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O 서비스의 본질은 연결, 한계는 플랫폼 참가자의 반발
공공성 만드는 기술 블록체인, O2O 구원투수 되나
홈쉐어링 플랫폼 비네스트 사례로 본 O2O와 블록체인의 만남
글. 김시우 ECM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Idea in Brief
O2O의 본질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연동을 통해 온라인에선 정보를, 오프라인에서는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있다. O2O는 이미 존재하는 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독점 구도가 형성되지 않은 채 여러 참여자가 경쟁하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특정한 하나의 기업이 O2O 서비스의 본질에 대한 특허권을 가지기 어렵고, 따라서 관련 특허도 비교적 적은 편이다. 그래서일까. 최근에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기존 O2O 서비스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형 홈쉐어링 서비스 비네스트(Beenest)의 사례를 통해 O2O와 블록체인의 만남이 가져올 변화를 살펴본다.
조금은 먼 우리 사이, O2O와 특허
O2O와 필자가 속한 특허업계는 사실 사이가 그리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먼저 O2O 서비스와 관련된 특허는 거절 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또 O2O 특허 획득의 가치 또한 크게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O2O 서비스가 가진 고유의 특징 때문입니다. O2O 서비스의 본질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간의 연동을 통해 온라인상에서 고객에게 서비스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오프라인에선 실제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기존에 존재하는 시장에 온라인 플랫폼을 추가함으로써 기존 고객을 가지고 오는 형태이기 때문에 O2O 영역의 스타트업들은 더 빠르고, 거대하게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기존에 존재하는 시장을 기반으로 하기에 O2O 서비스는 누구도 특허를 획득할 수 없는 ‘공공의 영역’에서 제공되고 있습니다. 특정한 하나의 기업이 O2O 서비스의 본질에 대한 특허권을 획득하기는 어렵습니다. O2O 서비스 특허 시장을 독점할 수 있는 힘 역시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어느 O2O 서비스 영역이든 하나의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는 사례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하나의 시장에 필연적으로 많은 경쟁자들이 존재합니다. 가령 숙박 시장에서는 야놀자와 여기어때가, 외식배달 업계에서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과 같은 업체들이 서로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O2O 관련 특허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O2O 서비스 특허는 이러한 공공의 영역을 넘어서는 영역에 존재합니다. ‘O2O 서비스를 어떻게(How) 차별화하여 제공하느냐’. 이 부분은 특허의 영역이 됩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특정 기업이 다른 기업과 크게 차별화되는 특별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실제 시장에서는 특허보다는 마케팅과 영업의 힘이 O2O 서비스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데 있어 더욱 중요한 요소인 것 같습니다. 물론 우버(Uber)와 같이 O2O 서비스 기업에서 기술 기반의 혁신적인 기업으로 거듭나는 경우도 존재하지만 말이죠.
O2O 한계 극복할 블록체인?
현재 O2O 서비스 플랫폼들은 서비스 제공자와 서비스 구매자를 이어주고 발생하는 중간 차익, 광고 수익, 결제수수료 등을 수익모델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때때로 O2O 서비스의 수익 모델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소비자가 반감을 가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최근 사례로 카카오모빌리티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가장 수락 확률이 높은 택시를 연결해 주는 ‘스마트 호출 서비스’에 1,000원을 과금하는 정책을 시작하자 많은 소비자로부터 반발을 받은 일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배달의민족 역시 올해 초 수수료와 관련해 논란을 겪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해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 역시 소비자의 우려 중 하나입니다. ‘여기어때’의 경우, 개인 숙박정보와 같은 사적인 정보가 유출되어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기존의 O2O 서비스를 다른 형태로 제공하겠다는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공공 거래 장부라고 불리는 블록체인은 중앙 서버를 가지지 않은 채 거래 참여자 모두에게 거래 데이터를 보냄으로써 데이터 위·변조를 방지하고, 거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기술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이 기존 O2O 서비스에 적용되면, ‘정보제공’ 역할을 했던 기존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서비스 제공자와 구매자가 연결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기존의 중앙통제식 O2O 서비스가 가진 문제점을 해결하고, 서비스 제공자와 구매자에게 더 많은 이익을 돌아가게 한다는 것이 현재 등장하는 이들의 주장입니다.
