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박정훈의 로봇가라사대] 생활에 침투한 물류로봇, 병원·호텔·매장까지

by 박정훈

2016년 07월 22일

엇! 너도 물류로봇이니?
생활의 공간에서 만나는 물류로봇
 
 
글. 박정훈 CJ미래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Idea in Brief

 

서비스로봇 또는 생활지원형 로봇이라 불리며 생활물류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로봇들이 있다. 병원, 호텔, 유통매장에서 주로 사용되던 이러한 로봇들은 물류업계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생활물류로봇을 물류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생활현장뿐만 아니라 산업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삶 곳곳에 이미 침투해있는 다양한 생활로봇에 대해 알아보자.

 
생활의 동반자로 부상 중인 ‘생활물류로봇’
 
“3발짝 이상 움직이면 물류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한 교수로부터 들었다며 ‘물류’를 이렇게 정의했다. 멋진 말이다. 그렇다! 역시 물류는 인류가 존재해 온 길고 긴 역사를 함께 한 가장 멋진 기술이자 예술이다. 물류는 물류기업이 수행하는 서비스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고 새삼 되내이며, 우리 일상생활의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물류를 찬찬히 돌아보게 된다.
 
자세히 살펴보면, 최근 물류영역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지는 음식배달, 꽃배달 등 여러 가지 배달서비스와 식당내에서 식재료나 음식을 날라주는 물류, 호텔에서 수건이나 음료수를 객실로 가져다주는 물류, 병원에서 약이나 환자식을 제공하기 위한 운반물류 등 실로 다양한 물류가 우리의 일상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에 꺼내고 싶은 주제는 바로 이런 ‘생활물류’와 ‘로봇’이다. 이미 물류의 다양한 영역에서 로봇이 활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생활물류 단에서도 로봇을 활용할 수 있을까. 대답은 ‘그렇다’이다. 생활물류에 이용되는 로봇은 ‘서비스로봇’ 또는 ‘생활지원형 로봇’이라 불리며 음식점, 병원, 호텔 등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 이용되고 있다.
 
생활물류 영역에서의 로봇 활용은 단순히 물리적 노동의 대체라는 단편적인 현상를 넘어서는 큰 의의를 가진다. 따라서 우리는 이 주제에 대해 보다 깊은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하고, 이에 대한 대답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생활물류로봇이 물류·SCM에 던진 시사점
① 로봇이 인간의 공급망을 대체한다
 
그렇다면 물류에 있어 생활물류로봇은 어떤 의의를 가질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기존의 무인배송 영역에서 송화인과 수취인은 사람이다. 로봇은 중간에서 배송만을 맡았다. 하지만 생활물류영역에서 로봇이 확산됨에 따라 물건을 수발하는 주체는 사람이 아닌 로봇이 대체하고 있다. 즉 무인운송시스템(Unmanned Delivery System)이라는 로봇이 웨이터 로봇과 같은 또 다른 로봇에게 물품을 인계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로봇들이 자기들끼리 알아서 일(물류작업)을 처리하는 것이다.
 
▲ 토요타의 생활지원로봇 HSR은 피킹이 가능한 실내형 로봇이다. 로봇팔을 가진 생활지원로봇은 위의 이미지와 같이 최근 시험 중인 필드배송로봇인 스타십(Starship)에 물건을 직접 넣거나 뺄 수 있게 된다.
 
범위를 확장해서 생각하면 이제는 공급망 상의 물자 이동 대부분이 더 이상 사람이 아닌 로봇에 의해서 연결되어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즉 인간은 이제 공급망의 가장 말단에서 실제 물건을 사용하기 직전에 물건을 받기만 하면 되는 주체로 그 역할이 점차 바뀌게 된다. 이에 따라 공급망의 운영디자인 패러다임도 큰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너무 편리하고 행복한 미래가, 아니면 할 일이 너무 없어 지루한 미래가 그려지는가? 사실 우리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이런 세상은 곧 다가올 것이다.
 
