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태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IT 그리고 + α
SCM산업에서 IT와 신기술이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길지 않다. SCM의 개념이 처음 Keith Oliver 에 의해 소개 된 1982년과 SCM 하면 많은 이가 떠올리는 Marshall Fisher 교수의 “What Is the Right Supply Chain for Your Product?”이 나온 1997년도까지, 대부분의 SCM에 대한 연구는 거시적인 측면에서 전략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리고 21세기부터는 SCM의 화제는 ERP, WMS, IoT 등의 신기술과 그 도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SCM 그 자체에 대한 호기심에서 SCM을 수행하는 기술에 대한 것으로 관심의 중심이 옮겨간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신기술을 먼저 도입하려는 시도와 열기는 ‘기술 표준의 선점’, ‘기업의 최신식 이미지 홍보’와 같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정당화 될 수 있지만, 최근의 이러한 경향은 과열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기술외적인 부분이 과소평가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CLO 2월호의 “쿠팡맨의 ‘감성배송’은 실험 중……” 기사와 “IT없이 오배송률 0%에 도전한다”-도시락업체 타마고야의 기사가 보여준 바와 같이, 실제에서 기술외적인 요소는?기술적인 요소만큼이나 중요하다.
기술과 기술외적인 요소의 균형을 맞추지 못한다면, ‘재고관리가 ERP를 위해 있는 건지 ERP가 재고관리를 위해 있는 건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는 일부 현장의 우스갯소리처럼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때문에 SCM 산업의 이해관계자들이 이러한 기술외적인 요소에 대해서도 체계적인 접근과 관심을 가진다면, 분명 기술적인 요소와 함께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글.?조광익 (중앙대학교 국제물류학과)
‘쿠팡 로켓배송, 고객만족을 배달하다’
CLO 2월호에서는 “쿠팡맨의 ‘감성서비스’는 실현중”이라는 제목으로 쿠팡의 독특한 자체 배송 서비스에 대해 다루었다. 기사를 읽는 와중에도 무성의한 택배 기사들과의 황당했던 일화들이 스쳐갔다. 현재 대한민국 택배는 국민 생활과 가장 밀접하고 필수적인 서비스로 자리 잡았고, 내수 물류의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산업으로도 발전하였다. 하지만 택배 산업 특성상 소량 화물 집배송 비율이 높고 개별 배달 이윤율이 낮은 한계점이 있다. 또한 D2D(Door to Door) 서비스를 위해서는 수많은 택배 기사님들이 제한된 시간내에 많은 배송을 담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 과정에서 각 고객과의 접촉은 촉박한 시간 내에서 무성의해져갈 수밖에 없고, 포털 사이트에는 택배 기사나 업체와의 불미스러운 일들에 대한 경험담들이 가득하다. CLO 2월호에서는 이를 탈피하고자 소셜커머스 자체 배송 시스템을 도입하게 된 쿠팡의 획기적인 시도를 소개하며 ‘감성서비스’를 표방한 계기, 실질적인 운용방법, 기존 택배 회사 운영과의 비교 등을 다루며 공급라인의 최말단인 배송 서비스가 어떠한 방식으로 재주문의 매개체가 되어 수익창출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자세하게 다뤘다. 기사를 읽은 다음날, 상경을 위해 고속버스에 몸을 실은 지 얼마나 되었을까? 문자 한통이 도착하였다.
내용이 워낙 길고 특수문자도 섞여있어 스팸문자인가? 하고 삭제하려는 순간, 문득 어제 쿠팡을 통해 물품을 구입한 것이 생각나 자세히 읽어보았다. 기사에서 본 내용은 정확하였다. 쿠팡 로켓배송 기사님들은 단순히 상품을 배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배송 서비스를 통한 고객감동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내가 주문한 물건이 원하는 곳에 배달된 것은 변함없지만 문자 한통, 정성 하나하나에 ‘쿠팡’이라는 기업의 이미지가 달라지는 것, 이 점이 쿠팡의 ‘감성배달 서비스’의 최종 목표가 아닐까? 기사로 읽었을 때도 물류 서비스에 대한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실제로 내가 고객의 입장이 되어 서비스를 체험하니 몸으로 와 닿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기사에서 다룬 내용처럼 쿠팡의 지금과 같은 시도는 기사님들의 1일당 담당 고객수가 제한 될 수밖에 없다. 또한 택배 기사의 근무 환경 개선은 비용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 언젠가는 고객 부담률을 올릴 수밖에 없지 않을까 했던 질문에 쿠팡은 ‘비용절감 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 유지’라는 실험으로 대답하고 있다. 모든 구매활동은 결국 만족을 위한 소비이다. 물론 배송 서비스의 핵심은 구매한 ‘상품’ 이지만, ‘물류’라는 통합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는 ‘배송’ 단계는 기업을 각인 시킬 수 있는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항상 하드웨어적인 물류에만 생각해왔던 ‘정중지와’적인 태도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는 좋은 기사이자 기회였다.
