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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주, 물류간 갑을문화의 부메랑

by 엄지용 기자

2015년 01월 04일

글. 엄지용 기자



갑을

“갑”이 “을”에게 공급한 물품의 소유권은 “갑”에게 있으며, “을”은 계약기간 동안의 사용권만 가진다. 한 물류업체와 화주업체간의 계약서의 내용 중 하나이다. 갑과 을이란 용어는 십간(十干)에 나오는 순서로 점술에서는 갑(甲)은 양에 속하고, 을(乙)은 음에 속하는 상징이다.



요컨대 갑은 주도권을 가지고 있 는 빛이고 , 을은 갑에게 귀속되는 어둠인 셈이다 . 앞서 언급한 계약서처럼 물류업체는 그들의 서비 스를 구매하는 유통 , 제동 등 화주에게 비해서“을” 의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다 . 물류업체 입장에서 화 주는 서비스 구매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고객 이고 , 화주 입장에서는 물류업체 간 과다경쟁으로 인 해서 물류 서비스의 수준이 평준화되어 어떤 물류업 체를 선택하더라도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문제가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




이런 현실로 인해서“갑”의 입장에 있는 화주들은 종종“을”의 입 장에 있는 물류업체들을 지배하려하기도 한다 . 밀어 내기나 압박으로 나타나는 업태가 그것의 대표적인 예이다 . 물론 모든 물류업체와 화주의 관계가 그렇다고 단 정 지을 수는 없다 . 그러나 확실히 국내에 있는 대부 분의 물류업체와 화주 간에는 갑을문화가 존재한다 .

본지는 이번‘화주 - 물류 간 갑을갈등’을 취재하기 위 해 3PL, 택배 , 포워더 등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대상으 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







을(乙)로 산다는 것





포워더 A 사 L 사원“주말에 전화가 와 서 가격을 물어보거나 , 화물위치를 추적 해달라고 하는 것은 양반입니다 . 배송중인 화물을 빼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으니 , 이런 경우는 정말 난감해 요 . 휴일에도 항상 업무준비태세에 들어가 있어야 하 는 거죠 . ”



물류업체 영업사원들은 언제 연락이 올지 모르는 화주에 대응하여 항상 실시간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만 한다 . 하지만 고객들의 요구는 종종 그들의 업무시 간을 벗어난 시간에 찾아오기도 한다 . 물론 물류업체 는 언제 있을지 모르는 화물의 돌발 상황에 대비해서 실시간 반응체계를 갖춰야 하는 의무가 있다 . 이 때문 에 물류업체들은 주말에도 회사에 비상근무직원을 배치해 놓는다 .



그러나 화주들의 연락은 대게 회사로 오기보다는 담당 영업사원에게 직통으로 연결된다 . 이런 상황에서 사원 , 대리급의 영업사원들은 회사에 연락을 하기 보다는 자신이 직접 문제를 해결하는 방 법을 선택한다 . 결국 화주업체를 담당하고 있는 수많은 물류업체 영업사원들은 휴일 에도 편히 쉬지 못하고 , 평시와 같은 대비체 계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







3PL B 사 K 대리“화주들이 도 무지 할 수 없을 것 같은 무리 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이따금 있습니다 . 가 령 통관 30 분 전에 제품을 보내놓고 통관을 시키라던가 , 비가 오고 있는데 항공기를 띄 우라는 식의 요구 같은 것들이죠 . 더 신기한 것은 이런 무리한 요구들이 어떻게든 이루 어진다는 것입니다 . ”





세상에는 상식이라는 것이 있다 . 가령 팥 으로 메주를 쑬 수 없는 것과 같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 그런 것이다 . 그러나 물류 업체들은 이따금 이런 상식에 어긋나는 요 구를 받기도 한다 . 기상이변으로 항공기를 띄울 상황이 아닌데 항공화물을 보내달라 고 하거나 , 일정의 사전절차가 필요한 통관 업무를 바로 처리해달라고 하는 등의 요청 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 물론 실제로 이런 무리한 요구에 불구하고 상식을 넘어서 일 을 처리해버리는 물류업체들의 사례도 꽤 나 있다 .



