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퀵서비스까지…물류업계 "이래서야"
[이코노미세계] 국내 대형 물류기업들의 몸집 불리기가 활발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들 기업은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창출 전략에 따라 업무영역을 넓히고 있지만 이로 인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중소업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고유업종을 침범해선 안된다”며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터라 물류업계에 대-중소기업 간 ‘상도의’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한진은 얼마 전 이륜차 특송업(일명 퀵서비스)에 진출했다. 지난 4월부터 협력사 한 곳과 제휴를 통해 ‘한진 퀵플러스’라는 이름으로 서울시와 분당, 일산, 광명 등 수도권에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 회사는 앞서 차량 500여대를 투입해 정기화물운송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이 때문에 화물운송업계 등 중소 운송업체로부터 빈축을 샀다.
이 같은 시장반응에 대한통운은 정기화물 진출을 포기한 분위기다. 한진과 비슷한 시점에 사업을 검토했지만 중량물 등 해외시장 개척에 치중하기로 내부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글로비스는 지난해 현대?기아차그룹의 사업 계열화 차원에서 해운업에 발을 들였다. 내년까지 총 9척(자동차전용선 2척, 벌크 2척)의 선단을 꾸릴 계획이다.
이에 대해 한국선주협회는 “대형 화주가 직접 해운업을 하게 되면 철광석, 철강재 수송 등 중소선사들의 일감이 줄어들어 해운산업 근간이 와해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최근 들어 범한판토스도 B2C 국제특송 사업을 본격화할 방침을 정했다 . 전 세계 35개국 83개 해외법인·지사를 연계한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사업성공 가능성은 충분할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봤다.
그러나 항공화물업계는 대기업 물류업체들이 든든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주선업 시장에 참여할 경우, 중소 포워딩업체들의 입지가 좁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소물류업체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 사업연계 차원에서 서비스범위를 넓히고 있지만 중소업체 입장에서는 그만큼 할일이 줄어드는 것 아니겠냐”며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가 다시 부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최근 청와대는 지난 2007년 폐지된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와 관련해 국무총리실에 실태 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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