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송상화의 물류돋보기] 실패의 역사 속에서 바라본 물류 스타트업의 미래

by 송상화

2016년 01월 13일

물류스타트업송상화

물류스타트업, 실패의 역사를 통해 미래를 보다

글. 송상화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

 

who? 송상화

대구과학고를 졸업하고, KAIST 산업공학 학사, 석사, 박사를 마쳤다. IBM 기술연구소와 비즈니스컨설팅서비스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하다 2006년부터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에서 SCM과 물류 전략 분야 교육 및 연구에 힘쓰고 있다.

 

IDEA in Brief

온디맨드 비즈니스의 시대, 물류 서비스 혁신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고 고객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필요한 시간에 제공하는데 핵심 경쟁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파산한 웹밴(WebVan)과 코즈모닷컴(Kozmo.com)의 실패 사례를 바라보자면 지속가능한 온디맨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관리역량과 인프라투자를 필요로 한다. 웹밴과 코즈모닷컴의 실패의 역사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우후죽순 탄생하고 있는 온디맨드 물류 스타트업의 미래 성공전략에 대해 살펴본다.

 

온디맨드 비즈니스의 시대

카카오택시로 큰 성공을 거둔 카카오의 임지훈 대표는 2015년 10월 온디맨드(On-demand) 비즈니스를 카카오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적극 추진하겠다는 성장 전략을 발표하였다. 이 자리에서 임지훈 대표는 “온디맨드가 차세대 모바일의 키워드가 될 것이며, 카카오 택시 관련 비즈니스 이외에도 상상할 수 있는 모든 O2O(Offline to Online) 서비스를 검토하고 있다” 밝혔다.

 

소비자가 원하는 모든 것을 원하는 순간에 만족시켜주겠다는 비전 아래 온디맨드 서비스는 이제 비즈니스 모델의 문제가 아닌 생활의 방식을 완전히 바꾸는 혁신적 모델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기업들이 서로 치열하게 경쟁해 왔던 유통 산업이 아이폰에서 시작된 모바일 혁신 이후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서로 연계되는 산업 융합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유통 산업이 온라인의 낮은 가격과 오프라인의 고객 경험 간 경쟁이었다면, 온디맨드 서비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하나로 묶어 유통의 경쟁분야를 새로운 차원으로 이끌어나가고 있다.

 

유명 음식점과 연계한 배달 서비스, 세탁물 픽업 서비스, 1시간 내 특급배송 서비스, 장보기 대행 서비스 등 온디맨드 비즈니스 모델은 물류 프로세스의 혁신에 기반하여 우리 생활의 전 분야로 급속히 확장되고 있다. 오프라인에 다양한 자산을 보유한 오프라인 기업에게 있어서도 혁신적 물류 서비스에 기반한 온디맨드 비즈니스는 온라인 기업과 경쟁할 강력한 도구가 될 것으로 예측되며 연일 대규모 투자가 발표되고 있다. 온디맨드 비즈니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기업 모두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산업간 융합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온디맨드 물류 스타트업의 등장

온디맨드 비즈니스의 성공적인 시장 창출은 관련 스타트업의 기업 가치를 큰 폭으로 증가시키고 있다. CB인사이츠에 따르면 1조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은 스타트업인 유니콘 스타트업이 세계적으로 144개 이상이며, 이들의 기업가치 총액은 500조원을 넘는다. 우버(Uber)나 중국의 디디콰이디, 인도의 올라캡스(Olacabs)와 같은 온디맨드 택시 중심의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음식배달 서비스 어러머(Ele.me), 배송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스타카트(Instacart) 등도 온디맨드 스타트업으로 유니콘 스타트업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다.

 

인스타카트의 경우 코스트코(Costco), 타겟(Target), 홀푸드(Whole Foods) 등과 연계하여 소비자가 원하는 품목을 전문 인력들이 매장에서 픽업하여 소비자에게 1시간 내에 배달하는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2조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포스트메이츠(Postmates)는 유명 레스토랑의 음식을 배송해주는 음식 배달 서비스를 중심으로 물류 인프라를 구축한 후 월그린(Walgreens), 애플(Apple), 스타벅스(Starbucks) 등과 연계하여 오프라인의 상품을 당일 배송하는 서비스로 인스타카트에 도전하고 있으며, 2015년 6월 5억 달러의 가치를 인정받아 8천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였다. 음식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어대시(DoorDash) 역시 6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3천5백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하였다. 구글은 ‘구글익스프레스’ 서비스를 통해 반스앤노블(Barnes & Noble), 코스트코, 스테이플스(Staples), 타겟, 토이저러스(Toys’R’Us), 월그린, 홀푸드 등의 오프라인 제품을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물류 플랫폼을 구축하였다.

