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를 하품하게 하는 경쟁력 아닌 경쟁력
낮은 제품가, 많은 제품 기능, 많은 특허, 박사학위 많은 조직, 마케팅 아닌 마케팅 역량... 그거 경쟁력 아닌데요?
글. 김진상 앰플러스파트너스 대표
창업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면 흔히들 ‘경쟁력’이라 주장하는 경쟁력 아닌 경쟁력이 있다. ‘낮은 제품가’, ‘많은 제품 기능’, ‘많은 특허’, ‘박사학위 많은 조직’, ‘마케팅 아닌 마케팅 역량’, 이 5가지만 기억하자. 그리고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제품 경쟁력을 풀어보자. 하품을 하던 투자자의 눈빛이 바뀔 수 있다.
직업 특성상 대단한 경력을 갖고 있는 창업자들을 참 많이 만난다. 그러나 아무리 대단한 경력을 갖고 있더라도, 창업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면 어김없이 이런 실수를 하더라. 경쟁력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을 경쟁력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필자와 같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마치 자동차 유리창에 붙어있는 ‘연비등급 딱지’ 마냥 공허하고 믿음이 가지 않는다. 기억을 되짚어 보자니 그 ‘경쟁력 아닌 경쟁력’은 크게 5가지로 압축되는 것 같다.
가격이 아니라 ‘원가’라고!
단순히 남들보다 제품을 싸게 파는 것이 경쟁력은 아니다. 단순한 제품가격 인하는 단기적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겠지만, 결국 경쟁사도 가격을 인하하며 경쟁력을 상실한다. 무한한 ‘저단가’ 경쟁만이 남을 뿐이다. 특히나 “우리 고객은 구매단가에 민감한 고객이라, 저렴한 가격이 중요해요!”라고 이야기하는 회사인 경우 더 딱해진다. 그런 회사는 고객의 끊임없는 단가 후려치기 압박 때문에 결국 죽거나, 자기 대신 죽을 희생양 하청업체를 찾아야 한다.
사실 경쟁력을 이야기하려면 가격이 아니라 ‘원가’를 강조해야 한다. 원가경쟁력을 확보했다는 것은 판매가의 유연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곧 시장에서 경쟁자에 비해 운신의 폭이 넓다는 것을 방증한다. 결국 ‘저렴이’ 하나만으로 기업이 생존할 수는 없다.
많은 기능은 ‘비용’입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많은’ 기능이 아니라 ‘적합한’ 기능이다. 스타트업의 역량은 기존 제품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지, 경쟁 제품보다 더 많은 기능을 갖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단순히 기능이 많다는 것은 제품의 유무형상 비용 증가를 방증하기도 한다. 때문에 ‘많은 기능’은 제한된 자원으로 생존해야 하는 스타트업에게 그야말로 치명적인 결과를 몰고올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거창한 말을 할 필요도 없다. 돈과 인력, 그리고 브랜드도 없다면 ‘스타트업의 존재 목적’ 하나에 집중해야 하지 않겠느냐.
우리는 오래전 멸망한 ‘전자사전’을 기억한다. 사실 전자사전이 ‘사전’ 기능에만 충실했으면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편리함까지 갖출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각종 기능을 마구 추가하는 바람에 ‘사전’도 아니고, ‘MP3’도 아니고, ‘PMP’도 아닌 혼종이 돼버렸다. 다재다능함을 인정받기 위한 다양한 기능은 오히려 고객에게 ‘특색 없는 제품’이라는 이미지만 안겨줬다. 물론 전자사전의 멸망은 스마트폰과 같은 멀티미디어 기기의 등장이 가장 큰 이유이지만, 전자사전이 본연의 기능에 충실했다면 그렇게 비참하게 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특허는 공모전에서나 씁시다
특허가 제품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특허를 피해가는 방법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 의료 등 특정분야가 아니라면, 특허는 보호보다는 초연결시대의 상호간 권리를 인정받기 위한 협상의 도구라고 생각하는 편이 낫다. 때문에 특허가 있기 때문에 그 제품으로 타사의 제품을 언제든지 누를 수 있다는 생각은 너무나 순진한 생각이다. 아마 이런 주장을 펴는 이들은 특허관련 업종 종사자들뿐일 것이다. 그들도 어쨌든 먹고 살아야 되지 않겠는가.
