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이재홍의 회계인사이드] 회계로 본 유통업 판의 변화, 신세계부터 쿠팡까지

by 이재홍

2016년 05월 13일

회계로 본 유통업 ´판´의 변화
“신세계부터 쿠팡까지”
 
글. 이재홍 KEB하나은행 기업컨설팅센터 회계사
 
 

Idea in Brief

 

유통업은 내수 산업으로 현재 산업의 성숙기에 진입하여 성장이 정체 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소비트렌드 변화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온라인에 이은 모바일의 등장은 업의 본질 자체를 흔들어 놓고 있다. 이러한 ‘판’의 변화에 따라 유통업의 거래 구조가 변화되고 있으며, 거래 구조의 변화에 따라 회계처리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유통업 회계의 이해를 통해 유통업체의 재무제표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도록 하자.

 

 
“온라인 웃고, 오프라인 울고”
 
최근 유통업의 성장은 정체되어 있으나, 유통업의 ‘판’의 변화는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통계청의 2011년에서 2015년까지의 소매업태별 판매액 <표1>에 따르면 전체 유통채널의 총 소매 판매액 증가율은 최근 3년간 정체된 모습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흐름은 유통채널 별로 엇갈린 것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성장률은 2012년도 이후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반면, 신규 채널인 인터넷/모바일 채널은 같은 기간 동안 큰 폭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인터넷·모바일 채널 안에서도 기류 변화가 감지됩니다. 아직까지 판매액에서는 인터넷 쇼핑이 우세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차이가 점점 좁혀지고 있으며, 두 채널간의 성장률을 고려하면 곧 모바일 판매액이 인터넷을 넘어설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는 유통의 헤게모니가 오프라인 위주의 유통채널에서 인터넷을 지나 모바일로 이동하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유통업 ´판´의 변화의 중심에는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있습니다. 특히 쿠팡의 도전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데요. 낮은 가격과 총알배송이 화두입니다. ´물류 관점´에서는 로켓배송과 관련한 물류 시스템이 관심의 대상이지만, 회계적으로는 낮은 가격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거래방식에 관심이 있습니다. 거래방식에 따라 회계처리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유통업체의 재무제표를 올바르게 해석하기 위해서 거래방식에 따른 회계처리 방식의 이해가 필요합니다.
 
같지만 다른 백화점, 유통업의 거래구조
 
유통업 회계를 이해하기에 가장 적합한 거래구조를 가진 예는 백화점입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모든 백화점이 같은 백화점으로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백화점 입장에서는 계약조건에 따라 같은 백화점이라도 다른 매장이 될 수 있습니다. 가령 백화점과 입점업체와의 계약조건에 따라 직매입 판매매장, 특정매입 판매매장, 공간 임대매장(갑, 을)으로 구분됩니다.
 
첫 번째로 ‘직매입 판매방식’이란 백화점에서 직접 상품을 구매하여 판매하고, 남은 재고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는 형태입니다. 두 번째로 ‘특정매입 판매방식’은 백화점이 납품업자로부터 상품을 우선 매입해서 판매한 뒤, 안 팔린 재고는 반품하는 형태로 재고에 대한 위험을 백화점이 아닌 납품업자가 부담하는 거래형태입니다. 마지막으로 임대매장은 갑과 을, 두 가지 형태로 나뉩니다. ‘임대 갑’은 백화점 내의 식당가와 같이 판매금액과는 관계없이 임대료만 수취하는 매장입니다. ‘임대 을’은 주로 명품 매장들로 낮은 임대료와 함께 판매금액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방식입니다. ‘임대 을’은 약간의 임대료를 제외하면 특정매입 판매방식과 거래구조상 큰 차이는 없습니다. 따라서 유통업체의 거래형태는 크게 직매입 판매, 특정매입 판매, 임대업의 세 가지로 분류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거래구조마다 다른 회계처리
 
유통거래 형태가 세 가지로 나뉘는 만큼 유통업의 회계 이슈 또한 수익의 인식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회계기준에 따르면 거래형태별로 직매입판매 매장은 판매액 전체를 수익(매출액)으로 인식하고, 특정매입 판매매장의 경우 판매에 따른 판매수수료만 수익(매출액)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임대매장의 경우에는 매월 임대료를 수익으로 인식하게 되죠. 임대매장을 제외한 두 가지 판매 방식에서 수익인식 금액의 차이가 발생하는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상품재고에 대한 유의적인 위험을 유통업체에서 부담하는지에 대한 여부입니다.
 
이것을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이하, K-IFRS)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K-IFRS에서는 재고에 대한 유의적인 위험을 지는지의 여부에 따라 본인과 대리인으로 설명하고 있는데요. 직매입 판매는 본인으로서 거래를 한 것이고, 특정매입 판매는 대리인으로 거래한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그리고 대리인으로 활동했을 경우에는 수수료 금액만을 수익으로 인식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기업순위도 뒤바꾸는 회계개정
 
수익 인식과 관련한 회계기준을 실무에서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FY15 롯데쇼핑㈜의 매출액은 직영상품매출액과 특정상품매출액을 합한 상품총매출액과 제품매출액, 그리고 기타매출액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재무제표 주석에서는 상품매출의 경우 상품총매출액에서 차감할 항목을 따로 구분하여 보여주고 있지요. 결국 롯데백화점의 특정 매입분 매출은 특정상품매출액에서 특정상품매출원가를 차감한 금액을 수수료 수익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기타매출액에 임대수익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과거 2003년도까지는 특정매입분도 직매입과 같이 총액으로 회계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2004년도부터 특정 매입분은 수수료만 수익으로 인식하도록 회계기준이 개정되었는데, 이로 인해 유통업체 간의 순위도 바뀌었습니다. 특정매입분에 대한 수익인식기준을 총액이 아닌 수수료(순액) 기준으로 변경하자 신세계가 22년 만에 처음으로 롯데쇼핑을 제치고 업계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당시 유통업체의 입장에서는 회사의 영업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 회계 기준의 개정으로 외형의 감소가 일어났기 때문에 각 업체별로 반발이 매우 거셌습니다.
 