 

기업마다 세부적인 서비스에 차이가 있으나, 딜리브(Deliv), 도어맨(Doorman), Wunwun(What you need, When you need), 커브사이드(Curbside) 등 온디맨드 물류 비즈니스에 뛰어든 스타트업들은 소비자를 대신하여 빠른 시간 안에 편리하게 제품을 배달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형태의 온디맨드 물류 서비스 개발에 적극 노력하고 있다.

 

중국발 물류 스타트업 강세

중국 역시 O2O 비즈니스라는 이름으로 온디맨드 비즈니스 모델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중국 온라인 유통의 최강자 알리바바는 1조원을 투입하여 O2O 서비스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며, 오프라인 유통 기업인 수닝에 5.3조원을 투자하여 O2O와 물류 비즈니스를 선점하기로 결정하였다.

 

이 소식이 나오기 5일전 전자상거래 2위 기업 징동이 용훼이마트에 대한 8천억 원 수준의 투자를 결정한 바 있다. 이는 온라인이 오프라인 대비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풍부한 물류 자산과 오프라인 자원을 보유한 수닝과의 협력을 통해 O2O 비즈니스까지 1위가 되기 위한 알리바바의 선제적 투자로 알려졌다.

 

중국 1위의 음식 배달앱 어러머는 2015년 9월 3조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약 74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였다. 45분 이내 신속한 음식배달 서비스를 위하여 1만 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20만 명 이상의 파트타임 배송요원을 투입하고 있다. 중국의 온디맨드 물류 서비스는 텐센트의 지원을 받은 어러머와 바이두의 와이마이, 알리바바의 커우베이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 리옌홍 CEO는 서비스 및 오프라인 시장에서의 수익이 온라인 검색 광고 수익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측하며 “바이두의 미래는 검색이 아니라 O2O 서비스에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혁신적 물류 서비스는 온디맨드 서비스의 원활한 지원을 위한 필수 인프라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온디맨드 물류 스타트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물류스타트업에 대한 경고

그러나 온디맨드 물류 스타트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역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실리콘밸리의 유명 투자자 빌 걸리(Bill Gurley)다. 우버에 투자하여 막대한 이익을 남긴 벤치마크(Benchmark)의 파트너인 그는 테크크런치와의 인터뷰에서 “온디맨드 비즈니스 모델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며, 2000년대 초반 동일한 비즈니스로 파산한 코즈모닷컴(Kozmo.com) 등을 고려할 때 성공가능성이 희박할 것”이라 진단하였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연계된 온디맨드 물류 비즈니스를 새롭게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코즈모닷컴 사례를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이미 실패한 1시간 이내 배송서비스를 지속가능하기 어렵고, 온디맨드 비즈니스는 본질적으로 수익성이 낮다는 판단인 것이다.

 

또 그는 “온라인에 최적화된 아마존의 경우 모든 프로세스를 최적화하여 비용을 낮추고 있지만,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계하는 온디맨드 물류는 높은 비용을 유발할 것”이라 전망하였다. 구글의 구글익스프레스 역시 구글의 전략적 방향성을 온디맨드 비즈니스로 바꾼 것이 아니라 검색 트래픽 확보를 위한 방어적 전략이며, 소비자들이 상품 검색 시 아마존에서 먼저 찾아본 후 구글에서 검색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한 우려에서 시작된 ‘아마존 대항 서비스’라고 본 것이다. 그는 “이것이 실리콘밸리에서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버블 끝으로 다가갈수록 수익이 낮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렇다면 과연 온디맨드 물류 비즈니스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빌 걸리의 지적처럼 실패로 끝난 코즈모닷컴과 웹밴의 비즈니스와 오늘날의 온디맨드 물류 비즈니스가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일까? 우리는 실패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고 있는가?

