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천동암의 물류에세이] 물류부장 오달수 일본에 가다 (3)

by 천동암

2015년 05월 15일


촌동2



글. 천동암 한화큐셀 글로벌 물류담당



시나브로 어둠이 물러나기 시작하자 새벽에 내려앉은 물안개가 저수지 수면에 하얀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낚시 야광찌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던 오달수는 피곤이 몰려와 푹신한 의자에 몸을 맡겼다.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들은 저마다 굴곡을 내 보이고 있었다. 산봉우리는 어린 시절 엄마의 젖무덤처럼 오달수의 가슴에 따스하게 스며들었다. 밤하늘에 무수히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보는 동안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낚싯대가 순식간에 ‘쉭~익’소리와 함께 물속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앗! 대물이다.’ 오달수는 민첩하게 물속으로 들어간 낚싯대에 연결한 팽팽한 고무줄을 잡아 당겼다. 낚싯대는 활처럼 휘어지고 그는 한참 동안 낚싯대를 들고 대물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놈이 힘이 빠졌는지 맨 앞쪽 낚싯대가 점차 풀어지고 있었다.



‘이 놈! 얼굴 좀 보자.’낚싯대 끝을 배꼽에 갖다대고 차츰 끌어당기자 누런 황금 빛 잉어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크기가 거의 1미터에 가까운 대물 잉어였다. 그 놈이 물속에서 몸을 반쯤 내 보이자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낚싯대로 그 놈을 걷어 올려 땅에 안착하는 순간 낚싯대가 ‘우지~직’소리가 나면서 부러져버렸다. 대물 잉어는 잠시 땅에 떨어져 요동치더니 이내 저수지 둔덕 잡풀 속으로 떨어졌다. 오달수는 순간적으로 풀 언저리에 몸을 날려 수건으로 큰 잉어를 감싸 안았다. 부드러운 촉감이 그의 몸을 휘감았다. 어깨가 버근거려 몸을 뒤척였다.



‘이런, 잉어 꿈이네.’ 오달수 부장은 꿈이 너무 생생해서 한참동안 멍하니 침대 곁에 앉아 있었다. 그는 스마트 폰을 꺼내어 ‘잉어 잡은 꿈’이 어떤 꿈인지 해몽을 찾아보았다. ‘갑자기 해결이 안 되는 일들이 풀리고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이 생긴다. 특히, 더욱 좋은 것은 이런 결과로 재물이 생기는 길몽이다.’ 잉어 꿈은 길조라는 얘기였다.



어제 성 전무 일본 출장 중간보고 결과를 보내자 바로 칭찬 메일이 오고 한층 고무된 오달수 부장은 ‘잉어 꿈’까지 꾸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일본법인 TF사무실에 앉아서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이 법인장이 찾아왔다. 그는 말을 하기도 전에 얼굴이 벌게지기 시작했다.

“오 부장님, 정말 서운합니다. 성 전무에게 보고 하기 전에 먼저 관련 내용에 대해 상의해서 보내기로 약속을 하지 않았습니까? 정말 가감 없이 성전무에게 어제 바로 메일을 보냈더군요. 정말 너무 한 것 아닌가요?”



어제 성 전무는 일본법인 상황을 바로 사장에게 보고하였고 사장은 이법인장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 법인장에게 특별 지시를 내렸다고 했다. 사장의 특별 지시 내용은 ‘오달수 부장에게 일본법인 물류 문제점을 발굴하고 구체적으로 과제화 하여 실행할 수 있도록 이 법인장은 적극적으로 협조’하라는 것 이었다.



오달수 부장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미신이지만 신기하게도 ‘잉어 잡은 꿈’이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오 부장은 지난 1주일 동안 요시다 물류과장과 얘기했던 내용들을 상기하면서 그의 이력서를 세밀히 살펴보았다. 일본의 명문대학인 게이오대를 졸업한 사람인 것은 맞는데, 자세히 보니 풋볼 운동선수로서 활동을 했다. 이 회사에 입사하기 전에는 일본의 소니로지스틱스에 근무를 했다고 적혀 있었다.



일본 소니로지스틱스에 근무하는 사람을 통해 요시다 과장에 대해서 알아 본 결과 뜻밖에 내용을 알게 되었다. 요시다 과장은 소니로지스틱스에 추진하는 신사업을 하는 부서에서 리서치 업무를 담당해서 실제적으로 물류관련 업무를 하지 않았던 사실이었다. 일본 법인에서 요시다 과장의 레퍼런스 체크(Reference Check)를 하지 않고 성급하게 채용한 것 같았다.



