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박정훈의 로봇가라사대] 완전자동화와 증강현실, 환상은 물류 앞으로

by 박정훈

2016년 09월 06일

CeMAT 2016, 물류격변의 현장을 보다
로봇 스타트업의 기술, 물류현장에 적용될 수 있을까
 
 
글. 박정훈 CJ미래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Idea in Brief

 

지난 5월 독일 하노버에서 CeMAT(국제물류산업박람회)이 개최됐다. CeMAT은 60년 전통을 가진 산업 박람회로. 이번 행사에는 전세계 40여개 국가에서 1000개 이상의 기업이 참가했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기업들은 각종 최첨단 물류장비 및 운영시스템, 지능화된 관리 솔루션 등을 선보였다. 행사장에는 세계 각국에서 5만 명 이상의 인파가 몰렸으며 대부분의 참관객은 미래기술의 물류 산업 적용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이번 박람회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피킹로봇 기업들이 참가해 시스템 시연을 해서 눈길을 끌었다. 행사장에서 특히 인기를 끌었던 독일 스타트업 ‘마가지노(Magazino)’의 토루(TORU) 피킹로봇과 증강현실을 이용한 ‘피카비(PICAVI)’의 피킹 시스템에 대해 알아보겠다.

 
CeMAT 2016 현장스케치
 
지난 5월 31일부터 4일간 독일 하노버에서 CeMAT(국제물류산업박람회)가 개최됐다. CeMAT은 MODEX와 함께 세계최대 물류 전시회로 인정받고 있는 행사이다. CeMAT은 CeMAT ASIA/shanghai 등 여러 국가, 지역에서 매년 개최된다. 이번 하노버 개최 행사는 2년마다 열리는 행사로 그 규모나 소개되는 기술면에서 최첨단의 이슈들이 다루어진다는 특성이 있다.
 
(사진= CeMAT 행사장 전경)
 
이번 행사는 2년을 기다렸던 만큼 전세계적으로 업계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전시장은 첫날부터 수많은 인파로 북적거리는 모습이었다. 주최측의 발표에 따르면 전세계 40여개 국가에서 약 1000개 이상의 기업이 참가했다고 한다. CeMAT 참가기업들은 각종 최첨단 물류장비 및 운영시스템, 지능화된 관리 솔루션 등을 선보였다. 세계 각국에서는 약 5만 명 이상의 인파가 CeMAT을 방문했다. 모르긴 몰라도 이는 아마존, 구글 등 IT공룡의 물류사업 관심표명 및 직접진입 가속화와 드론, 인공지능, 로봇 등 미래기술의 물류영역 접목 확대 등이 한 몫 한 결과라 생각한다.
 
유럽은 독일을 주축으로 ‘인더스트리 4.0’ 프로젝트를 내세워 미래 산업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CeMAT 역시 인더스트리 4.0 컨셉과 연계하여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기반의 초연결 제조환경에서 SCM의 고도화를 위한 ‘스마트 공급망 솔루션(Smart Supply Chain Solution)’을 주제로 진행됐다. 따라서 전시장에는 자동화 물류설비가 대거 포진되었으며, 물류작업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사물인터넷 기반 스마트 디바이스들도 다수 등장하여 참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최근 물류 전시회를 방문할 때마다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다. 지게차나 보관랙 등 설비업체들도 실제 작업 연관성 유무를 떠나서 로봇이나 드론을 전시장에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로봇에 대한 높은 기대를 반영하듯 사람들은 그곳에 일단 발길을 멈춘다. 실제로 이번 CeMAT에 참가한 한 중국계 지게차 업체는 자율주행로봇에 머리 모양의 카메라를 달아 애니메이션 주인공 Wall-E를 연상케 하는 로봇을 선보였다. 아직 이렇다 할 특별한 기능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역할은 톡톡히 했다.
 
(사진= 중국 지게차 제조기업 HANGCHA의 Wall-E를 닮은 관제용 로봇. 원격조정에 의해 물류작업장 및 외곽을 감시하거나 작업 상황을 관제 가능하다.)
 
참관객들의 관심이 미래기술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은 다른 곳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광활한 전시장 면적의 약 70%가 ‘Move & Lift’를 주제로 채워져 있었지만, 참관객 시선의 70%는 전시장 면적의 불과 20%를 차지하는 ‘Innovative Logistics Solutions’에 집중되어 있었다. 이는 참관객들의 기대, 즉 동시대 물류산업의 관심사가 미래기술에 쏠려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모습이라 생각한다.
 
포럼 세션 역시, ‘IT & Automation’ 분야가 가장 큰 관심을 받았다. ‘Robotics in Logistics’ 세션에서는 인더스트리4.0, 사물인터넷, 로보틱스를 통한 물류작업 혁신이 논의됐다. 특히 독일 마가지노(Magazino)사는 새로운 개념의 피킹 로봇인 토루(TORU)를 공개하여 큰 주목을 받았다. ‘Smart Device’ 세션에서는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 기술을 이용한 피킹 시스템인 ‘Pick-by-Vision’이 주요 주제로 논의됐다.
 