 

신선식품계의 아마존(?), 그 화려한 실패

1996년 루이 보더스(Louis Borders)는 온라인을 통해 신선식품을 유통하게 된다면 고품질의 서비스를 낮은 비용에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 속에 웹밴을 창업하였다. 전통적 오프라인 신선식품 유통은 오프라인 매장 및 높은 재고수준을 유지하는데 큰 투자가 필요하다. 게다가 물류창고를 거쳐 매장으로 상품이 운송되는 과정에서 품질 역시 저하된다. 루이 보더스는 이 점에 착안해 대규모 물류센터에 기반한 온라인 신선식품 유통이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소비자 역시 신선식품 구매를 위해 매장을 방문하여 불필요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기 때문에 온라인을 통해 손쉽게 주문하고, 소비자가 지정한 30분 범위의 시간대에 배송을 완료할 수 있다면 신선식품 유통의 틀을 바꿀 수 있으리라 판단한 것이다. 웹밴의 고객들은 온라인을 통해 미리 주문을 하게 되므로 오프라인 매장과 달리 고객의 주문 패턴을 미리 파악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수요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고 물류 프로세스를 최적화하여 낮은 비용으로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보더스는 성공적인 시스템 운영을 위해 정보시스템과 자동화된 물류센터, 효율적 운송 시스템 구축에 노력하였고, 물류센터 구축을 위해 물류센터별 3천5백 만 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였다. 신선식품 유통에 필요한 공간 이외에 여유 공간을 확보하여 신선식품 유통뿐만 아니라 일반 상품 유통으로의 확장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또한 전체 시스템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외부의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인 엔지니어링 및 소프트웨어 팀을 운영하여 기술력 확보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웹밴의 물류 인프라 운영 역량은 당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되었으며, 옵튬(Optum)사와 협력하여 물류센터 운영 알고리즘을 최적화하였고, 데카르트 시스템즈(Descartes Systems)와의 협업으로 배차 및 배송 최적화 시스템을 자체 개발하였다. 고객의 복잡한 주문에 대응하기 위하여 물류센터 내부 시설의 혁신에도 노력을 기울였고, 소수의 인원으로 대규모 주문에 대응할 수 있도록 캐로젤(Carousel) 시스템을 자체 개발하였다. 하나의 물류센터에 평균 12개의 대규모 캐로젤 시스템을 배치하고, 각각의 캐로젤은 7500개의 보관 장소를 가지고 있어 다양한 제품을 보관할 수 있었다. 자동화된 물류센터 운영과 허브앤스포크(Hub-and-Spoke) 방식의 운송네트워크를 구축하여 2002년까지 미국 내 26개의 도시를 서비스하는 신선식품 유통의 아마존이 되기 위해 노력하였다.

 

웹밴의 온라인 신선식품 유통 비즈니스 모델은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고, 야후, 골드만삭스 등으로부터 4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투자받은 후 1999년 기업공개로 4억 달러를 추가 조달하는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48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며 승승장구하던 웹밴은 2002년 파산하게 된다. 매출은 생각보다 늘지 않았고, 시스템 혁신을 위한 투자는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닷컴 버블이 꺼지며 추가적인 투자 유치가 어려워지자 더 이상 비즈니스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파산 당시 야심차게 투자한 물류센터는 25~30% 수준만 이용될 정도로 투자 대비 매출의 증가 속도가 낮았다. 이후 웹밴은 코즈모닷컴과 함께 닷컴 버블의 상징이 되었고, 비용 대비 효율적 온라인 신선식품 유통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만들어내게 된다.

 

코즈모닷컴, 비용에 잠식당하다

1998년 한국계 조셉박(Joseph Park), 용 강(Yong Kang)이 창업한 코즈모닷컴은 비디오, 잡지, 서적, 음식 등을 1시간 내에 배달한다는 혁신적 개념으로 아마존과 스타벅스 등으로부터 2천5백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하였다. 주문 후 1시간 내에 미국 내 대도시들에서 원하는 제품을 배송해준다는 개념은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아이디어였고, 온라인 유통의 개념을 뒤흔들 파괴적 혁신으로 간주되었다. 이를 위해 코즈모닷컴은 도시 곳곳에 소규모 물류센터를 설치하여 재고를 확보하였고, 자전거, 스쿠터, 소형트럭 등을 활용하여 제품을 최종 고객에게 배송하였다. 그러나 1999년의 매출은 350만 달러였던 반면 순손실은 2천6백만 달러에 달했고, 기업공개를 통해 추가적인 자금을 유치하려 하였지만 닷컴버블의 붕괴와 함께 파산하고 말았다.

