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허니버터칩은 왜 모자랐을까? SCM 관점에서

by 콘텐츠본부

2014년 12월 03일

글. 장 팔선(플로우비즈 대표/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겸임교수)



최근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이 연일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동종 및 관련 업계에서는 허니버터칩 현상을 흥미롭게 지켜보면서도 2011년 몇 달 동안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하얀 국물 라면이 곧 사그라졌던 경험을 한지라 이러한 현상이 얼마나 갈지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허니버터칩 현상을 SCM 관점에서 풀어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S&OP의 관점으로 본 ‘허니버터칩 현상’ 재해석



최근 많은 기업들이 SCM에서 수요계획과 공급계획을 균형 있게 조절해주는 프로세스인 S&OP;(Sales & Operations Planning)를 도입하고 있다. S&OP;는 합리적인 수요예측 및 판매계획과 공급 프로세스의 재구성을 통해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며, 물론 해태제과에서도 오래 전부터 S&OP; 프로세스를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S&OP;의 시작점이라고도 불리는 고객의 진짜 수요를 알아내는 것. 즉, 수요관리(Demand Management)’ 가 성공 가능성을 가장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고객의 수요를 알아내기 위해 유통업체의 경우 판매 접점의 POS(Point Of Sales) 데이터를 활용하고 제조업체는 유통업체와 VMI(Vender Managed Inventory) 또는 CPFR(Collaborative Planning, Forecasting and Replenishment) 등의 기법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법들 역시 신제품의 수요를 예측하는데 한계가 있으며 소비재(B2C)산업은 더욱 어렵다. 특히 국내 기업들의 신제품 성공 확률은 20%에도 못 미친다고 하는데, 다르게 해석한다면 80% 이상의 신제품들은 공급 사슬의 어딘가에 부진재고로 쌓여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혁신활동을 통해 신제품의 성공확률을 높인 사례들을 찾아 볼 수 있다. 일례로 2003년에 P&G;는 프링글스라는 감자칩을 만들 때 열린 혁신이라는 형태로 외부로부터 기술과 아이디어를 제공 받아서 성공시킨 사례가 있으며,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LG전자가 신제품을 만들 때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 형태로 다양한 외부의 아이디어를 받아 들여 신제품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해태제과도 허니버터칩이 자사의 고유의 아이디어가 아닌 일본 파트너사인 가루비사와의 협업을 통해 출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전에 충분한 검토와 시장 조사를 통해 가능성을 어느 정도 확신했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공급 부족 사태를 초래한 것에 대해서는 SCM 차원에서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최근에 일어나는 일련의 현상들에 대해 마케팅 관점에서 Demand Shaping(자사의 정책 및 제약요건에 따라 고객의 수요를 통제하는 전략)까지 사전에 고려했다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해태제과 입장에서는 드러내놓고 그렇게까지 주장하지는 못할 것 같다.



최근 허니버터칩의 품귀 현상을 해태제과의 마케팅 측면으로 바라보는 의견들도 있는데,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물론 결과적으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들을 마케팅전략으로 활용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처음 제품을 출시할 때 이 정도까지 정교하게 예측하고 준비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듯이 신제품의 성공 확률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많은 기업들이 신제품 예측에 대해 보수적이며 출시 후 판매 추이에 따라 공급을 결정하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S&OP; 측면에서도 신제품의 위험 요인을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시장의 수요를 긴밀하게 감지한 후 대응력을 높여가는 트레이싱(Tracing)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으로 보면 최근 허니버터칩의 품귀현상은 성공적인 마케팅이라고 볼 수 있지만 미래를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는 S&OP;, 나아가 SCM의 본질적 관점에서 보면 큰 점수를 주기는 힘들다.



‘허니버터칩‘이 몰고 온 해태제과의 과제



우리는 2003년 11월, 국내 모 맥주회사에서 국내최초 페트(Pet)병 맥주를 출시한 사례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때 당시 유럽 등지에서는 전체 맥주 시장의 15~30% 가까이 플라스틱 맥주가 차지하고 있었으며, 국내에서도 야외활동 및 여가생활의 증가로 페트병 맥주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충분히 예측했지만 다소 보수적인 공급설비를 가져갔었다. 하지만 페트병 맥주 시장은 빠른 성장세를 이어갔으며 경쟁업체에서도 연이어 페트병 맥주를 출시하면서 결국 페트병 맥주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는데 실패하고 만다.



마찬가지로 지금쯤 해태제과 내부에서도 허니버터칩 현상에 대해 행복한 고민만을 하고 있지 않으리라고 본다. 물론 최근 몇 달간의 관심은 행복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지속적으로 공급이 부족하게 되면 고객들은 급격히 피로감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시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경쟁사들은 너나할 것 없이 유사 제품을 출시할 것이다. 결국 이 시점에서 해태제과의 향후 대응전략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따라 미래가 충분히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허니버터칩이 애플의 아이폰이나 여타 고가의 명품들처럼 지속적으로 고객들의 충성도(Loyalty)를 확보하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해태제과에서는 전체적인 시장의 규모를 키우면서도 얼마나 지속적으로 자사 제품의 점유율을 우월하게 가져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서서히 고객들의 피로도가 증가할 시점에 어떻게 하면 고객들의 불평. 불만을 최소할 것인가를 우선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허니버터칩의 공급 물량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다려준 고객들에게 다양한 프로모션 행사를 기획하여 자연적으로 해태제과에 대한 충성도 향상 및 기타 브랜드의 관심을 확산시킬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국내 전체 감자스낵 시장의 1위는 오리온이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허니버터칩 하나로 해태제과가 단 기간에 역전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허니버터칩을 통한 해태제과의 도전은 충분히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본다.



이번 허니버터칩 제품 하나로 사생결단을 내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자사 제품 전체로 고객 충성도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필자는 최근 수년 동안 국내 기업들의 SCM이 상당 수준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SCM을 도입한 여러 산업 또는 기업들의 SCM 운영 프로세스가 너무나도 비슷하다는 것이다. 물론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를 공유하는 측면에서 보면 이를 탓할 생각은 없지만 방문하는 기업마다 담당자들의 입에서 나오는 첫 마디는 "아시잖아요?" 라는 것이다. 대체 무얼 안다는 말인가? 그들의 대답을 풀어보면 이렇다. 즉, SCM의 도입효과에 대해서 외부에 알려진 것처럼 내부 프로세스가 잘 돌아가거나 수준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 기업들이 SCM을 도입하면서 생각할 부분이 있다고 본다.



SCM 프로세스나 시스템은 각 기업의 전략, 좀 더 거창하게 이야기하자면 혼(魂)을 담고 있어야 한다. 자사의 혼이 없는 프로세스나 시스템은 그야말로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현재 자사에서 운영하는 프로세스나 시스템이 정말 자사의 전략적인 부분들까지 충분히 고민하여 담고 있는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업계의 한 사람으로서 최근 ‘허니버터칩 현상‘은 가히 반기고도 충분히 축하해 줄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그저 잠시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에게 또 다른 건전한 고민을 던져주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 같다.

 



콘텐츠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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