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만드는 물류기업 ‘ 자라 ’
인디텍스 (INDITEX) 의 자회사를 통한 공급사슬의 수직계열화
글 . 민정웅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교수 | 정리 . 이영재 기자
자라 (ZARA) 는 아만시오 오르테가 (Amancio Ortega) 회장에 의해 설립된 인디텍스 社 의 대표적인 패션 브랜드이다 . 오르테가 회장은 스페인 국민들에게 ‘ 패션의 민주화 ’ 를 불러일으킨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데 , 대중들이 그동안 접근하기 어려웠던 디자이너의 패션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길을 터주었기 때문이다 .
가난한 철도원의 아들로 태어난 아만시오 오르테가 회장은 1963 년부터 콘벡시오네스 고아 (Confecciones Goa) 라는 의류 제조회사를 설립해 운영했다 . 유통업체로부터 주문받은 의류의 생산을 전문으로 하던 콘벡시오네스 고아는 1975 년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독일의 한 업체가 주문을 갑자기 취소하자 큰 곤란을 겪게 되었다 . 오르테가 회장은 발주취소된 물량을 판매하기 위해 그의 공장에서 아울렛 (Outlet) 형태로 이들 제품을 직접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 그 때 회사이름도 ZARA 로 변경하게 되었다 .
ZARA 는 1 주일에 2 회 출시되는 새로운 제품을 공급하되 각 매장별로 제한된 수량을 공급하고 있다 . 소규모 작업장 (Workshop) 형태의 제조공정으로 제품의 희소성을 증대시켜 소비자로 하여금 지금이 아니면 상품을 구매할 기회가 없다는 욕구를 일으키기 위함이다 .
ZARA 는 이러한 신제품 출시방식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디자인으로부터 생산에 이르는 전 과정을 매우 빠르게 진행시키고 있다 . 이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디자인 , 생산 , 유통 등 의류제조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당사자들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과 이를 바탕으로 한 신속한 의사결정이다 . ZARA 는 제품생산시 아웃소싱의 비중이 높을 경우 커뮤니케이션과 의사결정에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 때문에 디자인 , 생산 , 원단제조 , 원자재 구매 , 운송 및 물류 등 모든 프로세스를 ZARA 의 지주회사인 인디텍스 (Inditex) 아래 자회사를 두어 진행하는 수직계열화 체계를 구축했다 .
ZARA 의 디자인 프로세스
라 코루냐 (La Coruna) 에 위치한 ZARA 의 본사에는 1,000 명의 디자이너가 상주하며 1 명의 디자이너는 연평균 60 여 개의 제품을 디자인한다 . 1 년이 약 52 주이니 거의 1 주일에 1 번 꼴로 디자인을 만드는 셈이다 . 새로운 패션에 대한 디자인팀의 아이디어는 고객이 방문하는 매장으로부터 직접 나오는 경우가 많다 . 그 이유는 매장 내 재고와 제품수요에 대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본사 디자인팀에 전달될 뿐만 아니라 , 고객이 쇼핑할 때 입고 나온 옷의 종류나 색상 , 모양까지 고객의 취향과 관련된 모든 것이 보고되기 때문이다 .
ZARA 디자인팀은 남성 , 여성 , 아동의류를 디자인하는 3 개의 디자인 센터로 구성되어 있다 . 각 디자인센터 내에는 별도의 구매부서와 생산부서가 있다 . H&M; 등의 경쟁업체가 구매와 생산부서를 본사 내 하나의 통합된 조직으로 운영하는 것과 다르다 .
ZARA 의 디자이너는 사내 여러 부서들과의 유기적인 협력과 정보공유를 통해 디자인을 구성한다 . ZARA 의 각 매장 매니저는 1 주일에 2 번씩 주문을 발주하는데 , 본사 내의 매장 스페셜리스트라는 전담관리자는 이들의 주문정보 뿐만 아니라 매장에서 입수되는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분석해 디자이너에게 제공한다 . 한면 각 디자인 센터에 소속된 구매와 생산매니저는 ZARA 가 보유하고 있는 현재의 생산용량과 제품별 생산 원가에 대한 정보를 디자이너와 공유한다 .
