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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물류스타트업의 무덤인가

by 엄지용 기자

2015년 12월 02일

무덤 속에 잠든 블루오션을 깨워라

 

지난달 20 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방문했습니다 .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제안으로 네이버가 100% 출자하여 만든 비영리기관으로 주요업무는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와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일입니다 .

 

저는 물류를 이야기하는 매체인 CLO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 물류매체인 CLO 에서 스타트업 연합체 ´ 스타트업얼라이언스 ´ 를 취재한다 ? 다소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사실 취재목적은 단순했습니다 . 저희 매체는 올 한 해 동안 ´ 물류스타트업 ´ 의 태동과 성장을 전했습니다 .

 

 

 

저희 CLO가 이것을 써야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했던 ´물류스타트업´이라는 용어는 이제 미래창조과학부, 국토교통부 등 정부 각 부처에서도 활용하고 있는 용어가 됐습니다. 지난 9월 국토교통부와 CLO는 ´물류스타트업 활성화 정책토론회´라는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고요. 같은달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물류기업 채용박람회´에는 메쉬코리아, 우아한청년들 등 스타트업 대표가 연사로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 인천항만공사, 인천대학교 창업지원단 또한 물류스타트업 지원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스스로를 ´물류스타트업´이라 지칭하는 스타트업도 등장하기 시작했죠!

 

 

지지해주는 분들은 점점 많아지는 것 같은데 , 이 부분에 대한 확신을 얻고 싶었습니다 . 때문에 물류와 연결된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기관인 ´ 스타트업얼라이언스 ´ 를 찾아갔죠 .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 물류분야 ´ 를 유심히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듣고 싶었습니다 . 최근 몇몇 대형 투자업계 관계자 분들이 " 물류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 고 연락주셨던 부분도 이런 접근을 가속화하는 데 한 몫했죠 !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임정욱 센터장에 따르면 지금은 스타트업을 하기 너무나 좋은 시대입니다 . 정부지원 프로그램이 많으며 , 전국에 설립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사무실 또한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 초기 스타트업을 지원해주는 엑셀러레이터가 늘어나고 있으며 , 동시에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는 VC 또한 늘어나고 있습니다 . 스타트업을 쉽게 만들 수 있는 IT 환경 또한 갖춰졌죠 !

 

저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다음 질문을 이어나갔습니다 .

( 사진 :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

 

엄기자 : 국내에서 우후죽순 탄생하는 B2C 스타트업에 비해 B2B 스타트업은 많이 보이지 않습니다 .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

 

임센터장 :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해외는 되지만 국내에서는 어렵습니다 .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B2B 창업을 하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 고객이 되는 기업들이 독립기업의 소프트웨어를 높은 가격에
사주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 특히 이런 현상은 고객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더욱 심해집니다 . 대기업들은 그들 대부분이 가진 IT 계열사를 통해 모든 것을 직접 통제하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

 

임 센터장에 따르면 국내에서 B2B 판매채널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 앞서 언급한 대기업의 소프트웨어 이용에 대한 계열화 현상은 물론이고 , 근본적으로 판로가 적다는 것이 임정욱 센터장의 설명입니다 . 가령 1 조 가치가 넘는 회사가 미국에 1000 여개가 있다면 한국은 10 개에 불과한 것입니다 .

 

만약 ´A´ 라는 기업에 소프트웨어를 판매한다면 , 경쟁업체인 ´B´ 에는 판매하지 못하는 이상한 문화 또한 존재한다고 합니다 . 반면 해외 같은 경우 대기업들이 많이 존재하고 , 그렇기 때문에 B2B 소프트웨어를 판매할 수 있는 판로도 많습니다 . 결정적으로 작은 기업이 만든 소프트웨어더라도 제 값을 주고 사는 B2B 비즈니스에 열려있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습니다 .

 

물류 또한 B2B 사업을 근간으로 합니다 . 물류산업에 진입한 스타트업을 살펴보자면, 직접적으로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는 업체 또한 존재하지만 아직까지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스타트업이 대부분인 것 또한 사실입니다. 대기업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뺏어가려 한다 주장하고 있는 물류스타트업의 사례도 몇몇 모니터링 되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보자면 국내에서 태동하고 있는 물류스타트업 또한 여타 B2B 스타트업과 같이 성장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진정 국내환경은 물류스타트업의 무덤이 될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물류스타트업이 할 만하다 생각합니다. 특히 바로 지금 이 순간에 말입니다. 그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1. 물류의 개념이 바뀌다.

 

과거 대규모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하드웨어 기반 물류산업이 바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개념을 바꾸는데 스타트업이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이삿짐을 이동시키는 O2O 스타트업 짐카, 고객의 세탁물을 수거 , 배송해주는 O2O 스타트업 크린바스켓, 고객이 원하는 모든 것을 대행해주는 O2O 스타트업 띵동, 산지에서 생산된 농수산물을 수거 , 배달하는 커머스 스타트업 헬로네이처, 이외에도 많습니다만, 이들의 핵심역량은 결국 물류입니다. 서비스의 고도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

 

이는 대규모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대기업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작은 지역을 기반으로, 소규모 인프라를 보유하는 측면에서 운영되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한 4 개 스타트업은 모두 ´직접배송´ 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서비스를 ´ 직접배송 ´ 하는 것은 아닙니다 . 핵심 서비스 지역은 직접배송하지만 그외 지역은 기존 시장에 있던 플레이어인 용달업체 , 택배업체 , 이륜차업체와 협업을 통해 진행하는 부분이 존재합니다 . 한창 뜨거운 쿠팡 역시 모든 지역을 쿠팡맨이 배송하지는 않습니다 . 택배사와 협업을 통해 로켓배송 품목 외의 상품에 대한 배송을 진행하고 있지요 . 때문에 물류산업은 "B2B 비즈니스다 " 라고 자신있게 주장하는 것은 이제 어려울 것 같습니다 . 모든 산업이 결합되는 통합의 시대가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

 

인프라 중심의 기간산업의 물류 이상으로 생활물류가 주목받는 시대가 왔습니다 . 물론 생활물류에 대한 연구 및 제도는 아직 명확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연구 및 제도정립이 최근들어 집중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밝힙니다 .

