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이병휘의 포어캐스팅] 띵동의 신선배송 진출을 바라보며

by 김철민 편집장

2016년 06월 18일

혁신은 익숙한 곳에서
한 스타트업의 신사업 진출을 바라보며
글. 이병휘 캘로그 디맨드 플래너

Idea in Brief
전혀 새로운 비즈니스를 운영하거나 새로운 거래처의 추가 확보를 통해서 매출 증가를 도모하는 것은 쉽지 않다. 지금까지 익숙하지 않았던 분야에서 새로운 경쟁을 해야 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미 운영하고 있던 익숙한 서비스를 활용해 신규 수요를 유도하는 방식은 어떨까. 파괴적 혁신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지만, 찾아보기 어려웠던 곳에서 또한 탄생할 수 있다.


온디맨드 생활편의 서비스 ‘띵동’을 운영하고 있는 허니비즈가 신선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배송시간은 한 시간 이내. 띵동의 모토가 불법 아닌 모든 잔심부름(실제로 집안의 벌래 잡기부터 강아지 밥 주기, 로또 사다주기까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띵동에 부탁할 수 있다)을 해주는 서비스임을 감안하고, 신선식품에 대한 장보기 역시 기존 고객들이 요청했을 법한 일임을 생각해보자. 이번 띵동 신선배송 서비스 진출은 전혀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도전이 아닌 기존에 띵동 해왔던 서비스를 별도 메뉴로 구분하여 집중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직접물류, 충분한 수요와 물동량이 존재하는가

조금 뜬금없긴 하지만 공급망(Supply Chain Network)과 물류망(Logistics network)을 구성할 때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우선 “자체 물류 공급망을 운영할 수요와 물동량을 확보했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변동비가 아닌 고정비의 판매건 또는 전체 매출액에서의 비중이 변동비의 비중과 동일하거나 유리할 정도로 물량을 확보해야 된다는 것이다.

스타트업들은 최근 수요와 물동량을 확보하기 위한 답으로 ‘플랫폼’을 내놓은 것 같다. 물류 수요 발생에 따른 안정적인 서비스 공급을 목적으로, 또는 다양한 수요의 확보를 통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일자리 공급을 추구하는 것이다. 물론 많은 업체들은 플랫폼을 주요 서비스가 아니라, 물류 서비스를 위한 도구로서만 활용하고 있다. 주로 물류, 혹은 온디맨드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업체들이다.

이들 업체들은 전국 또는 지역에 특정한 물류망을 펼쳐놓고 머신러닝이든, 유명 맛집과의 제휴든, 신선식품배달이든, 세탁물 서비스든 특정한 품목을 기반으로 매출을 창출한 이후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한다. 이제 그들은 배달음식에서 신선식품으로, B2B에서 B2C 서비스로, 세탁물에서 렌탈제품 픽업으로, 셔츠에서 바지로, MP3공유에서 택시앱으로, 할인도서 판매에서 로켓발사로 나아가고 있다.

최근 소셜커머스나 오픈 마켓들이 자체 물류 서비스 구축을 하는 부분은 기본적인 수요가 어느 정도 확보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를 통해 물류를 통한 비용 절감이 아닌 비용 손실을 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그에 따른 매출 증대로 메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다.

수요가 먼저냐, 서비스가 먼저냐

지난달 쿠팡의 15년 매출 실적이 공시됐다. 예상대로 적자폭은 증가했다. 쿠팡에 따르면 약 90%에 달하는 적자는 계획된 손실로 대부분 물류망에 대한 투자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아마존을 이야기하며 쿠팡의 방식에 동의를 표하는 사람도, 한편에서는 아마존과 지금 쿠팡의 투자는 다르다며 우려를 표하는 사람 또한 존재한다.

