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당 기사는 CLO 통권 64호(10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일부 발췌했습니다
수요예측에 대한 초라한 변명
글. 이병휘 캘로그 디멘드 플래너
Idea in Brief
수요예측 담당자로 일하면서 많은 분들에게 “왜 이렇게 안 맞느냐”는 말을 자주 듣는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수요예측은 절대적으로 맞지 않는다. 그러나 맞지 않는 수요예측 치라 하더라도 이는 생산과 판매의 기준목표치를 제공하며 이 기준치는 시시각각 변하는 사항에 대한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 수요예측치는 회사의 운영방향과 목표를 수치로 전환한 정량적 지표이며 이는 결국 회사의 매출에 대한 예상치와 그에 따른 소요 비용에 대한 기준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목표에 대한 가정이 존재하기 때문에, 변경되는 요인들에 대한 분석이 가능하며 수요예측은 결국 다음에 취할 행동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줄 수 있다.
수요예측을 직업으로 하다보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왜 이렇게 안 맞아?”
어쩌면 많은 분들에게 실망을 드릴 수도 있겠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수요예측은 절대적으로 맞지 않는다. 지금은 켈로그에서 Demand Planner로 홀로 일하고 있지만, 앞서 언급한 “왜 이렇게 안 맞아?”는 예전에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동료들과 자조적인 어투로 서로 주고받던 말이며, 슬픈 현실이기도 하다. 햇수로 5년 차. 사회생활의 반이 넘는 시간을 수요예측이라는 업을 지고 살고 있지만, ‘정확한 수요예측’이란 것은 아직도 해결해보고자 고민하고 있는 문제이자 반쯤은 자포자기하고 받아들인 현실이기도 하다.
수요예측에 대한 자세한 방법론은 지면을 통해 설명하기에 부족하거니와, 필자의 영업비밀이기도 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못한다. 사실 그 방법론이라는 것이 대수롭지 않다 보니, 대단한 기술을 사용하는 무언가로 기대하는 사람들의 실망을 피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 크지만 말이다.
간단히 수요예측을 설명하자면 과거의 실적을 기반으로 실적에 영향을 미친 요인들을 분석하고 분리하며, 현재의 상황과 요인들과 비교하여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는 것을 말한다. 가령 행사 또는 광고 등이 없을 때의 기본적인 판매 실적 위에 행사 진행시 증가될 추가 수요에 대한 부분을 반영하고, 계절성(Seasonality)과 시장의 전체 수요(Market demand) 등을 파악하여 실제 소비자 판매량(off-take)을 예측하고, 여기에 거래선의 재고 상황이나 최근 실적 등을 반영하여 매출(sell-in)을 예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반적으로 S&OP;(Sales & Operation Planning)를 도입한 회사라면, 이렇게 도출된 수요를 가지고 생산, 판매계획 및 목표를 설정하게 되며, 회사 전체의 목표와 KPI(Key Performance Indicator)에 반영되어 자연스럽게 물류의 재고 및 인원 운영계획에도 영향을 준다.
그런데 안 맞는다.
제품별로 반영된 판매 예상치와 달리 두 배가 팔리거나, 반도 안 팔리는 경우가 생기고 거래선 별로 설정된 판매 예상치를 초과하는 거래선이 등장하는가하면, 미달하는 거래선도 발생한다. 며칠에 걸쳐 꼼꼼하게 모든 계획을 검토하고 최근의 시장 점유율이나 현황까지 모두 반영했는데 왜 이런 일이 생길까.
대부분의 경우 예상치와 실제 수요의 차이는 기존 수요예측을 마들 때의 시점과 실제 판매가 이뤄지는 시점 간의 시장 상황(경쟁사 행사, 신제품 출시, TV광고 등) 혹은 행사 계획 등의 변동으로 발생한다. 또 다른 요인은 모든 요소를 파악했다고 생각했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했거나, 영향력이 작아 반영하지 못했던 요인(가령 거래처 판매직원들의 파업, 사회적 불매운동 등)들이 실제로 훨씬 큰 효과를 보이면서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다.
이런 다양한 요소들은 판매량에 영향을 주며, 그렇게 변화된 실제 판매량은 “물들어 올 때 노저어라!” 라는 구호와 함께 증폭되어 전체적인 판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 대표적으로 갑자기 잘 팔리는 제품으로 인한 마케팅 행사 변경 또는 거래처 재고 비축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사건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결국 100을 생산하려던 A제품은 120, 140, 160이 되고, 생산 물류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기존에 세웠던 인원운용계획이나 자원 배치 계획을 모두 폐기하고 현재 상황을 지원하기 위해서 급급하게 된다.
그리고 모두가 말한다. “왜 이렇게 안 맞아?”
맞지도 않을 수요예측을 하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싶은 생각은 아마도 모든 부서가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수요예측 담당자를 위해 준비한 회의들과 각종 자료들을 생각하면 아마 수요 예측하는 사람들이 왜 필요한가라는 의문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수요예측은 필요하다.
아무리 맞지 않는 수요예측이라고 하더라도, 생산과 판매의 기준목표치를 제공하며 이 기준치는 시시각각 변하는 사항에 대한 지표로 활용된다. 안 맞는다고 하더라도, 시장 상황과 계획을 반영한 예측이기 때문에 회사의 운영방향과 목표를 수치로 전환한 정량적 지표이며 이는 결국 회사의 매출에 대한 예상치와 그에 따른 소요 비용에 대한 기준 지표가 된다. 목표에 대한 가정이 존재하기 때문에, 변경되는 요인들에 대한 분석이 가능하며 이는 결국 다음에 취할 행동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줄 수 있다.
다소 장황하게 적어 내려갔지만 수요예측이란 결국 회사의 전략에 대한 구체화된 전망이다. 현재의 플랜이 달성할 수 있을 예상치를 제시하여, 방향성을 제공하고 그 방향에 대한 수정여부를 판단가능토록 만드는 기준 정보인 것이다.
수요예측은 과거에도 안 맞았고, 무수한 고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안 맞고 있으며, 아마도 가까운 미래에도 여전히 안 맞을 것이다. 그래도 수요예측에 대한 기준 정보를 제공해주는 부서들이 조금씩만 도와준다면 아마 지금보다는 조금 더 잘 맞을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엑셀 부여잡고 끙끙대고 있을 많은 디멘드 플래너들에게 따뜻한 온정의 손길과 사랑을 부탁드린다.
이병휘 SCM칼럼리스트는 생활용품, 전자제품, 식품, 화장품을 다루는 여러 제조·유통업체를 거치면서 SCM, 수요예측을 담당해왔다. 주요 관심사는 SCM프로세스와 정보 가시성(Information Visibility)이며, 최근에는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에 눈을 돌려 물류산업에서 활용을 고민하고 있다. 거창한 주제가 오고갔지만 결국 페북에 중독된 평범한 월급쟁이다. (byunghw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