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로 세계의 공장을 지휘하다
<리앤펑그룹의 성공비결은 '공급망관리'>
공장 없이, 재봉사?없이…?年 20억벌 의류 생산?
▲ 빅터 펑 리앤펑그룹 회장 |
전 세계에 단 하나의 공장도 없다. 재봉사를 고용한 일도 없다. 그러나 연간 20억벌의 의류를 생산해 연간 14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바로 홍콩을 대표하는 기업 중 ‘리앤펑(Li & Fung)’이라는 회사를 말하는 것이다.
이 마술과 같은 성공적 신화의 주인공인 리앤펑의 빅터 펑 회장이 G20 비즈니스 서밋에?참석한다.?펑 회장은 공급망관리(SCM·Supply Chain Management) 전략을 활용한 독특한 비즈니스모델로 사업에 성공한 전략의 귀재로 유명하다.
리앤펑의 사업모델은?제조원가가 싼 공장을 찾아 디자인, 원자재 조달, 제조 관리, 운송, 통관에 이르기까지 고객사가 원하는 모든 일을 대행하는 것이다.?펑 회장은 이러 고객사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 세계 40개국에 퍼져 있는 3만여개의 공장과 200만명 이상의 공급업체 직원들을 공급망관리 하나로 엮고 있다.?
전문가들은 리앤펑의 이런 비즈니스모델을 ‘공급망관리 서비스’라고 표현한다. 아웃소싱(외주제작) 시스템을 도입해 IT 기반의 효율적인 물류, 정보시스템을 이용해 물류와 재고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법이다.?
이런 펑 회장은 자신을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에 비유한다. ‘네트워크 편성(orchestration)’이라는 독특한 경영관 때문이다.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재능 있는 음악가들을 이끌어가는 것처럼, 전 세계에 산재한 공급업자의 네트워크를 리앤펑 만의 방식으로 설계하고 조율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전?세계 3만여개 공장 오케스트라처럼 연결?
일례로 리앤펑은 미국의 고객이 남성용 반바지 30만벌을 주문하면 단추는 중국,지퍼는 일본,실은 파키스탄에서 조달한다. 파키스탄에서 받은 실은 중국으로 보내 직물로 짜서 염색하고 이 모든 것을 꿰매는 작업은 방글라데시의 공장이 담당한다.
이 때문에 리앤펑은 단 한 개의 자체 공장도,단 한 명의 재봉사도 없지만 다양한 공급업자들을 진두지휘해서 한 달 뒤에 주문을 선적할 수 있다. 리앤펑 외에도 이베이나 나이키 같은 기업들이 이미 유사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처럼 네트워크의 관점에서 사업을 바라보면 경쟁은 기업 대 기업 간 구도가 아니라 네트워크 간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펑 회장은 분산된 네트워크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통제시스템 대신 공급업자에 대한 교육훈련은 물론,적극적인 권한 이양과 신뢰를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소유권이 없는 편성자는 직접 명령하고 통제하는 대신에 오케스트라의 초청 지휘자처럼 각자의 역할을 조율하면서 공급업자들을 이끌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펑 회장은 오는 11일?워커힐 호텔에서?열리는?서울 비즈니스 서밋의 소주제 중 ?하나인 '무역 확대방안'에 좌장으로 참석한다.?중국과 동남아 등 제조업체들의 거센 도전 속에서 우리 기업들이 공장을 소유하지 않더라도 공급망관리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리앤펑식 기업 운영이 하나의 대안이 될 지 주목된다.
▲ 빅터 펑(Victor Fung) 회장은
빅터 펑 회장(65)은 미국 MIT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뒤, 하버드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학을 강의하던 그는 1976년 홍콩으로 돌아와 할아버지가 중국 광저우에서 세운 무역중개상인 리앤펑을 맡았다. 그의 혁신 키워드는 ‘글로벌 공급망’이다. 의류제품의 원가는 25%이며, 나머지 75%는 유통비용이라는 점에 착안, 첨단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주문에서 선적까지 걸리는 시간을 3개월에서 보름으로 줄었다. ‘패스트패션’으로 널리 알려진 스페인 업체 ‘자라’와 견줘도 공급망 회전 속도가 2배에 달한다. 이런 유통혁신은 가격경쟁력으로 이어졌다. 글로벌 유통업체들은 잇따라 리앤펑 그룹에 ‘러브콜’을 보냈고 그룹 매출은 연간 140억달러 수준까지 늘어났다. 월마트 등 전 세계 40개국 1000여개 업체가 리앤펑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 리앤펑 그룹에 대해
1906년 설립된 다국적 무역회사다. 주력 기업인 리앤펑 유한공사(Li & Fung Limited) 외에 유통 업체인 IDS그룹, 편의점 체인인 써클K와 성안나 베이커리를 경영하는 CRA 등 3개사가 홍콩 증시에 상장돼 있다. 이밖에도 비상장 계열사가 여럿 있다. 페라가모의 아시아 지역 유통망과 토이저러스의 아시아 판매권도 보유하고 있다. 2년 전 의류 전문 공급회사인 마일즈(Miles) 패션그룹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2월엔 미국의 패션회사인 리즈클레어본(Liz Claiborne)을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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