 
 
쿠팡을 통해 바라본 유통업 재무제표 분석
 
유통업 ´판´의 변화는 오프라인 거래형태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됩니다. 백화점에 가면 매장에서는 제품을 구경만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스마트폰으로 최저가를 찾아 구매하는 모루밍족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인터넷·모바일 채널의 성장과 소비 트렌드의 변화는 백화점 등의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기존의 거래방식으로는 더 이상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 백화점의 역성장이 증거가 되겠죠. 따라서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온라인 유통채널을 강화하고,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옴니채널 쇼핑 개발 등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또한 상품을 낮은 가격으로 제공하기 위해 직매입 증가를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직매입은 재고위험이 유통업체로 이전되고, 대량구매로 인한 협상력 강화로 상품의 매입가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거래방식을 특정매입에서 직매입으로 변경할 경우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데 쿠팡(㈜포워드 벤처스)이 좋은 사례가 됩니다. 쿠팡은 성숙기 후반에 위치한 기존 업체에 비해 성장기에 있는 회사이며, 직매입 판매비율의 증가로 유통업 트렌드의 변화를 잘 설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유통업체보다는 IT기업으로 포지셔닝 하고 있지만, 거래 방식은 전형적인 유통업입니다. 백화점의 매출형태를 온라인으로 그대로 옮겨놓은 것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판매자가 오픈마켓에 입점하여 물건을 판매하는 형태는 판매액에 일정비율의 수수료를 받게 되므로 특정매입 판매분처럼 수수료만 수익(순액)으로 인식하고, 직매입 판매분은 판매액 전체를 매출(총액)로 인식합니다.
 
2016년 2월 FY15년도 소프트뱅크의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쿠팡의 2015년도 매출에 대한 언급이 있었습니다. 리테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30% 증가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리테일 매출이란 쿠팡이 직접 상품을 판매하고, 쿠팡의 배송망을 통해 이뤄진 거래의 매출을 말합니다. 즉 쿠팡의 리테일 매출은 직매입매출로 이해하면 됩니다. 따라서 소프트뱅크에서 제시한 매출성장률은 직매입만 따로 구분하여 분석한 것으로 보입니다. 올바른 분석입니다.
 
그러나 직매입 판매분과 특정매입 판매분 매출을 구분하지 않고 재무제표를 분석하면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 다음의 예를 보시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회계기준에 따르면 전년도 A사의 매출액은 셀러 판매액 10,000원의 15%인 1,500원이 됩니다. 그러나 거래 방식을 직매입 판매로 변경하였으므로 올해 A사의 매출액은 10,000원이 됩니다. 이처럼 판매방식을 바꾸면 전년대비 실제 판매수량은 동일한데도 무려 560%의 매출 성장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쿠팡의 매출액을 리테일 매출과 오픈마켓의 매출을 구분하지 않고 분석한다면 성장성 분석에서 잘못된 결론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존 유통업체의 직매입 확대에 따라 매출액이 총액으로 계상됨으로써 거래량은 변하지 않는데 양호한 성장을 하고 있다는 오판을 할 가능성도 있고요.
 
따라서 쿠팡처럼 거래형태가 변경되고 있고, 성장이 빠른 유통회사를 분석할 때는 단순히 매출액의 성장률보다는 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차감한 매출총이익의 성장률이 기업의 성장성을 보다 적절하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거래 형태 차이에 따른 매출액 변동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마진의 크기를 확인함으로써 무리한 경쟁을 하고 있는지 여부도 어느 정도 파악해 볼 수 있습니다.
 
회계를 알면 기업의 미래가 보인다
 
기업의 재무제표가 그 회사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기업이 가지고 있는 훌륭한 비전이나 우수한 인력, 좋은 평판 등의 가치는 재무제표 안에 담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기업이 현재 직면해 있는 상황이나 미래에 대비할 저력이 있는지의 여부는 재무제표 안에 숫자로서 표현되어 있습니다. 회계를 이해해야 한다는 의미가 단순히 분개를 할 줄 안다거나 재무제표 숫자를 가지고 여러 가지 분석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회계의 이해를 통해 업종의 트렌드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고, 트렌드의 변화가 회사의 숫자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으면 합니다. 현재 유통업이 그런 트렌드의 변화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해당 기고문은 CLO 통권 69호(2016년 4월호)에 수록된 기사 일부를 발췌했습니다.
 


이재홍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에서 회계감사와 재무자문업무를 수행하였으며, 2012년부터 KEB하나은행 기업컨설팅센터에서 중소기업을 돕기 위한 기업전략수립과 회계, 세무자문(가업승계, 상속세 및 증여세)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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