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권정욱 콜맨코리아 SCM팀장
Idea inBrief
회사의 부서를 크게 영업, 관리, 지원으로 나눈다면, 물류(SCM)팀은 대표적인 지원부서라 할 수 있다. 영업부가 연예인이라면, 지원부는 연예인 매니저다. 타 부서를 지원하는 비서업무, 운전, 까대기(짐나르기), 경호 등 온갖 궂은일을 다한다. 물류(SCM)팀이 강해지면 때때로 관리 부서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결국 물류, SCM팀은 회사 내에서 관리부서도 지원부서도 아닌 불분명한 경계에 걸쳐있다. 이런 상황에서 물류, SCM팀은 궁극적으로 무엇을 목표로 나아가야 될까. |
<사진 출처: 페이스북>
몇 해 전 한 물류업계 대선배가 “물류는 기획, 운영, 구매, 인사, 회계, 교육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 종합예술”이라고 작성한 글을 보면서 전적으로 공감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제조업이든, 유통업이든, 수입회사든 회사 안에서 SCM팀이나 물류팀의 위상은 그렇게 높지 않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봤을 때도 사실 SCM팀, 물류팀만큼 다양한 분야에 관여하고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하는 부서가 없다. 게다가 하는 업무에 비해 홀대 받는다는 느낌 또한 지울 수 없는 데 이런 것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이것뿐일까. 사실 몇 해 전만해도 CLO(Chief Logistics Officer) 혹은 CSCO(Chief Supply Chain Officer)와 같은 SCM, 물류 임원을 칭하는 단어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금이라도 다를까. 네이버에 ‘CLO'를 검색하면 ’대출채권담보부 증권‘이라던가 ’최고교육책임자‘라는 단어가 나온다. 무려 최상단에는 2013년에 데뷔한 아이돌 그룹이 나온다.
사실상 현재도 SCM이나 물류팀은 조직상 CFO 아래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CFO 아래에 속한 조직구조 혹은 물류임원의 존재여부로 물류/SCM팀이 홀대 받는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아마 이 분야에 종사하고 계신 분이라면 제가 왜 이런 말을 하고 있는지 쉽게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에 이번 지면을 빌려서 물류팀, SCM팀의 의견을 대변해 하소연도 하고, 넋두리도 하고, 후배들을 위한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한 회사의 직무를 업무별로 세분화하여 살펴보자면 ‘영업부서’, ‘관리부서’, ‘지원부서’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영업부서. 영업부서는 돈을 벌어오는 부서다. 업무 최전선에서 일하고, 모든 것을 숫자로 평가받는다. 그렇기에 영업부서는 매출만 달성하면 더할 나위 없이 편한 부서다. 소위 영업부에서 잘 나간다는 사람은 마치 연예인과 같아 실적만 좋다면 온갖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몸값도 올라가기 마련이다.
다음은 지원부서. SCM, 물류팀이 대표적인 지원부서다. 영업부가 연예인이라면, 지원부는 연예인 매니저와 같다. 필자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도 물류팀은 비서업무, 운전, 까대기(짐나르기), 경호 등 온갖 궂은일을 다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전면에 나서는 스타의 그늘에 가려 주목받기 어렵다. 게다가 SCM, 물류팀의 업무라는 것이 사실 매출이 잘 나와도 힘들고, 저조해도 힘들다.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경험이 부족한 친구들은 이에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는 노릇이다. 필자는 이렇게 박탈감이 느끼는 후배가 보이면 그들에게 “빛나지 않는다고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지원부서는 화려하지 않더라도 중요하며, 그렇기에 묵묵히 자신이 맡은바 업무를 충실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마지막 관리부서. 회사 내에서의 잘못을 지적하고 바로 잡는 부서다. 대표적으로 재무, 회계, 인사부서가 있다. 회사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통상적으로 관리부서는 싫은 소리도 자주하고, 통제 역할 및 일부 감사 업무도 수행하게 된다. 여기서 빠질 수 있는 함정이 지원부서인 SCM, 물류팀도 힘이 강해지면 관리부서처럼 변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사실 관리부서가 많아서 별로 좋을 것은 없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기도 하고, 무엇보다 통제 당하고 감시당하는 영업부서는 제 구실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물류, SCM팀과 같은 지원부서는 경찰관이 아닌 소방관이 되어야 한다. 경찰처럼 잘못을 지적하는 역할 보다 화제가 발생할 수 있는 요소를 미리 제거하고, 화재가 발생했을 때 진화를 하는 소방관의 업무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물류, SCM팀은 빛나지 않더라도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경찰관이 아닌 소방관 역할을 하면서 잘 참고 견뎌야만 할까. 이는 SCM, 물류부서가 지원부서이기 때문에 갖는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사항이라는 것이 필자의 입장이다.
그러나 사실 지원부서가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정책을 결정하는 입법기관’이 되는 것이다. 지원부서로 겪는 어려움을 넘어서 회사의 정책을 결정하고 이끌어 나가는 것이 SCM, 물류팀의 본연의 역할인 것이다. 물론 항상 영업부서와 그 외 다른 부서 뒤치다꺼리 하는듯한 아쉬움은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결국에는 회사 모든 업무에 관여하는 SCM, 물류팀이 나서서 회사 전체 프로세스를 기획해야 전체적인 프로세스가 안정화된다.
필자의 직업이기도 하지만 지원부서의 담당자 혹은 팀장으로 사는 것은 결코 녹녹하지 않다. 사실 힘이 생겨서 지원부서가 갖는 관리부서의 역할이 강조되면 회사 내 판사가 될 수 있겠다. 반대로 회사 안에서 영업부서의 힘이 강하면 영업과 관리부서 사이에서 박쥐 역할을 하는 상당히 애매한 위치를 차지할 수도 있다. 결국 물류, SCM팀은 회사 내에서 관리부서도 지원부서도 아닌 불분명한 경계에 걸쳐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류, SCM팀의 최종 목적지는 회사의 정책을 결정하는 입법기관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한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담당자 분들만이라도 후배에게 좋은 프로세스와 분위기를 물려주기 위해 한 발 더 노력해줬으면 좋겠다. 지금도 어디선가 묵묵히 자신의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SCM, 물류 담당자가 있기에 오늘도 회사는 돌아간다.
* 해당 기사는 CLO 통권 70호(2016년 4월호)에 수록된 기사 일부를 발췌했습니다.
식품, 타이어, 자동차, 반도체, 주류회사 등에서 다양한 물류를 경험한 현장 전문가. 현재는 콜맨코리아에서 SCM팀장직을 맡으며 ‘다품종소량’ 물류 업무를 주로 수행하고 있다. ‘물류가 세상을 바꾼다’는 신념을 갖고 언젠가는 CLO가 CEO가 되는 시대가 오길 바라며 보다 나은 SCM(Better SCM forward)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