 

코즈모닷컴은 자동화된 첨단 물류창고와 운송 시스템을 개발했던 웹밴에 비해 물류시스템의 혁신은 부족하였지만, 최소 주문단위가 없고 오후 3시 이전 주문 시 배송비용도 무료로 제공함에 따라 얼리어답터와 젊은 고객층에 빠른 속도로 파고들 수 있었다. 서비스가 보편화되면 빠른 배송시간에 대한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프리미엄 고객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많은 고객들이 호기심에 DVD와 아이스크림을 주문하여 소규모 주문은 큰 폭으로 증가한 반면 배송인력에 시간당 9달러의 기본 인건비 및 배송 당 1달러의 추가 인센티브, 의료보험을 제공하는 등 과다한 비용 지출로 인해 외부의 추가적인 투자없이 자체 수익으로 서비스를 지속하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결국 웹밴과 코즈모닷컴 모두 시대를 앞선 서비스라는 평가를 받으며 역사 속으로 퇴장하고 말았다.

 

실패의 역사에서 배우는 교훈

오늘날 온디맨드 물류 스타트업들에게 웹밴과 코즈모닷컴의 실패의 역사는 그 자체로 훌륭한 교재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아마존은 웹밴의 비즈니스 모델에 착안하여 ‘아마존프레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시 웹밴의 고위임원이었던 더그 해밍턴(Doug Herrington), 믹 마운츠(Mick Mountz) 등 4명의 전직 웹밴 인력들을 채용하여 서비스 기획부터 운영까지 전체 프로세스를 담당하게 하였다. 믹 마운츠는 웹밴에서의 실패를 거울삼아 MIT와 함께 새로운 물류 로봇 개발에 나섰고, 이것은 키바 시스템즈(Kiva Systems)의 창업으로 연결되었다. 아마존의 자포스(Zappos) 인수 후 자포스에 성공적으로 적용되었던 키바의 물류 로봇은 역시 아마존으로 인수되어 2015년 3만대 이상의 키바 로봇이 아마존의 물류센터에서 활용되고 있다. 결국 실패한 웹밴의 기술이 아마존 물류 혁신의 기반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실패의 역사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물류인프라에 대한 대규모투자는 항상 정답이 아니다

첫째, 물류 비즈니스는 규모의 경제 달성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지만, 수요의 높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대규모 투자가 오히려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웹밴이나 코즈모닷컴 모두 고객의 수요를 즉시 만족시킬 수 있는 물류 인프라 구축을 위하여 천문학적인 자금을 지출하였다. 웹밴 물류센터의 상징과도 같은 캐로젤 시스템 역시 대규모 주문이 몰리더라도 추가 인원 투입 없이 캐로젤이 움직여 제품을 피킹 작업자에게 전달함으로써 주문 처리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으로 기대되었다.

 

하지만, 유통에 있어 고객 주문은 시기에 따라 변동 폭이 크고, 웹밴과 같이 서비스를 새롭게 시작하는 기업에게는 매출 증가속도의 불확실성이 높아 고객 수요가 일주일 내내 시간대별로 큰 폭으로 변동될 수 있다. 이런 경우 고객 수요의 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도 비용을 낮추는 자동화가 필요하지만, 웹밴의 캐로젤 시스템은 최대 주문량을 기준으로 설치가 된 후 고객 주문이 적정 수준에 오를 때까지 불필요한 운영비용이 지출되는 형태였다. 즉, 고정비가 높은 반면 변동비가 낮아 고객 주문이 최대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주문 당 물류처리비용은 높을 수밖에 없고 최소 운영비용은 최대 운영 시에만 달성 가능하였다. 그리고 실제 웹밴의 물류센터들은 파산하기 전까지 설계 용량의 25~30% 수준에서 운영되어 물류비용이 높아지는 원인이 되었다.

