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당 기사는 CLO 통권 65호(11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일부 발췌했습니다
‘2015년, 물류는 예뻤다’
어떤 트렌드가 물류기업들을 변신하게 했나
글. 이명숙 선임연구원
CJ대한통운 종합물류연구원 산업연구팀
Idea in Brief
복잡해지고 불확실해지는 경영 환경 하에서 트렌드를 센싱(Sensing) 하는 능력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CJ대한통운 종합물류연구원에서는 2015년 한 해 동안 떠오른 트렌드 키워드를 분석해 6대 트렌드를 도출했다. 소량/소형화, 공유, 초연결(Hyper-Connection), 편리, 재미, 융합이 그것이다. 여섯 가지 트렌드들은, 상호 작용을 기반으로 미래를 변화시키는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물류기업들도 이러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여러 도전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따라서 변화하는 트렌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이에 적합한 대응전략을 선제적으로 수립, 실행하기 위한 노력이 보다 요구된다.
2015년, 세상을 지배한 6대 트렌드
급속한 기술의 발전과 장기화되는 글로벌 경기침체 가운데, 경영환경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진폭은 커지면서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의 의사결정과 전략 수립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렇게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적응하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환경의 변화를 미리 감지하고 이에 대한 대응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2015년을 두 달 가량 남겨놓은 현 시점에서, 올 한 해 동안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거나 새롭게 부상한 트렌드가 무엇이었는지 다시 한 번 짚어보고자 한다. 지난 2월부터 CJ대한통운 종합물류연구원에서는 산업과 사회 전반에 부상 중인 트렌드 및 이슈 키워드들을 수집해왔다. 이는 물류는 물론, 화주기업들이 속해있는 주요 산업들에 대한 이해도를 제고하고 신사업 아이디어를 모색하기 위함이었다. 그 결과 9월까지 총 166개의 트렌드와 이슈들의 키워드가 검출되었다. 이들 키워드의 특성을 고려하여, 가장 많이 언급된 특성을 선정하고 이들로부터 6대 트렌드를 도출하였다.
점점 더 작게 적게... ‘소량/소형화’
: 소비 단위와 주거형태, 제품 등 다방면에서 소량/소형 선호
우리나라의 가구원 수(數)는 점차 감소하고 있다. 2010년 현재, 1~2인 가구의 비중이 전체 가구의 5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2035년경에는 68%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통계청, 2010년). 이런 가구원수의 감소는 가정, 가족 단위의 소비를 개인 단위(소량/소형화)로 변화시키고 있다. 식료품 소비행태는 기존 주 1~2회 대형마트에서 구매하는 ‘대량 저빈도’에서, 편의점 등 접근성이 뛰어난 소형 점포를 이용하는 ‘소량 다빈도’로 옮겨가고 있다. 단위당 가격이 저렴한 대(大)포장 제품보다 1~2인 가구에 맞는 소(少)포장 식품 또는 생활용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구매력 감소와 맞물려 소형 주택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주거 공간의 축소는 공간 활용도가 우수한 가전제품 및 가구의 선호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가구와 가전이 설치(Built-In)되어 있는 주택 수요도 급증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부족한 여유공간의 해결책으로 셀프스토리지(Self-Storage)서비스가 등장하고 있기도 하다.
