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당 기사는 CLO 통권 61호(6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일부 발췌했습니다.
헝가리 왕실의 보물은 한국에 어떻게 왔을까?
글. 이영재/엄지용 기자
Idea In Brief
서울 한복판에 나타난 세계적인 거장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반고흐 : 10년의 기록展´이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진행 중이다. 그의 걸작인 ´활짝 핀 아몬드 나무´, ´까마귀가 나는 밀밭´ 등을 비롯해 그 동안 한국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300여 점의 회화가 전시된다. 베일에 숨겨진 반 고흐 전시전을 통해 ‘문화 속 물류 이야기’를 취재했다.
문화재운송은 티끌만큼의 손상도 용납하지 않는 분야이다. 만약 외국과의 문화재 교류로 문화재를 운송하는 도중 손톱만큼의 손상이라도 발생할 경우 자칫 외교적 문제로까지 비화될 수 있다. 이처럼 중요한 문화재운송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일까? 문화재 운송, 보관에 관해 민, 관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두루 듣고자 서울고궁박물관 전시홍보과, (주)동부아트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서울고궁박물관 전시홍보과
물류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과 얘기를 나누기는 거의 처음인 것 같다. 문화재와 물류는 언뜻 보기에 서로 매치가 되지 않는 부분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우리 박물관의 업무에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이런 문화재운송과 같은 것이다. 우리 박물관은 해외 박물관과 유물을 교류하는 행사가 많기 때문에 무진동차량과 같은 운송장비들에 대해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문화재운송은 조금의 손상도 용납하지 않는다. 때문에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의 잠재력이 충분하다.
Q1. 지난 2013년 시행했던 “헝가리 왕실보물전”과 같은 해외유물전시행사는 외국과의 협조가 필수적이라 봅니다. 특히 외국의 문화재가 손상되는 경우엔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수 있을 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생각합니다. 복잡한 과정 속에서 애로사항은 없으셨는지 궁금합니다.
A1. 해외유물전시같은 경우에는 보통 수년 전부터 박물관끼리 업무협약을 맺는다. 그래서 해당 박물관에 직접 방문해 전시주제와 운송/전시중 파손가능성과 우리 박물관의 보존역량을 고려하여 임대할 유물들을 선정한다. 사실 많은 관람객들이 관람 후 규모에 실망하시는 부분이 많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시조차도 많은 실무자가 길게는 수년 전부터 운송업체 관계자, 상대국 박물관과 협의를 거쳐 시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문화재 운송은 대부분 항공운송을 이용한다. 잘 아시다시피 빠르고 안전하기 때문이다. “헝가리 왕실보물전“의 경우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한국으로 오는 직항 항공편이 없어 독일을 경유했다. 문화재 인수인도와 같은 경우에는 각자 박물관에서 세관 측에 사전에 적하목록 등을 제출해 사전협조를 요청한다. 그래서 부다페스트부터 서울까지 약 이틀정도 걸렸다. 보통 통관이나 운송 업무는 운송대행사가 처리하고 박물관 측은 호송관파견과 보존처리, 훼손여부 판단 등을 담당한다.
포장부터 운송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는 문화재 취급 전문업체가 있다. 문화재를 다루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과 취급에 대해 고도로 훈련된 인력이 필요하다. 한국에도 전문적인 업체들이 몇 군데 있다. 박물관에서 직접 입찰공고를 내는 경우도 있고 조달청에 공고 후 선정하는 경우도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상대국으로부터 해당 유물에 정통한 업체를 추천 받기도 한다.
Q2. 박물관이나 문화재청에 문화재 운송/보존을 전담하는 부서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2. 운송을 전담하는 부서는 없지만 보존을 전담하는 부서는 있다. 보존 업무는 보존과학실과 유물과학과에서 주관한다. 수장고관리와 연구보존, 유물보존관리 등의 업무가 있다.
비록 박물관 측에서 운송과정을 업체에 맡기긴 하지만 박물관 측에서 반드시 호송관을 붙이게 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유물은 2인 이상 호송이 원칙이다. 호송관이 유물을 가지고 한국에 오는 동안 인수인계를 하면서 유물의 파손유무 등 보존상태를 전부 체크한다. 전시가 끝나고 유물이 본 소재지로 돌아갈 때에도 이러한 과정을 계속 거친다.
예를 들어 헝가리 박물관에서 공항으로 운송할 때 1회, 공항에서 2회, 경유지 공항에서 3회, 인천공항에서 4회, 고궁박물관으로 운송 후 5회 등 운송수단을 바꿀 때에나 국경을 통과할 때, 인수인계할 때 꼭 모든 사항을 체크한 후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Q3. 문화재 운송에 있어서 습도조절, 온도조절 등이 매우 중요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고궁박물관 소속 학예사들이 운송매커니즘이나 포장방법 등에 대해 전문지식을 교육받는지 궁금합니다.
