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박상신의 크로스보더] 직접물류의 아이허브, 직구의 왕좌를 차지한 이유

by 박상신

2016년 07월 12일

아이허브는 어떻게 직구의 왕좌를 차지했을까
아이허브의 크로스보더 B2C물류 방법론
(사진= 아이허브 트위터)
 
글. 박상신 헬로쉽 대표
 

Idea in Brief

 

한국인들에게 직구하면 떠오르는 미국의 온라인쇼핑몰 ‘아이허브닷컴’은 저렴하고 빠른 국제배송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성공했다. 아이허브의 국제배송전략은 균일 배송비와 무료배송의 제공, 그리고 국가별로 다른 배송방식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아이허브의 사례는 해외 진출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하는 한국의 대형 이커머스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개미지옥 아이허브
 
한국소비자들에게 ‘해외 직구’하면 떠오르는 쇼핑몰은 단연 아이허브(www.iherb.com)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아이허브는 비타민, 식품, 생활용품, 화장품 등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입니다. 한국 소비자들은 이 사이트에 ‘개미지옥’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는데요. 한번 구매를 하기 시작하면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라는 뜻이라 합니다. 아이허브의 성공요인은 잘 알려져 있는 어필리에이트 마케팅, 저렴한 가격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번 기고에서는 아이허브의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전략 중 핵심인 ‘국제 배송’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이허브의 시작
 
아이허브는 1996년 이란계 이민자인 레이 패리(Ray Faraee)에 의해 작은 지하사무실에서 설립되었습니다. 초기 비타민, 건강식품 등을 온라인에서 판매하던 아이허브는 미국 내에서 그다지 주목을 받는 웹사이트가 아니었습니다. 미국에서 비타민 등 건강식품 소매시장은 오프라인에서는 비타민샵(The Vitamin Shoppe), GNC, 라잇에이드(Rite Aid), 월그린(Walgreens)과 같은 전문 체인스토어들이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온라인에서 또한 아이허브는 비타코스트닷컴(Vitacost.com)과 드럭스토어닷컴(Drugstore.com) 등의 업체들에 비해 자금이나 규모 면에서 경쟁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 소유의 작은 회사였던 아이허브는 미국의 대형 유통회사들이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던 해외 시장에 일찍부터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국제 우편 배송을 통한 해외 판매
 
아이허브의 주력 판매상품인 비타민, 식품, 화장품 등은 개인 수입의 경우에도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통관 절차가 까다롭고 추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국제우편 배송이 선호됩니다. 현재는 미국 우체국의 요금이 많이 비싸졌지만 과거 2kg 이하의 국제우편배송은 상당히 저렴했기 때문에 해외 판매에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당시 해외 구매자들에게 국제배송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사이트는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아이허브가 해외 배송을 해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일본 야마토 택배 제휴, 국제 B2C 물류의 시작
 
적극적인 해외배송과 저가격 정책 등으로 해외 구매고객이 점차 늘어가고 있던 아이허브에 뜻밖의 기회가 찾아옵니다. 2007년 말 한국에도 잘 알려진 일본의 인터넷서비스 기업 사이버에이전트(Cyber Agent)의 손자회사인 샵에어라인즈(Shop Airlines)가 이베이와의 제휴를 통해 세카이몬(Sekaimon)이라는 이베이 경매(구매)대행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세카이몬은 일본의 택배회사인 야마토의 미국법인을 통해 미국에서 일본까지 B2C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는데요. 야마토 국제택배는 미국 거주 일본인들이 우편물 등으로 제공하던 구입대행, 배송대행 서비스와 비교해서 저렴하고 빨라서 일본인들에게 굉장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아이허브 역시 야마토 국제택배 서비스를 적극 사용했습니다. 자연스레 일본인들에게 아이허브는 상당한 인기를 끌게 됩니다. 아이허브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특송이라는 개념을 다른 국가로도 확장하게 됩니다. 이로써 아이허브는 우체국택배와 연계한 특송 서비스로 한국에서도 가장 많은 이들이 이용하는 해외직구 사이트가 되었습니다. 아이허브는 지난 2014년 한국에서만 연간 약 300만 건에 가까운 주문과 2천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허브는 어떤 방식으로 국제 배송 전략을 설계했을까요?
 