과연 그들의 말처럼 될 수 있을까요. 본 기고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기존 O2O 서비스 플랫폼이 가진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다만, 현재 블록체인 기반 O2O 서비스가 시장에 막 등장한 단계로, 그에 대한 특허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형 홈쉐어링 서비스이자 에어비앤비의 대체 모델로 제시된 비네스트(Beenest)와, 비네스트의 가상화폐 비토큰(Bee Token)과 관련된 백서(White Paper)를 중심으로 블록체인 기반 O2O 서비스의 변화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비네스트가 만드는 인센티브 구조 개혁
비네스트는 O2O 서비스에 참여하는 이들(공급자, 소비자)에게 더 많은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비네스트는 “우버의 경우, 서비스 확장에 따른 부가가치를 독점하며 부가가치는 소수의 설립자, 주주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합니다. 즉, 우버의 생태계를 구성하는 우버 운전자와 우버 서비스 이용자는 우버의 성공에 따른 인센티브를 가지고 가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비네스트는 비토큰을 통해 공유숙박 생태계를 형성하는 호스트(집주인)와 게스트(숙박객)가 비토큰의 가치 성장에 따른 인센티브를 가지고 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비토큰의 가치 창출 과정
예를 들어, 비토큰 1개가 1달러였던 비네스트 설립 초기, 호스트가 공유숙박 서비스를 제공하여 100개의 비토큰을 모았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후, 공유숙박 서비스의 성장과 토큰 이코노미(Token Economy) 논리에 따라 비토큰 1개가 10달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호스트도 해당 서비스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서비스 성장에 따른 인센티브를 가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현재 많은 블록체인 관련 전문가들은 비네스트와 같은 모델이 진정한 공유경제로서 서비스 설립자(플랫폼)뿐만 아니라, 서비스 생태계의 구성원도 함께 수익을 함께 누릴 수 있는 구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비네스트는 다음 그림과 같이 결제 프로토콜(Payment Protocol), 중재 프로토콜(Arbitration Protocol), 평판 프로토콜(Reputation Protocol)을 기반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공유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려 합니다. 그림을 통해 순차적으로 비네스트의 결제 프로토콜(Payment Protocol), 중재 프로토콜, 평판 프로토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비네스트 프로토콜 관계도
수수료는 이제 안녕!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재 O2O 서비스의 제공자 또는 소비자는 자신이 속한 O2O 플랫폼에 수수료를 제공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이런 경우, 제공자와 소비자가 수수료 구조에 대해 불만이 있더라도, 다른 업체와의 경쟁구조 혹은 서비스의 편의성으로 인해 ‘울며 겨자먹기’로 수수료를 지불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대해 비네스트는 “기존의 호스트들은 플랫폼 수수료, 금융기관 이용수수료, 거래 수수료 등으로 매출의 10~20%를 O2O 플랫폼에 내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비네스트에 따르면, 비네스트를 이용하는 게스트와 호스트는 모두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습니다. 비네스트는 플랫폼과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을 기반으로 숙박 서비스 거래 과정을 자동화하기 때문입니다. 게스트는 스마트 계약에 의거해 숙박비(비토큰)를 호스트에게 전송하게 됩니다. 구체적인 진행 절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①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을 기반으로, 정상적으로 숙박 서비스 제공이 완료된 경우 게스트에 의해 전송된 비토큰이 호스트에게 전달된다. 물품 파손과 같은 상황에 대비해 게스트가 숙박비보다 더 많은 비토큰을 전송했는데, 호스트와 게스트 간 분쟁이 없었다면 차액은 게스트에게 반환된다.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 비네스트의 스마트 계약 과정을 살펴보자. 게스트의 숙박이 끝나면 비네스트의 스마트 계약상에 호스트가 게스트의 숙박 이용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확인 완료’ 신호가 들어온다. 이후 게스트는 스마트 계약 주소로 이전에 입금한 전체 금액(가령 100 비토큰) 중 80%의 금액(80 비토큰)을 호스트의 비코인 어드레스(Address)로 전송하고, 20%의 금액(20 비토큰)은 게스트의 비코인 어드레스로 전송하라’라는 프로그램 코드를 작성하여 이더리움 블록 1000번에 올려놓는다.(여기서 어드레스는 ‘지갑’과 비슷한 개념이다)
앞서 언급된 80%와 20%는 손해배상을 감안한 임의의 숫자로, 우리가 기존 호텔 체크인시 실제 숙박 이용금액보다 더 큰 금액을 카드로 먼저 결제하고, 숙박이 끝난 뒤 결제 취소를 하여 다시 결제하는 절차와 유사하다.
그리고 한 게스트가 비네스트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여 100 비토큰을 스마트 계약 주소로 보내 호스트가 제공하는 방을 예약한 뒤 사용했다. 이 때 게스트가 전송한 100 비토큰은 호스트의 비코인 어드레스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 계약 주소로 전송된다.
게스트의 숙박이 끝난 뒤, 방 상태를 확인하여 방이 분쟁 소지없이 적절하게 이용됐다고 판단한 호스트는 스마트폰의 비네스트 어플을 이용하여 확인 완료 신호를 전송한다. 확인 완료 신호가 전송되자 이더리움 블록 1000번상의 프로그램 코드가 호출됐고, 게스트가 입금한 100 비토큰 중 80 비토큰은 호스트의 비토큰 어드레스로, 20 비토큰은 다시 게스트의 비토큰 어드레스로 전송된다.
