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닥재사(닥치고 재고정확도 사수)´

by 콘텐츠본부

2016년 11월 17일

후버닥재사



글. 후버



우리는 인터넷 용어가 국어사전에 등재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아직 국어사전에 등재되지는 않았지만 네이버 오픈 국어사전은 '닥본사'라는 말을 '닥치고 본방 사수'의 줄임말로 인기 드라마의 본방송을 시청하자는 뜻의 신조어로 기록하고 있다. 드라마 뿐만 아니라 인기 TV 프로그램 모두 해당된다.



작년 연말 재고조사는 잘들 하셨는지. 연말 재고조사 결과는 1년간의 실적을 결산하고 회계장부에 재고자산 금액을 등재할 때 중요한 자료로 사용된다. 또한 물류의 여러 관리대상 항목 중 재고만큼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SCL(Supply Chain Logistics)에 걸맞는 항목도 별로 없다. 왜냐고? 공급망 관리는 결국 공급망 전체적으로 얼마나 많은 재고를 가지고 있는지로 성공 여부를 평가받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업이 공급망의 건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재고일수, 불용재고 수준 등을 관리한다. 즉, 재고조사가 정확하게 안 되면 재고일수와 불용재고 수준 또한 정확하지 않게 된다. 정확하지 않은 숫자를 가지고서 더 이상의 정확한 관리는 할 수 없다. 공급망 관리의 시대에 차마 거래선에 내보낸 재고의 수준까지 낱개 단위까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할지언정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공급망 안에서의 재고 정도는 정확하게 헤아려 줘야 한다.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의외로 어렵다. 우리는 오랜 경험을 통해 알지 않던가? 기본일수록 더 하기 어렵다는 것을 말이다.



특히 주요 거래선이라는 이유로 공급자재고관리(Vendor Managed Inventory, VMI) 또는 수탁업무(Consignment business)를 할 경우 재고정확도를 지키는 것이 매우 어렵다. EDI( electronic data interchange)와 같은 데이터 교환 수단이 있다 한들 원거리에 있는 거래선을 위해 멀리 가 있는 재고들은 내 공장 물류센터의 재고보다 관리가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필자가 오래 전 한 VMI 물류센터를 이용하는 일본의 한 납품업체 관계자와 재고조사를 협의한 적이 있었는데, 회의 탁자에 앉자마자 요청사항이 자신들이 납품한 재고 모두를 물류센터 바닥에 내려 달라는 것이었다. VMI 물류센터 모두가 그렇게 재고조사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그 물류센터의 재고정확도가 꽤 높았음에도 자기 재고에 대한 확고한 관리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EDI가 없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야말로 엑셀 문서와 실재고는 서로 제 갈길을 간다. 제 갈길을 가더라도 재고가 눈으로 보기에 예쁘게 관리되면 참 좋은데 재고의 모양이 불규칙적일 경우 예쁘게 관리하기가 참 힘들다. 그렇게 되면 현장에서는 뻔히 있는 재고를 못 찾아 발주를 하고, 발주한 재고는 어디 둘 곳이 없어서 아무 데나 쌓아 놓는다. 아무 데나 쌓아 놓았으니 또 뻔히 있는 재고를 못 찾는다. 뻔히 있는 재고를 못 찾으니 또 발주한다. 드디어 우리가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 온 채찍(Bullwhip)이 휘둘러지기 시작한다. 물류부서 사람들이 요술봉 갖고 일하는 것은 아니므로 갑자기 밀려드는 발주량을 채우느라 늦게까지 작업한다. 비록 필자가 지인으로부터 들은 내용에 상상력을 보태서 재구성한 재고관리의 실패 사례기는 하나, 고개가 끄덕여지는 분들이 많으리라 본다. 이런 경우 별다른 해결책은 없다. 재고가 물리적으로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재고 데이터가 실물과 맞지 않고, 그래서 당장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발주를 늘리는 악순환을 끊을 방법은 오직 하나, 현장에 가서 재고를 정리하는 것 뿐이다. 며칠 뒤에 또 틀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몇시간 뒤에 또 배고플 텐데 밥은 왜 먹는가? 계속 정리해서 잡아 나가야 한다. 원거리에서 관리되는 VMI 또는 위탁화물 재고를 EDI 등의 시스템 수단 없이 제대로 관리하려면 현장의 재고 관리자들이 제대로 재고를 관리하고 늘 재고 정확도를 유지해야 한다. 실제 앞의 지인에게 필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일단 현장에 가서 재고 수량부터 맞춰 놓을 것을 권해 주었다.



보통 공급망 관리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수요예측, 판매계획, 생산계획, S&OP...이런 것들부터 떠올린다. 그러나 그러한 계획이나 예측을 위한 기초 자료 자체가 아예 틀리다면 공급망 관리는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재고를 헤아린다는 것을 절대 하찮게 보아서는 안된다. 어느 정도는 자원의 투입이 필요하다. 정보시스템 투자를 하던지, 아니면 정기적으로 실사하는 프로세스를 만들던지, 아니면 현장의 관리자에게 순환재고실사(cycle counting)라도 해 달라고 하던지. 셋 중 그 무엇도 하지 않는다면, 단기적으로는 비용 아꼈다고 칭찬 받을지는 모르나, 물류센터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지쳐 간다. VMI나 수탁업무를 하는 경우 현장 관리자들은 출근이 두려워진다. 그들이 지칠 대로 지치고 두려울 대로 두려워졌을 때 공급망 관리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채찍이 휘둘러진다는 점을 명심하자.



요즘은 별로 닥본사 할만한 프로그램도 없는 김에 필자는 소리 높여 외쳐 본다.

'닥재사! (닥치고 재고정확도 사수!)'

 

 

 



콘텐츠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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