고경영자 영입건으로 고민하고 있는 줄스에게 이런 조언을 합니다.
이 회사를 가장 잘 알고 사랑할 수 있는 것은 당신입니다. 당신은 이 회사를 원하며, 이 회사 또한 당신을 원하고 있습니다.
계속 물류이야기를 했지만 마무리는 다른 이야기로 하고 싶습니다.
줄스와 같이 애정을 가지고 현장을 바라보는 것.
고객의 목소리를 통해 CS전화를 받고, 고객접점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자신이 운영하는 쇼핑몰에서 주문을 하며, 직원에게 포장상태에 대한 질책을 하기보다는, 직접 현장을 방문하여 개선책을 제안하는 것.
이 모든 것은 공급자부터 최종소비자까지 이어지는 커머스의 프로세스를 공급망 전체의 관점에서 바라봤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것은 회사에 대한 줄스의 애정에서 나왔고, 벤의 말마따나 전문경영인들은 가지지 못하는 큰 비교우위가 됩니다. 결국 줄스는 전문경영인들에게 회사를 위탁하는 대신, 자신이 직접 경영을 하는 길을 택하게 되죠.
지금도 여러 곳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소호몰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