디자이너는 이렇게 취합된 정보를 토대로 시제품을 만들고 이후 CAD(Computer-Aided Design)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색상과 질감을 조정한 후 계열사인 콤디텔로부터 미리 구매해놓은 원단의 가공을 통해 수 시간 만에 시제품을 완성합니다 . 이 샘플은 곧바로 오르테가 회장의 승인을 얻는데 결재가 이루어지면 바로 원단의 가공과 재단작업에 돌입하게 된다 . 물론 결재까지 소요되는 시간도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는다 .
신속한 초기 디자인 과정은 각 디자인 센터에 속된 매장 스페셜리스트 , 생산담당자 , 구매담당자 , 시제품 가공 담당자 , 매장 매니저 , 그리고 디자인팀의 유기적인 협업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
ZARA 의 생산프로세스
ZARA 는 패션의 속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신속하고 민첩한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 타 업체들은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생산을 아웃소싱하는데 비해 ZARA 의 생산은 라 코루냐에 위치한 스페인 본사 인근의 14 개 공장에서 이루어진다 . 이 공장들에서는 사전에 완성된 디자인에 따라 생산에 필요한 원단을 가공한다 .
공장에서 재단된 원단들은 스페인과 포르투갈 각지에 있는 350 여 곳의 소규모 바느질 작업장 (Workshop) 으로 보내진다 . 이 작업장들은 모두 아웃소싱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 모든 원단과 제작매뉴얼이 ZARA 로부터 제공되기 때문에 작업장들은 단순 바느질 작업만을 처리하고 있다 . 소규모 워크숍중심의 생산방식은 생산량을 한두 군데의 대량생산공장보다 생산량 조절이 유연하기 때문에 급격한 수요변동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 상황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하는 끌기 (Pull) 방식인 것이다 . 유니클로가 판매 데이터와 수요예측자료를 철저히 활용하는 것과 다른 방식이다 .
소규모 작업장에서 바느질 공정을 거쳐 완성된 옷들은 다시 본사의 생산공장에서 다림질 작업과 태그를 붙여 포장된다 . 그리고 ZARA 가 보유한 자체 물류센터로 보내진다 . ZARA 가 생산하는 물량의 약 60% 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제조된다 . 공정별로 전문성 , 비용 , 소요시간 등을 고려해 아웃소싱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데 염색과 재단과 같이 자본과 자동화설비 투입이 필요한 작업은 ZARA 에서 직접 수행한다 . 반면에 노동집약적인 바느질은 작업장을 아웃소싱해 진행한다 . 또한 패션 트렌드가 중요한 제품들은 ZARA 가 직접 생산하지만 최신 트렌드에 덜 민감하고 수요변동이 적은 제품은 아웃소싱에 의해 이루어진다 . ZARA 는 다른 패스트 패션 기업들과 달리 자체생산비중이 높기 때문에 생산원가 , 판매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
ZARA 본사는 제품 디자인부터 샘플제작 , 원단재단을 3 일 이내에 완료하고 재봉작업 등 의류생산과정에 1 주일 정도를 사용한다 . 따라서 디자인부터 완제품이 생산되기까지는 불과 열흘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
ZARA 의 유통 및 물류 프로세스
제품의 유통은 ZARA 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14 개 공장들의 중앙에 위치한 아르텍소 (Arteixo)hk 사라고사 (Zaragoza) 의 물류센터에서 본사직영 형태로 이루어진다 . ZARA 의 모든 완제품은 세계 어느 곳에서 생산되든지 일단 아르텍소와 사라고사의 물류센터로 집하된다 . 전체 물량의 50% 가 처리되는 아르텍소 물류센터는 주로 스페인 , 포르투갈 , 미국 , 중동시장을 담당한다 . 나머지 물량은 사라고사 물류센터에서 처리되는데 여기서는 스페인 , 포르투갈을 제외하 유럽과 아시아 지역을 커버한다 .
물류센터에서는 자동화된 설비를 이용해 시간당 6 만 개 이상의 제품을 매장별로 분류한 후 차량으로 배송한다 . 분류는 옷의 종류에 따라 2 개 층으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2 층에서는 니트 , 티셔츠와 같이 접어서 포장할 수 있는 옷을 박스에 넣는 프로세스가 이루어진다 . 1 층에서는 재킷 등을 행거에 직접 건 형태로 분류하고 있다 .