아이허브 배송 전략① 정확한 배송비 안내
 
아이허브는 모든 상품의 무게를 정확하게 화면에 표시해줍니다. 고객의 온라인 장바구니에서는 배송비가 계산되는데, 이는 해외 구매자들의 구매 전환율을 크게 높여주게 됩니다. 간단한 것 같지만 실제로 이렇게 잘 구현이 되어 있는 사이트는 전 세계적으로 봐도 많지 않습니다.
 
▲ 아이허브는 모든 상품의 무게를 정확하게 고객에게 전달한다. 고객은 상품 무게에 따른 정확한 배송비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이커머스 기업인 11번가와 G마켓의 영문샵 장바구니 화면을 보면, 배송비가 확정된 것이 아닌 ‘예상 배송비’가 산출됩니다. 확정 배송비는 정확한 무게 측정 후 정산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배송비가 얼마나 나올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의 해외 구매는 망설여지기 마련입니다. 만약 배송비를 덜 지불한 경우에는 다시 한 번 국제 결제를 해야 하고, 배송비를 더 지불한 경우에는 추후 사이트에서 이용할 수 있는 캐쉬로 환불해준다고 하는데 해외 구매자에게 이런 정책은 큰 번거로움을 야기합니다.
 
▲ 11번가와 지마켓 영문사이트에서는 확정 배송비가 아닌 ‘예상 배송비’가 계산된다.
 
왜 이러한 차이가 발생할까요? 11번가나 G마켓에 있는 상품들은 해당 업체가 재고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입점 셀러가 상품을 등록한 것이기 때문에 업체는 정확한 상품의 무게나 사이즈를 알지 못합니다. 배송비 계산의 문제 이외에도, 통관 데이터를 제대로 제공할 수 없기 때문에 우체국EMS 이외에는 사용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허브 배송전략② 균일 배송비와 무료배송 제공
 
아이허브는 전 세계를 B2C 특송가능 국가와 불가 국가로 구분합니다. 다음의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 B2C 특송으로 처리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미국 우체국(USPS) 혹은 UPS 같은 글로벌 특송회사를 통해 배송합니다. B2C 특송을 위한 조건은 첫째, 해당 국가에 B2C 통관관련 법이 정리되어 있어야 하며, 둘째로는 그 국가에서 B2C 특송으로 처리할 만큼 충분한 물량이 나오는 것입니다.
 
현재 아이허브에서 B2C특송으로 처리하는 국가와 배송 회사는 아래와 같습니다. 일본 야마토택배를 제외하고는 기본 $4의 배송비를 부과하며 $40 이상 구매시 무료배송을 제공합니다.
 
 
국제 운송은 화물의 무게가 증가할 수록 운송비가 증가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업자들은 어떻게 균일 배송비(Flat Rate)를 만들었을까요? 사실 해외로 상품을 판매하는 사업자에게 배송비 전략은 가장 큰 고민입니다. 보통 중량별 배송비와 고정 배송비로 구분되는데, 국제 배송비 개념을 이해하기 어려운 소비자 입장에서는 배송비가 $80가 나올 경우에는 구매를 잘 하지 않게 되기 때문에, 판매자들은 상품가격에 배송비를 일부 추가해서 낮은 배송비가 표시되도록 하는 방식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허브는 한 단계 더 진보한 방식으로 배송비 전략을 만들었습니다. 우선 $4의 기본 배송비는 도착 국가에서 현지 비용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현지 비용이 $4 이상 책정된 야마토택배의 경우에는 $8의 배송비가 기본 배송비로 책정되어 있는 것입니다. 현지 비용은 로컬 택배비용, 통관비용 등이 포함됩니다. 호주 같이 국토가 넓은 국가에서는 로컬배송비가 당연히 $4가 넘겠지만 마케팅 측면에서 $4로 통일한 것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도착 국가까지의 운송에 해당하는 포워딩 운임은 포워더와 ´kg당 얼마´ 식으로 계약하기 때문에 해당 비용은 상품의 무게에 따라 판매가를 정할 때 고려할 수 있습니다. 가령 3kg의 분유라고 하면, 100g의 작은 비타민 한 병보다 포워딩 운임이 몇 불 더 나오기 때문에 상품가격을 높게 책정하여 판매됩니다.
 