② 만약 게스트가 취소 마감 시간 이후에 예약을 취소했다면, 게스트에 의해 입금된 비토큰이 호스트에게 지불된다.
③ 게스트와 호스트 간에 분쟁이 발생한 경우, 비토큰의 전송이 유보되며 중재 절차로 넘어간다.
위의 ②와 ③ 역시 ①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스마트 계약상의 프로그램 코드에 의해 자동으로 수행된다.
뿐만 아니라 비네스트는 비토큰을 통한 결제를 통해 결제수수료도 최소화하겠다고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결제수수료는 비토큰을 전송하기 위해 발생하는 전송수수료입니다. 즉, 호스트나 게스트가 결제수단으로 비토큰을 사용하면 결제수수료가 0%인 것입니다.
블록체인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전송수수료는 0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미 일부 블록체인 중엔 암호화 화폐의 전송수수료가 0인 사례도 존재합니다. 중앙결제기관 없이 호스트와 게스트간의 P2P 암호화 화폐 전송을 수행함으로써 수수료가 최소화될 수 있는 것입니다. 참고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의 경우, 각자의 네트워크 상황에 따라 전송수수료의 금액이 달라집니다.
탈중앙화의 분쟁 조정
비네스트와 같이 중앙집중식 플랫폼이 없는 경우, 서비스 진행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분쟁의 해결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에 비네스트는 분쟁 해결을 위해 자사만의 중재 프로토콜을 도입했습니다.
비네스트가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
중재가 필요한 경우, 결제 컨트랙트에 있는 자금(비토큰)이 중재 컨트랙트로 이동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게스트가 자신의 집에 있는 램프를 파손했다고 판단한 호스트는 중재절차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이후 중재자가 선정되고, 중재절차가 진행됩니다.
중재자는 자신의 평판과 중재자로 선택받기 위해 제시한 비토큰의 수 등을 기반으로 선정됩니다. 이 때 중재자가 제시한 비토큰은 중재자가 정해진 기한까지 사건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는 경우에 발생되는 벌금입니다. 중재자가 정해진 기한까지 사건에 대한 판단을 내리게 된다면 되돌려 받을 수 있지만, 정해진 기한까지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중재자는 전송한 비토큰을 다시 되돌려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중재자의 결정에 따라, 중재 컨트랙트의 금액(비토큰)이 호스트 또는 게스트로 분배될 수 있고, 중재에 불만을 가지는 호스트 또는 게스트는 항소 절차를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평점조작은 이제 안녕
기존 O2O 서비스에 대한 정보는 별도로 평판을 관리하는 업체들에 의해 조작되기 쉬웠습니다. 몇몇 기업들은 자사 서비스의 평판 관리를 위해 전문 업체를 두고 관리하기도 합니다. 댓글알바, 평점알바는 괴담처럼 도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평판에 대한 정보가 블록체인 기반으로 관리된다면, 평판 정보에 대한 조작이 어렵고, 평판 정보를 남긴 사람의 신뢰도도 계속적으로 트래킹이 가능하기 때문에 비교적 믿을 수 있는 평판 시스템을 정착시킬 수 있습니다.
물론 위와 같이 데이터의 투명성이 필요한 부분과 함께, 개인 정보의 보호가 필요한 부분도 존재할 것입니다. 블록체인 상의 개인 정보의 보호를 위해서는 별도의 개인정보 보호 프로토콜을 이용하여 제3자의 열람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O2O의 민주화를 바라보며
우리는 비네스트의 사례를 통해 블록체인 기반의 O2O 서비스가 기존의 수수료의 문제를 해결하고, 서비스 제공자, 서비스 이용자의 평판에 대해 보다 신뢰도 높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비네스트는 개인 정보 보호와 탈중앙화의 약점인 분쟁의 해결이라는 측면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의 해결책을 내놓은 모습입니다.
물론 현재 비네스트 사례는 백서 수준으로 이러한 O2O 서비스가 실제로 구현될지는 불분명합니다. 또한 구현되더라도 정착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더욱이 소비자 및 서비스 제공자들이 중앙집중형 플랫폼을 선호할지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화 서비스 플랫폼을 선택할지도 두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블록체인 기반 O2O 서비스가 주장하는 ‘부의 창출의 민주화, 더 많은 이들의 경제활동 참여, 참여자에게 돌아가는 공정한 보상’과 같은 이상에 대해 공감하는 이들은 많을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블록체인 기술이 더욱 발전함에 따라 O2O 서비스는 중앙집중형 플랫폼이 아닌 분산형 플랫폼으로 진화될 가능성은 높다고 판단됩니다.
부디 기존의 O2O 서비스 생태계의 구조적인 변화와 함께 이전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O2O 스타가 탄생하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