② 로봇설계 리디자인(Redesign)
 
로봇으로 인한 물건 전달방식의 변화는 로봇의 설계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를 들어 현재 라스트마일 배송을 위하여 사용되는 로봇은 사람이 배송 물품을 꺼내기 편리하도록 전통적인 적재함에 뚜껑이 달려있다. 사람이 이 뚜껑을 열어 물건을 꺼내도록 설계되어있는 것이다. 그런데 물건을 꺼내는 주체가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라면 로봇끼리 하단부를 도킹시켜서 물건을 전달하는 것과 같이 보다 효율적인 작동을 위한 설계가 가능하다. 굳이 로봇팔을 꺾어가며 복잡한 동작을 할 필요도 없겠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물류전문가가 로봇디자인 전문가에게 중요한 조언을 해주는 장면도 그려볼 수 있다. 따라서 물류산업에서 보다 유용한 로봇의 개발을 위해서는 생활물류 영역에 도입되는 로봇의 종류와 쓰임새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③ 생활물류에서 산업현장으로
 
마지막으로, 물류로봇을 사용하는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생활물류 용도로 개발된 로봇을 산업현장에 적용하여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 미국의 병원 내 이송 전문 로봇인 Aethon사의 TUG의 경우, 초기 병원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개발, 상용화되었다. 그러나 최근 TUG는 물류현장에서의 활용도를 찾아 설계 일부를 변경하여 산업 모델로 개량되기도 했다.
 
생활물류로봇, 어떤 것들이 있나
 
생활물류로봇은 고객과의 면대면 접촉을 주로 수행하며 노동집약도가 높은 서비스 산업에서 업무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개발, 도입되고 있다. 대표적인 업종으로는 병원/요양원, 호텔, 대형마트 등이 있다. 그중 병원/요양원에서 로봇도입이 가장 활발하며, 국가로 봤을 때는 고령화 수준이 높은 선진국인 미국, 유럽 지역에서 가장 많이 상용화되었다. 각 업종별로 주목받고 있는 생활물류로봇을 알아보자.
 
① 병원/요양원, 약품부터 식사 운반까지
 
▲ Aethon사의 병원용 물류로봇, TUG
 
2004년 병원 내 물류최적화 솔루션 제공을 목표로 사업을 시작한 Aethon사는 2016년 현재 실내 운반로봇인 TUG로 유명한 서비스로봇업계 대표기업으로 거듭났으며, RBR(Robot Business Review)이 선정한 세계50대 로봇기업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TUG로봇은 현재 미국에서만 140개 이상의 병원에 도입되어 운영 중이며, 매주 약 5만 건 이상의 운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주요업무는 혈액과 같은 샘플이나 약품을 검사실이나 저장소로 운반하거나 환자들에게 직접 식사를 운반하고 다시 빈 식기를 수거하는 일을 한다. 또한 각종 쓰레기를 폐기장으로 운반하는 일 또한 수행한다. 한 마디로 뭔가 나르는 일이 필요하다면 그건 TUG의 몫이다.
 
현재 TUG를 도입한 병원에서 TUG의 작업성능을 보면 사람보다 약 1.1~1.2배 높은 수준의 생산성을 보이고 있다. TUG 1대가 인력 1명의 작업을 소화해낸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로봇:인간=1:1의 업무대체를 넘어 프로세스 최적화 및 작업역량을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도록 운영프로세스가 고도화 된다면 로봇의 생산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병원은 27대의 TUG를 도입하는데 약 600만 달러를 투자하였다고 한다. 아직은 초기 도입비용이 다소 높지만 향후 도입가가 하락하고 작업최적화에 의한 생산성 향상 등을 감안하면 비용의 벽은 머지않아 낮아질 것으로 생각된다.
 