아이허브 직접물류의 장단점
 
아이허브는 앞에서 설명한 국제 B2C 물류를 미국 내의 배송회사와 만든 것이 아니라 직접 운영하는 전략을 써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미국 내의 경쟁회사들이 뒤늦게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국제 B2C 배송회사가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실제 미국에서 한국, 일본, 중국, 호주, 싱가폴 등 주요 국가들로 통합 B2C 물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회사는 DHL이커머스가 유일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DHL이커머스마저도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아이허브와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가격 차이의 원인은 물량의 차이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전국의 화주를 담당해야 하는 ‘허브 앤 스포크 방식’을 사용하는 DHL이커머스와 자사의 화물만을 LA공항을 통해 도착국으로 발송하는 ‘포인트 투 포인트 방식’을 사용하는 아이허브간의 모델 차이에 근본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경쟁회사들이 아이허브처럼 자가 물류를 추진하고자 한다면, 일정 규모 이상의 물량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미 아이허브가 선점한 국가들에서 경쟁력이 없는 국제우편물류로 일정 수준의 물량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예를 들어 6개국에 B2C 물류를 직접 만들기 위해서는 물량에 관계없이 주 3~4회를 선적해야 합니다. 때문에 큰 손실을 각오하지 않고서는 시도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설령 아이허브가 아이허브의 물류라인을 경쟁사에 제공한다고 해도 사용할 회사는 없을 것입니다. 고객정보와 상품정보가 경쟁사에 노출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아이허브의 전략은 후발주자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가져가는 장점이 있지만 단점 또한 존재합니다. 새로운 국가로 진출을 하려고 할 때 항상 직접 라인을 구축(Setup)해야 하기 때문에 확장이 더디고 비용 부담이 크다는 점입니다.
 
EMS를 넘어서
 
아이허브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에 특화된 B2C물류를 세계에서 가장 잘 활용한 회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에 아이허브가 USPS의 우편 배송만을 고집했다면 지금의 아이허브는 존재할 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전 세계에서 EMS로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를 하겠다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입니다.)
 
국가별로 다른 B2C 물류를 사용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국가별로 다른 통관 데이터를 받기 위한 이커머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 고객들에게는 개인통관 부호코드를 받아야 합니다. 중국 고객들에게는 신분증(인민증)사본을 받아야 되지요. 일본 고객들에게는 성과 이름을 카타카나 혹은 영문으로 제공받는 등의 세밀한 기획과 운영이 필요합니다.
 
한국의 이커머스 기업들이 아이허브의 사례를 참고해서 상품 데이터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제B2C 물류를 통해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를 기대해봅니다.
 
 

Who? 박상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지마켓 해외사업팀, 큐텐재팬을 거쳐 B2C 국제물류 스타트업 헬로쉽을 창업했다. 여러 회사에서 해외배송, 글로벌셀러, 수출 등을 기획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 전자상거래, 국제 전자상거래 물류와 관련된 이야기를 전한다. 크로스보더 국제물류 전문 블로그 오픈카트(opencart.kr)를 2008년부터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박상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지마켓 해외사업팀, 큐텐재팬을 거쳐 B2C 국제물류 스타트업 헬로쉽을 창업했다. 여러 회사에서 해외배송, 글로벌셀러, 수출 등을 기획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 전자상거래, 국제 전자상거래 물류와 관련된 이야기를 전한다. 크로스보더 국제물류 전문 블로그 오픈카트(opencart.kr)를 2008년부터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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