혹자는 특허침해에 대한 손해배상 기준이 최대 3배로 법이 개정되지 않았느냐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그런데 최대 3배면 뭐하겠는가. ‘최대’의 의미는 여전히 ‘최소’ 조금만 배상해도 된다는 뜻을 함축한다. 이것보다 더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도 특허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액수와 그 기준이 허술한 국가에서는 관련 이해관계인의 배만 불려 줄 수 있다. 심지어 특허 무용론까지 대두되는 국가도 있다.
때문에 특허라는 것은 최초 권리자가 나라는 만족감으로 충분하다. 언젠가 필요할 수도 있겠으나, 특허 보유가 사업 성공의 시작도 아니며, 성공의 가능성도 아니다. 결정적으로 특허가 있다는 것을 경쟁력으로 강조한 스타트업치고 성공한 스타트업을 못 봤다. 아! 공공기관에서 주는 상은 받는다.
박사학위는 고이 접어
열정 가득한 것은 분명 창업 성공에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열정이 넘친다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참 인공지능에 대한 열정 하나는 대단하니, 사업도 잘할거야!”라고 말하는 창업가가 있다면 상대방은 뭐라할까. 아마 투자자라면 하품을 할 것이다.
박사학위가 많다고 창업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도 아니다. 물론 벤처투자의 세계에 학력에 대한 환상은 존재한다. 학력이 높은 팀원이 많을수록 투자받는 건수도 많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건수에 비해서도 고학력 창업가의 투자 유치 성공 비율이 높을까는 의문이다. 투자를 받은 고학력 창업가중 성공할 확률이 고학력이 아님에도 투자받고 성공한 창업가의 확률보다 높은지는 더더욱 의문이다. 투자 받은 고학력 창업가 100명중 10명만 성공하고, 투자 받은 보통학력 창업가 20명중 10명이 성공했다면, 고학력이라는 것이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경쟁력이라 볼 수 있을까. 본인도 개인적으로 궁금하다.
광고=홍보=마케팅, 응?
꽤 많은 스타트업이 광고나 홍보를 통해 매출을 올리는 것을 마케팅 경쟁력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그렇게 해서 상당한 매출 신장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다소 위험한 부분이 있다. 사실 마케팅은 경영 종합전략이며, 광고·홍보는 마케팅의 수많은 방법 중 일부에 불과하다. 즉, 광고·홍보를 마케팅이라 볼 수는 있겠지만, 마케팅이 광고·홍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광고·홍보 전략을 통한 매출은 과도한 비용을 수반하기도 한다. 반짝이는 광고·홍보가 진짜 반짝하고 사라지는 것은 한 순간이다. 때문에 광고나 홍보에 의존하는 성장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즉, 경쟁력은 아니다. 수많은 유명 연예인 광고 모델 고용이나, 순간의 번뜩이는 카피로 성장한 기업들이 어떻게 사라졌는가. 우리는 이미 수많은 사례를 기억한다.
앰플러스파트너스(주) 대표이사 및 인하대 겸임교수. 넥스트벤쳐투자, 삼성전자, 3M, LG전자 등에서 연구개발, 기술마케팅 및 영업, Corporation Venture Capital, Venture Capital 업무 등을 수행하였으며, 창진특(톈진)전자유한공사 등에서 창업 및 사업을 하였다. 구글캠퍼스, 국민대, 서강대, 서울대, 유니스트, 한양대 등에서 기업가정신 및 스타트업 관련 강의 및 교육을 진행하였다. 스타트업 도우미가 되고 싶은 마음에 조용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