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송상화의 물류돋보기] 고등어를 위한 변명 : 환경오염과 도심물류

by 송상화

2016년 08월 30일

미세먼지의 주범 도심물류,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고등어발 미세먼지에 대한 변명
 
 
글. 송상화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
 

Idea in Brief

 

얼마전 미세먼지 배출로 인한 환경오염의 심각성이 연일 매스컴을 탄 적이 있다. 정부가 지목한 환경오염의 주범은 바로 ‘고등어’였다. 온라인 전자상거래의 확대와 옴니채널 유통 및 O2O 온디맨드 서비스의 급성장은 필연적으로 더 많은 트럭 및 이륜차의 도심 지역 통행을 유발하게 될 것이고, 이는 곧 더 많은 미세먼지 배출을 의미한다. 유럽의 ‘LAMILO(Last-mile Logistics)’ 프로젝트를 통해 환경오염을 피하면서도 서비스 수준을 향상시켜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한 도심 물류 서비스에 대해 고민해본다.

 

얼마 전, 때 아닌 고등어 이야기가 언론을 도배했었다. 경향신문에서는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큰산이 요란하게 울리더니 쥐 한마리만 나오더라)’이라는 고사성어에 빗대어 “태산명동에 고등어 한마리!”라며 고등어와 일련의 혼란을 비유하였다. 이쯤 되면 눈치 빠른 독자들은 미세먼지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미세먼지가 이슈가 되자 정부는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고등어구이’를 꼽았다. 이에 어민들은 환경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는 ‘웃픈(웃기고 슬픈의 줄임말)’ 이야기다.
 
고등어발 미세먼지가 웬 말이냐
 
1년 365일 스모그로 뒤덮인 중국 베이징을 남의 나라 이야기로 생각했던 우리에게 파란 하늘이 사라진 모습은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일상이 되어 버렸다. 이제 봄이면 의례 중국발 황사가 전국을 뒤덮고 미세먼지 수치가 나쁨을 기록했다는 소식에 그다지 놀라지 않을 정도가 됐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은 황사라고 보기 힘든 날조차 미세먼지로 인해 파란 하늘을 보는 것이 어려워진 것이 현실이다. 지금 고개를 들어 창밖을 내다보면 하늘은 파란색이라기보다 뿌연 색으로 그 색을 가늠하기 힘든 수준에 이르렀다. JTBC의 탐사보도에 따르면, 미국 NASA 연구팀이 몇 주 동안 특수 제작 비행기를 통해 수집한 국내 대기 오염 수준은 예상보다 나쁜 수준이며, 특히 서울 지역의 오염 수준은 매우 심각한 상태라고 보도된 바 있다.
 
미세먼지 증가의 원인은 다양하게 추측되고 있다. 중국발 황사 및 미세먼지 등 국외요인 뿐만 아니라 노후차량의 매연, 석탄화력 발전소, 산업단지 등 국내 요인 역시 심각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미세먼지 발생의 근본원인은 명확히 파악되지 않아 대책 마련에도 어려움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해결이 어려운 국외 요인을 제외하고 국내 요인 측면에서 미세먼지 배출을 낮추기 위해 교통, 물류, 에너지, 제조 등 전체 산업에서 환경을 고려한 운영 방식의 혁신은 불가피한 상황이 돼버렸다. 직접적으로 피부에 와닿지 않아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온실가스 배출 최소화를 통한 녹색 성장이, 미세먼지에 따른 대기 오염으로 인해 이제 더는 뒤로 미룰 수 없는 시급한 문제로 급부상했다. 물류 분야 역시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를 최소화하고, 환경오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도심물류와 미세먼지의 만남은 필연
 
