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설창민의 공급망뒤집기] 당신은 직장동료와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가?

by 설창민

2016년 04월 04일

 

 

공유경제의 딜레마

당신은 직장동료와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가 ?

 

글. 설창민 SCM 칼럼니스트

 

Idea in Brief

 

누구나 공유를 이야기하는 시대다. 사물인터넷과 공유경제가 사회 대전환을 몰고 올 것이라 주장한 제레미 리프킨의 이야기를 굳이 하지 않겠다. 공급망 관리 관점에서 ‘공유’는 예전부터 당연시되는 개념이었다. 그러나 시대의 대표 패러다임인 ‘정보공유’를 실제 기업 현장에서 제대로 실행하는 기업을 찾기 어렵다는 사실이 재밌다. 흔히 정보의 공유가 잘 되지 않는 것을 IT 시스템이 미흡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 데 이것이 더 큰 문제다. 단언컨대 정보의 공유는 IT 시스템과는 전혀 상관없다. 정보 공유가 자신에게도 이익이 되고, 왜 필요한지를 알고 있으면 시스템 없어도 하게 되어 있다. 모두가 공유경제를 이야기하는 세상. 우리는 바로 옆 동료와 정보공유를 제대로 하고 있는가 . 공유경제 세상의 딜레마다.

 

 

현대 사회는 공유의 시대다. 2000년 출간된 제레미 리프킨의 저서 ‘소유의 종말(The Age of Access)’에서 저자는 “소유의 시대가 저물고 접속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대명제를 통해 산업시대에는 사람들이 소유를 원했으나 , 변화와 혁신이 빠르게 이루어지는 시대에는 소유에 집착하는 것보다는 기업과 고객이 지속적인 관계를 맺게 된다고 말했다. 즉 기업은 물건보다 서비스를 파는 시대가 되어 간다는 것이 제레미 리프킨의 주장이다.

 

‘소유의 종말’이 나온 지 어언 15년. 이제 우리는 주변에서 뭐든 빌려 쓰고 있다. 즉, 공유를 하고 있다. 마누라와 차는 빌려주지 말라던 산업사회의 패러다임은 차를 빌려 타는 스마트폰 앱이 나옴으로써 허구가 되었다. 내친 김에 저자 이야기 한마디만 더 하자. 이 분이 2014년에 쓴 책의 제목은 ‘한계비용 제로사회(The Zero Marginal Cost Society)’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본주의가 역사에서 사라지고 사회는 협력적 공유사회로 이동할 것이라고 했으며 , 이러한 사회 대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사물인터넷과 공유경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10년 동안 지켜볼 가치가 있는 주장이다.

 

굳이 제레미 레프킨을 더 말하지 않더라도, 사실 공급망 관리 관점에서 ‘공유’는 무엇보다 당연시되는 개념이다. 그러나 시대의 대표 패러다임인 ‘정보 공유’를 실제 기업 현장에서 제대로 실행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이 재밌다.

 

영업부서와 공장은 친해질래야 친해질 수 없다고 하는데, 그 이유도 결국 속속들이 파 보면 정보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영업부서는 내가 설령 정보를 공유하지 않더라도 공장에서는 언제든지 협력사에 철야 생산을 시켜서라도 재고를 확보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공장은 영업부서가 공유하는 정보 이외에 다른 정보는 없을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공장을 가동한다.

 

요즘처럼 고객의 니즈가 빠르게 바뀌는 시대에 고객이 긴급 주문을 내버리는 일은 다반사다. 그런데 이렇게 영업부서와 공장이 정보 공유가 되지 않는다면 그 회사가 과연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 살아남을 수도 있다. 다만 그로 인한 원가 상승, 업무 스트레스, 조직간의 불신과 공급망 참여자간의 불신은 오랜 시간 지속된다. 영업부서는 공장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공장이 협조하지 않아 장사 망하게 생겼다고 주장할 것이다. 이러한 긴급 주문을 영업부서가 전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받았을 지, 아니면 인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스스로 그것을 놓친 것인지, 아니면 영업부서가 자신의 실적을 위해 거래선에게 발주를 유도한 것인지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

 

