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민정웅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교수 | 정리. 이영재 기자
유니클로(UNIQLO)는 1984년 야나이 타다시(柳井正) 회장이 히로시마에 “Unique Clothing Warehouse”란 이름으로 첫 매장을 오픈하면서 설립한 일본의 대표적인 패스트 패션기업이다. 이후 이를 간단히 줄여 ”UNICLO(=UNIque+CLOthing)”란 이름으로 부르다가, 회사내 한직원의 실수로 스펠링을 “UNIQLO”로 잘못 적은 것을 현재의 브랜드명 그대로 사용하게 된 패스트 리테일링(Fast Retailing)의 대표 브랜드다.
파트너형 아웃소싱을 통한 공급사슬의 수직계열화
유니클로의 제품 컨셉은 경쟁업체인 ZARA나 H&M 과는 사뭇 다르다. ZARA나 H&M이 최신의 유행을 상품화하는 것에 비해, 유니클로는 패션보다는 티셔츠나 속옷, 양말, 플리스(Fleece) 등 기능성을 강조하는 기본 상품위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판매되는 아이템의 수도 1000여 종류에 불과하며, 매장에서 제품이 판매되는 기간 도 경쟁사 대비 장기간인 편이다. 유니클로는 이러한 제품 전략을 통해 고객들이 유행에 상 관없이 수시로 입고 다니는 제품을, 원단과 소재의 대량 구매와 아웃소싱을 통한 저렴한 가 격으로, 마치 편의점을 이용하듯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초기 유니클로는 제조업체로부터 제품을 납품받아 단순히 약간의 유통마진을 더하여 판매 하는 기능에만 주안점을 두었다. 그러나 1996년 11월 자체적인 제품 개발과 생산, 그리고 품질관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도쿄의 사무소가 오픈되면서, 점차 디자인으로부터 생산 및 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을 포괄하는 일반적인 SPA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유니클로는 비교적 장기간이지만 치밀한 디자인과 생산계획, 그리고 R&D;를 통한 신소재개발로 제품 전략의 차별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러한 차별화된 제품 전략과 마찬가지로, 그 들의 공급사슬 운영전략 또한 기존 업체들과는 사뭇 다르다. 유니클로는 공급사슬의 직접적인 수직계열화와 아웃소싱 전략을 합친 듯한, 말 그대로 ‘Unique’한 공급사슬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트너형 아웃소싱을 통한 수직계열화”라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급사슬 운영기법을 통해 유니클로는 소비자 욕구를 디자인과 생산 과정에 신속하게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그들만의 고유한 공급사슬 모델을 위해 유니클로는 제품의 컨셉기획, 디자인, 생산, 마케팅, 판매 등 모든 프로세스의 담당자가 한자리에 모여 이를 논의하고 결정하는 이른바 토털 프로듀서(Total Producer)를 지향하고 있다.
“패션을 만드는 자동차회사”기본 기능에 충실하라!
유니클로의 디자인 과정은 다른 패스트 패션기업과 달리 최신 유행을 반영하는 데에는 비 교적 관심이 적은 반면, 의류 신소재에 관한 기술개발에는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야나이 회장도 와이어드(Wired)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유니클로를 의류회사가 아닌 기술회사로 바라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의류산업은 지속적인 프로세스 개선이나 완벽한 청바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하나의 유행을 쫓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에 앞서 어떻게 하면 새롭고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 이를 모든 이에게 팔 수 있을 것인지를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야나이 타다시 유니클로 회장
유니클로는 고객들이 제품의 품질이나 제품 자체가 제공해주는 본원적이고 기능적인 가치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있을 뿐, 빠르게 변화하는 유행에는 오히려 관심이 적다. 그렇기 때문에 상당히 오랜 기간에 걸쳐 새로운 소재를 이용한 제품 디자인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이러한 이유로 디자인 담당 부서를 디자인팀이 아닌 R&D;팀이라 부르고 있다. 또한 유니클로는 초기부터 의류 관련 신소재 개발 업체들과도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왜냐하면 저렴하면서도 기능성이 뛰어난 의류 제품을 신속하게 생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의류 소재의 안정적인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유니클로는 이를 위해 R&D;, 상품기획, 소재기획, 생산 부서 등과의 유기적인 협업과 함께, 의류소재 개발 전문 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활발히 진행해오고 있다.
이러한 유니클로의 전략을 곰곰이 살펴보면 마치 자동차 회사의 제품 개발 전략과 유사하게 느껴진다. 이는 유니클로를 기술회사로 바라보는 야나이 회장의 생각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자동차산업을 생각해보면 사실 최신 유행에 따른 디자인 자체도 중요하지만 자동차라는 제품이 제공해주는 편안하고 안전한 이동 수단으로서의 기능적인 가치가 기본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많은 자동차 제조회사들은 수년에 걸친 긴 시간과 막대한 자본을 자동차의 개발 과정에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야나이 회장은 유니클로를 ‘패션을 만드는 자동차 회사’로 생각하고 있다. 그렇기에 마치 사람들이 새로운 디자인의 등장으로 인해 자동차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수명이 다하여 새 차를 구매하듯, 패션도 단순히 유행을 따라가기 위해 새옷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소재로 인해 기존 의류의 기능이 그 상대적인 수명을 다하기 때문에 (Planned Obsolescence) 옷을 구매한다고 믿고있다.