글. 오건우 (인하대학교 법학과)
지키려는 놈 . 뺏으려는 놈 . 방관하는 놈
“자유 시장 경제에서 과도한 자기방어 아닌가?” 이는 ‘지금은 택배법이 필요할 때’ 기사의 문두를 읽고 든 생각이다. 누구나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체제에서 기존 택배사업자들이 새로운 경쟁자를 배척하는 모습은 과거 종종 발생했던 불공정거래의 일환으로 보여졌다. 하지만 기사로 정리된 그들의 주장을 읽어보니 어느 정도 수긍이 되었다. 그들은 한마디로 ‘불공정 특혜의 퇴출’을 외치고 있는 것이었다. 같은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법을 적용받는 것은 일종의 특혜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이는 설사 타 사업자들이 특혜를 받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특성이 다른 법이 적용되기에 없던 의심도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새롭게 등장한 자체배송 시스템과 같은 유사택배 행위는 편법이 아니냐는 공분을 사기 충분하다 생각된다. 그러나 기사에서 언급했듯, 불법 및 특혜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모두 ‘다른 법’의 적용을 받고 있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로 보여진다. 같은 종목의 운동선수가 같은 규칙을 적용받듯, 같은 시장의 사업자는 같은 법률을 적용받아야한다. 신규사업영역이 아닌, 등장한지 20년이 넘고 실생활과 밀접한 택배사업을 통합하는 명문법이 없다는 것은 심하게 말해 무관심에 가까운 것이다.
‘자신의 몫을 지키려는 자, 자신의 몫을 개척하려는 자, 둘의 싸움을 해결할 능력이 됨에도 방관할 뿐인 자’ 중 누가 가장 문제 있는지는 이제 모두가 알 수 있을 것이다.
글. 임수민 (프랑스어학과)
타마고야에서 배운 또 다른 물류
그동안 물류를 양이 많을수록 좋은 ‘다다익선’의 개념으로 바라봐왔다. 물론 우리나라의 물류는 전 세계 시장과 비교했을 때 규모가 작기 때문에 아직은 양적 성장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시스템으로 감당되지 않을 만큼 많은 택배를 감당하려다 보니 택배가 분실되는 사건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택배 버뮤다’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이런 우리나라 상황과는 다르게 타마고야의 물류는 조금 색달랐다. 오배송률을 낮추는 여러 가지 물류 방식이 소개되었지만 비용은 다소 들더라도 1회용 용기가 아닌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고, 기존의 공급망을 유지시킬 수 있는 한도 내에서 고객을 유치하는 점이 가장 눈에 띄었다. 또한 택배기사가 소비자와의 접촉을 통해 피드백을 받고 다음날의 수요량을 예측하는데 일조를 하게 되는 것도 단순 전달 역할만 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택배기사들과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물론 이러한 방법은 도시락이라는 특수 업종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겠지만, 타마고야가 물류를 바라보는 시각에서는 배울 점이 참 많았다. 먼저, 타마고야는 좁은 업계에서 고객을 타사에 뺏기지 않기 위해, 회사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물류 활동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하나의 마케팅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또한 다소 비용이 더 들고, 더 많은 노력을 해야하고, 더 많은 시간이 들어도 고객에게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제공하겠다는 신념을 갖고 물류를 행하고 있었다.
이를 보고 국내의 택배 기업들도 더 이상 효율성, 자사의 높은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고객을 위한 물류로 발전하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요즘 들어 이슈가 되고 있는 쿠팡의 감성배송이 이러한 물류패러다임 속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쿠팡을 선발주자로 하여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인간적인 물류와 효율적인 물류의 접점을 찾아가려는 시도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