한편, 무선통신 기술의 발달 및 확산도 소형 제품의 선호를 증가시켰다. 성능은 그대로이나 크기를 줄여 이동성을 향상시킨 소형 제품의 선호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소유보다 공유가 대세... ‘공유’
: 소유에서 공유로 소비의 개념 변화
가구원 수(數) 및 구매력의 감소와 더불어 신제품의 출시 주기, 물건의 사용주기 또한 단축되면서, 값비싼 물건을 ‘소유’하기보다는 리스나 렌탈을 통해 ‘빌려 쓰는’ 니즈가 확대되고 있다. 과거에는 자동차, 정수기 정도에 한정되었던 리스/렌탈 품목의 범위도 유아동 장난감, 건강기구, 휴대폰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와 함께 재활용 및 중고 시장의 규모도 커지고 있다. 기존 소유자에게 사용 가치가 떨어진 제품일지라도 여전히 재사용이 가능한 제품이 상당수에 달하기 때문이다. 합리적 소비의 확산으로 중고 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지고 있는 풍조도 중고 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요인이다. 온라인에서는 중고제품 판매 사이트 혹은 기존 온라인 쇼핑몰 내 중고제품 카테고리가 증가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홍대, 대학로, 반포 등 곳곳에서 ‘플리마켓(Flea-Market)’이 열리고 있다. 현재 약 1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국내 중고시장은, 기존 자동차, 패션, 명품 등에서 등산 등 레저용품, 육아용품 등으로 대상을 확대해가며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의 발달로 유휴 자원을 보다 쉽게 타인과 공유할 수 있게 되면서, 개개인이 소유한 자원을 타인과 함께 사용하는 비즈니스도 늘어나고 있다(에어비앤비, 우버 등). 공유의 대상은 유형의 물품뿐만 아니라 재능(와우텐) 등 무형의 것으로 확대되고 있다. 비즈니스의 중심도 ‘공유’를 넘어서 수요가 있는 모든 것에 빠르게 대응하는 ‘온디맨드(On-Demand)’로 이동발전하고 있다.
모든 것과 통(通)한다... ‘초연결(Hyper-Connection)’
: 인간-인간, 인간-사물, 사물-사물 간(間) 연결성 증가
ICT기술의 발달과 모바일기기의 사용 확대 등으로 인간 대(對) 인간, 인간 대 사물, 심지어 사물 대 사물 간 연결성(Connectivity)이 증가하고 있다. 무선통신 환경이 고도화되고 다양한 전자기기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되면서 인간 대 사물의 연결성이 증가하게 되었다.
SNS의 발달에서 시작된 인간 대 인간의 연결성 증가는, 우버 식(式)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이 시장 전반에 확대 적용되는데 크게 일조하였다. ‘우버화(化)(Uberization)’라고도 일컬어지는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의 확대로 모든 직업이 프리랜서화 되는 세상까지 예상되고 있다(SISCO). 마지막으로 IoT(Internet of Things)로 대변되는 사물 대 사물 간 연결성도 증가하는 추세다. 사물 대 사물 간 연결성의 증가는 전 산업과 사회에 걸쳐 자동화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향후 사람과 사물, 공간(IoE, Internet of Everything)을 넘어 온/오프라인이 연결되어 지능화되는(Intelligent IoE) 초연결 사회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는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변화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간, 사물, 환경 등이 모두 연결되면서 생산되는 대량의 데이터를 활용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어디든지 내 집처럼... ‘편리’
: 요리, 쇼핑 등 무엇이든 손쉽게, 편리가 중요한 가치 평가 척도로 부상
바쁜 현대인에게 ‘편리함’이 더욱 중요한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에 맞는 각종 생활 편의 서비스가 개발, 제공되면서 소비자들의 번거로움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지고 있다.
편리함을 제공하는 서비스는 인간 생활의 3대 요소인 의식주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모바일 커머스의 확대와 핀테크(Pin-Tech)의 발달로 입을거리, 먹을거리 등의 구매와 결제가 간편해졌다. 식생활의 편리를 제고하는 가정간편식(HMR, Home Meal Replacement) 시장이 확대되었다. 호텔처럼 각종 주거 관련 편의 서비스(세탁, 청소 등)를 제공하는 주거공간도 등장하고 있다(호피스텔).
편리 추구에 따라 새로운 비즈니스모델도 등장하고 있다. 각종 생필품 등을 매번 구매할 필요 없이 일정 금액을 미리 지불해두면 판매자가 알아서 발송해주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Subscription Commerce), 과거 구매 내역을 통해 고객의 취향을 분석하여 제품 등을 추천해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넷플릭스: 영상콘텐츠 추천, 왓챠: 영화 추천)등이 그것이다.
