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SCM 대중화에 대한 고민
국립 물류박물관이 설립된다면
(사진= 러시아 상트페트르부르크의 물류 박물관)
글. 권정욱 콜맨코리아 SCM팀장
Idea in Brief
물류나 SCM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대한민국 물류와 SCM의 변천사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할 것이다. 물론 물류, SCM 전문 박물관이 갖는 의미가 그렇게 커보이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박물관은 대한민국 물류 문화유산의 안정적인 보존과 대중을 향한 지식과 정보 전달을 통해서 대한민국 물류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주춧돌이 될 수 있다. 물류 대중화 측면, 기록 저장소 측면, 교육 측면에서 물류 박물관 설립에 대한 의견을 전한다. |
고대 그리스의 여신 뮤즈(Muse)에게 바치는 신전 내부의 보물창고인 무세이노(Museion)에서 유래한 박물관(Museum)은 중세까지 특권 계층이 독점하던 소유물이었지만, 근대에 들어서면서 일반 대중들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날 박물관은 다양한 볼거리 제공은 물론이고,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통해서 복합 문화예술공간으로 그 기능이 확대되고 있다. 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박물관의 기능인 자료의 수집, 보존, 지식과 정보의 전달, 문화 향수 증진이라는 측면과 일맥상통한다. 이와 같은 정의는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과 ‘국제박물관 회의헌장(ICOM헌장)’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2014년 전국문화기반시설 총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대한민국에 등록된 박물관은 총 754개이다. 이중에 물류, SCM 전문 박물관이 얼마나 될까. 안타깝지만 한 곳도 없다. 과거 청주 ‘물류 동산’이나 ‘인천해양물류박물관’ 등 물류 전문 박물관을 건립하고자 하는 시도는 있었으나, 현재까지 그 실체가 드러난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군산근대역사박물관 내 ‘해양물류역사관’에 물류 관련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과거 물류·유통 중심이었던 군산의 역사를 설명하기 위한 목적이지, 필자가 이야기하는 물류, SCM 전문 박물관하고는 조금 거리감이 있다.
산업전문 박물관은 그 산업의 발전을 가늠하는 바로미터의 역할을 한다. 그러나 과거 참여정부시절부터 ‘동북아 물류 중심 국가’를 외친 우리나라는 물류, SCM산업 측면에서 분명 비약적인 발전을 했지만, 그에 반해 그 지식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인 박물관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류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 생각된다.
물류나 SCM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대한민국 물류와 SCM의 변천사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할 것이다. 물론 물류, SCM 전문 박물관이 갖는 의미가 작게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박물관은 대한민국 물류 문화유산의 안정적인 보존과 대중을 향한 지식과 정보 전달을 통해서 대한민국 물류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주춧돌이 될 수 있다. 물류, SCM 전문 박물관의 필요성을 물류 대중화, 기록 저장소, 교육, 3가지 측면에서 설명해 본다.
첫째, 박물관은 SCM, 물류 대중화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인프라 요소 중 하나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박물관은 이미 복합문화예술 공간으로 거듭나면서 일반 대중들에게 많은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물론이고, 문화를 공유하고, 충족시키는 공간으로 자리 매김했다. 따라서 단순하게 물류의 역사만을 안내하는 지루한 장소가 아니라, 공원으로도 활용하여 가족들이 나들이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진다면, 자연스럽게 일반 대중들이 물류와 친숙해질 수 있는 장소로 활용될 수 있다.
필자가 연재를 통해서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물류, SCM은 현재 국내 경제를 이끌어 가는 산업의 한 부분이다. 그러나 아직 많은 사람들이 물류, SCM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에 일반인이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은 절실하다. 거기에 더해 물류산업에 대한 대중들의 이해도가 높아진다면, 결국 국가 산업 발전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둘째, 대한민국 물류, SCM 문화유산의 안정적인 보존을 위한 기록 저장소(Archive)가 필요하다. 관점에 따라서 차이는 있겠지만, 물류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물류’, ‘SCM’이라는 개념이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쌓아 왔던 우리만의 물류, SCM의 역사가 있다. 특히 한국전쟁 이후 한국 경제는 기적이라고 불릴 만큼 큰 발전을 이루었고, 물류, SCM분야는 그 중심에서 함께 성장해왔다. 그와 함께 축적된 자료들도 상당하다.
그러나 그것을 보존할 수 있는 공간의 부재로 인해서 오랜 기간 어렵게 쌓아 놓은 노하우(Know-how)와 귀중한 자료들이 흩어져 사라지고 있다. 그동안 선배들이 노력해서 발전시킨 물류, SCM 관련 유·무형의 자료와 문화들이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기 전에 자료를 목록화하고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박물관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문화유산의 수집과 보존을 통해서 대한민국 물류, SCM의 정체성을 확립, 유지할 필요가 있다.
셋째, 양질의 물류, SCM 인력 양성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 가능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박물관은 자료를 수집, 보존하여 전시하는 기능도 있지만, 전문적인 학자들이 모여서 여러 가지 학문적인 연구를 하는 것도 박물관의 기능 중 하나로 정의되고 있다. 이러한 학문적인 연구 활동을 바탕으로 물류, SCM 전문인을 양성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양질의 물류 인력 인프라를 양성하는 선도적인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앞으로 산업이 더욱 더 발전함에 따라서 물류, SCM 담당자들에 대한 수요도 점차 늘어갈 것이고, 기존 물류, SCM 담당자의 전문역량 강화 또한 자연히 요구될 것이다. 따라서 물류, SCM 담당자들은 전문 박물관을 통해 얻은 역량을 통해 자신감을 강화하고, 책임 의식을 고취시켜 보다 발전적인 물류, SCM 문화를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박물관 설립에는 금전적인 문제가 따라온다. 솔직히 물류, SCM과 관련된 자료나 문화유산은 여타 박물관에서 보관중인 유산보다 물리적으로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물류산업의 업무 영역 또한 넓기 때문에 자료 역시 방대하다. 따라서 박물관 건립을 위해서는 개인이나 소수집단이 감당할 수 없는 큰 비용이 필요한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결국 물류 대기업이나 정부의 협조가 없으면 박물관 설립은 실현 불가능한 계획이다. 때문에 금전적인 부분은 물류 전문기업과 정부에서 투자하고, 자료의 수집은 현업에 종사하거나 은퇴한 물류, SCM 담당자들이 협조하는 방식이 함께 이뤄져야할 것이다.
물류, SCM 전문 박물관은 투자비용이 큰 사업이다. 그러나 물류, SCM 산업을 한 단계 높이고, 이를 통해서 국가 산업 발전을 이루자는 측면에서 물류, SCM 전문 박물관 건립의 필요성은 분명 존재한다. 게다가 물류인이라면 주말이나 휴일, 아이들의 손을 잡고 가족과 편히 나들이하면서 아빠나 엄마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려줄 수 있는 공간을 꿈꿔본 적이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필자가 늘 주장하는 것처럼 물류, SCM의 대중화가 필요한 시점이고, 대중화는 산업의 발전과 안정에 필요한 기초 작업이다. 그리고 물류, SCM 전문 박물관은 물류, SCM 대중화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충분히 수행 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식품, 타이어, 자동차, 반도체, 주류회사 등에서 다양한 물류를 경험한 현장 전문가. 현재는 콜맨코리아에서 SCM팀장직을 맡으며 ‘다품종소량’ 물류 업무를 주로 수행하고 있다. ‘물류가 세상을 바꾼다’는 신념을 갖고 언젠가는 CLO가 CEO가 되는 시대가 오길 바라며 보다 나은 SCM(Better SCM forward)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