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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타이쿤] 스타트업의 블루오션 '물류스타트업'

by 엄지용 기자

2015년 12월 21일

 

* 해당 기사는 CLO 통권 65호(11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일부 발췌했습니다

 

“물류스타트업”

스타트업의 블루오션을 깨워라

 

Idea in Brief

창업하기 좋은 시대다. CB인사이츠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유니콘 스타트업의 수는 141개이며, 그 중 60개가 올해 탄생했다. 국내 또한 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자금이 대단위로 풀리고 있으며, 투자업계 또한 스타트업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고 성공한 몇몇은 기존 산업을 새롭게 재편했다. 국내에서는 배달음식 전단지 시장을 바꾼 ‘배달의민족’, 부동산 시장을 바꾼 ‘직방’이 대표적이다. 이런 산업은 이미 선두기업을 뒤따라 수많은 후발 스타트업들의 진입을 야기했다. 아직까지 파편화되고 체계적이지 않은 물류산업에도 유니콘을 꿈꾸는 수많은 스타트업의 진입을 희망한다.

 

물류스타트업은 없다

불과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물류스타트업’이라는 용어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물류스타트업이라는 용어는 지난해 3월 CLO 편집국 내부에서 스타트업 행사인 ‘제1회 미래생활물류포럼’을 진행하기 위해 만든 용어입니다. 당시 ‘당일배송’을 무기로 시장에 진입한 온디맨드 스타트업들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이륜차 및 IT플랫폼 인프라를 통해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관측한 것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그 때 저희가 소개한 스타트업인 메쉬코리아, 허니비즈, 캠퍼스:달, 무버에 편의상 모두 ‘물류스타트업’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 저희가 소개한 스타트업들이 사실 모두 ‘물류’를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허니비즈는 ‘띵동’이라는 온디맨드 배달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었으며 물류사업은 기획 단계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캠퍼스:달(당시 샤달)은 대학가에 한정된 음식배달 중개 어플리케이션이었습니다. 막 사업을 시작한 크라우드소싱 기반 배송 서비스 ‘무버’와 이륜차배송 중계 플랫폼 메쉬프라임을 운영하고 있던 메쉬코리아가 그나마 ‘물류스타트업’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후 CLO는 두 번의 물류스타트업 컨퍼런스를 추가로 개최했습니다. 고고밴, 마이창고와 같은 운송주선업, 창고보관업을 하는 스타트업 또한 소개했지만 여전히 저희가 소개하고 있던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물류업’을 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물류스타트업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물류스타트업이라는 용어가 그저 마케팅에 불과하다 하시더라도 할 말은 없을 것 같습니다.

 

재밌는 것은 그 이후에 일어난 변화입니다. 국토교통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정부 유관부처들이 ‘물류스타트업’이라는 용어를 전면에 내세우고 지원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CLO와 함께 ‘물류스타트업 정책토론회’를 열어 전통 물류업계와 스타트업 간의 제도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으며, 미래창조과학부는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스마트물류 분야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사업을 시작합니다.

 

지난 9월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물류기업 청년 채용박람회’에는 물류스타트업이라 이름 붙여진 스타트업 대표들이 연사로 참여하였습니다. 인천항만공사는 물류·항만분야 스타트업 지원사업을 시작합니다. 현대글로비스가 출자한 물류산업진흥재단이 지난달 28일 개최한 ‘2015 물류산업진흥 컨퍼런스’에는 박기화 청운대학교 교수가 ‘물류 스타트업 지원 및 활성화 방안 연구’라는 제목으로 연단에 서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30일 ‘2015 물류의 날’ 행사에는 유정범 메쉬코리아 대표가 연사로 초청되었으며, 유정곤 허니비즈 이사는 종합토론 패널로 참석합니다.

