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스타트업 실패 방정식, 그들은 왜 무너졌을까

'지속가능한 성장'에 실패한 물류 & O2O 스타트업

스타트업은 왜 망하는가? 실패한 스타트업의 8가지 공통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을 위해 필요한 스타트업 성공요인 분석

글. 송상화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

Idea in Brief

최근 몇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물류, SCM 분야를 혁신하고자 스타트업 창업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그 중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시장에 안착시킨 이들은 얼마 없다. 최근에는 시장에 관심과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업체들이 서비스를 중단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기도 하다. 왜 그들은 무너졌을까. 실패한 스타트업들의 공통점을 살펴봄으로, 스타트업 성공을 위한 전략적 방향을 고민해본다.

지난 3월 온디맨드 배송 스타트업 쉽(Shyp)이 문을 닫았습니다. 2015년 창업 이후 셔틀(Shutl)로부터 710만 달러, 태스크래빗(Task Rabit)으로부터 4,9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고, 한 때 기업가치가 2억 5,000만 달러에 달할 정도로 잘 나가던 그 쉽 맞습니다. 이 기업이 창업 3년을 넘기지 못하고 무너졌습니다.

쉽은 지역 상점의 물건을 배송하고, 음식을 배달하는 등 각 가정에서 즉시 배송을 원하는 상품은 무궁무진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온디맨드 배송 시장은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쉽은 ‘수익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데 한계를 느꼈고, 더욱이 1회 배송에 5달러의 수수료를 받는 비즈니스모델은 기본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았습니다. 쉽의 창업자 케빈 기븐(Kevin Gibbon)은 테크크런치와 인터뷰를 통해 서비스 지역을 늘리기 위한 투자가 과도했고, 200년 이상 된 배송 생태계를 혁신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습니다.

2017년 10월에는 택배배송 스타트업 도어맨(Doorman)이 문을 닫았습니다. 택배 수령에 어려움이 있는 고객들을 대신해 택배를 수령한 다음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택배를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던 업체입니다.

도어맨은 월정액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수익을 창출하지 못했고, 급증하는 비용을 통제하지 못했습니다. 고객별 월간 온라인 쇼핑 횟수를 고려하여 서비스 요금을 책정했지만, 도어맨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서비스 가입 후 쇼핑횟수를 2배나 늘릴 정도로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였고, 이는 곧 도어맨의 운영비용 증가로 다가와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 것입니다.

최근 물류와 SCM 분야에서 스타트업 창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과 서비스가 등장하여 물류산업 전반의 혁신을 이끌어내고 있음도 분명합니다. 하지만 스타트업들의 혁신적 기술과 비즈니스모델에 불구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만드는 데는 어려움을 겪는 모습입니다. 물류산업의 특성상 투자 및 운영비용이 크게 투입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감안하면, 큰 폭으로 성장하는 스타트업도 성공적인 엑싯(Exit)을 보장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실패한 스타트업들의 사례를 통해 스타트업의 성공 조건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시기입니다.

스타트업은 왜 망하는가

CB인사이츠는 최근 <실패한 스타트업의 20가지 특징>*이라는 글을 게시했습니다. 101개 스타트업의 실패 사례를 분석하여 실패한 스타트업의 공통점을 찾아낸 것입니다. 그 중 중요한 시사점 8가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시장 니즈가 없는 서비스

실패한 스타트업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시장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흥미로운 문제, 흥미로운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입니다.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이나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창업자들이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던 분야에 집중하게 됨으로써 시장을 찾을 수 없었던 경우입니다. 각각의 스타트업이 가진 강점, 기술이나 노하우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제공함에 따라 시장이 원하는 서비스를 만들지 못한 것입니다. 자신의 강점을 바탕으로 시장을 찾아간다면 시장이 원하는 서비스와 정확히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경우에 따라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과도한 믿음으로 기존 시장의 구조나 가치를 무시하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시장이 혁신적 아이디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는 자주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와 창업자가 흥미를 느끼는 서비스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② 운영 자금 고갈

