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설창민의 공급망뒤집기] 위탁생산의 시대에 대처하는 제조업의 자세

by 콘텐츠본부

2015년 12월 07일

* 해당 기사는 CLO 통권 64호(10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일부 발췌했습니다

 

위탁생산의 시대에 대처하는 제조업의 자세
 

Idea in Brief
아웃소싱의 시대가 다시 찾아오고 있다. 혁신기업이라 불리는 플랫폼 기업들의 비즈니스 영역은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하나만으로 수렴하지 않는다. 그들의 회사명은 초국가적 브랜드 파워를 상징하며, 이 초국가적 브랜드 파워를 기반으로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이 대량으로 시장에 풀리는 일들이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 이들의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것은 결국 OEM, ODM, 위탁생산을 기반한 아웃소싱이다. 이래저래 대량생산능력을 갖춘 제조업에게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이러한 시대에 제조업체가 살아남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결국 ‘아주아주 잘 짜여진 공급망’이다. 결국 자체 브랜드건 남의 브랜드건 공급망 관리를 잘 하는 업체가 시장의 선택을 받는 시대에 한 발짝 더 다가선 것이다.


요즘 아이폰6 TV 광고를 보고 있으면 흔히 보았을 광고문구 한 마디. "아이폰 6로 찍다" 를 들어 보셨는지? 스마트폰 카메라가 웬만한 카메라 못지않은 성능을 갖고 있다는 감성품질을 강조하는 광고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성능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즉 카메라 모듈의 성능(하드웨어)과 해당 스마트폰의 OS가 지원하는 카메라 모듈 성능 최적화 기술(소프트웨어)의 집합체다. 애플의 IOS의 최적화 기술은 이미 정평이 나 있고, 카메라 모듈은 2014년 기준 세계 1위 카메라모듈 생산업체 LG이노텍의 작품이다. 때문에 “아이폰6로 찍다”라는 명제가 참이라면, “LG이노텍으로 찍다”라는 명제도 참이라 볼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구글은 자체 보유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최적화시킨 레퍼런스폰 ´넥서스´를 일정 시차를 두고 제조하고 있으며, 그 때마다 구글이 선택하는 업체가 누가 될지는 전세계 IT 업계의 관심사가 된 지 옛날이다. 소프트웨어 최적화 능력을 갖추면서 하드웨어는 외주 생산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따르는 업체 중 우리 귀에 익숙한 업체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샤오미다. 지금이야 사세가 커져서 공장을 짓는다는 얘기도 솔솔 나오지만, 처음 시작은 생산설비 없이 외부 업체를 통한 위탁 생산을 기반으로 했다.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 : 주문자상표부착생산자), ODM(Original Design Manufacturer : 주문자 개발생산)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하드웨어를 생산할 능력이 없어서 하드웨어를 외부 업체로부터 공급받거나, 아니면 하드웨어를 설계만 하고 제작은 외부 업체에 맡기거나, 그도 아니라면 설계 단계부터 외부 업체와 함께 개발하고 설계하여 제조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의 주축으로 삼는 기업들이 혁신 기업으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시대다. 실제 OEM과 ODM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게 산업계에서 활용되고 있다.

한때 제조업체에서는 자체 브랜드를 가져야 생존할 수 있다하여 이러한 부품공급업체/OEM/ODM 방식을 청산하고 자체 브랜드 부착 생산에 몰두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방식을 통해 성공한 기업들을 우리는 많이 봐 왔다. 나이키의 OEM 업체였던 ´화승´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화승의 자체 브랜드 ´르까프´는 기억한다. 인라인 스케이트 업체 K2의 OEM 업체였던 ´동호실업´은 몰라도 등산화 업체 ´트렉스타´는 기억한다. LG전자에 전기밥솥을 OEM 납품하던 ´성광전자´는 몰라도 이 회사의 밥솥 브랜드 ´쿠쿠´는 누구든지 알 것이다. 지금은 21:9 모니터로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LG전자도 십수년 전에는 애플 아이맥을 OEM 생산했다. 이들은 그 동안 축적한 기술력에 자체 브랜드를 더하고 마케팅을 펼친 끝에 각 산업분야에서 지금의 독보적인 위치를 굳혔다.

이러한 제조업체들의 자체 브랜드 기반 비즈니스 모델을 OEM에 대처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유연하게 갈아탈 준비를 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면 필자가 너무 성급한 것일까. 이미 오래 전부터 나온 경영혁신 서적과 미래학 서적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 중 하나가 “제조는 아웃소싱하면 되고,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비즈니스의 성공을 판가름하는 시대가 올 것” 이라는 것이다. 오랜 세월 물류에 뜻을 세우고 살아 온 필자는 제조업이 잘 되어야 물류업이 잘 된다는 믿음을 단 한 번도 버린 적이 없었으며, 자체 브랜드로 성장해 온 지금의 대형 제조업체가 그렇게 쉽게 아웃소싱 파트너로 전락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적어도 지금 가장 핫한 혁신 기업이라는 이른바 ‘플랫폼 기업’이 탄생하기 전까지 이러한 필자의 믿음은 확고했다.