그러나 상식을 벗어난 일의 처리에 는 상식을 넘어선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 이런 무리한 요구를 들 어주기 위해서는 법망을 벗어나거나 , 일반 적으로 발생했던 비용을 초과하는 방법을 사용해야 되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이런 부 담은 누구에게 전가될까 ? 화주와의 장기적 인 계약파기는 물류업체의 장기적인 수익 성 하락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물류 업체들은 무리한 요구임을 알면서도 위험 을 감수하고 그런 사항들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되고 있다 .









운송업체 C 사 C 사원“제가 직 접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 우 리 팀장이 밤 10 시가 넘어서 화주업체 담당 자에게 불려가는 것을 봤습니다 . 화주기업 들 간의 모임자리에 와서 계산을 하라고 했 다더군요 . 술자리로 끝난 것이 아니라 , 화대 까지 전부 계산하고 왔다는 것을 들으니 이 렇게까지 해서 3PL 영업을 해야 하나 싶더 라고요 . ”





다행히도 이런 극단적인 사례는 점점 줄 어들고 있는 게 사실이다 . 기업윤리에 대한 법령이 강화되면서 외부업체의 접대를 받 는 경우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 이다 . 한 예로 국내 A 그룹과 같은 경우는 외 부업체와의 비윤리적 거래를 완전 근절하 기 위해서 , 점심시간 외에 하청업체와 공적 인 미팅을 금지하기도 한다 . 업무외 시간에 발생할 수 있는 불온적인 거래를 막기 위해 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업체들은 기존 의 접대문화를 이어나가고 있는 게 현실이 다 . 그리고 물류업체는 화주에게 을의 입장 에서 이런 접대문화를 강요받기도 한다 . 이 것은 물류업체에 있어서는 물류서비스 역 량 증대와 상관없는 비용을 발생시키고 , 화 주에 있어서도 기업 경쟁력에 입각한 협력 업체 선정이 아닌 , 불온한 거래를 통한 업체 선정을 일반화시키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양측 모두 큰 손실이 발생될 것은 자명한 일 이다 .







갑을 구조 ,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화주 , 물류업체 간에 형성된 갑을문화는 비단 접대에서 끝나지 않는다 . 궁극적으로 는 물류산업 전체의 능률을 저하시킬 수 있 는 근원이 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 이다 .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갑을문 화의 가장 직접적인 희생자는 물류업체이 다 . 이런 문화가 지속된다면 그들은 경쟁력 있는 물류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 기 보다는 , 화주에게 잘 보이는 방법을 알아 내기 위해서 더욱 노력하게 될 것이다 . 이런 추세가 물류기업의 업무역량 강화를 통한 성장을 막아내는 요인이 될 것은 자명한 사 실이다 . ”고 말했다 .



더 큰 문제는 이런 갑을문화가 물류기업 으로 유입되는 우수한 인재를 막아서 , 장기 적으로 더 큰 경제적 손실을 불러올 수 있다 는 것이다 . 실제로 국내 대표 물류전문 교육 기관 중 하나인 A 대학 졸업 예정자들 중 상 당수가 물류기업 취업을 기피하고 , 화주기 업이나 물류정책연구기관에 들어가기를 희 망한 것으로 나타난 분석 자료도 화주 - 물류 간 잘못 된 갑을구조에 대한 방증이라는 게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



학생들도 물류기업이 업계에서 당하는 대우들 , 소위 말하는 을의 설움을 그들의 선 배들의 경험을 통해서 이미 간접적으로 인 식하고있다‘ . 물류’를배운학생들이‘물류 업’을 기피하는 것은 이상현상이 아닐 수 없다 . 갑을문화로 인해 발생한 물류업체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은 우수인력들의 물류 업체 기피현상을 더욱더 확산시키고 있는 것이다 . 결국 갑을문화가 물류산업 전체의 발전을 가로막는 큰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 오고 있다 .