오 부장이 임시로 사용하는 회의실 겸 사무실에 3명의 직원이 추가로 일본 법인에 왔다. 오 부장이 인사부장에게 요청했던 인력들이었다. 2명은 BCG Korea 김동석 대표가 운영하는 회사의 물류 컨설턴트들이었다. 다른 1명은 본사 기획부서에 일하고 있는 김정미 과장이었다. 성전무가 일본법인의 물류 문제점을 인식하고 서둘러 오 부장을 지원하기 위해 인력을 보내 준 것이었다.



오 부장은 격세지감을 느꼈다. 지난주에 서울 본사에서 성 전무를 만났을 때는 일본법인 물류의 개괄적인 내용만 파악하라고 했었다. 회사 입장에서는 문제가 심각하지만 결과적으로 오 부장에게는 일본법인 물류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이 그에게는 성과를 돋보이게 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물류TF 사무실에 한국에서 파견된 인력이 3명 합류해서 오 부장은 한편으로는 마음이 뿌듯했다. ‘성전무에게 최대한 어필 할 수 있다는 생각, 금년에는 생업전선에 문제가 없을 것 같은 상념들.......’ 오 부장은 요시다 과장과 대화하면서 파악한 내용을 골똘히 생각했다.



‘창고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물류업체도 계약을 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물류 팀원들 인터뷰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요시다 과장이 일본 법인의 물량을 취급하면서 물량이 갑자기 증가하여 기존 물류업체가 힘들어서 ‘포기’직전에 다른 회사에게 물량을 주었다는 것이다.



물류운영을 새롭게 맡은 물류 회사가 원활하게 물동량을 처리하지 못하면 또 다른 회사에게 위탁을 하게 되고, 다시 문제가 생기면 또 다른 회사에게 위탁하는 것을 반복한 것이 원인이었다. 더구나 재고는 메일로 받아서 이튿날 날 SAP 시스템에 입력하고 영업사원에게 알려주고 수작업으로 일을 하다 보니 팀원들도 매일 야근을 해서 지치고 힘들어 하고 있었다.



‘이런, 싸가지. 조직 관리역량도 없구만, 역시 No Brain이야!’ 요시다 과장은 물류전략적인 생각이 부족했다. 물류창고 수가 많은 배경 이면에는 대형 물동량이 발생하면 무조건 창고를 거래선 근처에 임차하고 진행하는 관행이 있었다. 그는 창고비용과 운송비용을 시뮬레이션(simulation)하여 물류서비스와 비용을 감안한 후에 의사결정을 해나가는 인물이 아니었다.

오 부장은 일본 물류 프로젝트 명칭을 ‘원 로지스틱스(One Logistics)’라 명명했다. 새롭게 합류한 TF 팀원들에게 현상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그동안 파악했던 핵심 내용을 정리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지난 1주일 동안 제가 파악한 내용의 핵심 내용을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설명하고 있는 중이라도 필요한 경우 바로 질문을 하십시오. TF 팀원들이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 합니다.” 오 부장이 운을 떼자 3명의 인원들은 모두 자리에 앉고 그의 말에 집중했다.



“우선, 물류 창고 계약 관련하여 파악한 결과입니다. 요시다 물류과장이 물류 창고 계약과 관련해 단독으로 업체를 선정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물류비 지불에 대한 사후 검증프로세스가 없습니다. 심지어 물류 계약서 없이 업체가 청구한 금액으로 바로 지불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오 부장님, 물류계약서도 없이 어떻게 물류비용을 지불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되는데요! 정말 큰 문제이군요! 이 문제에 대해서 일본법인 주재원들은 알고 있었나요?” 김정미 과장은 놀란 표정으로 안경을 고쳐 세웠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



“김 과장, 저 또한 매우 황당하여 요시다 과장에게 경위를 따지고 물어봤더니, 여기 일본은 신뢰사회라 계약서 없이도 일을 진행한다고 해서, 더욱 난감했어요.” 오 부장은 흥분한 마음을 억누르며 말을 이어갔다.

“법인장 이하 한국직원들이 물류효율 개선 의지는 있으나 내부 물류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인력이 없고, 사내 물류팀원(6명)은 대부분 일일 운영업무만 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물류 아웃소싱업체를 평가하고 물류팀에서 하고 있는 단순 오퍼레이터(Operator)업무는 물류업체에게 이양하고 물류계획, 물류비 관리(Budget Control)업무에 중점을 두고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이 내용을 여기 주재원들과 공유했습니까?”



나희덕 컨설턴트가 심각하게 오 부장 말을 말없이 듣고 있다가 넌지시 질문을 했다. 오 부장은 BCG Korea 김동석 대표에게 ‘나 컨설턴트’는 과장 직급이고 BCG Korea에서 물류거점 프로젝트를 많이 수행한 인력이라고 소개 받았다. “아직 못했습니다.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서.......” 오 부장은 말끝을 흐렸다.



