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김도현의 스타트업명강] 유니콘과 얼룩말

by 콘텐츠본부

2015년 12월 14일

* 해당 기사는 CLO 통권 65호(11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일부 발췌했습니다

 

유니콘과 얼룩말

글. 김도현 국민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Idea in Brief

유니콘 스타트업이 마치 얼룩말처럼 흔히 등장하면서 이런 기업들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현상에 대해 슬슬 의구심과 염려가 생기고 있다. 필자 또한 현재 141개 유니콘 가운데 상당수는 상처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유니콘 가운데 어떤 기업은 망하고, 사업모델을 바꿀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명심해야 되는 것은 그런 변화가 그들이 만들어 놓은 일상생활의 변화까지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유니콘들의 가치를 너무 손쉽게 우습게보고 있는 몇몇 기업들의 평가와 기대대로 몇몇 유니콘들은 망해나갈 것이다. 그러나 그 중 살아남은 유니콘은 그런 평가를 한 기업들에게 전설이 아닌 악몽으로 다가올 것이다.

 

스타트업과 관련된 분들에게 유니콘이라는 말은 익숙함을 넘어 약간 지겨울 수도 있겠습니다. 창업한지 10년 이내에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로 투자를 받은 기업들을 일컫는 이 말이 널리 쓰이고 있는 것은 이런 기업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2년 전에 이 말이 만들어졌을 때 39개에 불과했던 유니콘들은 지금 현재 140여개에 달하고 있습니다.

 

최근 ‘유니콘클럽’에 진입하고 있는 회사들 가운데에서는 특히 중국기업들이 눈에 뜨입니다. 140여개의 기업가운데 20여개가 중국기업들인데 드론계의 애플이라고 불리는 ‘DJI 이노베이션’, 중국의 카카오택시라고 볼 수 있는 ‘디디 콰이디’ 등이 최근에 매우 높은 가치로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들 유니콘 가운데에는 심지어 우버, 에어비앤비, 드롭박스, 그리고 샤오미처럼 10억 달러가 아니라 10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뛰어넘은 기업들까지 여러 개 탄생하고 있어서 이들을 따로 ‘데카콘’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처럼 초기기업들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현상에 대해 슬슬 의구심과 염려가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특히 2000년대 초반의 기술주 폭락을 경험한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그런 걱정이 적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전통적인 가치평가방법에 익숙한 사람들의 관점에서 물적 자산이라고는 거의 아무것도 없는 우버가 LG전자의 서너배의 가치에 이르고 조금 있으면 미츠비시나 다이믈러-크라이슬러 정도의 가치가 될 것이라는 의견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사실 미국의 투자자들 가운데에서도 회의적인 입장으로 선회하는 이들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습니다. 구글과 야후의 초기 투자자로 유명한 세콰이어캐피탈의 마이클 모리츠가 버블이 곧 터질 것이라고 예언했고, 놀랍게도 대표적인 유니콘인 우버와 스냅챗의 투자자로 유명한 빌 걸리도 올해부터 유니콘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런 회의론에 불을 붙인 몇 가지 사건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유니콘의 하나인 에버노트가 대규모 감원을 실시한 것이지요. 에버노트가 유니콘의 무덤으로 갈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걷잡을 수 없게 퍼져나갔습니다. (사실 저도 에버노트에 꽉꽉 채워놓은 저 정보들을 다 어찌해야 하는지 살짝 염려하고 있습니다.) 유니콘 클럽에 이름을 올린 두개의 우리나라 기업, 쿠팡과 옐로모바일에 대한 걱정을 하는 사람들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내년 모태펀드 신규출자액이 전액 삭감되면서 투자시장의 축소가 이루어지고, 이로 인한 후속투자의 감축이 기업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겠냐는 시각도 일부 있습니다.

 

반대의 생각도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벤처캐피탈인 안드레센 호로비츠는 이런 유니콘 회의론에 적극적으로 반대합니다. 유니콘이 얼룩말처럼 흔해지고 있는 것은 투자자들의 흐름으로 볼 때 오히려 당연하다는 것입니다. 상장주식에 투자하던 투자자들이 비상장주식투자를 시작하면서 기업들의 기업공개시기가 뒤로 밀리고 있는 것이 마치 비상장주식에 대한 과도한 가치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라는 것이지요. 최근 만난 쿠팡의 한 투자자 역시 “여러 가지 측면에서 2000년대 초반의 폭락이 재연될 가능성은 전혀 염려하고 있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저는 141개의 유니콘 가운데 상당수는 큰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핀테크처럼 산업내의 지배적 디자인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경우에는 표준경쟁에서 밀려나면서, 그리고 커머스처럼 참여자 수가 많은 경우에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하면서 무너지는 기업들이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 아직 수익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한 기업들의 경우 후속투자유치가 전처럼 쉽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해 봅니다. 앞에서 소개했듯이 투자자들이 조금씩 신중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유니콘 기업들이 버블붕괴와 함께 신기루처럼 사라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높게 평가되고 있다는 시각이 많지만, 지금 존재하는 모든 유니콘의 기업 가치를 다 합쳐도 약 5000억 달러 가량으로 애플의 시가총액의 70%에 이르는 정도입니다. 과연 이들 유니콘의 ‘발버둥’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이 애플 한 기업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보다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일까 생각하는 것이지요.

 

우버나 디디콰이디는 이미 많은 나라들에서 사람들의 이동습관을 바꾸고 있습니다. 스페이스엑스나 DJI 이노베이션은 그 동안 공공기술로만 인식되던 항공우주기술을 생활과 결합시키고 있습니다. 헬로프레쉬나 딜리버리히어로와 같은 기업들을 통해 음식을 소비하는 패턴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에어비앤비는 이미 그 어떤 호텔보다 많은 방을 운용하는 숙박기업입니다. 빅데이터와 헬스케어, 그리고 핀테크 분야의 잠재력은 아직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창립 10년이 조금 지난 페이스북이나 넷플릭스와 같은 회사들까지 감안한다면 이런 젊은 기업들이 우리의 ‘사는 방식’을 상당부분 바꾸어놓고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유니콘 가운데 어떤 기업들은 망하고, 사업모델을 바꾸거나 혹은 헐값에 매각되겠지만 사람들에게 이미 익숙해진 삶의 변화를 되돌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오히려 걱정하는 것은 유니콘들의 높은 가치를 너무 손쉽게 우습게보고 있는 몇몇 기업들의 시각입니다. “짝퉁” 샤오미, “불법” 우버, “방이 부족한” 에어비앤비, “별 기술도 아닌” 드롭박스, “장난감을 만드는” DJI 이노베이션… 제가 우리나라의 주요 대기업들로부터 직접 들어본 유니콘들에 대한 평가입니다. 이들 가운데 몇몇은 그런 평가와 기대대로 망해나갈 수도 있겠습니다만, 살아남은 기업은 이런 평가를 한 분들의 기업을 잡아먹게 될 것입니다. 그 땐 유니콘이 전설이 아니라 악몽이 되겠지요.



콘텐츠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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