 

제1회 미래생활물류포럼이 끝나고 단 7개월. 산, 학, 관을 포괄한 물류업계는 ‘물류스타트업’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아직 시장에 진정한 의미의 물류스타트업(물류업을 하는 스타트업)은 그리 많지 않지만 업계의 주목을 받는 데는 일단 성공한 것처럼 보입니다.

 

전통기업과 물류스타트업 간 합종연횡

이러한 물류스타트업 바람은 전통기업에도 불기 시작합니다. 몇몇 물류·유통기업들이 물류스타트업과 관련된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단순 제휴사업부터 지원사업까지 사업 형태는 다양합니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만 우선 살펴보겠습니다.

 

GS샵은 온디맨드 배달 스타트업 허니비즈와 두 차례에 걸친 당일배송 파일럿테스트를 실행했습니다. GS샵이 진행한 ‘어린이날 긴급 배송 이벤트’의 배송사업을 허니비즈가 전담한 것입니다. 허니비즈는 이벤트 기간인 5월 3일부터 4일까지 서울 전 지역에 3시간 내 배송 서비스를 제공해줬습니다. 허니비즈의 배송 서비스에 대한 GS샵의 만족도는 높게 나타났고, 그것은 7월 GS샵과 허니비즈 간의 2차 당일배송 실험인 ‘백화점 상품 긴급배송 서비스’로 이어집니다.

 

CJ대한통운은 지난 1일 전국 당일배송 서비스인 ‘CJ The 빠른 배송’ 서비스 론칭과 동시에 “특히 긴급한 배송을 원하는 고객들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B2B 이륜차 플랫폼 물류스타트업 메쉬코리아와 제휴하여 주문 후 3시간 이내 배송을 완료하는 특급 배송 서비스를 내년 초 수도권지역부터 제공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이는 지난 8월 CJ대한통운과 메쉬코리아가 라스트마일 배송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후 공식 발표된 첫 번째 제휴 사업입니다.

 

한진은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기업으로 센터에 직원을 상주시키고 물류분야 스타트업에 대한 무료 컨설팅 및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합니다. 파견 직원은 현재 2명이지만, 연말까지 5명으로 충원될 전망입니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것을 살펴본다면 이런 사례는 더욱 다양합니다. 한 유통업체는 크라우드소싱 기반 C2C 배송 스타트업 무버(개발사 : 아이에이치소프트)와 이번 달 초부터 지역기반 당일배송 사업 론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유통업체는 포장 스타트업과 제휴를 준비하고 있으며, 심지어 물류·유통 관련 업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라스트마일 배송 스타트업과 연계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도 있습니다.

 

지키는 자들의 행보

물류스타트업은 주로 기존 택배사업 구조상 다루기 어려웠던 ‘당일배송’ 시장에서 탄생하고 있습니다. 앞서 대형 유통·물류기업의 제휴사업자로 언급된 메쉬코리아, 허니비즈, 무버 모두 당일배송을 무기로 협업체계를 구축했습니다. 그리고 스타트업들이 제공하고 있는 당일배송 운송수단의 공통분모는 이륜차, 즉 퀵 서비스입니다.

 

스타트업의 당일배송 시장 진입은 기존 이륜차 퀵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자들의 움직임을 야기했습니다. 새롭게 시장에 진입한 스타트업들에 대한 방어전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륜차 운송 중개업을 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합니다.

 

 

때문에 이륜차 운송업계에서는 새롭게 진입하는 스타트업과 협업을 하고자 하는 의욕도 보이고 있습니다. 이륜차 운송중개업체에서 이미 보유한 플랫폼 등록기사 인프라와 기사정보, 커뮤니케이션과 B2B 관계사 네트워크와 스타트업의 브랜드를 융합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이륜차 운송주선업체 한 대표는 “퀵시장은 기업물류가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산업”이라며 “기존업체는 영업을 통해 형성된 기업 네트워크와 기사 인프라와 같은 본질적 부분을 제공하는데 충실하고, 새롭게 들어온 스타트업들이 혁신적인 부분을 담당한다면 충분히 협업할 여지는 있을 것”이라 말했습니다.