국내의 경우 서비스로봇 전문기업인 유진로봇이 요양기관에서 다목적으로 활용이 가능한 ‘GoCart’를 개발하여 현재 스페인 등 외국에서 파일럿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유진로봇은 요양시설을 넘어 헬스케어 시설 및 푸드코트까지 로봇의 적용분야를 넓힐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동 분야를 유망로봇산업 분야로 인식하고 있으며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추진하는 미래산업기술 핵심개발과제에 병원물류로봇을 별도의 핵심분야(병원 내 자율주행 및 다중 로봇 스케줄링 과제)로 지정하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 유진로봇의 의료시설용 물류로봇. GoCart
 
② 호텔/숙박시설, 룸서비스 제공
 
실리콘밸리 로봇 스타트업 Savioke사는 2015년 호텔 내에서 룸서비스를 수행할 수 있는 로봇 Relay를 상용화했다. Savioke사 역시 RBR 50대 로봇기업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많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기업이다.
 
Relay로봇은 샌호세 크라운플라자, 그랜드호텔 등 벌써 미국내 6개 이상의 호텔에 실제 도입되어 운영되고 있다. 약 1미터 정도의 키에 3D카메라와 무선인터넷 통신모듈 등을 장착하고 있다. Relay는 사람을 따라 이동할 수도 있으며, 스스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장애물을 회피하며 지정된 객실을 찾아갈 수 있다. 별도의 로봇팔은 가지고 있지 않으며, 물품은 상부 수납함에 담긴다. 현재는 투숙객들에게 세면도구나 음료 등을 전달하는 일을 주로 수행하고 있다.
 
▲ Savioke사의 호텔용 물류로봇, Relay
 
Relay로봇 사례를 봤을 때 많은 종류의 자율주행형 서비스로봇이 물품운반을 위한 공간만 만든다면 실제 운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생활물류 로봇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때문에 현재 개발 및 테스트 중인 다양한 로봇들이 이러한 운반 기능을 앞세워 초기 상용화의 활로를 개척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③ 유통매장, 고객 응대와 상품 위치 안내
 
▲ LOWE사의 매장 내 안내로봇 OSHbot
 
LOWE사는 2014년 대형 매장 내에서 자율주행하며 고객 응대가 가능한 로봇인 OSHbot을 출시하였다. 이 로봇은 운반보다는 안내를 주목적으로 개발된 로봇이지만 운반을 위한 바구니를 추가 부착하면 쇼핑하는 고객의 카트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또한 실시간 재고정보에 기반한 아이템위치 안내가 가능하기에 물류로봇으로 소개하기에 손색이 없다고 생각된다.
 
OSHbot은 고객 응대가 가능한 로봇인 만큼 발화(영어, 스페인어)가 가능하며, 고객의 질문에 직접답변을 해줄 수 있다. 특정 물품의 위치 안내가 주 기능이며, 고객이 집에서 쓰던 전구 등 특정 물품을 직접 가져와 동일한 상품을 찾을 경우 내장된 3D스캐너를 이용하여 물품을 인식하고 해당 물품의 진열위치를 안내한다. 또한 디스플레이 패널을 가슴부분에 장착하여 매장내 비콘과 연동된 고객맞춤 광고를 보여주기도 한다. OSHbot은 2014년 홈인테리어 용품을 취급하는 초대형 매장인 Orchard Supply Hardware Store 캘리포니아 지점을 시작으로 다수의 매장에 배치되어 운영 중이다.
 
매장내 물류로봇은 기존에 소개했던 Fetch Robotics사의 운송(Freight) 로봇과 같이 자율주행이 가능한 로봇에 적재선반을 부착하는 정도로 운반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때문에 앞으로 고객니즈가 확산되면 더 저렴하고 다양한 로봇들이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 중국의 한 재력가가 로봇 짐꾼을 데리고 쇼핑하는 장면 (사진= Mirror Online/영국)
 
결국 생활물류영역에서 로봇 활용은 기업차원의 서비스로만 한정되지 않고 개인차원의 물류 영역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2016년 4월 공개된 위 사진은 중국의 한 재력가가 휴머노이드 형태의 로봇들을 이끌고 쇼핑을 하는 장면이다. 영국 온라인 미디어인 미러온라인(Mirror Online)에 따르면, 이 재력가는 실제 이러한 로봇을 8대나 이끌고 한 백화점에서 쇼핑을 했다고 한다. 아직은 다소 낯설기도 하고 기능적인 형태나 운반중량 면에서 무엇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는 하다. 그러나 이런 로봇이 조금 더 발전하여 짐을 들고 스스로 알아서 집까지 오는 수준까지 발전한다면 이는 도심 내 소화물 물류수요를 어느 정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해본다.
 