환경오염 및 미세먼지 배출을 고려할 경우 향후 물류 분야 중 특히 도심물류에 있어 미세먼지 배출은 큰 문제로 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될 것이다. 전자상거래 시장 확대와 옴니채널 유통 및 온디맨드 O2O 서비스의 급성장은 필연적으로 더 많은 운송수단이 더 자주 도심을 통행하도록 만든다. 무엇이든 어떤 위치에서든 어떤 시간에든 소비자의 요청을 충족시키겠다는 서비스 비전은 결과적으로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도심 지역에서 더 많은 트럭과 이륜차의 흐름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소규모의 긴급 주문이 넓은 지역에 분산됨에 따라 투입되는 트럭의 사이즈도 소규모화되고, 이륜차 통행이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환경오염 문제는 더욱 심각한 문제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2015년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이륜차 한 대가 승용차 5대분의 매연을 배출하는 것으로 분석된 바 있다. 이에 따라 2017년부터 배기가스 관련 규제가 더욱 강화될 것이란 게 업계 전망이다. 또한, 효율을 고려할 때 1.5톤 트럭과 같은 소형트럭의 미세먼지 배출이 대형 트럭을 이용한 동일 상품 운송에 단위당 더 많은 미세먼지를 배출할 것으로 예측된다. 결국 미세먼지 배출을 최소화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정부의 규제는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고, 현재 도심물류의 핵심 운송수단인 이륜차와 소형트럭에 대한 규제가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서비스 요구수준은 더욱 높아지고 다양화되고 있다. 때문에 물류 서비스 역시 더욱 많은 소형트럭과 이륜차를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더 자주 도심지역에 투입해야 한다. 미세먼지 배출 최소화라는 목표는 유통-물류 비즈니스 모델 개발과 서비스 운영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이에 대해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을까? 필자는 유럽의 ‘LAMILO 프로젝트’를 통해 도심물류에서의 환경오염 최소화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LAMILO, 라스트마일을 구하라
 
유럽은 물류 서비스의 발전에 따른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우리보다 먼저 인식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를 준비 중에 있다. 유럽의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가 강화되는 현실을 고려하여 유럽 내 각 국가들은 유럽 차원의 도심 물류 혁신 프로젝트를 출범하게 되는데, LAMILO 프로젝트는 도심 물류에 있어 온실가스 및 미세먼지 배출 최소화를 목표로 하는 범 유럽 프로젝트( http://www.lamiloproject.eu) 이다. LAMILO는 Last-mile Logistics의 줄임말로 라스트마일 배송에 초점을 맞추어 지속가능한 도심 물류 달성을 위한 방법론을 연구하고 있다.
 
▲ 유럽의 LAMILO 프로젝트(사진= 하이테크로지스틱스닷컴)
 
LAMILO 프로젝트의 핵심은 도심 내 물류를 공동화함으로써 가급적 대형 트럭의 도시 내부 진입을 최소화하고 친환경 운송수단을 활용하여 소비자에게 상품을 배송하여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데 있다. LAMILO 프로젝트는 지속가능한 도심물류 프로세스 정착을 위해 다음과 같은 11가지 정책 수단을 테스트하고 있다.
 
LAMILO, 지속가능한 도심물류를 위한 11가지 정책
 
1. 도심 지역 내 운송수단별 진입시간 및 소음 수준을 규제한다.
2. 도심물류 시스템을 구성하는 참여기관/기업들이 협력하여 화물운송의 품질을 측정하고 운전기사에 대한 평가 인증 체계를 도입한다.
3. 도심 지역 내 물류 통합 체계를 구축하여 물류 공동화를 적극 추진한다.
4. 대규모 빌딩 및 기업과 협력하여 해당 지역/건물에 적합한 운송서비스 계획 및 절차를 기획한다. 배송 주기, 시간대, 합법적 상하역장 위치 등을 포함한다.
5. 특정 운송수단이 진입할 수 없는 환경관리 구역을 설정한다. 이 경우 친환경 운송수단을 제외한 트럭/이륜차의 진입이 원천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
6. 기관별 규제를 조화롭게 통일한다. 각각의 도심 지역을 관리하는 기관 및 규제와 관련된 정부 기관이 서로 협력하여 통일된 구조의 규제를 만든다.
7. 첨단교통시스템과 물류 체계를 통합하여 도심 물류 서비스 수준을 향상시킨다. 혼잡정보, 유고 정보 등 교통시스템에서 확보한 교통 데이터를 물류 서비스 운영에 직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8. 각각의 지역별 교통 및 도시개발 정책 수립시 도심물류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포함시키도록 한다. 현재 지역 개발 정책 수립시 물류에 대한 명확한 고려가 부족한 현실을 보완하는 것이 목적이다.
9. 위치별 상하역 관련 규제를 도입한다. 현재 주정차 관련 제한은 교통 관련 규제로 존재하지만, 물류 서비스의 상하역 관련 위치 제한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를 보완하여 친환경 운송수단이 아닌 경우 상하역 위치 자체를 규제하고자 한다.
10. 기업의 구매 프로세스에서 친환경 제품 및 서비스를 구매하도록 유도한다.

11. 친환경 운송수단의 도입을 적극 권장한다.