이러한 개념을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히트테크(HEATTECH) 제품이다. 일본 토레이(Toray Industries)사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개발된 히트테크는 2011년 겨울 시즌 동안에만 전 세계적으로 1억 매 이상의 제품이 판매되는 경이적인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유니클로의 디자인은 매 시즌마다 R&D; 센터를 중심으로 진행되는데, 이곳에서는 최신의 패션 유행뿐 아니라 신소재에 대한 연구를 함께 수행하고 있다. 디자인 컨셉을 만드는 초기 기획 회의는 보통 제품 출시 1년 전부터 진행된다. ZARA나 H&M이 불과 2~3주 만에 디자인과 생산을 완료하는 것과는 달리 비교적 오랜 기간 전부터 준비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 회의에서 R&D; 센터의 디자이너는 구매, 마케팅, 생산 부서 등 회사 내 모든 유관부서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디자인 컨셉을 구성한다. 마치 S&OP(Sales & Operation) 회의를 진행하는 것처럼, 초기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모든 프로세스 담당자들의 의견을 반영시키는 것이다. 이후 이렇게 완성된 컨셉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디자인이 만들어지는데, 하나의 기본 디자인을 통해 수십가지 이상의 변형 제품라인이 각 지역별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여 만들어지게 된다.
유니클로는 2010년에 디자인을 총괄하는 R&D 센터와 생산관리 부서를 모두 중국으로 이전하였다. 이는 대부분의 생산이 중국 현지에서 이루어지는 점을 감안하여 현지 공장과 R&D 센터, 그리고 생산관리 부서의 거리를 좁혀 리드타임을 줄이고, 동시에 생산관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되었다.
유니클로의 디자인 프로세스는 다른 어떠한 기업들보다도 고객의 아이디어와 제안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를 제품과 소재 개발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매년 유니클로의 고객센터에는 7만 2천 건 이상의 고객제안이 접수되고 있는데, 소재의 촉감이나 새로운 기능성, 다양한 색상 등에 대한 고객 의견을 토대로 이를 반영한 제품이 매년 새롭게 출시되고 있다.
유니크(Unique)한 생산에 숨어 있는 2가지 비밀
유통업체로 시작했던 유니클로는 1990년 중국에 생산기지를 만들면서, 기획에서 생산까지의 모든 프로세스를 직접 관리하는 SPA 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그러나 생산방식은 경쟁업체와는 조금 다른 형태로 구현되고 있다. 보다 밀접한 수직적 통합이라는 관점에서는 ZARA와 같은 업체와 비슷하지만, 자체 공장을 통한 제조형 통합이 아닌 협력업체와의 제휴를 통한 수평적 통합이라는 관점에서는 H&M;과 같은 업체의 형태와 유사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공장을 소유하지 않으면서 수직계열화체제를 구축한 유니클로는 그들만의 2가지 독특한 기법을 통해 아웃소싱 형태보다도 훨씬 더 유기적으로 연계된 생산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있다. 바로 타쿠미(Takumi)라는 생산품질 관리제도와 전략적 파트너십에 의한 장기 계약 및 원자재의 직구매를 통해서 말이다.
타쿠미 팀은 생산 공정 및 품질관리 전문요원들로 써 바느질이나 염색, 공정관리 등의 분야에 최소 30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들로 구성되어 있다. 타쿠미 요원들은 유니클로가 계약을 맺고 있는 생산 파트너 공장에 직접 파견되어, 그들이 가지고 있는 방적, 방직, 직포, 염색, 봉제, 마무리, 출하 등 공정관리 전반에 걸친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타쿠미는 제품의 생산라인을 관리할 뿐 아니라, 생산성과 품질 향상을 위해 새로운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이를 현지 작업 인원에게 교육시키는 역할까지도 수행하고 있다.
2012년 기준 유니클로는 약 300명으로 구성된 타쿠미 팀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들은 신규 계약한 공장의 생산 수율이 어느 정도 향상될 때까지는 개별 공장에 상주하며 활동한다. 또한 중국의 상해 및 선전, 베트남의 호치민, 그리고 방글라데시의 다카 등 다른 협력사 공장에 이슈가 발생할 때에는 이들 공장을 직접 방문하여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두 번째는 원자재의 직구매 및 협력업체와의 장기 계약이다. 생산을 100% 아웃소싱하고 있는 H&M;과 같은 업체들은 1차 벤더, 즉 의류를 최종 생산하는 협력업체만을 관리할 뿐, 그들이 가지고 있는 원자재 공급업체의 관리는 이들 1차 벤더에게 위임하고 있다. 반면 ZARA는 원자재 공급의 상당 부분을 인디텍스사가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를 통해 직접 공급하고 있다. 유니클로는 이들 두 기업의 중간 정도 개념으로써, 원자재 거래업체를 직접 선정하여 계약하고, 그들로 하여금 유니클로의 생산협력업체(1차 벤더)에게 필요한 자재를 직접 납품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품질을 관리하고, 또한 대량 구매로 원가를 절감하고 있는 것이다. 청바지 원단의 경우 일본 후쿠야마에 위치한 카이하라(Kaihara)사를 통해 구매하여 생산에 투입하고 있으며, 히트테크는 토레이사를 통해 원단을 전량 공급받고 있다.
