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이병휘의 포어캐스팅] 경계의 모호함, 그 모호함의 경계에 대해서

포어캐스팅

by 콘텐츠본부

2015년 10월 24일

온라인 오프라인 경계 모호

* 해당 기사는 CLO 통권 63호(9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일부 발췌했습니다.

 

경계의 모호함, 그 모호함의 경계에 대해서
글. 이병휘 캘로그 Demand Planner

 

Who?

이병휘
이병휘 과장은 P&G; KoreaProduct Supply와 삼성전자 생활가전 사업부 Retail SCM팀을 거쳐 현재 켈로그 영업부 디멘드 플래너(demandplanner)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관심사는 SCM프로세스와 Information visibility 등이다.

 

Idea in brief

온라인, 오프라인 채널 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제조사들의 비용효율화와 높아진 유통업체의 위상으로 유통채널간의 제품 차별화는 이제 거의 불가능하며, 유통업체 사이의 경쟁적인 최저가격 보장제의 도입으로 인해 가격적인 차별화 또한 어려워졌다. 점차 온라인과 오프라인이라는 용어자체가 가지는 의미는 경계가 아닌 구분이 되어가고 있다. 온라인,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이제 같은 분야의 경쟁자뿐만 아니라 채널을 넘어 구매 방식에 대한 한계까지 극복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유통채널간의 경계가 허물어져 감에 따라 물류 인재들도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경험과 재능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모호함의 경계에 선 사람들은 이제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홈쇼핑 업체인 CJ오쇼핑이 전국 당일 배송을 시작했다. 한국의 몇 배나 되는 국토 면적을 가진 미국에서도 아마존이 제한적인 당일 배송을 시작한데 이어 구글은 구글 익스프레스를 통해 온라인 쇼핑에 진출하는 동시에 당일 배송을 시작했다. 오프라인 업체들은 이미 전국에 깔린 지점을 기반으로 당일 배송을 시작했다. 바야흐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무료배송으로 시작된 B2C 물류서비스 경쟁은 온라인 유통시장의 주요한 선택점이 되었다. 아마존의 아마존프라임과 쿠팡의 로켓배송은 그것의 대표적인 예이다. 온라인 유통의 가장 큰 장벽인 구매-배송간의 간극이 극복되며 즉시성이 확보되기 시작한 것이다.

 


‘즉시성’을 확보하라

온라인업체들의 B2C 물류서비스 경쟁의 원인은 이러한 ‘즉시성’에서 찾을 수 있다. 가령 소비자가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제품을 구매했다 가정하자. 소비자가 구매한 제품은 주문자에게 도착하기 전까지 지불한 금액에 대한 가치를 갖지 못한다. 퀵으로 배송되건, 택배를 통해 뺑뺑이를 돌고있건, ‘ 배송중’인 물건은 어떤 가치를 내포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부분에서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가장 큰 격차가 발생한다. 진열대에서 물건을 집어 계산 후에 바로 사용할 수 있는‘결제’와 ‘배송’사이의 간극을 줄여줄 수 있는 ‘즉시성’이 오프라인 구매의 가장 큰 강점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상품 구성 측면에서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차별성이 사라지고 있다. 온라인 전용으로 기획된 일부 제품, 혹은 구매절차상 법적으로 본인 확인이 반드시 필요하거나 온라인 판매가 금지된 일부 상품군(술, 담배, 의약품 등)을 제외하고 나면 거의 모든 제품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 모두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제는 온라인 유통업체와 오프라인 유통업체간 제품의 차별성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소위 빅데이터로 대변되는 IT기술의 발달에 따른 정보처리 속도의 향상을 백분 활용하여 실시간으로 처리된 주문은 당일 내에 배송까지 완료 가능하다. 고객이 결제를 함과 동시에 그 정보는 실시간으로 해당 물류센터에 전달되며, 자동적으로 직원의 피킹 목록(Picking list)에 추가된다. 피킹된 제품은 곧 포장 및 발송 과정을 거치게 되고, 대부분의 경우 주문 다음날이면 배송 차량에 실리게 된다. 도서 같은 경우 대부분 서울 기준 오후 2시까지 주문하면 당일 내에 배송해 줄 수 있다.

 

미국의 아마존의 경우 2일 배송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 서비스는 아마존프라임 회원에게 제공되는 주요 서비스이자 아마존을 다른 업체들로부터 차별화 시키는 주요한 특장점이 됐다. 이러한 부분은 기존 B2B 물류에서 Order-picking-delivery로 돌아가는 물류 흐름을 더 작은 단위로 나누어 반복적으로 진행 함으로써 가능하게 되었다. 더불어 IT기술의 도입과 물류 표준화는 입고 및 출고 제품 검수 처리에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감소 시켰으며 이는 주문에서 배송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여 기존 시간 대비 인원으로 처리할 수 있는 주문량을 증가시켜 주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러한 리드타임 및 자원의 감소는 물류비용 감소에 우선적으로 반영되었다. 동일한 물량과 주문량을 처리하는데 필요한 시간과 자원의 축소는 그대로 필요한 비용 감소로 이어졌으며 이는 공급망 물류관리의 주요한 목적이자 실적지표였다. 특히나 제조업 입장에서 동일한 서비스 수준을 유지하면서 지속적인 비용 감소를 하는 것은 모든 물류 담당자들의 주요한 평가 요인이었으며,이 제는 익숙해진 S&OP;나, Demand planning 또한 정확한 예측 또는 합의된 목표를 기반으로 하는 최적 자원 분포를 통해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됐다.