이번 기고를 통해 CeMAT에서 소개된 모든 내용을 전할 수는 없다. 모든 부분을 전하지는 못하지만 개인적으로 ‘Rogistics’에 푹 빠져있는 필자의 눈을 통하여 가장 트렌디한 물류로봇 사례를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물류로봇을 주제로 한 포럼의 주인공, 그리고 전시회장에서도 많은 참관객의 이목을 끌었던 2개의 첨단기술은 물류로봇의 새식구 ‘TORU’, 작업자에게 로봇의 눈을 달아줄 피카비(PICAVI)사의 'Pick-by-Vision‘이다.
 
① TORU : 인간 없는 창고로의 한걸음
 
토루(TORU)는 독일 뮌헨의 스타트업 기업인 마가지노(Magazino)사에서 출시한 피킹로봇이다. 이 회사는 최근 DHL과 필드테스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였고 외신에 동사례가 소개되면서 가히 Rogistics계의 스타로 급부상중이다. 마가지노는 토루 피킹 시스템의 명칭을 ‘오더피킹 4.0(Order picking 4.0)’이라 명명했다. 이는 인더스트리4.0 시대를 지원하는 미래형 첨단물류 솔루션이라는 의미다.
 
키바(KIVA)로부터 촉발된 피킹로봇의 발전은 계속되고 있다. 토루는 이런 상황 속에서 현재 가장 발전된 형태의 상용 가능한 로봇이라 할 수 있다. 토루는 로봇이 스스로 물건을 찾고 피킹을 하며, 피킹이 완료된 적재 선반을 출하장까지 이송시키는 Pick-by-Robot 방식을 사용한다. 쉽게 말해 기존 창고 환경에서 사람이 하던 피킹 작업을 로봇이 거의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다. 따라서 로봇 도입을 위해 기존 창고를 재설계하거나 작업 프로세스를 변경해야 하는 번거로움까지 없앨 수 있다.
 
 
이는 토루 이전 키바나 오토스토어(Autostore)가 사용하는 Goods-to-Man(로봇이 상품을 사람에게 운반하는 형태) 방식이나 작업자가 피킹해주는 상품을 출하장까지 운반하는 로커스(Locus)와 같은 로봇이 사용하는 방식과는 다르다.
 
사실 Goods-to-Man은 Man-to-Goods 방식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고안되었다. 하지만 Goods-to-Man 방식은 제품 낱개 단위로 피킹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작업 프로세스 및 인프라의 재설치가 필요하다. 또한 사람이 결국 보완 작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태생적 한계를 갖는다.
 
 
토루는 이러한 제품피킹과 관련된 로봇 동작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낱개 단위 제품피킹’이 가능한 로봇으로 개발됐다. 그 결과 기존 피킹방식의 두 가지 문제점을 모두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토루는 기본적으로 자율주행과 제품 직접피킹이 가능하며, 로봇자체에 탈부착 가능한 임시적재용 선반이 부착되어 있기도 하다. 따라서 착탈식 선반에 피킹물품이 가득차면 선반을 출하장에 제공한 후, 이후 다른 선반을 장착하여 지속적인 작업이 가능하다.
 
토루의 기능적인 특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인간과의 공동작업 환경을 염두에 두고 안전을 위한 장치를 다중으로 채택하고 있다. 또한 레이저 센서(LiDAR), 근거리 장애물 센서, 방향표시등(동체 하단 방향표지)이 장착돼 있다. 이에 더하여 정확한 상품 탐색을 위해 WMS상에 등록된 위치정보 외에 제품 실물을 인식할 수 있는 3D카메라(사물과의 거리, 형태 측정 가능)를 그리퍼(로봇팔의 집게 부분)에 장착하기도 했다.
 
토루의 동작은 실제 인간의 작업 반경과 유사하게 설계됐다. 특히 피킹 작업을 하는 로봇팔 상단부에 로봇 관절부를 수직으로 움직여주는 회전칼럼이 있어 작업 반경이 넓다. 작업 반경은 10cm 부터 209cm까지 위아래 작동이 가능해 사람의 키높이 범위내의 피킹 작업을 문제없이 수행 가능하다.
 
이런 특성들은 바라보자면 토루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장비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 번 더 생각해보면 토루가 인간을 대체한다기 보다는 ‘공존’ 혹은 ‘협업’을 위해 설계된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로봇이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기 위해 제작되었다면 작업자를 위한 안전장치 등을 고려하여 개발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토루를 자세히 살펴보면 기존 작업 환경에 바로 투입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물류센터 성수기 시즌 등에 대비한 임시 작업능력으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정형의 상품군을 대상으로 부분적으로 로봇 피킹 도입을 생각하고 만든 것으로 예측된다.
 
토루는 아직 박스나 책과 같은 각진 물건만을 피킹할 수 있고 속도가 느리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2017년 토루 플랙스(TORU flex) 출시 등을 통해 토루는 보다 다양한 형태의 물건을 피킹할 수 있도록 발전하고 있다. 만약 토루가 양산을 통해 기계 가격을 낮출 수 있다면 Good-to-Man 방식보다 현장 도입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 기대된다.
 