스마트폰은 많은 생활 편의 서비스의 제공 통로가 되고 있다. 은행 업무, 쇼핑에서부터 대중교통을 이용한 길찾기 지도 앱, 네비게이션앱, 간편 결제 앱 등 많은 생활 편의 서비스들이 스마트폰 앱을 통해 제공되고 있다.
나의, 나에 의한, 나를 위한... ‘재미’
: 즐거움 추구, 자신에게 투자
만혼과 비혼이 늘어나면서 가정·가족보다 개인의 즐거움과 만족이 중요한 가치가 되고 있다(포미족). 성인 자녀를 둔 부모세대 역시 과거와 달리 스스로를 자녀와 분리해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개개인의 행복한 삶을 추구하려는 성향이 짙어지고 있다(어번그래니). 자신이 가치를 부여해 즐거움과 만족감이 큰 제품·서비스는 과감히 소비한다.
이에 따라 기업의 차별화 전략에 재미가 화두이다. 재미의 한 축으로 체험을 활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기업들은 소비자에게 체험 기회를 부여해 재미를 극대화시킴으로써 서비스를 차별화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는 가상현실 기술을 적용해 3D·4D 영화관, 3D 게임 등 재미를 극대화시킨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교육시장에서도 흥미 유발을 위해 게임과 교육을 접목시키고 체험 학습을 확대 적용하고 있다. 쇼핑몰, 음식점 등에서도 재미 요소를 접목한 차별화 마케팅 사례가 늘고 있다.
재미는 기업 경영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경직된 사내 분위기를 탈피하고, 창의력과 업무 효율 및 의욕 향상을 위해 자유롭고 즐거운 사내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IT기업에서부터 전통적으로 상하관계가 중시되는 금융업에서도 예외 없이 나타나고 있다.
분야를 넘나들다... ‘융합’
: 산업 간 영역 파괴, 기술/산업의 융합, IT와 접목 분야/영역 확대
산업의 구분이 모호해짐과 동시에 무의미해지고 있다. 산업이 발달함에 따라 기업이 차별화 요소를 찾는 과정 속에서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제조업체는 직접 판매(애플의 휴대폰 유통 진출)에 나서고 있고, 유통사는 제조에 진출(PB상품)하거나 물류와 배송을 내재화(아마존, 쿠팡)하고 있다.
IT 고도화와 IT 접목 분야·영역의 확대도 산업 간 영역 파괴와 융합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구글과 같은 IT업체가 무인자동차 개발로 자동차업체의 경쟁사가 되기도 하고, SNS업체인 페이스북이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 및 모바일 메신저 업체인 카카오는 플랫폼 비즈니스(카카오택시)와 인앱 포털(카카오채널)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IT와 농업을 융합한 스마트농업, IT와 공장을 융합한 스마트공장, 소형 전자기기뿐만 아니라 규모가 큰 시설물까지도 IT와의 융합을 통해 지능화되고 있다.
6대 트렌드를 통한 물류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
지금까지 6가지 트렌드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이들은 독립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 또는 의존적인 관계로 작용하면서 함께 부상하고 있으며, 사회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앞으로 이들 트렌드의 확산 정도는 더욱 넓고 깊게 나타나며 전 세계 곳곳의 광범위한 영역에서 거대한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물류산업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미 이들 6개 트렌드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소량/소형화’, ‘공유’ 등의 트렌드에서 나타나는 구매 및 소비 패턴의 변화는 물류 운영 컨셉의 변화와 더불어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의 필요성을 증대시키고 있다. ‘융합’과 ‘초연결’ 트렌드는, 기존에 인식하지 못했던 새로운 경쟁자(유통업체, IT업체 등)들을 등장시키는 등 물류시장 내 경쟁 환경의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 트렌드에 기반한 사회 전역에서 벌어지는 변화에 따라, 물류기업이 직면하게 될 한계와 도전과제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물류 서비스에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고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긍정적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전체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트렌드를 모니터링 하여 소비자와 화주 산업의 변화를 감지하고 그에 맞는 대응전략을 수립, 실행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며, 더불어 이러한 트렌드에 보다 적합하면서 효과적인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모색하고 이를 실현 해 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