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기사는 CLO 통권 65권(11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일부 발췌했습니다
물류의 시대, 공급사슬의 재설계(Re-Design)가 필요할 때
글. 이병휘 켈로그 디맨드 플래너
Idea in Brief
산업간 경계가 무너짐에 따라 기업의 차별화 전략으로 물류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환경 속에서 여전히 물류는 ‘비용절감’의 영역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물류영역에 진출한 지금, 이러한 새로운 개념과 연계한 새로운 개념의 물류사슬을 디자인해봐야 될 때가 아닐까. 서비스 개념의 물류가 평준화되는 어느 시점에서 그 비용은 가격에 적용되어 ‘가격경쟁력’이라는 새로운 차별요인으로 변화될 수 있다. 요즘 가장 핫한 트렌드가 물류라면 이제는 우리도 그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해야 될 때이다.
최근 세계유통업계에서 가장 핫한 뉴스 중 하나는 아마도 ‘월마트의 내년도 순이익 전망치 하향 조정’이었을 것이다. 사실 월마트는 약 2조원에 달하는 온라인 유통역량 강화에 대한 투자 및 4곳의 온라인 주문 전용센터의 설치 계획을 준비하고 있었음에 불구하고 주가는 약 9%까지 떨어졌다. 오프라인 유통의 대명사이자, 제품 구매력을 무기로 낮은 가격을 보장하는 이른바 ‘Every Day Low Price’의 출발점이었던 월마트는 온라인 유통업체의 홍수 속에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물론 월마트가 전통적인 브릭앤클릭(Brick & Click) 업체 중에서는 온라인유통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며 앞선 행보를 보여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월마트가 홈디포(Home Depot) 등에서 보여주는 온라인 주문 후 물류센터에서 물건을 찾아가는 개념의 O2O서비스 자체에는 많은 진전을 보여주지는 못한 것 또한 현실이다.
공유경제의 전설처럼 버티고 서있는 우버(Uber)는 작년부터 시행한 ‘우버러쉬(UberRush)의 테스트를 끝내고 4개 도시에 해당 서비스를 정식으로 오픈했다. 사실 우버는 이미 우버이츠(Uber EATS)와 우버코너스토어(Uber Corner store)를 서비스하고 있지만, 이번 정식오픈은 우버가 차량과 자전거, 도보를 결합한 라스트마일딜리버리(Last-mile delivery)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아마존은 프라임 나우에 이어 대중을 활용한 배송 서비스인 아마존 플렉스(Amazon Flex)를 시작했다. 배달 서비스조차 하지 않던 음식점과 동네 슈퍼들은 이제 손쉽게 온라인으로 비지니스를 확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 쇼핑의 결제와 배송간의 간극은 더욱 짧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마트는 신세계닷컴(ssg.com)을 필두로 모든 유통채널의 사이트를 통합 운영하고 있으며, 동시에 오프라인 매장의 고객 트래픽을 집중하기 위한 ‘이마트타운’ 또한 오픈했다. 홈플러스는 오픈마켓 플랫폼의 대표 격인 지마켓과 11번가에 당일배송을 무기로 입점했다. 여전히 자체 홈페이지가 메인이지만, 트래픽을 늘리기 위한 방책으로 온라인 유통업체와 협력을 시작한 것이다. 쿠팡과 티켓몬스터 등 소셜커머스 업체 또한 당일 배송을 위한 물류센터를 확장하고 있으며, 기존의 오픈마켓 업체들도 자체 물류 비중을 증가시키며 물류 서비스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요기요와 배달의 민족을 필두로 배달업체들의 온라인화를 이끌었던 스타트업들은 이제 배달을 넘어 라스트마일 영역을 주도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오프라인은 온라인으로, 온라인은 오프라인으로 그 사업 영역은 확장되었으며, 그 방법론적인 해결책의 선두에는 물류가 있다.
쿠팡의 로켓배송을 예로 들어보자. 로켓배송은 건당 약 5천원의 적자가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통적인 물류 운영 방식을 기반으로 생각해 보자면, 로켓배송은 운영의 이유가 없다 못해 당장 없애야 할 서비스이다.
