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설창민의 공급망뒤집기] 헐리웃 슈퍼 히어로들의 공급망관리 능력

by 설창민

2014년 04월 08일

글. 설창민 SCM 칼럼니스트

지난 3월 30일부터 어벤져스2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촬영이 서울에서 시작되었다.

우리가 사는 지구 전체를 아우르는 헐리우드의 블락버스터 무비에 등장하는 도시들은 늘 그 당시 세계에서 그 도시가 속한 국가가 차지하는 위상을 반영했다.

거대한 괴물이 시민들을 위협하는 곳, 외계인이 거대한 UFO를 앞세워 나타나는 곳, 전쟁광이 발사한 대량살상 무기가 떨어지는 곳, 조직에서 제명당한 비밀 첩보원이 몰래 숨는 곳, 좀비 바이러스가 퍼져서 폐허가 되는 곳은 늘 뉴욕, LA, 파리, 런던, 모스크바, 도쿄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상해, 두바이가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제 서울이 당당하게 그 이름을 올리게 생겼다. 설마 20분 분량을 촬영하면서 자막으로라도 'SEOUL, KOREA' 안 찍어 주겠는가.

슈퍼 히어로들에게 고객은 위험에 빠진 시민들이다. 목표는 악당을 물리치는 것이다. 악당을 물리치기 위해 고가의 무기를 사용하거나, 시민의 힘을 빌리기도 한다. 고가의 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악당 퇴치라는 가치를 창조한다는 측면에서 고정자산 투자에 비할 수 있으며, 시민의 힘을 빌리는 것은 아웃소싱이다.

이쯤 되면 슈퍼 히어로들 역시 공급망 관리를 잘 하기에 수십년 동안 변함없이(캡틴 아메리카는 설정상 2차대전 때 탄생했다) 악당을 열심히 퇴치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공급망 관리를 잘 하는 히어로는 필요시 시민이 보호해 주고, 적시에 무기를 확보하거나 무기가 없더라도 잘 싸우며, 더 많은 시민이 죽거나 다치기 전에 악당을 퇴치한다. 공급망 관리를 잘 못하는 히어로는 시민에 의해 자신의 위치를 악당들에게 들키고, 무기 없이 힘들게 싸워야 하며, 더 많은 시민이 죽거나 다쳤을 때 황급히 악당을 퇴치하기도 한다.

그런 측면에서 어벤져스에 등장하는 슈퍼 히어로들 중 공급망 관리를 가장 잘 한다고 생각되는 것은 아이언 맨이다. 무기(아이언맨 수트)를 끊임없이 개량하는 것은 고객 만족(악당 퇴치)를 위한 지속적 개선이다.

특히 무기가 진화를 거듭할 수록 무기에 대한 접근성과 이동거리가 짧아지는 것은 전반적인 프로세스 속도의 개선이다. 아이언 맨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되었을 당시 무기는 직접 우주복 입듯이 입어야 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자동으로 입혀지는 것은 물론, 나중에는 스스로가 위험에 빠졌을 때 아예 먼 거리에서 날아와서 자동으로 입혀진다.

워낙 혼자 잘난 캐릭터라 시민을 상대로 자랑하기 바쁘고 시민의 힘을 빌려 문제를 해결하는 파트너쉽은 약하지만, 빠른 속도와 다양한 무기를 활용하여 여기저기서 신속하게 악당을 퇴치하여 고객 만족을 달성한다.
블랙 위도우는 무기가 없어도 잘 싸운다. 무기가 있으면 더 잘 싸운다. 만약 히어로들이 자고 있다가 바로 깨서 악당과 싸워야 할 때 누가 가장 반응이 빠를까? (Quick Response) 단연코 동작이 빠른 블랙 위도우다.(블랙 위도우를 연기하는 스칼렛 요한슨은 보통 속도로 연기를 하지만, 제작진이 영화를 만들 때 빨리 돌린다는 소리가 있다) Quick Response 차원에서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캐릭터다.

자신만의 독특한 무기를 가지고 있는 토르, 이글아이, 캡틴 아메리카는 무기가 없을 경우 전투력이 약해지고, 그렇다고 아이언맨처럼 무기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이 별로 없다는 차원에서 그다지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다. 그 중 토르는 무기(묠니르 망치)를 던지면 다시 본인에게 돌아온다는 점에서는 아이언맨 못지않은 프로세스 속도의 개선이 돋보이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그건 본인이 개량한게 아니라, 원래 그랬던 것이니 관리하고는 거리가 멀다.

누구보다도 공급망 관리 마인드가 낮은 것은 헐크다. 화가 얼마나 나야 헐크가 되는지 기준이 아직도 애매하다. 그저 우리는 저 정도면 헐크 되겠지 라고 넘겨짚을 뿐이다. 기준이 애매한 것은 측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측정이 불가능한 것은 관리가 불가능하다. 그리고 헐크는 초창기 브라질로 피신해 있을 때 자신의 피를 음료수 병에 떨어트림으로써 자신의 위치를 군 당국에 노출시키고 말았다. 아군이 아닌 자신의 적과 같은 이들에게 자신의 위치를 노출시킨 것은 부적절한 공급망 가시성(Supply Chain Visibility)을 대변한다. 다만 일단 헐크가 되면 블랙 위도우와 같이 무기가 없어도 잘 싸우는 부분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아니 오히려 블랙 위도우보다 낫다. 쳐다보기만 해도 숨막힐 것 같은 스키니 수트보다는 차라리 신축성 좋은 팬티 한장이 더 편안해 보인다.

필자보다 어벤져스 캐릭터들을 좋아하는 분들 있으면 반론을 제기해도 좋다.

인터넷물류논객 후버의 블로그 바로기가 http://blog.naver.com/dcscully



설창민

군 복무 전 우연히 하게 된 창고 알바를 계기로 물류에 입문, 아직 초심을 안 버리고 물류하고 살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 글을 쓸 때가 가장 행복해서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dcscully)를 운영하고 있고, 다양한 실무 경험으로 물류업계 종사자들의 삶과 애환을 독특한 시각과 필체로 써내려가는 것이 삶의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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