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권정욱 콜맨코리아 SCM팀장
Idea in Brief
영단어 Delivery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물품의 인도, 즉 전달’이다. 둘은 ‘출산, 분만’이다. 실제 아이가 태어나는 과정과 물품을 배달하는 과정은 유사한 점이 많다. 아이가 탄생하기 전에 아이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산모의 이름을 태그하여 가족들에게 전달하는 것처럼 물류센터에서는 화물이 고객에게 인도되기까지 물건의 상태를 확인하고, 태그하여 고객에게 전달한다. 결국 화물은 생명이 없는 것 같지만 담당자들의 정성스런 손길과 관리에 따라서 죽기도 하고, 살기도 한다. 마치 생명체처럼 살아 있는 듯 움직이는 것이다. 때문에 ‘아이가 타고 있어요’와 같은 스티커를 화물차에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차량에는 고객에게 아이처럼 소중한 화물이 타고 있으니 말이다. |
운전할 때, 앞차 뒷 유리에 ‘아이가 타고 있어요 (Baby on board)’라고 적혀있는 스티커를 흔히 볼 수 있다. 이 스티커는는 교통사고 등의 긴급상황 발생 시 아이를 먼저 구해달라는 표시로 미국의 유아용품 회사에서 시작한 캠페인에서 유래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변형되어, ‘아이가 타고 있으니, 천천히 가도 이해해 달라’, ‘양보해 달라’ 등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초기 시작했던 캠페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사용된다 하더라도, ‘까칠한 아이가 타고 있어요’, ‘총각이 타고 있어요’ 등의 센스 있는 문구도 등장하는 것을 보면, 자식에 대한 보살핌과 사랑으로 시작된 안내 문구가 이제는 탑승자 정보 혹은 운전자 상태를 알려주는 보편적인 교통 문화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다양하고, 널리 사용되고 있는 ‘차량내 탑승자 정보 안내’ 문화를 물류적인 관점으로 활용해 봄은 어떨까. 택배 차량이든, 수·배송 차량이든 운송하는 트럭에 ‘고객님이 주문하신 소중한 상품이 실려 있습니다’라 적혀있는 스티커를 부착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물류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우리는 누군가의 고객이고, 누군가의 물류 서비스를 제공 받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물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도 운송 및 배송 업무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주차 등 교통상의 불편함을 겪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운송 업무나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발생하는 불편함을 고객이 참아야 하는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서비스 질적 향상이라는 차원에서 ‘나의 아이’처럼 소중하게 다루자는 의미를 스티커에 담아보면 어떨까.
단순히 고객 서비스 향상이라고 해서 피상적으로 고객의 상품을 자신의 아이처럼 진심을 담아서, 주의 깊게 취급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우리는 이미 고객들의 상품을 ‘아기가 태어나서 부모님의 품에 안기기’까지의 과정과 동일한 프로세스로 아주 소중하게 취급하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 부분을 잘 정리하고, 홍보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우선 영어 단어 ‘Delivery’부터 살펴보자. 옥스퍼드 사전에 따르면 Delivery란 첫 번째로 ‘(물품?편지 등의) 배달[인도/전달]’을 의미한다. 두 번째 의미는 ‘출산, 분만’이라는 뜻이다. 영어 단어이기는 하지만 아기가 태어나는 과정이나 물품을 배달하는 과정이 유사하기에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병원이든 책에서든 ‘Delivery Room’이란 단어를 보면 ‘분만실’이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창고’가 떠오른다. 물론 ‘배송’과 ‘분만’이라는 2가지 의미가 한 단어로 표현된다는 이유만으로 ‘배송’과 ‘분만’의 과정이 유사하다고 단정 지울 수는 없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분만실(Delivery Room)’과 ‘창고’는 프로세스상 공통점을 찾아보기 쉽다.
우리가 이미 진행하고 있으나, 인지하지 못하는 ‘분만실’과 ‘창고’의 공통점을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최초 상태 확인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분만 전에 여러 가지 검사를 통해서 아기의 건강 상태를 확인한다. 그러나 이것보다 중요한 것은 아기가 탄생한 후에 아기의 아픈 곳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물류에서도 마찬가지로 운송과정에서 많은 프로세스가 모니터링 되기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창고에 물건이 도착하고 나서 실시하는 수량, 상태, 품질 확인이다.
둘째, 아이가 탄생하고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나면 엄마 이름이 기재된 태그(Tag)를 달고 각자의 침대로 보내진다. 창고에서도 제품의 검수가 완료되면, 입고 내역에 대한 보고가 이루어지고, 지정된 랙의 각 셀로 보내진다.
셋째, 아기는 가족들의 품으로 전달되기 까지, 수유, 기저귀 교환, 건강상태 확인 등 전반적인 관리를 받는다. 제품도 아기와 마찬가지로 고객의 품으로 배송되기까지, 지정된 장소에서 파손에 대한 대비는 물론이고 적절한 온도 및 습도 아래 정성스런 관리를 받게 된다.
마지막으로 약속된 시간이 되면 아기는 분만실(Delivery Room)에서 부모님의 품으로 전달된다. 이와 같이 창고에 보관 중인 제품 또한 창고(Delivery Room)에서 고객의 품으로 배송(delivery)된다.
이렇듯 ‘배송’과 ‘분만’은 같은 영어 단어를 사용할 만큼 유사한 프로세스를 갖고 있다. 그리고 창고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운영관리자나 고객을 위하여 수·배송하는 담당자들은 분만실의 의사나 간호사처럼 고객들의 상품을 아주 정성스럽고, 소중하게 취급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의 생명과 제품의 소중함을 같은 위치에 놓고서 비교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만큼 담당자들의 마음이 고객의 제품 하나하나를 신생아처럼 소중하게 다루는 의식을 바탕으로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이를 홍보하고, 담당자들도 실제 그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업무에 임해야 할 것이다.
사실 ‘화물’이라는 것이 생명이 없는 것 같지만, 담당자들의 정성스런 손길과 관리에 따라서 죽기도하고, 살기도 한다. 마치 생명체처럼 살아 있는 듯 움직이는 것이다. 따라서 고객이 주문한 ‘소중한 상품’이 고객의 품으로 무사하게 배송될 수 있도록 소중하게 다루어야 하는 것은 무엇보다 당연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차량에 ‘고객님이 주문하신 소중한 상품이 실려 있습니다.’라는 스티커를 부착하고 운행하자는 것이다. 초반에는 깊은 의미의 내용까지 전달하기 어렵겠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사람들이 그것의 본연의 의미를 알게 된다면 택배 아저씨가 늦게 오더라도 불평하지 않고, 길가에 잠시 정차해 있는 트럭으로 불편해도 참을 수 있고, 차선 변경하면 끼어드는 트럭도 웃으면서 양보할 수 있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내 차 뒷좌석에 앉은 우리의 소중한 아이를 생각하면서 말이다.
식품, 타이어, 자동차, 반도체, 주류회사 등에서 다양한 물류를 경험한 현장 전문가. 현재는 콜맨코리아에서 SCM팀장직을 맡으며 ‘다품종소량’ 물류 업무를 주로 수행하고 있다. ‘물류가 세상을 바꾼다’는 신념을 갖고 언젠가는 CLO가 CEO가 되는 시대가 오길 바라며 보다 나은 SCM(Better SCM forward)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