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설물 물량+기상악화 '설상가상'...지연배송 불가피
[이코노미세계] 중부지역 기습 폭설이 설 선물 배송으로 바빠진 택배사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가뜩이나 설 물량 증가로 배송고(苦)에 허덕이는 택배업계에 기상악화는 말 그대로 설상가상(雪上加霜).
기상청에 따르면 수도권과 경기지역에 오늘(2월11일) 하루 10~30센티미터 이상의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전체 택배물량 중 70~80%를 차지하는 서울 및 수도권 배송은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한편 대한통운, 한진, 현대택배 등 주요 택배사는 설 연휴를 이틀 앞두고 막바지 원활한 배송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적설량이 더 늘어날 경우 올해 설 선물 지연배송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 수도권 배송차질 최소화 ‘노력’
국내 수도권터미널이 집결돼 있는 금천구 일대의 대한통운, 현대, 한진, CJ택배 등의 사업장은 시설물에 대한 긴급 점검에 나섰다. 지붕이 없는 일부 야외 분류시설에는 천막을 설치해 물품과 현장 작업인력을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폭설과 한파가 동시에 올 경우, 야외 분류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이렇게 될 경우 분류작업 시간이 지연되면 전국으로 물량을 싣고 갈 간선 차량의 운행 일정에 영향을 줘 전체 서비스 일정이 악화된다. 겨울철 택배이용 중 배송지연 사례가 급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진택배 관계자는 “기상악화 따른 교통체증 발생으로 차량의 운행속도가 평상시 보다 2~3배 정도 떨어진다”며 “오토바이, 지하철 등 대체 운송수단을 마련해 수도권 배송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천재지변 따른 ‘배송지연’ 이해
폭설이 오게 되면 눈에 젖지 않기 위해 물품을 재포장하는 수고까지 더해져 택배업계의 고충은 배로 늘어난다.
현대택배 관계자는 “고객의 물품이 젖지 않도록 분류해 적재 단계부터 세심한 관리를 하고 있다”며 “비닐 포장을 통해 녹은 눈이 스며들지 않도록 현장 직원과 배송사원에게 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1~2월에는 배송지연뿐 아니라 한파에 따른 청과류 등 식품의 훼손 사고도 우려된다. 폭설 이후 한파가 이어질 경우, 배송이 늦어진 식품류는 보관이나 배달 도중 얼어버리는 사태가 발생하기 떄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겨울철에는 채소류, 과일류 등 식자재 품목은 박스에 스티로폼이나 신문지를 구겨 넣는 등 포장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며 “식자재는 빠른 배송서비스를 이용하거나 한파 기간에는 택배주문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한편, 택배업계는 화물차 증차제한과 터미널 현장 인력구인난으로 지난 1992년 택배서비스 개시 이래 최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설 연휴를 앞두고 배송사원 한 명당 일 평균 200여건 이상을 배송하는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찾아온 기습 폭설로 업계 종사자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김철민 기자
olle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