실패한 스타트업들의 두 번째 공통점은 운영 자금을 더 이상 확보하지 못해 서비스를 접었다는 것입니다. 시장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충분한 수익성을 창출하지 못하면 운영 자금 고갈로 서비스를 멈출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왜 운영 자금이 고갈되었는지 아는 데 있습니다. 운영 자금 고갈의 원인은 크게 매출 대비 비용이 더 높거나, 투자받은 자금을 적절한 곳에 투입하지 못한 경우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매출 대비 비용이 더 높은 것은 초기 스타트업들에게 불가피한 면이 있습니다. 특히, 물류산업의 경우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때까지 지속적인 서비스 확장 및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기에 운영 자금 고갈로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마존과 같은 기업도 온라인 및 오프라인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매년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창업 이후 최근까지 유통 및 물류 분야에서의 수익성은 여전히 좋지 않습니다. 초기 스타트업의 수익성 악화는 그 자체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서비스를 지속해나갈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③ 적절한 팀 구성 실패

창업팀을 제대로 구성하지 못할 경우 스타트업의 성장은 어렵습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력들로 초기 창업팀을 구성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다양한 배경이 오히려 서로에 대한 이해 부족 등 적절한 팀 구성을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스타트업은 창업 초기 좋은 인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습니다. 기업을 구성하는 각각의 기능을 담당할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이 과정에서 팀 구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혼란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④ 치열한 경쟁

기업은 본질적으로 경쟁 과정의 차별화를 통해 성과를 창출합니다. 창업가의 혁신적 아이디어가 스타트업 창업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경쟁자들 역시 아이디어를 따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특허에 기반 한 배타적 기술 창업과 달리 대다수의 물류, SCM 분야 스타트업은 혁신적 아이디어, 비즈니스모델,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렇기에 경쟁이 없던 시장이라도 일정 수준의 성과를 창출할 경우 경쟁자들이 손쉽게 해당 서비스를 따라할 수 있습니다. 치열한 경쟁을 돌파할 차별화 요소를 처음부터 고민하지 못한다면 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할 것입니다.

⑤ 서비스 수익구조 설계 미흡

배타적 기술 창업을 통해 독점적 사업 구조를 만들지 못한다면 매출과 비용 구조 설계에 따른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이 따릅니다. 경쟁기업 및 고객의 기존 관행을 고려할 때 매출 확보를 위한 가격 정책 설정에 제한은 있겠습니다. 그러나 정작 서비스 운영에 따른 비용은 통제를 벗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고객 수요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인프라 투자에 고정적 비용이 투입될 경우 수익성 확보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물류 산업은 네트워크 산업의 특성상 인프라 투자가 필수적이기에 가격 정책, 비용 통제와 같은 서비스 수익구조 설계가 더욱 어렵습니다.

⑥ 초기 마케팅의 난제

대부분의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 아이디어에 기반 하여 창업을 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초기 고객 유치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혁신적 상품, 혁신적 서비스를 다른 말로 얘기하면 고객들이 해당 기술이나 서비스를 잘 모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존의 관행적 업무 프로세스, 기존의 습관을 바꾸고 새롭고 혁신적인 서비스와 기술에 적응하는 과정은 고객에게도 어려운 일입니다. 경우에 따라 고객은 해당 기술이나 서비스 자체를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물론 스타트업 창업자는 오랜 기간 고민 끝에 서비스와 기술을 만들게 되므로 그 사용법이나 가치,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고객은 그럴 시간도 없고 의지도 없습니다. 어떤 면에서 고객은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이런 수동적 고객에게 서비스와 기술을 설명하고 가치를 이해시키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은 초기 스타트업 성장의 한계가 되고 있습니다.

⑦ 초점을 놓친 과도한 다변화

혁신적 아이디어로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내더라도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다양한 유혹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객의 목소리, 멘토의 조언을 듣는 과정에서 이런 저런 추가 기능 개발이 요구될 수 있습니다. 초기 스타트업의 자금 여력과 시간을 고려할 때 초점을 놓친 서비스 및 기능 다양화는 제한된 자원을 소모하는데 기여하게 됩니다.

