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 물류업 “Again 중동특수"
물류업 '중량물운송특수' 기대만발
대한통운, 한진 등 70년대 중동건설 붐 틈타 성장발판 마련
원전 등 플랜트 기자재 운송 증가로 ‘제2의 중동특수’ 기대
얼마 전 일본 경제산업성이 한국 관련 산업?무역 정책을 담당하는 ‘한국실’을 설치할 계획이란 언론 보도가 있었다. 동북아과 내 한국담당 소관으로 운영된 것을 독립된 실(室) 단위로 개편한다는 것이다.
일 중앙정부가 한국을 전담하는 조직을 만드는 것은 양국의 경제연대협정(EPA) 협상 재개 등 여러 이유가 있다. 이 중 하나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등 한국 대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확대가 위기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231억달러에 달하는 UAE 원전 수주에 이어 올해 비슷한 규모인 터키 시노프 원전 MOU 체결까지 원전, 담수, 석유화학 등 해외 플랜트 시장에서 한국이 일본의 아성을 뒤흔들고 있다.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올 상반기 해외 플랜트 수주액은 총 334억7700만달러다. 이중 원전을 포함한 발전?담수부문이 전체의 69%인 231억달러, 해양과 석유화학 플랜트는 각각 47억달러와 24억달러를 기록했다.
지역별로 보면 중동이 전체 수주의 약 72%에 해당하는 241억달러로 압도적이다. 뒤를 이어 아시아(38억2000만달러), 유럽(32억7000만달러), 미주(13억5000억달러) 순이다.
지난해 UAE 원전을 시작으로 중동지역의 조선 및 에너지, 해양설비, 담수 등 플랜트 수주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970년대 이어 중동이 다시금 우리 기업들을 향해 ‘오일달러’를 흔들며 기회의 땅으로 부르고 있다.
이런 중동 효과는 우리나라 해운?물류기업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시장진출과 영역확대 측면에서 중동은 국내 물류산업에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는 셈이다.
◆물류업, 'Again 중동특수’=1970년대 중동건설 붐에 힘입어 오일머니 사냥에 나섰던 국내 업체들은 건설사뿐만이 아니라 대한통운, 한진 등 운송업을 기반으로 한 물류업체도 있다.
한진은 1966년 월남 전쟁 시 현지 미군과 하역 및 운송 사업을 시작으로 비슷한 시기에 사우디아라비아 하역사업에 진출했다. 이어 1982년 쿠웨이트 슈와이바항과 1983년 ‘한진 사우디아라비아사’라는 현지 합작법인도 설립했다.
대한통운도 중동특수가 한창이던 80년대에 모기업인 당시 동아건설과 함께 세계 최대 규모인 리비아 대수로 공사에 참여해 건설자재 등 중량물 운송을 담당했다.
이들 기업은 당시 오일달러를 거머쥐면서 현재 국내 1, 2위의 종합물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삼기도 했다.
실제로 한진이 1960~70년대 월남과 중동에서 벌어들인 외화가 1억5000만달러. 당시 한국은행이 보유 중인 외환보유고가 1억 달러에 불과했던 점을 보면 엄청난 외화벌이였다.
◆원전 등 운송입찰 본격화=대한통운, 한진, 현대동방아틀라스(현대상선?동방?현대로지엠 JVC), 범한판토스, 동부익스프레스, 한익스프레스 등등.
한국발 중동행 중량물 운송을 수주하기 위한 국내 물류기업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들 기업은 대형 건설, 담수 등 플랜트 등과 연계해 프로젝트 컨소시엄 형태로 사업진출 방식을 타진 중이다.
한국전력기술, 한국수력원자력, 한전KPS, 두산중공업, 현대건설, 삼성건설 등 여러 화주기업과 동반 진출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특히 올해 말부터 UAE 원전에 들어갈 원자로, 터빈 등 주요 기자재 및 전략물자 등 운송입찰이 본격화될 것에 대비해 이들 기업은 만반의 태세를 준비 중이다.
우선 UAE 원전과 관련해서는 한전 해외사업단이 여러 건설사와 엔지니어링 업체가 납품해야 할 장비들의 운송 등을 관리감독하게 된다. 한전 측은 현재 부산에 관련 물자반출을 위한 항만하역시설을 임차해 놓은 상태다.