하지만 로켓배송은 단순한 물류 서비스 시에 소요되는 비용 관점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쿠팡이라는 소셜커머스 업체를 고객이 선택하는데 다른 업체와의 차별화 요인으로 취급되는 항목이기 때문이다. 단순한 물류비의 영역이 아니라, 로켓배송으로 인해 쿠팡을 선택하는 구매자와 구매 전환율과 함께 생각해봐야 하는 총비용(Total Cost) 관점의 개념이 된 것이다.
TV광고를 예로 들어보자. 사실 TV광고는 상품에 대한 매출 상승을 절대적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광고는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률을 향상 시키며 그로 인해 구매자 또는 소비자를 브랜드의 카테고리 안으로 끌어오는 효과가 있다. 물류 운용의 측면에서 볼 때 로켓 배송은 분명 운영효율이 형편없는 방식이지만, 전체 비즈니스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는 타 업체와의 주요한 차별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비용의 문제도 개선되어야 하지 않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사실 지금 쿠팡의 로켓배송은 직접 매입상품에 한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로켓배송 상품의 카테고리 또한 기저귀, 생수 같은 저관여 상품에 집중돼 있다. 특정 브랜드와 상품을 선택한 이후에는 대부분 정기적으로 소비되는 저관여 상품의 특성상 소비자 구매패턴 방식이 비교적 용이할 것이다. 또한 제품 배치에 따른 예측(Forecasting) 또한 상대적으로 쉬울 것이며 이것은 그에 따른 비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쿠팡이 지금처럼 물류센터 결품을 막기 위해 여러 물류센터에 각각 제품을 배송시키는 방식은 ‘서비스 품질’을 유지할 수는 있으나 전체적인 물류비용 증가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오프라인 매장들은 확장된 온라인 유통수요를 처리하기 위해 기존 다루지 않았던 ‘배송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들어오는 주문의 처리, 배송 루트 파악, 배송 차량의 적재 방식 등 기존 인바운드(In-bound) 및 물류 거점과 매장 간 배송에서 벗어나 B2C 영역에서 물류에 대한 고민과 디자인을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다.
판매하는 품목의 마진은 그대로인데 소요 비용이 증가한다면 이것은 전체적인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는 스타트업과 다르게 단순 매출 증가가 아닌 수익(매출 - 비용)이 업체의 지표로 작용하는 오프라인 유통업체에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문제이다.
현재 매장 재고를 최소화하는 방식을 고수하며 기존 오프라인 트래픽을 반영한 재고운영뿐 아니라 온라인 주문량에 대한 반영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온라인 쇼핑을 통해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행사 품목 등에 대한 반응을 오프라인으로 연결하여 적용하는 문제 또한 당연 고민해야 한다.
경계는 점차 모호해지고 있다. 아니 이미 없어진 것 같기도 하다. 오프라인은 온라인 매장을 오픈하고, 온라인은 오프라인 물류거점에 투자한다. 물류는 여전히 주요한 소요비용 품목에 있지만, 서비스 모델로서 차별화 전략의 역할도 수행하게 된다. 우스개 소리로 예전에 배송업체 입찰과정에서 나오는 주요 질문이 “싸?”였다면 요즘은 “친절해?”라는 말도 흘러나온다. 오프라인 업체의 안정적인 트렌드는 물류비용 하락에 큰 기여를 하고 있었지만, 경계가 무너진 지금에 와서는 안정적인 트렌드는 성장하는 시장에서 ‘정체’라는 뜻을 추가로 가지게 됐다.
시장 경계가 무너짐과 더불어 사업 자체의 차별성으로 물류의 중요성이 점차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환경 속에서 여전히 물류는 ‘소요비용’의 영역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스타트업을 필두로 많은 영역에 이미 선두주자들이 진출한 지금, 어쩌면 이제는 그런 서비스를 엮어 지속가능한 새로운 물류사슬을 디자인해봐야 하는 것 아닐까.
요즘 쉽게 들을 수 있는 ‘모모 배송’이 한 순간의 유행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모델로 유지하도록 만들기 위해 우리는 어쩌면 과거 가장 잘하던 부분을 다시 들여다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수익 모델 없는 스타트업이 결국 시장에서 사라지는 것처럼, 서비스 개념의 물류가 평준화되는 어느 시점에서 그 비용은 가격에 적용되어 ‘가격경쟁력’이라는 새로운 차별요인으로 변화될 수 있다. 요즘 가장 핫한 트렌드가 물류라면 이제는 우리도 그 지속가능성에 대해 더 고민해야 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