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자의 현장까대기 (첫번째 이야기)
한국교통연구원, 국내 첫 물류스타트업 국책연구 시동
한국교통연구원은 지난 8일 국내 ICT융합형 물류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한 물류스타트업 CEO 좌담회를 개최했습니다. CLO는 한국교통연구원의 요청을 받아 스타트업 CEO 초청 등 행사준비 및 진행에 참여했습니다.
비공개 초청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다섯시삼십분(짐카), 로지스틱사이언스, 메쉬코리아, 스트라입스, 아이에이치소프트(무버), 우아한청년들, 카고스퀘어, 파슬넷, 팩맨즈, 허니비즈 등 10개 스타트업 대표가 참석했습니다.
총리실 직속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교통연구원이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한 좌담회를 한다?
생뚱맞게 들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총리실 직속이라고는 하지만 한국교통연구원은 주로 국토교통부의 R&D과제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토교통부와 스타트업은 사실 그렇게 친해 보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대표적으로 쿠팡과 통합물류협회가 화물자동차 유사운송행위 건으로 갈등을 빚고 있을 때 국토교통부는 그저 방관하고 있던 입장이었죠. 박현근 국토교통부 물류산업과 사무관은 지난 8월 CLO와 국토교통부가 주최한 ‘물류스타트업 활성화 정책토론회’에서 “법 개정은 공익적인 명분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라며 “공익이 아닌 한 기업의 영리행위를 위한 법 개정을 이끌어내는 것은 실질적으로 무리”라 평했습니다.
그런데 그 방향이 바뀌고 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스타트업, 특히 물류스타트업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현 정부의 중점추진과제인 신성장동력을 위한 창조경제 활성화 기조에 국토교통부 또한 탑승한 것입니다. 사실 창조경제가 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찌됐든 그 중심에 스타트업이 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정부지원의 시작은 스타트업의 물류산업 진입을 위한 법제도 정비 및 개선입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물류스타트업과 관련된 R&D 과제를 실행하게 된 이유입니다. 해당 과제는 물류스타트업에 대한 첫 국책연구입니다. 특히 이 과제는 정부의 요청으로 긴급히 진행되고 있는 건이기도 한데요. 한국교통연구원은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기 전에 40여명의 물류업계, 학계, VC관계자들을 만나 먼저 스타트업 활성화에 대한 이야기를 청해듣기도 했습니다.
(사진우측 : 노홍승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
과제를 맡아 진행하고 있는 노홍승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의 이야기를 인용합니다.
얼마 전 국토교통부 장관님이 새롭게 바뀌면서 부동산, 주택정책은 더 이상 할 것이 없으며, 앞으로의 신성장동력은 물류 쪽에서 나오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했다. 때문에 지금 국토교통부는 마치 불난 호떡집처럼 바쁘다. 연구는 마무리 단계로 마지막으로 오늘 이 자리에서 스타트업 업계의 이야기를 직접 청취할 것이다. ICT가 융합된 스타트업들이 물류산업에 진입하면서 지금껏 없었던 전혀 새로운 사업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말로는 첨단, 첨단하지만 실제로 무엇을 해야 되는지 방향을 못잡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여러분들이 정부가 무엇을 해야 되는지, 지금 제도나 규제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는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주기 바란다.
때문에 이 날은 스타트업이 물류산업에 진입함에 있어서 정부가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을 미리 청취하는 소원수리의 장이 됐습니다. 인상 깊었던 몇몇 스타트업 대표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사진 : 변윤지 팩맨즈 대표)
물류스타트업은 어디에서 뭉쳐야 하는가
전 아직 대학생이다. 지금 팩맨즈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팩맨즈는 여행객의 가방의 남는 공간을 활용하여 직구를 대행해주는 서비스다. 기존 페덱스, DHL의 역할을 대체하는 서비스라 할 수 있다. 확실히 지금은 창업하기 좋은 시대다. 예전에는 대학생 창업이라고 하면 빚쟁이가 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많이 들렸는데 스타트업이라는 단어가 익숙해지면서 사람들의 시선 또한 달라진 것을 느낀다. 저 또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데 인건비가 그렇게 많이 들지 않아 운영, 마케팅은 특별한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법률적인 부분과 세무적인 부분이었다. 아시다시피 우버도 국내에서는 실패하지 않았는가. 법률 자문을 받고 싶은데 어디에다 자문을 구해야 될지 모르겠다. 김앤장 변호사를 찾아가기도 하고, 관세청 또한 수도 없이 문을 두드렸다. 법률, 세무적인 부분에서 스타트업이 힘을 뭉쳐 이야기할 곳이 어디 있을까 고민이 많다.