 

전통 이륜차 운송업계가 강조하는 것은 기존 기사를 붙잡고 있는 ‘화물 공급망’입니다. 기사들은 순수하게 ‘물량’을 보고 움직이며 기사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대규모의 기업물량은 대부분 전통업계가 가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입니다. 시장을 지키고 있는 자들이 스타트업들이 제공하는 ‘수수료 무료’, ‘기사에 대한 차별적 대우’에도 불구하고 기사들이 쉽게 스타트업으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 예측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런 경쟁우위를 활용하여 기사들이 물류스타트업으로 이동하는 것을 원천 차단하는 업체도 있습니다. 이미 충분히 보유한 화물 물동량을 무기로 기사들의 이탈을 막는 방식입니다.

 

이륜차 물류스타트업 한 관계자는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한 이륜차 운송중개업체가 기사들의 이탈을 막고 있다”며 “새로운 스타트업 플랫폼을 사용하는 기사들에게 자사 플랫폼 사용권한을 끊어버리는 식”이라 밝혔습니다.

 

파괴를 위해 필요한 것

스타트업들이 새롭게 진입한 이륜차 운송시장은 아직까지도 파편화되고 체계적이지 않은 시장입니다. 산업을 규정하는 제도는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초기 시장에 진입한 일부 업체의 독과점 시장이 만들어져 있다 해도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별다른 방안이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다른 물류시장이라고 다를까요? 물류산업 안에는 이렇듯 정비되지 못한 산업이 파편화되어 널리 퍼져 있습니다. 산업 내부에 있는 기본 구성원을 지키는 법규 또한 명확히 정해져있지 않습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언급되고 있는 ‘다단계 운송’ 문제 또한 아직까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물류시장은 기본적으로 B2B 서비스업을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스타트업에게 익숙하지도 않고 진입 또한 까다롭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업계를 겪어본 사람이 아니라면 물류시장에서 새로운 벤처를 시작한다는 생각을 쉽사리 하지 못합니다. 대부분의 물류스타트업들이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생활물류’ 분야에서 태동한 이유입니다.

 

그러나 파편화되어 있는 시장은 바꿔 말하면 기회를 의미합니다. 대표적으로 배달 전단지 시장을 재편한 ‘배달의민족’, 생활 부동산 시장을 재편한 ‘직방’은 기존 산업을 뒤바꾼 시장 선두서비스로 지위를 누리고 있습니다. 산업 곳곳에서 생활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한 스타트업이 탄생하고 있습니다. 그 중 일부 성공한 이들은 ‘유니콘’이 되기도, 혹은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데카콘’이 되기도 합니다. 혹자는 이런 스타트업들이 ‘얼룩말’에 그칠 것이라고도 말합니다.

 

그러나 지금 물류시장은 유니콘은커녕 얼룩말도 없는 무주공산이라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바뀌어야 할 문제점은 너무나도 많이 산재되어 있습니다. 이런 물류산업에 유니콘을 꿈꾸는 스타트업이 하나하나 들어오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새로운 업체와 연합을 구축하면서 가치를 성장시키기도 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시장을 지키고 있는 자들의 거센 저항에 맞서 작은 전투를 치루기도 할 것입니다. 이들 중 누가 마지막까지 생존할지 예측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물류시장에 진입한 스타트업 자체가 아직까지 터무니없이 적기 때문에 새로 진입한 스타트업 중 그 누구도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야말로 유니콘 농장을 방불케 하는 시대입니다. 스타트업이 ‘파괴적 혁신’을 만들고 있다고 하는 시대 속에서 물류판은 아직까지도 평화롭습니다. 별 다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지 않는 물류판에 환상을 현실로 만들어 줄 누군가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엄지용 기자

흐름과 문화를 고민합니다. [기사제보= press@clomag.co.kr] (큐레이션 블로그 : 물류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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