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큰 비…택배업계 '비상태세'
[이코노미세계] 17일 물폭탄을 방불케 하는 국지적 집중호우로 택배업체들이 비상에 걸렸다.
특히 주말 동안 수도권 중심으로 비가 계속되고 있어 택배사들의 고민이 크다. 전체 물동량 중 서울, 경기 유입비율이 70~80%를 차지하고 있어 당장 월요일부터 많은 비로 인한 배송지연 사태 등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택배사 한 관계자는 “장마철 때마다 침수로 인한 식료품 변질, 교통악화에 따른 지연배송, 빗길 차량사고 등의 발생빈도가 높다. 전국터미널과 영업장에 비상근무 지침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택배사들은 원활한 배송을 위해 각 물류시설에 대한 보수와 침수에 따른 우회도로 확보, 비상연락망 가동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다리 밑 분류, 서러운 택배=매년 장마철이 되면 한강 주변 다리 밑에서 택배를 분류하는 풍경이 연출된다.
비싼 땅값에 서울 등 수도권에 물류시설 설치를 엄두도 내지 못하는 일부 택배사들이 한강 주변 공영주차장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영등포지역 담당인 OO택배 영업소장 최 모씨는 “본사 터미널이 협소해 지역 영업소 차량들이 고수부지 공영주차장에 모여 분류작업을 한다. 비가 더 오면 주차장이 폐쇄돼 이마저 힘들어진다”고 전했다.
실제로 중견택배사인 L사, D사, Y사, H사는 물론 대형업체인 H사, C사의 일부 차량과 배송사원들이 비를 피해 다리 밑이나 공영주차장에서 힘겨운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됐다.
특히 여름철은 부패지수가 높아 실내공간이 아닌 외부에서 분류작업을 하다 보면 식품 등 물품에 따라 훼손, 변질될 위험성이 높아 국민 건강의 위험요소가 된다.
이런 상황인데도 택배업계는 뚜렷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마땅한 수도권 부지를 찾고 싶어도 오를 대로 오른 땅값과 시설물진입 규제를 생각하면 엄두를 낼 수도 없는 형편이기 때문.
업계 한 관계자는 “단순히 증차문제가 아닌 업(業)의 형태를 고려한 다면적인 정책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민편의와 유통산업 발전 차원에서라 택배산업 발전방향이 고찰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설물 점검, 배송지연 최소화=수도권 택배터미널이 집결돼 있는 금천구 일대의 대한통운, 한진택배 등은 시설물 비상 점검에 나섰다.
터미널 내 빗물 유입 방지턱과 배수로를 확인하고, 천정이 미비 된 야외 분류시설에는 임시천막을 설치해 물품과 현장 작업인력을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거센 바람이 동반된 호우에는 야외 분류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장마철 택배이용 중 배송지연 사례가 급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택배업계의 고충은 이뿐만 아니다. 빗길 안전운행과 비에 젖은 물품을 재포장하는 수고도 늘어 평상시보다 두 배 이상 작업속도가 느려진다.
동부익스프레스 관계자는 “고객물품이 비에 젖지 않도록 적재 단계부터 세심한 관리를 하고 있다”며 “비닐 포장을 덧 씌워 최대한 물품을 배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비가 오면 작업시간이 늘고, 교통상황이 좋지 않아 정시운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장마철 택배지연에 따른 소비자들의 이해를 부탁했다.
김철민 기자
olle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