(사진 : 유정범 메쉬코리아 대표)
데이터 모멘텀을 위해서
메쉬코리아는 최근 신세계 2시간 배송, 이마트 1시간 배송 등 다각도로 제휴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저희가 여기까지 오는데 굉장히 오래 걸렸다는 사실이다. 사실 다시 창업을 한다면 ‘물류’라는 아이템은 절대 하지 않을 것 같다. 모바일 시대 속에서 IT베이스의 쇼핑몰을 한다거나하는 것은 모멘텀을 만들기 쉽다. 기존에 벤치마킹할 수 있는 사례 또한 많다. 그러나 물류는 그게 없다. 데이터를 모으고 디자인하는 것 전부 새롭게 해야된다. 최근 개인정보보호법을 풀어달라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하고 있다. 현행법상 데이터를 보관할 수 있는 기간은 3개월이다. 그 이후에 데이터는 전부 폐기해야 한다. 사실 우리 같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알고리즘을 짜는 기업들은 그 이전 시계열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 예측을 해야 되는데 데이터가 계속 날아가니 어찌할 도리가 없다. 데이터가 중심이 되어야 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데이터에 대한 고민 없이 성공한 기업은 그저 천운을 타고난 것이다. 데이터 저장에 대한 규제가 잘 풀린다면 물류스타트업도 굉장히 빠르게 활성화될 수 있다 생각한다.
(사진 : 최효석 로지스틱사이언스 대표)
기존 기업과 스타트업의 교류가 필요할 때
최근 로지스틱사이언스라는 물류 빅데이터 처리 회사를 창업했다. 원래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컨설턴트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봤을 때 물류산업은 산업의 성장성이 높으면서 경쟁은 낮았던 산업이었다. 아마존, 자포스와 같은 기업이 물류와 IT를 결합하여 굉장히 많은 혁신을 만들고 있는데 정작 우리나라는 물류와 IT가 결합되지 않는 경우가 많이 보였다. 아직 물류분야에 개척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기존 물류산업을 관측하자면 젊은 사람들이 쉽게 들어오기 어려운 산업구조를 갖는 것 같다. 그래서 그 분야에 대한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선배 기업들과 제휴, 협업, 융합하는 방향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사진 : 김수권 우아한청년들 대표)
운송산업은 3D? 인식의 전환과 처우개선 필요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이 채용이었다. 이것은 굳이 물류가 아니더라도 스타트업이 전체적으로 겪는 느낌이 아닐까 생각한다. 배달의민족 같은 경우 회사 인테리어를 바꾸고, 직원들의 버킷리스트 작성과 같은 복지를 개선하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했었다. 그러나 똑같은 문제를 배민라이더스에 와서도 느끼고 있다. 기본적으로 배달업에 대한 인식자체가 좋지 않다. 가령 배민라이더스의 라이더들이 입사할 때 ‘계약서를 작성한다’하면 지원자들이 굉장히 당황한다. 애초에 기본적인 계약서를 쓴다는 개념조차 없었던 시장인 것이다. 물론 이런 산업에 대한 인식개선이 결코 쉽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업종 내부적으로 처우개선이 선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사진 : 한국교통연구원은 이 날 크게 7가지 질문을 통해 스타트업이 정부와 물류산업에 바라는 방향에 대해 청취했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이야기가 논의됐습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국토교통부는 물류스타트업 CEO 좌담회를 통해 스타트업에 한 발짝 다가갔습니다. 최근 지자체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 ‘도시첨단물류단지’에 물류스타트업 입주를 고민하고 있으며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측면의 자금, 제도적 지원 또한 검토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부족합니다.
국토교통부에는 물류정책과, 물류산업과, 물류시설정보과 3개의 물류주관부처가 있으나 아직 스타트업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물류시설정보과는 스타트업과 접점을 찾기 힘듭니다.
물류산업과는 화물운송시장에 대한 정책을 마련합니다. 화물연대 파업 대비, 지입차, 차량등록 쪽 일을 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모릅니다.
물류정책과는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은 있으나, 할 사람이 없습니다. 2년 단위로 순환 보직되는 공무원들은 불안요소가 존재하는 사업을 잘 하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 새로 등장한 물류스타트업에 대한 규정, 각 부처에서 할 역할에 대한 정의는 필요합니다. 물류스타트업에 대한 첫 국책연구과제가 이제 마무리 단계에 들어왔습니다. 앞으로 관련된 논문, 보고서는 더욱 늘어날 전망입니다.
국책연구? 논문? 보고서?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재미없고 고리타분한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은 이러한 산업 전체적인 부분에 대한 변화에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껏 했던 것처럼 사업의 본질에 충실하면 됩니다.
물류를 하는 스타트업이 아니라고요? 상관없습니다. 그저 ‘물류’라는 가면을 이용하여 민첩하고 빠르게 시장에 적응하면 됩니다.
물류는 세상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O2O? 핀테크? 하드웨어? 헬스케어? 뭐든 좋습니다. 어디에든 기회는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날 행사에 참석한 CLO 김철민 편집장의 말을 인용합니다.
저는 앞으로 O2O, 플랫폼과 관련된 스타트업 대부분이 물류를 지나치지 않을 수 없다 생각합니다. 그러나 물류라는 개념에 집착할 필요는 없습니다. 새로운 부분들에 대한 개념해석을 통해 물류의 문호개방이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해봅니다. 사실 쿠팡, 배달의민족, 메쉬코리아, 띵동 같은 스타트업이 물류산업에 진입하면 산업 자체가 어려지고 활기찬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성공한 별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류는 더욱 더 커질 수 있는 시장이지만, 시장진입에 대한 장벽이 아직까지도 높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물류는 모든 것을 포괄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물류스타트업´이라는 용어가 부담스럽다면 그런 분들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면 됩니다. 물류는 택배 하나만해도 미래부, 국토부, 농림부 등 너무나 많은 하늘이 있는 산업입니다. 변하는 시장에 따라 새로운 제도정립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