제품 출고는 1 주일에 2 번 시행된다 . 아시아 , 미국 등 유럽 이외지역은 항공운송을 통해 2 일 안에 운송되며 유럽지역은 트럭을 이용해 24 시간 안에 매장으로 직접 운반된다 . ZARA 가 운영 중인 물류센터는 사실상 제품의 종류와 매장 ( 목적지 ) 에 따라 이를 분류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보관기능은 그리 크지 않다 . 일종의 크로스도킹 (Cross-Docking) 인 것이다 . 이는 물류센터에서 안전재고의 형태로 제품을 보관하는 유니클로와 다른 형태이다 . 매장에 제품이 도착하면 별도의 처리과정 없이 바로 매대에 진열되는데 , 그 이유는 다림질과 태그 작업이 물류센터에서 사전에 수행되기 때문이다 . ZARA 가 얼마나 아이템 회전속도에 집중하는지 알 수 있다 .
크로스도킹 (Cross-Docking) 이란 ?
크로스 도킹이란 창고나 물류센터로 입고되는 상품을 창고에 보관하지 않고 분류 또는 재포장을 거쳐 곧바로 배송할 수 있도록 하는 물류 시스템이다 . 크로스도킹의 목적은 물류센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고를 각 매장이나 고객의 주문에 맞게 소량으로 나누어 배송해 재고를 줄이는 것이다 . 이를 통해 중간유통과정을 간소화함으로써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입고 및 출하를 위한 모든 작업이 긴밀하게 동시에 연계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
ZARA 의 공급사슬 운영기법
ZARA 는 연간 약 12,000 가지의 스타일을 생산하는데 , 각 스타일별로 5~6 개의 색상과 5~7 개의 사이즈를 만들기 때문에 SKU(Stock Keeping Unit) 로 따지면 1 년에 300,000 개 정도의 SKU 를 생산하고 있다 . 그런데 ZARA 는 유니클로가 판매자료 , 수요예측자료를 동원해 1 년 전부터 생산계획을 수립하는 것과는 달리 수요를 예측하지 않으면서도 소비자의 수요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
유니클로는 제품 SKU 수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수요에 대응하지만 ZARA 는 SKU 를 줄이지 않고 생산량을 유연하게 조절함으로써 대응한다 . 소비자의 수요를 일일이 예측하기보다 소규모 작업장 위주의 생산시스템을 이용해 상황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하는 끌기 (Pull) 방식으로 탄력적인 생산량 조절이 가능한 것이다 .
엄밀이 말해서 ZARA 의 수요예측은 원단을 예측하는 것 외에 딱히 없다 . 이 과정 또한 지연전략 (Postponement) 의 관점에서 가공이나 염색을 거치지 않은 원단을 구매한 후 수요패턴에 따라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만큼 직접 염색 혹은 가공하고 있다 . 마치 델 컴퓨터의 BTO 모델을 의류산업에서 구현한 것과 같다 . 원단의 구매는 생산공정과 달리 납품단가와 거리를 모두 고려해 대부분 모로코나 인도산 원단을 구매한다 .
ZARA 의 공급사슬 운영방식은 비용적 측면에서 많은 단점을 안고 있다 . 먼저 인건비가 저렴한 아시아 지역에 생산기지를 운영하지 않고 본사와 가까운 이베리아반도에서의 생산을 고집하고 있다 . 그리고 운송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철도 , 선박을 이용하지 않고 대부분의 제품을 일주일에 2 번씩 비행기와 트럭을 이용해 24~48 시간 내에 배송하고 있다 . 또한 행거를 이용해 제품을 배송하는 방법은 운송적재율이 저하될 수 있는 방법이다 . 이러한 점을 종합했을 때 ZARA 의 물류 및 생산관련 비용은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
그러나 ZARA 의 공급망 전체를 바라본다면 추가비용의 발생이 오히려 다른 부문의 비용절감과 전체수익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 ZARA 는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공급사슬을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물류비에 많은 투자를 하더라도 이를 통해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 ZARA 공급사슬 운용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속도 향상을 통한 매출의 극대화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