필자는 두 가지 의견 모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아마존은 온라인 도서 배송을 통해 기본 수요를 확보하고 그 이후 물류센터를 구축하여 배송 기간 단축에 들어섰다. 아마존은 온라인 도서배송 이후 e북등을 활용한 일정 수치 이상의 트래픽을 확보한 이후 당일배송인 프라임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그에 비해 쿠팡은 트래픽확보를 위해 로켓배송을 무기로 시장 선점에 성공했고 로켓배송을 기반으로 최소수요 확보에 나섰다는 차이가 있다.

지난해 기준 쿠팡맨의 하루 배송량은 약 40~60건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CLO의 쿠팡맨 인터뷰에 따르면 쿠팡맨의 배송량은 하루 평균 140건으로 증가했다. 택배기사들이 명절, 연휴를 제외한 비수기 기간 하루 200건 정도를 배송하는 걸 감안하면 쿠팡은 택배사에 비해 약 70% 수준의 수요를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단순계산으로 건당 5000원으로 알려졌던 쿠팡의 손실은 2500원 수준으로 낮아졌을 것이며 그에 따른 전체 매출상의 손실 역시 점차 회복될 것이다. 쿠팡에게 있어 이미 대규모 고정비가 투입된 상황에서 매출, 배송건수, 직접매입 혹은 물류대행물량의 증가는 유리한 지표이다. 언젠가 쿠팡은 물류관련 비용을 자체 물량 증대를 통해 BEP수준으로 맞출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멀지 않은 미래에 말이다.

혁신은 익숙한 곳에서

처음으로 돌아가서 띵동과 같이 자체 라이더를 고용하고 배송서비스 또는 온디맨드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업체는 이미 많다. 그들 대부분의 선택은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서 확보한 자원의 활용이다. 배달이 되지 않던 맛집 배송과 동네 배달업체 주문 대행을 통해 플랫폼 트래픽과 구매율을 증가시키거나 맛집배송과 B2B배송을 결합하여 라이더의 잉여시간을 최소화하거나 외곽으로 진출한 라이더의 중요 지역 이동 동선을 확보하는 전략 등이 가능할 것이다.

띵동의 신선배송 사업 진출 또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에 진출하는 개념은 아니다. 하지만 이미 다양한 띵동의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어 지불의 벽이 낮아진 소비자를 대상으로 신선식품 배송이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함으로 구매 장벽을 상당 부분 낮추고, 새로운 서비스 제공을 통해 덩달아 구매량을 늘리고자 하는 전략으로 파악된다.

고정된 배송비를 지불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주문 제품 혹은 품목 증가를 통해 물류비 절감을 하는 전략은 이미 ‘묶음 배송’, ‘특정금액 이상 무료 배송’ 등을 통해서 한국의 소비자들에게는 매우 친숙하다. 물론 배송업체의 입장에서는 픽업 포인트가 늘어날 수 있지만 만약 주문하는 모든 물량이 한 곳에 모여 있다면 건당 배송시간은 오히려 줄어들며, 고차원적인 툴이 없이도 자연스럽게 배송루트는 최적화될 수 있다. 특히나 대부분의 음식배송업체들이 식당과 고객 양쪽에 과금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한 거점에 몰린 주문 건은 곧바로 매출액 증가와 연결된다.

전혀 새로운 비즈니스를 운영하거나 새로운 거래처의 추가 확보를 통해서 매출 증가를 도모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의 새로운 경쟁을 유발한다. 온라인 유통업체가 오프라인 업체와 경쟁하면서 전체 유통채널에 대한 점유율을 확대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시장이 형성, 정착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띵동과 같은 서비스는 이미 운영하고 있는 서비스를 활용한 추가 구매 유도에 가까운 부분이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 창출이나 경쟁과는 거리가 멀다.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나 물류 혁신을 가져올 아이디어만이 세상을 바꾸지는 않는다. 매우 익숙하지만, 찾아보기 어려웠던 접근 방식이 새로운 형태의 파괴적 혁신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 동 기사는 본지 5월호에 게재된 내용을 일부 발췌했습니다.


김철민 편집장

Beyond me(dia), Beyond logistics
김철민의 SCL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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