 

코즈모닷컴의 경우 1시간 이내 배송을 위한 소규모 물류센터를 곳곳에 배치하고 여기에 재고를 보유함에 따라 투자비용이 급격히 상승하였다. 더욱이 하루 중 주문은 특정시간에만 몰리기 때문에 배송인력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어려웠다. 반면, 키바 시스템즈의 로봇 기반 피킹 시스템은 고객 주문의 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개념을 적용하여 개발되었다. 키바 시스템즈의 믹 마운츠는 웹밴 캐로젤 시스템의 문제점을 벤치마킹하여 기존 고정된 형태의 시스템을 로봇과 로봇에 의해 운반되는 선반으로 분리된 유연한 시스템으로 재설계하고, 고객 수요에 따라 로봇과 선반을 상황에 따라 임대하는 방식으로 고객 수요의 변동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재설계하였다. 대규모 수요의 급격한 변동에 대한 대응전략을 고심하던 아마존에게 키바 로봇은 유연한 자동화라는 새로운 개념을 보여줬고, 아마존은 키바 시스템즈 인수에 8천억 원을 투입하게 된다. 실패의 역사는 우리에게 고객 수요의 불확실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유연한 자동화 전략’의 도입을 역설하고 있다.

 

비용의 매출 잠식을 주의하라

둘째, 온디맨드 비즈니스의 경우 서비스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커진다 하더라도 비용 증가 속도가 매출보다 더 급격하게 빨라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페이스북이나 구글과 같은 IT 플랫폼은 일정 수준 이상의 고객을 확보한 이후 고객 수요가 증가하더라도 비용은 크게 증가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어차피 IT 시스템 개발에 필요한 인력은 일정 수준으로 고정되어 있으므로 새로운 서비스에 진출하지 않는 한 기존 서비스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비용은 고정되어 있고, 매출 증가는 그대로 수익에 반영되는 것이 플랫폼 비즈니스의 장점이었다.

 

하지만 실물의 흐름을 동반하는 온디맨드 비즈니스에서는 매출증가 시 비용도 함께 증가하거나 오히려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날 수 있다. 소셜 및 로컬 커머스의 원조인 그루폰의 경우 처음 기업공개에 나섰을 때 유통의 미래라는 찬사와 함께 26달러에 거래가 시작되었으나, 2015년 현재 공모가격의 10%인 2.7달러 수준으로 주가가 하락했다. 이는 로컬 커머스의 특징에서 기인하는데 더 많은 지역 상점들을 서비스에 가입시키기 위하여 더 많은 영업 인력들을 현장에 파견해야 했고, 이에 따라 매출 증가가 그대로 비용으로 연결되는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 되었다.

 

우리가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서비스의 확대 이후 특정 시점에서 운영 전략을 재점검하고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웹밴이나 코즈모닷컴의 전직 임원들도 각종 인터뷰에서 너무 빨랐던 확장 전략에 대해 주의해야 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수요의 밀도보다 ‘유연성’

셋째, 규모와 범위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수요의 밀도(Demand Density)도 고려해야 하지만 이는 시장 진출에 방해가 될 수 있다.

 

한꺼번에 모든 지역을 서비스하면서 동시에 개별 지역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것은 대규모 투자를 동반한다. 이에 따라 웹밴이나 코즈모닷컴 모두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는 전략을 도입하였다. 차량 공유 서비스로 유명한 미국의 집카(Zipcar) 역시 초기 사업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하여 정작 필요할 때 가용가능한 차량이 멀리 위치해 있는 등 서비스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대학교를 중심으로 특정 지역에 대한 집중적 투자를 통해 수요 밀도를 높여 규모와 범위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었고, 이후 인접지역으로의 확장 정책을 통해 서비스 품질을 대폭 향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지역별 차등 진출 전략은 필연적으로 진출하지 않은 시장을 경쟁자에게 내주는 부작용이 있다.

