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생겼다~" 상속.가업승계 특례법
-글. 강효민 ㈜내셔널FP 기업컨설팅팀 팀장
폭스바겐(Volkswagen), BMW, 메트로(Metro), 알디(Aldi), 보쉬(Bosch). 이들 5개 기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독일의 국민들은 가업승계를 ‘부의세습’ 측면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독일에서 가업승계는 기업의 지역에 대한 애정, 기술력, 경쟁력 등이 대물림되고 지속적인 고용유지를 통해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이어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언급한 5개의 기업은 성공적인 가업승계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과 150만 명 이상의 고용창출 효과를 내고 있다. 또한 고용안정화에 대한 공로도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많은 세제혜택을 누리고 있다.
대한민국도 독일처럼 성공적인 가업승계를 위해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그중에 하나가 최근 많은 이슈가 되고 있는 조세특례제한법 제30조 가업승계주식증여세특례(이하 가업승계특례)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부모의 지분을 자녀가 물려받아 회사를 경영할 때, 수증자인 자녀가 부담해야할 주식에 관한 증여세를 대폭 낮추어 경영권 승계를 금전적 부담 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로 이해하면 된다.
증여재산가액은 회사 주식의 가치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처음에 회사를 설립할 때, 액면가 1만원으로 1만주를 발행하였다면 회사의 증여재산가액은 1억 원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회사의 자산규모(정확히는 자산에서 부채를 감한 자기자본을 의미)가 늘어나고 매년 적정한 수준의 당기순이익을 내는 기업이라면, 회사의 주식가치는 상속증여세법의 비상장주식평가에 의해 액면가 1만원에 비해 많게는 20~30배 까지 올라갈 수 있다. 필자는 최근 100배 이상 올라간 주식을 본 기억도 있다.
만약, 회사의 주식가치가 30배로 올라갔다면 위의 도식에서 보여 지는 증여재산가액이 정확히 30억(=1만원×1만주×30)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주식의 가치가 30억으로 평가받은 기업이 가업승계특례를 적용받을 경우, 부모의 지분 100%를 자녀에게 전부 이전할 때 자녀가 부담할 세금은 일반증여에 비해 6.75억 원이 적은 2.5억 원에 불과하다.
주의할 점은 가업승계특례의 한도는 30억이라는 점이다. 기업 주식의 가치가 30억 원 이상으로 평가될 경우, 나머지 초과분에 대해서는 일반 증여로 처리된다. 그렇기 때문에 주식가치가 30억 원이 넘어가는 기업은 가업승계특례가 일어날 시점에 맞추어 기업의 몸집을 줄이거나 이익의 조절을 통해 주식의 가치를 최대한 낮추어 가업승계특례에 대한 혜택을 최대한 받을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야 한다. 이외에도 가업승계특례를 적용받기 위한 여러 가지 요건이 있으며, 해당 사항은 국세청 홈페이지와 블로그에서 확인 가능하다.
최근에는 부모의 개인자산을 회사의 명의로 편입시킨 후, 사업용 자산으로 사용하여 가업승계특례를 적용받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사업장은 대표자 개인명의이고 법인이 대표자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여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경우, 대표자 개인명의의 부동산은 법인의 소유가 아니므로 자녀에게 증여할 때, 일반증여로 처리되어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개인의 부동산을 법인소유로 명의이전 후, 자녀에게 가업승계특례를 통해 법인의 주식을 증여하면 자연스럽게 개인의 부동산도 자녀에게 이전될 수 있다. 혹시라도 개인소유의 부동산을 법인소유로 이전할 때,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등의 세금이 부과될 것으로 염려할 수 있는데, 조세특례제한법상의 중소기업통합방식을 이용하면 해당 세금도 이월과세가 되거나 면제받을 수 있다. 다만, 개인소유의 부동산과 회사의 여신 상태를 고려하여 법인으로 모든 여신의 승계가 가능할 때에만 유효하다.
필자의 고객 중 한 분은 가업승계특례의 적용을 놓고 고민하면서 “가업승계특례는 자녀 중 1인에게만 적용할 수 있다는데, 큰 아들에게 지분을 다 넘겨주면 작은 아들은 어쩌나?”하며 걱정하셨다.
가업승계가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기는커녕 재산분쟁으로 이어져 오히려 독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조세특례제한법에서는 자녀에게 창업자금을 증여해주는 창업자금의 증여세 특례도 존재한다. 즉, 지분이 아닌 현금으로 30억 원을 증여할 때, 동일하게 2.5억 원의 증여세만 수증자(자녀)가 부담하는 특례이다. 창업자금을 받은 작은 아들은 부모의 기업을 가업승계특례로 물려받은 형의 회사와 연관된 기업체를 설립하여 사업을 영위하거나 부동산 임대업이나 소비성 서비스업을 제외한 사업을 영위하면 된다. 물론 세금에 대한 특례사항이므로 사후조치가 까다롭다.
현재 대한민국의 기업 중 절반이상이 가업승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고 그 때 그 때 상황이 되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당장 눈앞의 사업에만 열중하는 것이 현실이다. 모대기업의 가업승계는 10년 이상을 철저하게 준비하며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기위해 여러 사람들이 수고하고 노력한다. 10년 전부터 준비했다는 의미는 10년 후를 대비한다는 의미이며, 10년 후를 내다보고 투자한 회사들이 결국 살아남아 전 세계를 호령하고 있다. 모든 기업에 1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겠지만, 결국 일어날 일이라면 먼저 준비하고 대비하는 것이 현명하며, 가업승계를 준비하기 위해 최소한 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중소기업평균수명이 12.3년이라는데, 모든 중소기업이 가업승계의 대상이 된다면 생각만 해도 흐뭇할 일이다. 열심히 일하는 대한민국 중소기업 모두가 가업승계의 혜택을 충분히 누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