한편 유니클로는 약 70개에 이르는 파트너 기업을 통해 모든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이들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 유니클로는 생산업체와의 계약에 있어 그들이 유니클로의 품질관리 기준을 충족한다는 전제하에 보통 5년 이상의 장기계약을 체결하곤 한다. 물론 장기계약에 의한 물량의 보장과 함께, 일단 계약이 체결되면 30년 이상의 경험을 가진 타쿠미가 공장에 파견되어 생산기술을 전수하게 된다.
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유니클로의 생산물량 대부분은 중국 현지 공장에서 제조되었다. 그러나 2008년부터는 이러한 생산 거점을 리스크 관리차원에서 다각화하기 시작했으며, 2012년에는 생산의 중국 의존도를 70% 수준으로 낮추고 있다. 유니클로는 2020년까지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 등지에서의 공장 확장을 통해 생산용량을 현재의 10배 수준인 연간 50억 개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소품종 대량생산, 그러나 완벽하게
유니클로 공급사슬 운영의 특징 중 하나는 기본 제품 위주로 한 가지 상품을 100만장 이상 대량으로 생산한다는 점이다. 다품종 소량생산과는 대비되는 유니클로의 이러한 소품종 대량생산 전략은, 생산비가 저렴한 중국을 생산기지로 활용하는 전략과 함께 유니클로의 저가 전략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유니클로는 제품 자체에 대한 높은 완성도를 위해 아웃소싱업체의 공정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으며, 특히 제조에 관한 모든 사항은 유니클로가 직접 관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웃소싱이라는 한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품질 관리상의 문제를 우려해 유니클로는 제조하는 아이템의 종류는 최소화하는 대신, 품목 당 생산량은 최대화하고 있다. 생산되는 제품의 가짓수를 줄여 공정을 단순화함으로써 생산, 재고, 품질 관리를 용이하게 함과 동시에, 대량 생산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는 것이다. 그 대신 이렇게 제한된 종류의 제품군으로 인해 소비자 선택의 폭이 줄어드는 단점은, 단일 아이템에 대해 다양한 컬러의 제품을 시장에 내놓음으로써 극복하고 있다. 가령 양말 제품의 경우에는 한 가지 디자인에 대해 50가지 이상의 색상을 출시하고 있다.
제품 생산량의 계획은 전년도 판매 자료와 시장 예측자료, 판촉활동계획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하여 제품별, 공장별 생산량을 확정한다. 이후 유니클로가 가지고 있는 정보시스템을 통해 실시간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생산계획과 재고를 관리하고 있다.
유니클로는“All Better Change(ABC)”라는 프로그램을 1998년부터 시행하면서, 재고관리에 대한 JIT(Just In Time)의 도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ABC의 주된 내용은 계획에 의한 밀기 방식(Push)의 공급사슬 운영을 수요에 근거한 끌기 방식(Pull)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각 매장의 판매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본사에 전송되고 있으며, 본사는 각 매장에 필요한 제품을 적시에 공급해주고 있다. 제품에 대한 재고관리는 판매데이터와 매장 재고의 분석을 통해 주 단위로 이루어지며, 수요에 근거하여 재고는 수시로 보충된다. 아울러 주 단위의 판매데이터 분석을 통해 프로모션을 계획하는데, 매 시즌이 끝날 무렵 재고관리자, 마케팅관리자, 그리고 구매담당자는 재고 소진을 위한 판촉활동을 함께 계획하고 있다.
결국 유니클로는 R&D(신소재개발)와 함께 유통, 판매에 총력을 기울이며 공급사슬을 운용하고 있다. 이에 반해 경쟁업체인 ZARA는 누구보다 빠른 회전율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H&M;은 리드타임과 원가절감을 같이 추구하고 있다. SCM은 우리에게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느냐를 가르쳐 준다. 때문에 공급망 전체를 바라본다는 전제하에 시행되는 SCM기법은 모두 옳다. IT기법 없이도 효율적인 SCM을 운용하는 일본의 도시락 배달업체 ‘타마고야’처럼 말이다.
필자는 현재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및 물류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으로 정석물류통상연구원 부원장을 겸직하고 있다. 역-저서로는 ‘미친 SCM이 성공한다(2014, 영진닷컴)’, ‘물류학원론’, ‘공급사슬물류관리’, ‘물류기술과 보안의 이해’등이 있다. IT 및 Operation 컨설턴트로 활동했던 실무적 경험을 바탕으로 공급사슬관리, 물류정보시스템, 물류보안, SCM과 소셜네트워크 등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