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아재개그가 ‘소통불량’ 기업에 건네는 메시지

by 설창민

2017년 02월 24일

소통교육으로도 나아지지 않는 기업 소통

개인 간 소통과 기업 소통의 차이는 무엇일까

 

글. 설창민 SCM 칼럼니스트

 

Idea in Brief

 

세대를 초월한 아재개그가 세대갈등 극복을 위한 공감의 매개체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 얼마나 소통이 부족했는지를 방증한다. 기업에서도 ‘소통’이 이슈다. 기업 소통을 주제로 이뤄지는 교육도 많다. 하지만 현재 개인 간 소통을 중심으로 다루는 소통 교육은 기업 소통 개선에 별 효과가 없다. 필요한 것은 SCM(Supply Chain Management)중심의 소통이다. 다른 부서가 왜 부정적인 자세로 나오는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평가기준을 설계해야 하는지, 전사적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소통의 시대, 아재개그의 부활

 

‘아재개그’가 유행이다. 아재개그를 이해하는지를 감별해 자신이 어떤 세대에 속하는지 알려주는 테스트도 있다. 한때 아재개그는 ‘쿨하지 못한’, ‘시대착오적’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이제 아재개그는 세대 간 공감의 매개체로 대두되고 있다. 이는 우리가 그간 얼마나 세대 간 소통을 하지 않고 지내왔는지에 대한 방증이다. 지금 우리는 ‘소통’의 필요에 대해 느끼고 있는 것이다.

 

기업에서도 소통 열풍이다. 인터넷에 ‘기업 소통’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기업 간, 부서 간 소통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과정에 대한 광고글이 주르륵 나온다. 교육방법도 가지각색이다. 소통의 방법으로 카드놀이나 뮤지컬이 소개되며, 신입사원이 직장에 빨리 적응하는 법, 직장에서 의사소통을 효과적으로 하는 법도 가르쳐준다.

 

이런 것들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교육장 바깥에서 이 교육이 효과를 보는가 하는 것이다. 수강생 대부분은 교육장을 나서면 다시 소통 단절을 겪는다. 소통 교육을 받은 교육생 중 일부는 “야, 쓸 데 없는 짓거리(교육) 하고 왔으니 이제 일하자”며 부하직원들을 밤늦게까지 잡아두거나, 억지로 부하직원을 데리고 삼겹살집에서 소주를 아주 가볍게(!) 걸치기도 할 것이다.

 

개인 간 소통과 기업 소통의 차이

 

왜 소통 교육이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일까? 인터넷에서 광고하는 소통 교육의 대부분은 ‘개인 대 개인’의 소통을 강조한다. 하지만 기업 내, 기업 간 소통은 개인의 소통과는 거리가 먼 ‘부서 간’ 소통이다. 물론 작은 회사라면 개인 간의 원활한 소통이 부서 간의 소통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조직이 커지고 직원이 늘어나면 조직은 규칙과 함께 각 부서를 평가하는 지표를 만들게 된다. 부서 간에 규칙과 평가 기준이 상충하는 순간, 더 이상 개인 간의 친분을 바탕으로 하는 소통은 크게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다시 아재개그와 세대차이로 돌아오자. 기업 내, 기업 간 소통을 방해하는 규칙과 평가 기준을 잘 들여다보면, 여기에서도 우리는 최근 ‘아재개그 유행’이 암시하는 메시지가 발견할 수 있다. 요컨대 서로 다른 규칙과 평가 기준이 적용되는 부서 간에는 공급망 관리의 개념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세대와, 만들면 팔리던 시대를 살아오며 저돌적이고 공격적으로 상대방과 싸워 이기는 것에 익숙해진 세대 간에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갈등은 다음과 같은 식으로 구체화된다. 가령 영업부서는 재고를 쌓아두고 상품을 팔려고 하는 반면 원가관리나 기획부서의 경우 현금흐름 악화를 막기 위해 재고가 느는 것을 반대한다. 특히 공급자 위주의 시장논리에 익숙한 세대에게 재고를 쌓아놓고 파는 것은 ‘절대선’이다. 마케팅이나 상품기획부서는 새로운 기능을 신제품에 넣으려하지만 연구개발부서는 정해진 기능을 일정에 맞춰 개발하는 것도 벅차다. 연구개발은 밤을 새서 해야 제 맛이라고 믿는 세대는 신제품 출시일이 정해지는 순간, 모든 것은 거기에 맞춰져 한다고 믿는다.

 

한편 구매부서는 단가가 저렴한 공급업체를 찾는 데 반해, 조달부서는 품질, 적시납품능력, 긴급주문대응력, 자사공급계획과의 연동능력을 모두 갖춘 업체를 원한다. 구매는 무조건 싸게! 납품업체에게 전화 한 통 해서 호통치면(소위 ‘X랄’을 하면) 납품은 알아서 하는 것! 납품업체가 납품을 잘 못하는 것은 X랄을 잘 못해서 그런 것! 이렇게 믿는 세대에게 가격 외에 다른 요소가 눈에 들어올 리 없다.

 

규칙이나 평가 기준도 서로 상충된다. 영업부서는 매출로 평가된다. 재고는 평가 대상이 아니거나 매우 미미한 정도다. 반면 원가관리부서에게 그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구매부서는 얼마나 단가를 낮췄는지가 평가 요소다. 반면 조달부서에게는 품질이나 적시납품이 더 중요하다. 마케팅이나 기획부서에게는 매출이 중요한데 반해 연구개발부서에게는 신제품이 적시에 안정된 품질로 출시되는지가 중요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개인적으로 아무리 친해도, 소통 교육을 아무리 받아도 ‘기업 소통’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개인적으로 친하다고 다른 부서의 부탁을 다 들어주면 자신의 평가가 나빠지는 식이다. 결국 개인은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도, 점점 부서 간 소통은 사라진다. 그래놓고 저녁에 술 한 잔 하면서 “우리 회사는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한탄한다.

 

문제는 SCM이야

 

이제 개인 단위의 소통 교육을 SCM(Supply Chain Management) 중심의 소통교육으로 바꿔야 한다. 왜 다른 부서가 부정적인 자세로 나오는지 파악하고, 그것을 바꾸기 위해 서로 어떤 성과지표가 필요한지 고민해야 하며, 특히 교육 과정에서 전사적인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서로의 평가지표를 조절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물론 이런 활동은 기업이 SCM을 처음 도입할 때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이다. 문제는 시간이 경과하면서다.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문제를 다시 점검하고 요즘 핫(hot)한 소통 교육을 병행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SCM 도입할 때 부서 간 평가 기준은 이미 다 정의했으니 다시 안 해도 상관없다. 장사가 더 급하다”고 말하면서, 교육은 개인 간 소통 교육을 중심으로 실시한다.

 

아마 많은 기업이 올해 교육 계획을 다 수립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음 계획을 수립할 때는 부서 간 평가 기준과 규칙을 늘어놓고, 상충되는 것을 어떻게 하면 전사적 이익이 되도록 바꿀 것인지 합의하고 토론한 뒤 그 결과를 의사결정에 반영해보기 바란다. 이보다 더 나은 소통은 이 세상에 없다. 장담한다.



설창민

군 복무 전 우연히 하게 된 창고 알바를 계기로 물류에 입문, 아직 초심을 안 버리고 물류하고 살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 글을 쓸 때가 가장 행복해서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dcscully)를 운영하고 있고, 다양한 실무 경험으로 물류업계 종사자들의 삶과 애환을 독특한 시각과 필체로 써내려가는 것이 삶의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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