이 때 주위의 얘기를 듣지 않고 처음 고민했던 문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하지만, 특정 기능이나 서비스에 과도하게 초점을 맞출 경우 시장이 요구하는 기능 및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합시다. 결국 초점 유지와 다양화 사이의 균형이 필요합니다.

⑧ 창업자의 번아웃과 열정 상실

많은 창업자들이 처음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서비스와 기능을 혁신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열정과 노력을 쏟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사람은 지치게 되고, 열정을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혁신적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꾼다는 사명감이 과도할 경우 일과 가정의 균형과 같은 균형 잡힌 삶을 포기하게 만듭니다. 속칭, 월화수목금금금을 지속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창업은 마라톤과 같은 과정인데 100m 달리기를 지속하게 되면 그 끝에는 번아웃과 열정 상실이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고난의 과정... 어떻게 성공할 것인가

스타트업 실패 원인들을 살펴보자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시장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면 초점을 잃고 이것저것 기능을 추가한 그저 그런 서비스로 바뀔 가능성이 있습니다. 운영 자금 고갈을 막기 위해 보수적인 투자 및 성장 계획을 세울 경우 치열한 경쟁에서 차별화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적절한 팀 구성을 위해 전문가들로 팀을 구성할 경우 초기 운영자금 소모를 피할 수 없습니다.

결국 전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미리 예상하고 균형 잡힌 적절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그렇다면, 스타트업 실패원인을 바탕으로 해결방안을 찾아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해결방안이 있다면 스타트업이 실패할 리가 없겠지만,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스타트업의 성공 요인>*이라는 기사를 통해 다음과 같이 조언합니다.

① 잘 아는 분야에서 창업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잘 아는 분야에서의 창업이 필수적입니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성공이나 실패가 아니라 배우려는 태도에 있습니다. 성공적인 창업자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문제를 개선한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연쇄 창업자의 성공 확률이 더 높다고 하네요.

② 아이디어보다 창업팀 구성이 먼저

아이디어나 비즈니스모델 혁신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떤 사람들과 함께 하느냐에 있다고 합니다. 스타트업을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아이디어와 비즈니스모델은 지속적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신뢰와 협력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는 좋은 팀을 구성하는 것이 기본이 됩니다.

③ 약간의 행운

성공을 하기 위해선 약간의 행운은 필수라고 합니다. 지나가다 우연히 만난 투자자를 통해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기도, 짜투리 시간에 개발해 둔 서비스가 대박을 치기도 합니다.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우연이 성공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④ 인적 네트워크를 무시해선 안된다

스타트업 성장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전문가 네트워크를 얼마나 잘 구성하는가에 있다고 합니다. 매일 저녁 누군가와 술자리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전문가 그룹과의 지속적인 관계 형성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⑤ 투자자의 조언은 생각보다 가치가 없다.

스타트업의 가치를 알아보고 투자한 투자자들이겠습니다만, 투자자로부터의 조언을 무조건 따를 필요는 없습니다. 투자자와 협력은 당연히 필요한 요소이지만, 성공적 창업을 이끈 스타트업 창업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투자자로부터의 조언에 너무 귀를 기울이진 말라고 조언했습니다.

스타트업 창업은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그렇기에 정해진 답도 없고 모든 것이 막막한 과정입니다. 물류산업에 뛰어든 스타트업이라면 더욱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류는 실제 무언가를 움직이고 보관하는 과정에서 인프라 투자가 불가피하고, 여러 기업이 협력하여 네트워크를 구성해야 하기에 개별 스타트업의 노력만으로 비즈니스 관행을 바꾸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적 물류산업을 디지털 기반의 혁신적 산업으로 바꾸는데 있어 스타트업의 역할은 너무나 중요하다고 인식됩니다. 스타트업의 실패원인을 명확히 인식하고 균형을 통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 나감으로써 국내에서도 더욱 다양한 스타트업을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