이 밖에도 삼성엔지니어링, 현대엔지니어링 등 플랜트 업체들도 인도, 사우디, 알제리 등 중동 인근 국가에서 대규모 플랜트 수주가 이어지고 있어 내년부터 해외 중량물운송입찰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외화벌이’ 나선 중량물 운송=물류업계 양대 라이벌이자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대한통운과 한진은 1970년대부터 시작한 중동시장 중량물운송, 하역사업 등 종합물류 수행 경험이 풍부하다는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우선 최근 대한통운과 한진은 각각 1만5000t급 자항선 두 척과 한 척 씩을 발주했다. 이 배는 자력으로 원기리 항해가 가능한 중량물 전용선으로 최대 1만5000t의 화물을 실을 수 있다.
원자로와 터빈 등의 경우, 바닥이 평평하지 않고 무게중심이 위에 위치하는 운송물품의 경우 사전에 치밀한 하중계산과 전문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고난이도 작업이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대한통운과 한진의 중량물 운송은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대한통운은 과거 고리원전 1,2호기는 물론 2만5000t급 선박, 260톤 볼탱크 등 다양한 종류의 중량물을 운송했고, 한진도 올 초 우리나라 최초 위성인 나로호(KLSV-1) 수송에 성공한 바 있다.
올 초 중동 중량화물 사업을 위해 합작법인 현대동방아틀라스(HD Atlas Co., Ltd.)를 설립한 현대상선과 동방, 현대로지엠도 UAE 원전물량을 정조준하고 있다.
UAE 한전 컨소시엄에 참여한 현대건설에 힘입어 대규모 중량물 운송입찰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이들 회사의 역할분담도 분명하다. 현대상선이 중량화물과 일반화물을 해상으로 운송해 중동 현지에 내리면, 이 중 300톤 이상의 중량화물은 합작회사 현대동방아틀라스가 자재나 소모품 등 일반화물은 현대로지엠이 맡아 운송할 계획인 것으로 전했다.
최근 원전 물류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범한판토스도 중동시장 개척에 발 빠른 모습이다. LG전자의 에어컨, 냉장고, TV 등 수요가 급증하자 범한판토스는 지난 2005년 중동 물류의 허브인 두바이에 법인을 설립했다. 이때 나온 중동물류 계획이 ‘멜브(MELB : Middle East Logistics Belt, 중동 물류벨트)’ 프로젝트다.
범한판토스는 지난해 항공기로 186t의 초대형 가스터빈 발전기를 독일서 아르메니아까지 운송에 성공한 바 있다.
◆중동효과, 항로확대=한진해운 등 국내 선사들의 중동항로 개척도 활발하다. 지난해 고려해운, STX 등과 공동으로 총 6척의 4천TEU급 선박을 투입해 서비스 중이다. 이는 중동지역 항만 컨테이너 물동량이 증가추세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12월 개장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대표항만인 제다(Jeddah) 항의 세 번째 터미널(Red Sea Gateway Terminal)을 시작으로 담맘(Dammam)항의 2단계 컨테이너 터미널 개발, 바레인(Mina Khalifa bin Salman), 오만(Sslalah, Sohar 등) 등이 추가개발 중이다.
이 때문에 해외선사들도 항로개설에 발 빠르다. 중국선사인 UASC와 CSCL은 지난해 11월부터 서비스 제휴를 통해 중동지역에 공동운항하고 있다.
또 양밍해운은 중동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두바이에 합작법인을 설립했으며, 중동-유럽항로에 취항한 머스크라인도 지난 2월 20피트 컨테이너(TEU)당 300달러, 40피트 컨테이너(FEU)당 600달러의 기본운임을 인상했다.
이에 대해 임종관 KMI 물류항만연구본부장은 “건설, 토목 등의 관련 프로젝트 화물과 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중동국가의 구매력이 증가해 일반화물 수송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라며 “우리나라 해운?물류기업들도 중동지역의 원전, 플랜트 등 잇단 대규모 수주에 힘입어 물류서비스 경쟁력 제고와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적 노력이 확대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철민 기자
olle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