 

이에 따라 웹밴이나 코즈모닷컴 모두 지역별 진출 전략을 도입하되 최대한 빠른 속도로 확장하는 전략인 GBF (Getting Bigger Faster) 전략을 선택하였다. 이것은 인터넷 비즈니스의 핵심 전략으로 경쟁자가 나타날 수 없도록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인접 지역으로 진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성상 기술적 차별화 보다는 네트워크 효과가 더 큰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예를 들어 2009년 왓츠앱이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북미시장에서 시장을 창출하는 동안 아시아 시장은 카카오와 라인이 각각 주류 서비스로 등장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인터넷 비즈니스는 모방이 불가능할 수준의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전체 시장을 장악해야 한다는 것이 성공의 불문율이었다. 웹밴과 코즈모닷컴 모두 GBF 전략에 따라 수요밀도가 높은 지역부터 시장을 빠른 속도로 확장하였지만, 결과적으로 빠른 확장에 따른 투자 대비 매출 증대 속도가 낮아 파산의 직접적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때문에 물류스타트업은 비록 일부 시장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기술력과 브랜드 평판을 확보하며 시장을 확대하는 단계별 전략의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 일단 기술력과 평판을 확보하고 나면 추후 새로운 시장에 진입할 때 긍정적 효과로 작용할 수 있고, 현재 1등을 차지한 시장에서의 우위를 확실히 지킬 수 있게 된다.

 

 

빠른 배송은 정답이 아니다

넷째, 고객의 요구사항은 사람마다 다르며, 모든 사람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시스템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코즈모닷컴은 1시간 이내 배송으로 온라인 유통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비전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1시간 이내 배송을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웹밴 역시 30분의 타임윈도우(Time window)를 통해 고객에게 최상의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였지만, 고객의 우선순위는 배송서비스뿐만 아니라 쇼핑에서 얻게 되는 선택의 즐거움이나 여가를 보내는 개념에서의 오프라인 매장 방문에도 있다는 점을 간과하였다. UPS의 북미지역 시장조사에서도 배송비가 무료일 경우 5일 이상 기다리겠다는 고객이 85%나 되었다는 점은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준다.

 

오늘날 대부분의 온디맨드 물류 서비스가 당일배송이나 1시간 이내 배송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정작 고객은 이에 대한 준비가 덜 되어 있다. 포브스의 분석에 따르면 기본배송(Standard shipping) 옵션 대비 익일배송(Next-day Shipping)으로 변환할 경우 운송비용이 4배 더 들어가고, 미국 내 익일배송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최소 35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운영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35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이미 확보한 아마존은 익일배송 서비스에 평균 5달러의 운송비를 지출하는 반면 1-2개의 통합물류센터만을 가진 소규모 업체는 27달러의 운송비를 지출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즉, 최상의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투자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이해하고, 해당 서비스에 적합한 고객을 정확히 타겟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웹밴의 물류 부분 임원이었던 개리 달(Gary Dahl) 역시 의미있는 소규모 고객 그룹에 서비스 역량을 집중하지 않고 서비스 대상을 큰 폭으로 늘렸던 과거의 전략에 대해 아쉬워했다.

 

온디맨드 비즈니스 모델을 선도하는 우버의 경우 실시간 피크타임 요금제를 통해 고객 수요에 따라 요금을 적절히 통제함으로써 수요와 공급을 동기화시켰다. 반면, 카카오택시는 수요와 공급간 정보만을 동기화하고 가격을 조정하지 않음으로써 피크시간대에 프리미엄을 지불하더라도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고객과 그렇지 않은 고객이 차별화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피크 타임에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결국 “one size fits all”과 같은 만능형 서비스 운영보다 고객별로 차별화된 비즈니스모델을 운영하는 것이 온디맨드 물류 스타트업의 핵심 전략이 되어야 할 것이다. 피크시간대 1시간 내 배송을 원하는 고객이라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지 않을까? 반면 서비스 가격을 낮춰준다면 미리 예약하고 기다리려는 고객 역시 존재할 것이다. 인스타카트는 상품의 가격에 물류비용을 반영하여 다른 곳보다 다소 비싼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해당 서비스의 품질에 대한 만족이 우선순위였기 때문에 수익성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이 개별 비즈니스의 핵심 고객이 누구인가에 대한 근본적 고민을 바탕으로 해당 고객 그룹에 적합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성공의 핵심이 될 것이다.

 

모든 소비자가 혁신에 익숙한 것은 아니다

다섯째, 새로운 방식의 구매 프로세스에 소비자들이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린다.