② PICAVI : 증강현실, 물류 앞에 오다
 
DHL은 지난 15년 초 고객사인 리코(RICOH) 물류센터에서 웨어러블 컴퓨팅 전문업체인 유비맥스사와 공동으로 개발한 비전피킹시스템의 시험운영이 성공적으로 끝났음을 공표했다. 이에 구글글래스에 대한 기대가 꺾이면서 대중의 관심이 사그러들었던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피킹 시스템에 대한 기대가 다시금 불붙기 시작했다. 비전피킹시스템은 로봇의 시야를 인간 작업자가 직접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 첫 번째 상용화 분야로 물류가 선택된 것이다.
 
▲ 픽바이비전(Pick by Vision)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는 허공에 물류작업 정보가 표시되고 제품의 바코드를 쳐다보기만 해도 자동으로 스캔이 되는 최첨단 시스템이 나온다. 그러나 현재까지 개발된 기술은 이것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은 이 시스템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수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현재 디바이스 자체도 유비맥스와 구글글래스 정도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시스템이 본격화 되기에는 상당한 장애를 넘어야 할 것으로 판단했었다.
 
그러나 이번 CeMAT을 통해서 증강현실 상용화 시기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CeMAT에는 다수의 AR피킹 전문기업들과 함께 다양한 장비들이 전시됐다. 행사에 참가한 업체들의 장비들은 이미 곧바로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이었다.
 
이번 행사에는 지난해 DHL과 함께 시험운영을 실시했던 유비맥스(UbiMax)사 외에도 보이스피킹 솔루션을 제공하는 다수의 SI업체들이 나름의 AR피킹 솔루션을 전시했다. 그 중 AR피킹을 테마로 한 신생기업인 피카비(PICAVI)는 낯선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참관객의 관심을 모았다. 피카비는 실제 작동 가능한 시스템을 참관객에게 시연했다.
 
피카비는 물류IT 솔루션분야 스타트업인 로그컴(Logcom)의 새로운 이름으로 AR피킹과 관련된 기술을 지난 3년간 연구해온 독일 기업이다. 피카비는 최근 1년간 개발한 시스템을 실제 현장에 도입하고자 추진해왔다. 현재 피카비는 디바이스에서 운영시스템, 작업프로세스 컨설팅까지 제공하는 최초이자 유일한 종합 솔루션기업으로 인지되고 있다. 또한 이미 시스템 도입 성공사례를 확보하여 본격적으로 사업화에 돌입하고 있다.
 
실제 현장 도입 사례를 가진 기업인만큼 디바이스 자체의 구성도 남다른 측면이 있다. 기존 비전피킹시스템은 '스마트글래스' 하나의 장비로 이루어졌다. 반면 피카비는 글래스 외에도 손바닥만한 크기의 사각박스를 한 세트의 구성품으로 제공한다. 이 박스는 하늘색의 5개의 버튼으로 덮여있다. 이 박스는 휴대용 배터리팩 기능과 작업 간 메뉴버튼 기능을 수행하는 장치로서 피카비사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이다.
 
▲ 피카비 디바이스 구성요소
 
스마트 글래스의 경우 공간 제약상 배터리 용량이 낮아(연속사용시 지속 시간: 2시간 이하) 현장에서 지속적인 사용이 불가하다. 피카비의 컨트롤 박스는 그 점에 착안하여 개발된 것이다. 박스는 스마트글래스와 유선으로 연결되어 안정적인 전원을 공급한다.
 
(사진= CeMAT 2016에 전시된 피카비 장비)
 
물류 현장에는 소음이 존재해 음성 이용 메뉴 조작이 어렵고, 작업 중 손가락으로 글래스 측면을 터치하는 동작도 번거롭다. 피카비는 이런 점을 감안해서 작업시 주로 사용되는 확인, 취소, 메뉴 등의 기능을 배터리팩 외부 측면에 버튼으로 삽입하였다. 더욱이 배터리팩을 한 번에 4개까지 동시 충전 가능한 충전기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만 보더라도, 피카비는 '물류센터 내에서 피킹'이라는 단 하나의 목적하에 세심하게, 그리고 현장 실적용성이 높게 설계된 제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독일의 화장품 제조사인 닥터바버(Dr.Barbor)사는 1만 2000제곱미터 창고(6100 아이템)에 피카비 시스템을 이미 도입하여 운영 중이며, 기존 핸드헬드(Handheld) 방식 RF단말기를 픽바이비전 시스템으로 대체함으로써 동일 작업에 대한 소요시간을 18% 단축시켰다.
 
물론 아직 우리나라의 경우, 픽바이보이스(Pick-by-Voice)도 확산되지 않은 시점이긴 하다. 하지만 이커머스 산업의 발전으로 인해 FMCG(Fast-Moving Consumer Goods, 일용소비재) 제품군들에 대한 소량다품종 피킹작업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물류환경을 감안한다면 화주들이나 물류기업들이 픽바이보이스를 건너뛰어 RF단말기에서 픽바이비전으로 직행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훈

CJ미래경영연구원 SCM/Robotics 연구분야 수석. 가차없이 다가오는 Rogistics(Robotics+Logistics) 시대를 대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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