중요한 것은 공장은 영업부서의 판매계획 변동에 어떻게든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 공장의 생산계획은 판매계획에 종속된 계획이기 때문이다. 공장은 사색이 되어 협력사에게 호통쳐서 철야 생산을 시켜서 자재를 조달하여 생산해 낼 것이다. 원가가 많이 들어가는 작업일 뿐 아니라, 영업부서도, 공장도, 협력사도 모두 불신만 키우는 작업이다. 무리한 배송을 해서 원가가 상승하면 연말에 상여금 잘도 나오겠다. 서로 머리 싸매고 공급망의 변동성을 점검해도 고객을 만족시킬까 말까 한 세상에 정보를 어떻게 잘 공유할까를 고민하고 답도 안 나온다면 공급망의 경쟁력은 그걸로 끝이다.

 

요즘 대부분의 시장은 다수의 인수합병을 거쳐 과점화됐다. 과점 시장에서는 거래선도, 납품업체도 소수다. 거래선에게 선택의 폭은 넓지 않고, 납품업체인 나 또한 상대하는 거래선이 많지 않다. 내가 치명적인 잘못을 하기 전까지는 거래는 유지될 것이다. 나만 실수해? 경쟁사도 실수한다. 경쟁사가 실수하면 그 다음 발주는 내 것이 된다 . 발전은 없이 현상은 유지할 것이다.

 

단 , 이거 하나는 기억하자 . 이제는 내가 생각하지도 않은 분야에서 나의 경쟁자가 나타나는 시대다 . 택배업체들이 설마 일개 소셜커머스 업체가 자신들의 경쟁자가 되리라고는 생각 안했을 것이다 . 그렇게 현상을 유지하다가 생각하지도 않은 경쟁자를 만나는 순간 , 그 기업은 끓는 물 안의 개구리처럼 서서히 죽어가겠지 . 

 

 

참 신기한 일이다. 필자는 IT 관련 업무를 했기 때문에 수많은 시스템 사용자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동일 기능을 사용해야 할 사용자가 여러 명인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일부 사용자가 바쁘거나 휴가로 사용자 교육을 못 받으면 이미 교육을 받은 동일 업무를 하는 사람들로부터 배우면 참 좋겠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물어본다. 처음에는 이들이 서로 안 친해서 그러는 줄 알았다. 안 친하기는! 점심 먹고 농담 따 먹어 가면서 주변 공원을 잘도 산책한다. 그래 놓고 사무실에 돌아가면 철저히 남남이다.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은 배워서 잘 하는데,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은 그걸 몰라서 여기저기 물어보느라 시간을 허비한다.

 

이러한 경향은 나의 노하우를 남에게 알리지 말라는 옛 회사 선배들의 말씀에 대한 오해에서 생겨나기도 한다. 그분들이 알리지 말라고 한 것은 본인만의 일하는 방식이지 회사의 업무 프로세스상 공유되어야 하는 정보를 공유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대학생들이 자신이 정리한 노트를 남에게 공유할 필요는 없지만, 팀별 과제를 할 때 자신이 맡은 자료를 납기 내에 다 요약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서로 친해도 이 정도면, 서로 안 친한 부서끼리는 정보를 공유할 리가 없다.

 

이러한 정보의 공유가 마치 IT 시스템이 미흡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어쩌면 더 문제다. 단언컨대 정보의 공유는 IT 시스템과는 전혀 상관없다. 정보 공유가 자신에게도 이익이 되고, 왜 필요한지를 알고 있으면 시스템 없어도 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렇게 인지하는 것은 회사 전체적인 공감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구성원 중 어느 하나라도 그것을 왜 해야 하는지, 그것을 하면 내가 무엇이 좋아지는지, 이런 얘기나 하고 있다면 그 회사의 공급망 떡잎은 안 봐도 샛노랗다.

 

.. 그리고 공급망 관리는 기본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겠다는 정신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제조업이 위기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 중 하나는 더 철저한 공급망 관리다필자는 여러 차례에 걸쳐 제조업이 위기라고 말했다

  



설창민

군 복무 전 우연히 하게 된 창고 알바를 계기로 물류에 입문, 아직 초심을 안 버리고 물류하고 살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 글을 쓸 때가 가장 행복해서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dcscully)를 운영하고 있고, 다양한 실무 경험으로 물류업계 종사자들의 삶과 애환을 독특한 시각과 필체로 써내려가는 것이 삶의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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