생활물류로봇, 물류업계는 무엇을 준비해야하나
 
생활물류로봇의 개발 및 도입확산은 물류업계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앞으로 다가올 생활물류로봇이 만들 미래를 준비하며 고민해야 될 사항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생활물류영역의 물류기업이 전문서비스 영역으로 들어올 수 있는 가능성이다. 병원, 호텔 등 대규모 서비스 공간에서 물류는 지금까지 주로 인력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표준화된 관리보다는 개별서비스 시설의 특성에 맞추어 적절한 수준에서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수행됐다.
 
그러나 동일한 현장에서의 유사한 역할이라 할지라도 로봇에 의한 물류활동이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로봇을 통해 시스템에 의한 체계화와 업무프로세스에 최적화된 작동방식을 구현함으로써 업무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즉 현장에 맞춘 표준 생활물류로봇 시스템이라는 하나의 전문화된 물류서비스 영역이 탄생할 수 있다.
 
둘째, 기존 물류서비스 영역의 확장을 고민할 수 있다. 기존 공급체인 상에서 물류가 차지하고 있던 영역의 전후방으로 로봇이 진출하여 업의 경계를 확장할 수 있다. 한 예로 호텔내의 운반활동을 포함한 소모품이나 식음료의 공급영역까지 물류기업이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최근 부가가치물류(VAL: Value Added Logistics) 영역에 편입되고 있는 제조단의 경조립(Light Assembly)과 같은 공급체인 전방으로의 확장이나 다소 극단적이긴 하지만 일본의 모기업의 사례와 같이 유통매장 자체를 물류기업이 운영하는 것과 같은 후방으로의 확장도 가능하다.
 
경조립과 같은 공급체인 전방으로의 확장은 자동화기술 발전에 따라 작업자의 숙련도 요구 정도가 낮아짐에 따라 가능했던 부분인 것을 생각해보자. 로봇이 기존 작업자의 전문성까지 대체할 수 있다면 결국 업무의 본질은 작업 자체보다는 운영의 간편성이나 경제성으로 방향이 바뀌게 된다.
 
결국 소수의 로봇을 자가 운영하는 것보다는 대량의 로봇을 보유한 채 렌탈이나 리스방식으로(마치 In-house 위탁물류같이) 운영하는 사업자가 나타나 TCO(Total Cost of Ownership)를 최소화해 준다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그러한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고 물류기업이 바로 그러한 서비스의 제공자가 될 수 있다.
 
후방으로의 확장 역시 마찬가지이다. 유통매장 내에서 고객안내 및 물류작업(운반 및 실시간 물동파악 등)이 가능한 로봇이 상용화된다면, 재고관리부터 매장 내 고객 관리까지 모든 영역을 보다 매끄럽게 처리하고 비용절감까지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관심을 가지면 눈에 들어오고, 눈에 들어오면 관찰이 가능하고, 비로소 그 존재에 대한 인식에 기초하여 적절한 대응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주변을 돌아보고 어떠한 로봇들이 존재하는지 알아가며, 생활의 어느 장면에 어떤 로봇이 필요할지를 예측하며, 미래를 그려본다면 생활물류 로봇을 이용한 미래 비즈니스 기회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다.


 
 


박정훈

CJ미래경영연구원 SCM/Robotics 연구분야 수석. 가차없이 다가오는 Rogistics(Robotics+Logistics) 시대를 대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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