A3. 사실 그 부분은 운송업체에 거의 맡기기 때문에 따로 전문적인 교육을 하진 않는다. 그러나 박물관 내에서 운반하는 것에 대해서는 철저히 교육한다. 유물을 만지는 법, 옮기는 법, 드는 법 등 여러 부분을 교육한다. 짧은 거리라도 움직이는 것에 대해서는 반드시 상자나 틀에 받쳐서 양손으로 들고 옮기도록 교육한다. 이것도 나름 박물관 내 운송이 아닐까 싶다.
다만 업무상 운송지침은 교육한다. 유물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충격을 최소화하는 무진동차량으로 수송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리고 최소 2명 이상의 호송관들이 유물을 운송하는 트럭 앞뒤로 동행한다. 가령 깨지기 쉬운 도자기의 경우 포장용지부터 도자기를 감싸는 내포장박스, 외포장을 구성하는 철제 알루미늄박스까지 세심히 포장을 거친 후 무진동차량에 삽입해야 한다.
Q4. 다른 박물관과 비교하여 고궁박물관의 운송 및 보존업무 특징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4. 다른 박물관들의 경우 무덤에서 발굴된 것들이 많다. 때문에 금속이면 금속, 헝겊이면 헝겊 이런 식으로 단일재질로 이루어진 단일개체가 많다. 게다가 발굴되기 전까지 대부분 자연부패되어 금속, 석재, 등 재질이 한정적이다. 그러나 고궁박물관의 유물들은 복합재질이 많다. 비교적 시기가 멀지 않은 조선 왕실에서 사용하던 유물들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가마와 같은 경우에는 몸체는 나무로 되어 있지만 겉에 옻칠이 되어 있고 쇠로 고정을 시킨 부분이 있으며 가마 곳곳에 자수가 그려진 비단 등이 장식되어 있다. 때문에 여러 재질의 속성을 고려한 운송이 매우 중요하다. 병풍같은 경우에는 운송과정 중 손상이 특히 우려되는 유물 중 하나이다. 때문에 병풍의 각 면마다 중성지를 덧대어 온/습도에 대비하면서 운송한다. 병풍이나 가마로 알 수 있듯이 보통 고궁박물관의 유물들이 매우 무겁고 부피도 매우 크다. 운반이 굉장히 어렵다.
(주)동부아트
Q1. 보통 문화재와 물류는 서로 관계가 없는 분야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동부아트의 문화재운송은 국립고궁박물관에서도 인정받을 만큼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이를 통해 수익모델을 창출해냈습니다. 문화재운송은 어떤 분야인지 독자들께 간단한 설명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특별히 문화재운송이라는 분야에 진출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A1. 예전에는 문화재운송분야가 블루오션이었지만 지금은 레드오션이다. 문화재운송은 수요가 굉장히 한정적인 분야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고객확보가 중요하다. 지속적인 고객확보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서비스의 질이다.
문화재운송은 굉장히 꼼꼼한 작업을 요하기 때문에 아무나 할 수 없다. 문화재의 속성을 아는 사람들이 해야 한다. 특히 온도 및 습도가 중요한데 적정습도 온도를 유지해야 유물이 가진 성질을 오래 보존할 수 있다. 철기의 경우에는 습도가 높을 경우 부식이나 녹이 생길 수 있는 반면에 의류나 종이류는 너무 건조하면 찢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적당한 습도가 필요하다.
Q2. 문화재운송은 특수한 분야로 수요가 일정하지 않아 예측이 힘들 것 같습니다. 수요를 적절히 예측하고 그에 맞게 운송계획을 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생각됩니다. 이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2. 그렇다. 방금 말씀드린 바와 같이 문화재운송은 수요가 한정되어있다. 전국 11개 국립박물관이나 리움미술관, 호암아트센터 등의 사립박물관과 지자체에서 건립한 박물관들 이외에 수요가 그리 크지 않다. 당사는 현대미술부문과 문화재부문으로 구분하는데 수익을 비교하자면 현대미술이 6, 문화재가 4정도 된다.
그 이유는 우선 현대미술 관련한 행사가 많고 갤러리, 소장품매매가 활발하기 때문이다. 또한 졸업작품전시회 등 전국 각지에 소재한 미술대학 학생들의 수요도 많다. 국내법상 문화재를 국가의 허가 없이 반출/반입할 수 없는데 미술품은 상대적으로 이 법령에 덜 민감하기 때문인 것 같다. 문화재에 관해서는 굉장히 높은 수준의 관리감독이 이루어지고 있다. 개인 소유의 문화재는 물론이고 등록되지 않은 문화재도 반입/반출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또한 유물들이 해외로 나갈 때 안전히 돌아올 수 있는지 문화재청에서 심사하기도 한다.