“현재 10개 물류업체를 1개 업체로 줄여서 관리 포인트를 줄여야 되겠군요. 더불어 일본 전역을 커버하는 해당 물류업체를 발굴하여 이 업체에게 일괄적으로 물류 아웃소싱 하는 1C1B(One Contact One Bill) 전략이 필요하겠네요.” 물류업체 선정 RFQ(Request For Quotation) 전문가인 김필립 컨설턴트(차장)가 날카롭게 지적을 했다.



“김 차장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현재 10개 물류업체를 1개로 줄이고 RFQ를 통한 비딩(Bidding)이 필요합니다.” “다음은 물류비(창고비 및 운송비) 파악이 필요하겠군요. 물류비 규모는 얼마 정도입니까” 김 과장이 계산기를 손에 쥐고 몹시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동남아시아 판매법인 물류 비율을 2%으로 감안하면, 일본은 지리적으로 배송거리가 원거리이기 때문에 물류비가 비쌉니다. 현재 일본 법인이 대략 원화로 연간 7천억 원 매출에 4%물류비를 추정하면 280억 원 지출하는 것으로 판단합니다. 현재 정확한 물류비 데이터가 없어서 수기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시스템이 있어도 활용하지 않고 물류비용 집계도 잘 안되고 아주 답답합니다.”



오 부장은 어처구니없어 감정을 애써 감추었다. “더구나 내부 현지 일본 인력 간부들이 매우 비협조적입니다. 판단하기는 이르나 물류계약과 등과 관련하여 현지 물류업체들과의 어떤 검은 커넥션(Connection)이 있는 것으로 의심됩니다.”





오 부장은 물류TF 인력들과 장시간 논의를 거쳐 할 일들을 정리했다.

 

 

 


  1. 일본법인의 전체 물류 흐름도 작성


  2.  


: 입고 ~ 출고의 전체 물적 흐름 , 정보 흐름 , 돈의 흐름

: 담당자 , 주기 , 방법 , 시스템 등 현재 프로세스 상세 정리

 

 

 

 


  1. 현재 창고 위치와 고객 배송 정보와 위치 Mapping 하여 물류거점 위치 및 규모 및 배송 적정성 파악

  2. 항목별 물류비용 원단위 파악


  3.  


: 물류비 비교 및 물류비율 확인

 

 


  1. 현재 중국 / 일본 물량 Incoterms FOB 를 전부 CIF 로 전환하고 전체 해상 물량에 대해 Bidding 진행 검토 , , 일본에 국제운송업체 지정하지 않고 중국 공장에서 지불하는 조건으로 변경 .

  2. 일본 국내 물류비 요율을 표준화 하여 전체 업체에 적용하고 Bidding 을 통해 1 개 업체 (1contact 1Bill) 선정하여 물류 업무 외주화 검토 . 아웃소싱 범위는 국내 창고와 내륙운송 , 수입통관 업무 및 보세운송

  3. 물류 업무의 각 항목 관리 책임자를 명확히 지정하고 MBO 에 반영하여 관리 검토

  4. 전체 창고 재고실사 실시 . 최종 숫자 경영진 보고하고 , 최근에 도입한 SAP 기초


  5.  


: 입고 후 재고조정 이력관리 파악하여 경영진 보고



오달수 부장은 7가지 과제를 정리하고 일정과 담당자를 정했다. 하루가 끝나가고 있었다. 어느새 뉘엿뉘엿 넘어가는 석양에 비추는 건너편 빌딩은 붉은 빛을 비추고 있었다. 동경 하늘에 붉은 석양이 벗갠 하늘 속에 아양스레 고개를 내밀자 오달수 부장은 아내와 새끼들이 갑자기 그리워졌다. 벌써 동경에 출장 온지 2주째 접어들고 있었다.

 



천동암

시와 소설을 쓰는 물류인 천동암 박사는 한국코카콜라와, 삼성전자, 한화큐셀에서 근무했던 물류 전문가입니다. 2010년 계간 한국작가에 등단(시)하여 시집으로 <오른다리>, <천가박가> 소설은 <아버지의 유산>, <물류 부장 오달수의 하루-일본편>을 출간 했다. 경영학 박사학위와 국제자격증인 CPL, CPIM 및 CPSM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문서적으로는 국제물류론, 창고하역론을 집필했다. 물류와 문학을 융합시켜 4차 산업혁명 속에서도 인간이 창의적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을 개척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경동대학교(경기도 양주 캠퍼스)에서 물류와 SCM 및 물류정보시스템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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