 
 
 
LAMILO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국가별 프로젝트는 각각의 국가별 특성에 맞춰 조금씩 다른 패턴으로 진행되고 있다. 먼저 영국의 경우 통합물류센터 구축을 중점적으로 테스트하고 있다. 런던 내 자치구인 캠든, 엔필드, 월섬포리스트, 이즐링턴은 서로 공유하는 통합물류센터를 구축한 후 각 자치구 내 대형 빌딩으로의 배송서비스는 모두 통합물류센터를 거치도록 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택배 및 운송 회사들이 개별적으로 서비스를 처리함에 따라 소형트럭의 도심 진입 횟수가 높았다. 영국의 경우 통합물류센터를 구축하고 배송서비스를 통합함에 따라 서비스 효율을 높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프랑스 파리의 경우 친환경 운송수단을 적극적으로 채용하였다. 지난 2006년부터 파리 지역에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던 기업들이 협력하여 친환경 공동배송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먼저 각각의 물류기업들은 자사의 배송 물량을 그린링크(Green Link社)의 도심 지역 내 물류센터로 운송한다. 그린링크는 각각의 물량을 통합한 후 전기자전거 및 전기자동차를 이용하여 도심 지역에 최종 배송하였다. 영국 런던 사례와 유사하지만, 친환경 운송수단을 활용한 공동 배송 서비스에서 차이가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 온라인 쇼핑몰에 주문이 들어오면 먼저 전기자전거를 활용하여 도심 지역 물류센터로 상품을 배송하고, 역시 전기자전거를 활용하여 고객에게 최종 배송하는 형태를 테스트하였다. 도심지역 물류센터는 고객 주문을 통합 처리하기 위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의 경우 도심 지역에 위치한 상점까지의 운송 서비스를 통합 관리하는 프로젝트를 시도하였다. 매일 새벽 도심 지역 내 상점들로 배송되는 상품들은 브뤼셀 외곽의 통합물류센터로 먼저 운송된 후 친환경 트럭을 활용하여 낮 시간에 최종 배송이 이루어진다.
 
전략적 협업과 공동화, 고등어를 위한 변명
 
LAMILO 프로젝트를 면밀히 살펴보면 결국 핵심은 ‘도심물류 통합’에 대한 고민이다. LAMILO 프로젝트는 특정 운송수단 및 지역에 대한 진입 규제를 만들어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전기자전거나 전기자동차, 친환경 운송수단의 운영비용이 기존 운송수단 대비 높다는 데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1회 운송 물량을 최대화하는 것이 중요한데, 기업별로 분산되어 있는 물량을 효과적으로 모을 수 있다면 경제성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기자전거나 전기트럭 모두 1회 충전 후 이동 거리가 짧다는 측면에서 효율적인 통합물류거점 입지 선정 및 배치는 매우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게 된다.
 
미세먼지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더욱 확대될 경우 국내에서도 도심 지역 내 트럭 및 이륜차 진입 규제가 신설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휘발유 및 경유에 대한 환경 부담금이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도 높다. 반면 소비자는 더욱 빠른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받기를 원하고 있다. 서로 모순되는 양측의 요구에서 물류기업들은 새로운 방식의 물류서비스를 개발해야 하는 현실에 부딪힌 것이다.
 
별도의 규제가 없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배기가스 배출 및 미세먼지로 인한 환경오염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시간의 문제일 뿐 도심 지역에 대한 환경오염 관련 규제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규제의 범위 역시 보다 폭넓게 바뀔 가능성이 높다. 단순히 운송수단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상하차 위치 제한, 진입시간대 제한 등 물류 환경이 과거와는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높고, 결국 이 지점에서 혁신의 성패가 갈릴 수 있다.
 
물량을 최대한 확보한 기업, 특정 지역 수요를 장악한 기업이 아니라면 남은 길은 업체간 전략적 협력과 물류 공동화가 유일한 해법이다. 아니면, 그야말로 혁신적인 기술로 무장한 새로운 스타트업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규제가 강해질수록 오히려 새로운 혁신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자율주행 전기트럭과 같은 혁신적 기술의 도입을 앞당길 가능성도 높다. 어떤 시나리오든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것이 물류 서비스 혁신 및 운영의 중요 목표로 등장하게 될 것 같다.
 
최소한 고등어에게 미세먼지 배출의 주범이라는 부담은 주지 말자.


송상화

한국지역난방공사, 홈플러스그룹, POSCO, CJ대한통운, 현대엠앤소프트 등 제조, 유통, 물류 분야의 기업들과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하였고, 삼성전자, LG전자, CJ제일제당, 한국능률협회컨설팅, 한국생산성본부, 국군수송사령부 등과 함께 SCM 및 물류혁신 관련 교육을 진행하였다. Marquis Who's Who, IBC 등 인명사전 등재 및 논문상을 수상하였으며, 현재 관심분야는 SCM 최적화, 물류 및 유통 혁신, 위치 기반 서비스 및 네비게이션 최적화 등이 있다.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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