 

( 한국교통연구원 공문 )

 

한국교통연구원은 지난 4 월부터 ICT 융합형 물류 스타트업 지원 및 활성화를 위한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 이는 자체적으로 ´ 메가과제 ´ 라 표현할만큼 큰 비중을 두고 진행되고 있는 부분입니다 . 국토교통부 또한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 물류스타트업 ´ 지원 및 제도 마련에 힘을 쏟을 전망입니다 .

 

지난 11 월 개인적으로 초청받았던 ´ 물류전문인력양성사업 관련 토론회 ´ 에서 만났던 국토교통부 물류정책과 이상일 과장은 물류스타트업 지원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

 

엄기자 : 물류업계에는 대기업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 상당수의 중소기업 , 그리고 최근 들어서 물류판에 진입한 스타트업 또한 우수한 물류전문인력을 찾기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 학생들은 이런 기업들의 존재를 잘 모릅니다 . 잘 모르기 때문에 지원 또한 하지 않습니다 . 국토교통부와 통합물류협회가 물류업계에 숨어있는 좋은 중소기업 , 스타트업을 찾아 학생들에게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줬으면 합니다 .

 

이과장 : 정확히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 최근 몇몇 행사를 통해 물류업계에 진입한 스타트업의 존재를 알았습니다 . 국토교통부 차원에서도 숨어있는 알짜배기 회사와 학생들을 연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노력하겠습니다 .

 

2.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주공산이다

 

앞서 언급한 것은 모두 최근들어 발생하고 있는 일들입니다 . 그러나 물류판은 여전히 거칠고 , 파편화된 것들이 많습니다 .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고칠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 가령 많은 스타트업이 이미 진입한 ´ 이륜차업계 ´ 는 제도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 업계 1 위라는 인성데이타는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으며 , 업계 관계자들은 그들의 실질적인 영향력은 그 이상이라 평가합니다 .

 

퀵기사들에 따르면 그들은 횡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 생계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 화물 ´ 이 플랫폼 업체의 손아귀에 있기 때문에 퀵기사들은 그저 업체의 횡포를 견딥니다 . 기존 업계에 대한 불만은 이륜차 퀵기사들의 인터넷 카페만 가더라도 쉽게 모니터링 됩니다 .

 

화물차라고 다를까요 ? 화물운송업계의 고질적 문제인 ´ 다단계 운송 ´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 몇몇 대기업의 양아치적인 행태도 감지됩니다 . 가령 우리가 개발한 ´ 플랫폼 ´ 을 사용하고 , 월정액을 내지 않으면 화물을 주지 않겠다는 식입니다 . 고칠 부분은 아주 많습니다 . 그리고 그것을 지원해줄 수 있는 바람은 불고 있습니다 .

 

3. 바람이 분다

 

지난달 CJ 대한통운은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 ´ 물류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사업 ´ 을 개시한다 밝혔습니다 . 이는 단순 공모전이 아닌 공모전 이후 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한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병행한 사업입니다 .

 

( 자료 : CJ 대한통운,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 )

 

물론 이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 대기업이 공모전을 통해 학생들의 ´ 아이디어 ´ 를 갈취한 선례 또한 존재하고요 ... 분명 조심해야 될 부분임은 분명합니다 .

 

그러나 학생들이 초기 ´ 무자본 ´ 으로 아이디어만을 기반으로 시장에 진입하기에는 분명 좋은 기회라 생각합니다 . 창조경제혁신센터와 같은 관이 연결되어 중재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고요 . 혹여나 있을 불미스러운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은 저희와 같은 언론이 담당할 것입니다 .

 

이 외에도 최근 공모전을 통해 입주 및 지원 물류스타트업을 선정하고 있는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가 있습니다. 심사에 참가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심사에는 총 4000 여개의 스타트업이 지원했다고 합니다 . 이미 4 개 물류스타트업을 선정하여 지원사업을 하고 있는 인천항만공사의 사례 또한 존재합니다 .

 

물론 이들의 성과는 아직 굉장히 미비합니다 . 하지만 이런 변화는 이제 시작점이라는 부분을 고려해야 될 것입니다 .

 

판은 열렸습니다 . 감히 한 말씀 드리자면 물류 스타트업에 돈이 모이고 있습니다 . 스타트업과 그리 친해보이지 않던 물류판에 부는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다는 이야기입니다 .

 

그러나 스타트업이 ´ 파괴적 혁신 ´ 을 만들고 있다고 하는 시대 속에서 물류판은 아직까지도 평화롭습니다 . 별다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지 않는 물류판에 환상을 현실로 만들어 줄 누군가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

 

 



엄지용 기자

흐름과 문화를 고민합니다. [기사제보= press@clomag.co.kr] (큐레이션 블로그 : 물류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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