 

웹밴은 고객들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보내는 시간을 낭비라고 해석하여 편리한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고객 유치가 원활할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실제 고객들은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사용자 경험에 높은 우선순위를 두고 있었다. 단순히 빠르고 낮은 비용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랜 기간 동안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고르고 흥정하던 소비자의 생활방식을 완전히 통합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고 공격적인 시장 확대 및 인수합병에도 불구하고 1인당 매출액 및 매출총액의 증가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코즈모닷컴 역시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구매 프로세스를 바꾸고자 하였으나, 이러한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들에게 새로운 방식의 프로세스를 제공하는데 한계를 느꼈다. 서비스 공급자 입장에서는 오랜 기간 서비스를 개발하며 해당 서비스에 대해 익숙해지는 과정을 겪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관행을 무시하고 새로운 서비스에 적응하는 과정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애플이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를 출시할 때마다 많은 비평가들은 기능이나 스펙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냈지만, 소비자의 삶에 물 흐르듯 녹아든 사용자 환경은 해당 제품들의 성공을 보장하였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보다 편리한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내야 한다.

 

물류스타트업의 미래를 바라보며

2000년대 초반 온디맨드 물류 서비스의 기록적인 실패 사례는 오랜 기간 동안 관련 서비스의 개발을 막는 부정적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개별 사례에 대한 세밀한 분석 결과 온디맨드 물류 서비스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당시의 IT환경, 소비자의 기대 수준, 물류 인프라 수준 등에서 발생한 문제도 실패의 중요한 원인이었다. 오늘날에는 과거와 달리 PC가 아닌 스마트폰을 통해 고객에 대한 보다 많은 데이터 확보가 가능해졌고, 과거보다 더 정교해진 관리 역량, 도심지역을 촘촘히 연결하는 물류 인프라의 구축으로 우리 생활에 보다 밀착한 형태의 온디맨드 물류 서비스 혁신이 가능해졌다.

 

소비자의 요구사항이 다양화됨에 따라 심야 배송이나 새벽 배송, 주말 배송, 1시간 내 배송, 보관대행 등 기존의 물류 서비스가 제공하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에도 소셜커머스의 선두주자 쿠팡이 소프트뱅크로부터의 투자 유치 후 물류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로켓배송이라는 물류 서비스로 가격경쟁이 아닌 배송 품질 경쟁을 촉발하였고, 배달의 민족은 주문 수수료를 없애는 대신 덤앤더머스 인수 후 배민프레시 서비스를 시작하여 음식 배달에 있어 새로운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메쉬코리아는 이륜차 기반 온디맨드 물류 플랫폼을 통해 퀵서비스에서 당일 배송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고, 허니비즈는 생활편의대행서비스 띵동을 통해 세상의 모든 것을 배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오프라인 기업인 롯데그룹 역시 옴니채널 전략 하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상호 연계된 융합형 유통물류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고, 이마트는 온라인 마트를 위한 물류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바야흐로 온디맨드 물류 서비스의 혁신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과연 빌 걸리의 진단처럼 수익성 낮은 실패한 서비스의 재현이 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생활의 프로세스로 자리 잡게 될 것인지 그 결과는 곧 나오게 될 것이다.

 

2000년대 초반의 웹밴과 코즈모닷컴과 달리 오늘날의 기업들은 과거의 실패 사례에서 얻은 교훈과 스마트폰,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데이터에 기반하여 좀 더 성공에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해당 기사는 CLO 통권 66호(12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일부 발췌했습니다

 

 

 



송상화

한국지역난방공사, 홈플러스그룹, POSCO, CJ대한통운, 현대엠앤소프트 등 제조, 유통, 물류 분야의 기업들과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하였고, 삼성전자, LG전자, CJ제일제당, 한국능률협회컨설팅, 한국생산성본부, 국군수송사령부 등과 함께 SCM 및 물류혁신 관련 교육을 진행하였다. Marquis Who's Who, IBC 등 인명사전 등재 및 논문상을 수상하였으며, 현재 관심분야는 SCM 최적화, 물류 및 유통 혁신, 위치 기반 서비스 및 네비게이션 최적화 등이 있다.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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