 

하 지만 도서 배송 시장에서 처음 등장한 ‘당일 배송’은 서비스 그 자체만으로 해당 업체를 통한 구매를 결정짓는 결정요인이다. 가격과 편리함 때문에 온라인에서 구매를 하지만 배송을 기다리는 그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우편집중국을 털어 용산에서 직접수령을 하던 사람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들이 온라인 채널의 주요한 고객층이었으며, 이들에게 당일 배송은 절대적인 가격우위를 지니지 못한 업체들 간의 경쟁에서 중요한 피선택 요인이 된 것이다. 과거 대형 마트의 한국 진출 초기에 동네 슈퍼마켓들이 대형 마트를 상대로“배송”을 무기로 싸웠던 상황을 우리는 이제 온라인에서 보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제조사들의 비용효율화와 높아진 유통업체의 위상으로 유통채널간의 제품 차별화는 이제 거의 불가능하며, 유통업체사이의 경쟁적인 최저가격 보장제의 도입으로 인해 가격적인 차별화 또한 어려워졌다. 점차 온라인과 오프라인이라는 용어 자체가 가지는 의미는 경계가 아닌 구분이 되어가고 있으며, 온라인,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이제같은 분야의 경쟁자뿐만 아니라 채널을 넘어 구매방식에 대한 한계까지 극복해 나가고 있다.

 

아마존을 필두로 한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당일 배송을 차례차례 도입하며, 오프라인 유통업체들과의 직접 경쟁을 시작한다. 한국에서는 로켓 배송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배송 서비스 강화 추세는 배송기사의 서비스 강화를 통한 재구매 유도를 보여준다.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가장 큰 문제점이었던 배송시간과 배송 경험에 대한 개선은 결국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과거의 온라인 물류의 주요한 지향점이 비용 감소였다면, 최근에는 매출증대와 반복구매 유도에 집중되는 것이다.

 

오프라인을 넘어 옴니채널로

이런 추세에 오프라인 업체들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 기존 오프라인 유통의 장점이라고 판단되었던 결제-배송사이의 간격을 늘려, 배송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유통업체에 가진 신뢰를 바탕으로 신선식품 등 신뢰가 중요한 상품군의 판매 또한 온라인으로 확대하며 오프라인에서 옴니채널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러한 배송 서비스의 변화는 결제 후 상품을 가지고 이동해야 하는 부담을 줄여주어, 소비자들에게 더 편하게 쇼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오전에 약속을 나가면서 장을 보고, 저녁 귀가 시간에 맞춰 배송을 받을 수 있는 자유를 제공하는 것이다.

 

유통채널의 간의 경쟁은 물류 환경의 변화 또한 야기했다. 기존 오프라인 채널의 물류가 제조사에서 유통업체까지 이어지는 B2B 물류와 창고 및 재고 관리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매장에서 직접 배송되는 온라인과 매장 구매 고객 배송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한 B2C 물류망의 구축과 운영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온라인 유통 업체의 경우 기존의 물류가 단순한 배송에 제한되었다면, 점차 늘어가고 있는 직접 배송을 위한 재고 및 구매 관리뿐만 아니라, 배송 인력에 대한 서비스 품질 관리와 사실상 유일하게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인력에 대한 CS교육까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온라인 업체의 체질변화

이에 따른 온라인 업체의 체질 변화도 가속되고 있다. 과거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온라인 플랫폼 역할만을 수행하던 오픈마켓이나, 이커머스 업체들은 이제 직접 매입 후 다시 구매자에게 판매하는 전통적인 의미의 유통업체에 가까운 모습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다. 심지어 기존 소규모 판매자들에게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4PL업체와 같은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는 플랫폼을 넘어서 유통업체간의 경쟁 시대에 돌입한 다수의 판매자를 포함하는 온라인 유통업체가 각각의 판매자에 따른 서비스 품질의 차이점을 극복하기 위해 필수적인 부분이었다. 이러한 변화는 온라인 유통업체를 그동안 노출되지 않았던 재고 부담과 이에 따른 전문적인 물류 자원의 필요성에 노출시켰다.

 

유통업체들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고 있다. 이제 물류인들에게 배송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공급사슬의 전체적인 이해가 중요해지는 시대가 올 것이다. 수많은 업체에서 입고되는 상품에 대한 분류와 관리는 기존 오프라인 업체들이 물류 부분에서 쌓아온 강점이다. 직접 배송에 따른 B2C 물류에 대한 인력 관리와 운용은 택배사를 필두로 한 물류업체들이 가진 장점이다.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이미 이와 관련된 인력들을 흡수하고 있다. 판매량을 예측하던 demand planner는 지역별 판매량 예측을 통한 제품의 최적 배치에 활용될 수 있으며, 전국에서 무수한 물류센터를 운용하던 편의점 물류 전문가는 점차 증가하는 물류센터간의 상품이송에 최적화되어 있다. 온라인 주문 및 픽업 관리자는 온라인으로 쏟아지는 주문에 대한 오프라인 매장 내 픽업 프로세스에 대한 해답을 제공할 수 있다.

 

이렇듯 유통채널간의 경계가 허물어져감에 따라 물류 인재들도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서로 다른 유통채널에서, 때로는 유통업체와 제조업 사이를 오고가며 필요에 따라 경험과 재능을 활용할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그러한 관심이 부족해 보인다. 온라인 채널은 온라인 채널에, 오프라인은 오프라인 채널에, 제조업은 제조업에만 집중된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물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르고 적재공간이 충분한 트럭 100대가 아니라, 꼭 필요한 순간에 사용 가능한 10대인 경우가 많다. 한 분야에서 깊고 전문적인 경험을 쌓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향후 경계가 무너진 시장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넓은 경험과 능력을 쌓는 것이 시장에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싶다. 이미 시장은 서로에 대한 벽을 허물어 가고 있으니 말이다.

 



콘텐츠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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