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불쑥 내민 손은 없다, 대기업의 러브콜을 받은 스타트업의 자세

by 김진상

2018년 10월 29일

제휴, 투자, 인수 등 대기업 러브콜 후 무너지는 스타트업 비전

정교한 협상, 계약을 위해 스타트업 스스로에게 던지는 5 가지 질문

 

 

글. 김진상 앰플러스파트너스 대표

 

Idea in Brief
 

사업 제휴, 전략적 투자 등 대기업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그만큼 스타트업 투자 시장도 활성화되고 있다. 이때 스타트업 창업가는 대기업의 투자 제안에 대해 심사숙고해 결정할 일이 있다. 꽤 잘나가던 스타트업이 어느 순간 대기업에 종속되면서 그 결말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번 글은 대기업에게 러브콜을 받은 스타트업이 생존하기 위해 꼭 챙겨야 할 질문에 대한 이야기다.

 

대기업이나 시장 선도 기업으로부터 사업 제휴, 전략적 투자 또는 인수 제안을 받은 초기 스타트업의 창업가 대부분은 상당히 흥분하게 된다. 실제로 이런 창업가들이 운영하는 스타트업의 특징을 살펴보면 투자를 받는데 성공했지만 성장이 정체돼 있거나, 예상보다 성장 속도가 빠르지 않은 경우가 많다. 또 사업 목표가 오로지 빠르고 크게 만들고 싶거나, 조직 내부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창업가들도 이에 해당된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런 제안을 쉽게 받아들인 스타트업의 결말은 그리 행복하지만은 않은 경우를 종종 목격하곤 한다.

 

의기충천했던 비전과 공감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스타트업의 비전에 부합하는 사업 로드맵이 쉽게 망가진다. 오로지 대기업을 위한 하청업체로 전락하는 스타트업의 현실은 비참하다.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실수를 범하지 않으려면 다음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자.

 

①의사 결정자는 임원급 이상인가

스타트업에게 전략적 제휴, 투자·인수 제안을 추진한 담당자가 해당 기업 내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사업 진행이 지지부진하거나 지속 가능한 관계가 이어질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스타트업이 추진하려는 사업이 제휴 기업의 경쟁사의 사업에 비해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업무 추진 순서에서 뒤로 밀릴 가능성도 높다. 업무 제휴를 추진했던 담당자가 다른 부서로 옮기거나 퇴사해 추진력을 잃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업 제휴 초기에 임원급 이상, 해당 사업의 최고 책임자의 관심과 지원을 이끌어내야 한다. 담당자가 매번 바뀌는 공공조직과의 사업 협력을 살펴 보면 이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②한 해 사업 비용은 얼마인가

스타트업에게 몇 백억 원의 투자 금액은 엄청나게 매력적이다. 그러나 한 해 사업 비용이 수천억 원 이상인 대기업 입장에서는 스타트업 인수 및 투자를 위해 투입된 금액은 그리 큰 규모가 아닐수 있다. 때문에 제휴 스타트업이 추진 중인 사업 중요도는 대기업 관점에서는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스타트업이 원했던 사업 개발은 인수 이전에 가능했던 진행 속도 보다 느려질 밖에 없다. 방향 못지 않게 빠른 속도가 장점이던 스타트업에게 느린 사업 진행 속도는 스타트업 본질의 경쟁력을 잃게 만들게 된다.

 

③시너지가 객관적으로 보이는가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제휴 사례를 살펴보면, 양측의 사업 분야가 중복돼 시장 확장성에 큰 도움이 되지 않거나, 역량 강화를 위한 수직 계열화를 기대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투자 또는 인수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대기업의 스타트업 인수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으나, 대부분 잠재적인 시장 경쟁자를 없애거나, 해당 스타트업의 인력 채용을 목표로 한 인재영입용 인수합병(Acqui-hire)인 경우가 많다. 파트너사의 전체 사업 구조를 이해하고 바라본다면 인재영입용 인수합병 이후 스타트업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쉽게 가늠이 될 것이다.

 

④우리는 왜 일하는가

대기업의 투자 유치나 업무 제휴를 추진 중에서도 스타트업 문화를 유지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모든 구성원 스스로가 ‘우리는 왜 일하는가’라는 질문을 해보게 하자. 또 그 질문의 유형별 리스트를 만들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 기준을 토대로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투자한 이후에도 질문 리스트의 내용을 지킬 수 있는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대기업이 러브콜을 보낼 정도로 매력적인 스타트업으로 성장한 데에는 그 바탕이 된 고유 문화가 있을 것이다. 이 문화에 대한 존중이 사라진다면 더 나은 성과를 창출하는 것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⑤절대 그럴리 없어요

“우리 같이 큰 회사가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못 믿겠어요?”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계약 단계에서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를 갑질과 불공정 행위에 대한 명확한 처리 규정을 계약서 내용에 넣고자 할때, 가장 많이 나오는 말 중 하나다. 혹여 그런 짓을 안 한다면 절대 문제 될 것이 없으니, 계약서에 넣어도 무방해야 한다. 대기업이 끝까지 해당 내용을 상세히 넣지 않으려 한다면, 한국에서는 이를 악물고 암 걸릴 각오로 일할 준비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지분 맞교환을 통해 피인수 스타트업 주주들이 인수기업의 주식을 보유해 서로 피를 섞는 형태의 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인수기업의 주식을 피인수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조건 없이 현금화 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대기업과 협력의 대가를 상대기업 주식이 아닌 현금으로 받자.

 

앞서 던진 5가지 질문에 대해 스타트업 창업가 스스로 당당하게 대답할 준비가 돼 있는가. 대기업을 상대로 정교한 계약과 협상의 과정은 스타트업의 몫이다. 그 능력이 없다면 꼭 전문가의 자문을 받길 권고한다.



김진상

앰플러스파트너스(주) 대표이사 및 인하대 겸임교수. 넥스트벤쳐투자, 삼성전자, 3M, LG전자 등에서 연구개발, 기술마케팅 및 영업, Corporation Venture Capital, Venture Capital 업무 등을 수행하였으며, 창진특(톈진)전자유한공사 등에서 창업 및 사업을 하였다. 구글캠퍼스, 국민대, 서강대, 서울대, 유니스트, 한양대 등에서 기업가정신 및 스타트업 관련 강의 및 교육을 진행하였다. 스타트업 도우미가 되고 싶은 마음에 조용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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