경험이 부족한 회사가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으로 입찰가격을 써내 사업에 선정되었는데 유물에 손상이 가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 경우에는 해당업체는 물론이고 승인허가를 내준 공무원들에게도 엄청난 불이익이 갈 수 있다. 때문에 문화재운송은 절대 아무 업체나 다룰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때문에 문화재운송에 관해서는 민,관이 합심해 사전에 철저히 검증한다. 예를 들어 반출허가항목에 대해 어떻게 안전관리를 할 것인지 검증한 후 반출허가를 내준다.
Q3. 문화재 운송에는 고도의 기술력과 경험, 문화재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법령에 관한 지식도 많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런 점에서 고충이 없으셨는지요?
A3. 우선 법령에 관해 말씀드리자면 우리 관세법에서는 100년 기준으로 골동품과 상품을 구분한다. 골동품의 경우 1억짜리를 사오든 더 비싼 돈을 주고 사오든 세금이 없다. 물론 이는 100년이 넘었다는 것이 증빙이 될 경우에 한정한다. 하지만 문화재보호법에서는 50년을 기준으로 이를 구분한다. 때문에 우리 같은 문화재 취급 전문업체도 이런 법령이 중첩될 경우 현대미술 관련 업무에 불편을 겪을 때가 많다.
문화재 자체에 관한 지식 역시 꼭 필요하다. 포장은 문화재 재질, 크기, 중량, 종합적 판단해 국제운송 중 상해를 입지 않게끔 어떻게 최상의 재료를 사용해 포장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해외에선 이러한 업무경험이 풍부한 인력을 아트 핸들러(Art Handler)라 부르기도 한다. 이처럼 전문적인 기술을 갖고있는 사람을 통해 포장작업을 수행하는데 2,3중으로 포장해 웬만한 충격에는 크게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 물론 무진동차량으로 수송한다.
유물이나 문화재를 옮기는 결정은 관에서 한다. 어떻게 한국에 왔다가 가는지는 여러 부분에서 고민중이다. 포장만 잘해서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안전관리. 설치, 재포장. 안전관리 여러 측면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져야한다. 해외의 경우에는 밀수품, 도난, 강도사건이 매우 잦다. 어떻게 안전을 담보할 것인지 고민해야한다.
Q4. 문화재 운송에 있어서 온/습도조절, 파손방지 등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부분이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동부아트에서는 이러한 위험요인들을 어떤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완벽한 조절은 불가능하지만 등온상자를 통해 적정온도를 어느 정도 유지할 수는 있다. 습도의 경우 도자기, 석재는 영향이 적다. 그러나 종이, 목재 등은 습도에 민감하다. 그래서 온습도를 맞춰주는 것이 맞다. 전시하고자하는 장소에서도 온습도관리를 계속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운송 중에는 포장으로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하다. 항온항습차량이 있는데 온도조절은 비교적 용이하지만 항습까지 완벽히 맞추기는 어렵다.
무진동차량은 차축에 에어백을 달아 적재물의 충격을 줄이는 차량이다. 일반 트럭의 2배정도 가격이다. 사실 완전한 무진동은 불가능하지만 진동을 최소화한 트럭이라고 이해하시면 되겠다.
Q5. 동부아트는 문화재 운송/보관 뿐만 아니라 통관업무, 포장 또한 대행하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에 걸쳐 역량을 확보해 업무에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재운송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운송/보관, 통관업무, 포장 외에 어떤 역량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A5. 문화재운송에 있어서 보존이나 유물에 대한 이해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이외에 중요한 것은 국내외 법에 정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중국의 경우에는 전시일 기준 3개월 전에 중국정부로부터 전시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한 상아가 함유된 유물을 미국으로 운송할 경우에는 워싱턴협약에 따라 미국 환경청의 허가를 따로 받아야 한다. 사안에 따라서는 소각 등의 처벌이 있기 때문에 국내외법령을 상세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법령을 모르고 무작정 유물을 운송할 경우 유물이 압류될 수도 있다. 따라서 국내외 해외업무경험이 축적된 회사들이 박물관 등 중요기관의 의뢰를 많이 받게 된다.
문화재운송을 계획할 때 구간 별로 운송계획을 따로 세운다. 예를 들어 매일 포장, 답사, 통관, 국내운송, 항공운송 등의 행위를 시간대별로 세세히 계획한다. 그리고 박물관 측에서 호송관이 파견되어 운송 전 과정을 동행하며 관리감독한다. 전시의 규모에 따라 1 국가의 호송관이 올 수도 있고 양국의 호송관이 같이 오는 경우도 있다.
일반 상품들은 선적이나 통관시간이 매우 오래 걸린다. 1,2일 이상 소요될 수도 있다. 그러나 문화재운송은 이러한 작업절차가 매우 빨라야 한다. 문화재가 외부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소화 해야 하기 때문에 화물기의 경우 출발 5시간 전에, 여객기의 경우 출발 4시간 전에 작업하는 구조이다. 신속한 통관을 위해 문화재운송업체들은 사전허가, 서류구비 등을 통해 통관업무 실무자들이 빠른 허가를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최근 바이오물류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문화재운송은 대체로 바이오물류에 비교해도 절대 느리지 않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