그런데 요즘 들어 혁신 기업을 자처하는 기업들의 면면을 보면 심상치 않다. 이들의 비즈니스 영역이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하나만으로 수렴하지 않는다. 그들의 회사명은 초국가적 브랜드 파워를 상징하며, 이 초국가적 브랜드 파워를 기반으로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이 대량으로 시장에 풀리는 일들이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

 

가령 IT 플랫폼기업 구글의 ‘구글 글래스’는 대만 폭스콘이 생산하며. 전자상거래 플랫폼기업 아마존의 ‘킨들’은 대만 콴타가 만든다. 샤오미는 이러한 대세에 매우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샤오미 상표를 부착한 공기청정기까지 시장에 나오고 있고, 대용량 충전기와 피스톤 이어폰의 경우 이른바 ‘대륙의 실수(가격 대비 성능이 매우 우수한 중국산 제품을 이르는 말)’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만들어 내면서 한국 시장에서 소리 없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정도 되면 카카오톡을 인수하고 나서 출시하는 서비스마다 성공에 성공을 거듭하고 있는 다음카카오가 어느 날 갑자기 초콜릿 팔지 말라는 법 없다. 네이버가 출시하고 수억 명이 사용한다는 라인 메신저에서 웨어러블 밴드가 나오지 말라는 법 없다. 물론 플랫폼을 적절히 활용하여 더 적은 마케팅 비용으로 브랜드 안착에 성공하는 사례가 더 많이 나올지 모르겠으나, 플랫폼 진입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을 테니 과점시장보다는 경쟁시장이 만들어질 것은 분명하다. 이래저래 대량생산능력을 갖춘 제조업에게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과거 제한된 정보 공유와 제한된 유통망의 시대에는 OEM 업체가 자체 브랜드를 갖추고 합리적인 마케팅 비용을 투입하여 시장에 안착하고 과점 시장을 만드는 것이 가능했을 지 모른다. 그러나 현재 추세처럼 거대 플랫폼 기업이 브랜드 가치를 내세워 제조 능력을 갖춘 업체를 선택하는 사례가 더욱 늘어난다면 그 때 제조업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그들 플랫폼 기업과 손을 잡거나, 플랫폼 기업의 OEM/ODM 업체가 되거나, 아니면 브랜드 인지도 상승을 위해 더욱 더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투입하거나 그 어떤 선택이라도 달갑지는 않을 것이다. 요컨대, OEM에서 출발하여 자체 브랜드화로 비즈니스 모델을 영위해 온 현재의 제조업체에게 다시금 플랫폼 기업의 OEM/ODM 업체 또는 부품 납품업체가 되어서 살아남아야 할 위기감이 조성되는 것이다.

그러한 시대에 제조업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바로 아주아주 잘 짜여진 공급망이 답이다. 참 고루한 얘기 같지만, 결국 “Back to the Basic”이다. 자체 브랜드건 남의 브랜드건 공급망 관리를 잘 하는 업체가 시장의 선택을 받는 시대에 한 발짝 더 다가선 것이다.

 

제조업체가 플랫폼 기업과 공동 개발한 한 제품을 유럽에서 판매하기 위한 사업전략(Business Scheme)을 수립하기 위해 제조업체의 수요예측 관리, 수발주 처리, 전표 처리, 입고예정 정보 전송, EDI를 통한 플랫폼 업체와의 정보 공유 방안을 점검하는 과정에 대해 지인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다행히 크게 난이도가 높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막연해 보이기만 했던 플랫폼 기업과의 거래 관리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만약 그 업체가 플랫폼 기업의 Business Scheme에 대한 요구를 소화해 낼 수 없었다면? 당연히 그 업체는 선택되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그 플랫폼 기업이 요구한 초도 선적일까지 Business Scheme을 셋업해 내지 못했다면? 역시 그 업체는 선택되지 못했을 것이다. 이래저래 특유의 개방적인 마인드로 무장한 플랫폼 기업과의 거래 관계를 원만히 해 나가려면 제조업체도 그만큼 유연하고 투명하게 움직여야 한다. 유연하고 투명해지는 것도 공급망 관리의 한 축을 형성하지 않던가?

 

이제 공급망 관리는 제조업체가 미래 자체 브랜드가 아닌 OEM/ODM 거래를 늘려야 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경각심을 가지고 꾸준히 실천해 나가야 한다. 수요예측 시스템은 거래선의 수요예측이나 보유재고 정보를 받아서 계획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하고, 거래선 발주 시 거래선이 보내주는 특수한 정보들을 수주주문과 함께 가공하여 출하 또는 입고예정정보 전송시 반영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공급망을 좀 더 유연하게 해 나가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했던 것이나, 이제는 좀 더 절실해져야 한다. 절실해지지 않으면 OEM/ODM이 좀 더 광범위해지는 이 때, 사업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위기가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본부

제보 : clo@clomag.co.kr




다음 읽을거리
추천 기사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