그렇다면 화주는 갑을문화의 형성이 마 냥 좋기만 할까 ? 소위 말하는“갑질”로 인해 서 얻어지는 어느 정도의 비용감축이 장점 이라면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 그러나 앞 서 언급했던 것처럼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손해다 . 교과서 같은 이야기지만 잠시‘신 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 앞서 언급했던 것 같이 화주 , 물류업체 간의 갑을관계는 화 주업체에 대한 물류업체의 신뢰를 떨어뜨 린다 .



이에 대해 대형 택배사 한 관계자는“당 장에는 영업을 위해 화주들의 비위를 맞춰 주겠지만 , 이는 언제든지 갑을관계가 부메 랑이 되어 화주기업을 버릴 수도 있다”며 “화주도 대체 물류회사를 찾는다고 하더라 도 기존 택배사를 대체할 만큼의 역량을 지 니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말못할 애로사항 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사실 국내 물류 , 화주업체 간에 만연한 갑 을문화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타파하 기 위한 노력들은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 기업들 뿐만 아니라 정계 , 학계에 서도 갑을문화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것 을 개선하기 위해 연구논문을 발표하고 컨 퍼런스를 개최하는 등 다방면에서 상생문 화를 알리는 활동들이 진행되고 있다 .



이들의 공통점은 앞서 언급한 갑을문화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 화주 - 물류업체 간에 파 트너십을 구축하자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 즉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이러한 파트너 십을‘어떻게’구축하느냐에 관한 것이다 .



국내 외국계 유통기업 B 사는 그들이 가 진 해외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중소 협력업 체가 해외로 쉽게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고 있다 . 또 다른 국내 전자부품 제조기업 C 사는 기업의 대표가 직접 기업의 1 차 협력 사는 물론 , 2 차 협력사까지 방문하여 협력 사의 애로사항과 아이디어를 직접 청취하 여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상생 화를 조성하고 있다 .



또 다른 국내 식품제조 기업 D 사는 재단설립을 통해 중소기업이 비용문제로 인해서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 중 하나인 식품안전 품질검사 부문에 지원 금과 전문인력을 지원해주고 있다 . 이들 기 업들이 활용하고 있는 방법들은 전부 다르 지만 , 화주기업과 협력사간에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 또한 협력사가 실제 필요한 니즈를 파악하고 그들이 자생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지원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정계에서도 반가운 소식들은 들려온다 . 지난해 5 월 , 고용노동부는 일반 근로자와 연소 근로자 , 건설일용 근로자 , 외국인 근로 자를 대상으로 한 표준근로계약서에서‘갑’ 과‘을’의 단어를 삭제하는 개정안을 발표 한 것이다 . 이런 변화가 실제 문제를 개선시 키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할 것이라 는 지적도 있지만 , 사회에 만연한 갑을문화 를 극복하기 위한 명시적 시도라는 측면에 서 의미가 있다 .



이런 긍정적인 추세에도 불구하고 아직 까지는 상생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갈 길 이 멀다 . 사실 사람들의 머리에 자리잡은 ‘문화’라는 것은 빠르게 변화시키기 힘들 다 . 이 때문에 물류 , 화주업체간의 갑을문화 도 천천히 , 한걸음씩 변화시켜 나가는 방식 이 되어야 할 것이다 . 즉 , 급진적으로 법령 을 수정하거나 강압적인 방법을 통한 변화 가 아닌 , 여러 기업들의 선구적인 작은 활동 들을 통해 상생문화를 서서히 정착시켜 나 가야 할 것이다 . 이러한 개선작업의 주체는 을의 입장에서는 물류업체가 아닌 화주업 체가 되어야 될 것이다 . 정부 또한 관련 법 령을 지속적으로 개정해나가면서 기업체를 지원해야 한다 .



지난해 12 월 , 물류업계의 상생을 위한 최 초의 대기업 출자 진흥재단이 출범했다 . 앞 서 언급했던 기업들의 움직임처럼 이들의 출범 또한 매우 긍정적인 일이다 .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다 . 이러한 작은 변화들이 종국 에는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엄지용 기자

흐름과 문화를 고민합니다. [기사제보= press@clomag.co.kr] (큐레이션 블로그 : 물류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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