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당 기사는 CLO 통권 63 호 (9 월호 ) 에 게재된 기사를 일부 발췌했습니다
광복 70년 산업 고부가가치화를 생각한다
Idea in brief
한국 제조업의 위기라는 말이 요즘처럼 곧이곧대로 들릴 때가 없었다. 이러한 말이 날때마다 흔히 되풀이되는 대안“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자”. 대체 고부가가치 산업이란 무엇일까. 요즘 같은 기술 평준화 시대에 기존 산업의 R&D;를 통한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은 이제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이런 고부가가치 시대의 대안으로‘공급망 관리’가 대두됨은 어떤가 생각해본다. 공급망 관리는 사람과 기업의 습관을 바꾸는 일이기에 쉽게 되는 것이 아니며, 남이 한다고 그것을 베끼는 것 또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공급망 관리에 관한 한 우리는 아직도 할 일이 많다.
지난달에 광복 70주년을 맞았다. 그 어느 때보다도 뜻 깊은 광복절을 맞이한 것은 가슴 뛰는 일이다. 필자가 언젠가‘대한민국 물류에 극일 정신이 있는지’를 주제로 기고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당시는 그나마 일본 업체들에 비해 높은 실적을 보이는 제조업이라도 있었지, 이제는 제조업체들조차도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일본 업체에 비해 불리한 경쟁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여러 경로로 들린다. 김샌다. 한국 제조업이 위기라는 말이 지난 수년간 앵무새처럼 반복되어 왔지만, 요즘처럼 그것이 곧이곧대로 들릴 때가 없었다. 1997년 미국의 컨설팅 회사 부즈앨런 해밀턴이 한국 경제를 대상으로 사용해서 유명해진 표현‘Nutcracker’가 다시 신문지상에 등장했다. 중국의 저가 공세와 일본의 기술적 우위 사이에 끼어 있어 마치 호두 까는 도구에 낀 호두 같다고 해서 붙인 말이다. 호두는 까야 맛있게 먹을 수 있고 맛있게 먹어야 사람이 건강해지는데도 불구하고, 당시 한국의 어려운 상황과 맞물린 기가 막힌 표현이라고 찬사를 받았다. 그리고 그때마다 되풀이되는 뻔한대안 .“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자”,“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서두르자!”
부가가치란 무엇인가? 생산과정에서 부가된 가치를 부가가치라고 한다. 생산에 소요된 원재료, 부품 등 다른 기업의 생산물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보통 그 기업의 부가가치라고 부른다. 그 기업이 만들어내는 가치이기 때문에 그 기업의 이윤이나 임금, 그리고 생산성의 근거가 된다. 그것이 높은 것이 고부가가치, 그렇게 높은 부가가치를 내는 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이 된다. 즉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업종을 육성해 나가면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이 되는 것이고, 기존의 산업이 투입 대비 높은 가치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은 곧 산업의 고부가가치화가 된다.
그러면 기존의 산업이 고부가가치화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연구개발을 해서 남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그런 제품을 만들어야 할까? 그것도 방법은 된다. 그러나 요즘과 같은 기술 평준화의 시대에 그것은 금방 따라잡힌다. 특허로 보호된다고 해도 값싼 노동력으로 생산해 버리면 로열티만큼의 비용을 벌충할 수 있고, 대규모 투자를 통해 그 기술을 체득하면 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유지하려면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들어간다. 시장가격에 팔면서 투입하는 원재료의 가격이 낮아도 좋다. 하지만, 원재료 가격이라고 하는 것은 내가 잘한다고 해도 시장 상황에 따라 불가피하게 비싸질 때가 있다. 게다가 품질문제가 있어서 같은 원재료를 여러번 구매해야 하거나, 과다 구매를 해서 불용 원재료나 불용 부품이 발생한다면 한다면 원재료의 가격을 낮추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공급망 관리는 어떨까? 공급망 관리는 필요한 물건을 필요한 곳에 필요한 양만큼 필요한 시점에 공급해야 한다고 말한다. 만약 연구개발을 통해 고부가가치화를 실현하고자 한다면 공급망 관리의 정신에 입각하여 필요로 하는 물건을 적시에 개발하여 시장에 투입할 수 있다. 만약 원재료와 부품 가격을 낮춰서 고부가가치화를 실현하고자 한다면 조직 간 협업을 통해 재고를 줄이는 활동을 함으로써, 부가가치를 계산할 때 기준이 되는 투입 원재료와 부품의 전체 구매금액을 낮출 수 있다.
감히 공급망 관리를 하면 산업이 고부가가치화된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하지만, 산업이 고부가가치화되기 위해서는 공급망 관리는 필수가 아니냐고 묻고싶다. 조직 전체적으로 필요한 물건을 필요한 곳에필요한 양만큼, 필요한 시점에 공급하도록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언뜻 보면 쉽게 따라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왜냐고? 연구개발은 기술의 영역이다. 구매 또한 시장의 움직임에 따른다. 하지만, 공급망 관리는 기업의 구성원들의 정신 자세와 일하는 습관에 따른다. 기업 구성원들은 다 어른들이다. 어른들의 습관이라는 것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광복절 될 때마다 언론에서는“독립투사들의 자손들이 지독한 가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한다. 그때뿐이다. 필자가 기억하기에도 26년 전쯤에 비슷한 기사 읽은 기억이 난다. 광복 전후 일본 관동군에서나 하던 구타를 광복이 되고서도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 반복하고 있는 모습을 보라. 여러분이 속해 있는 기업을 돌아보시라. “쟤네들은 절대 안 바뀐다”고 생각되는 조직이 하나라도 없다면 당신은 토마스 모어가 말한‘유토피아’에서 사시는 것이다.
습관은 바뀌지 않으며, 조직이 하는 행동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공급망 관리는 그러한 습관을 바꾸는 일이기에 쉽게 되는 것이 아니며, 남이 한다고 그것을 베끼는 것 또한 쉽지 않다. 그 조직의 구성원을 스카우트해서 자기 조직에 가져다 놓아도 쉽게 안 바뀌는 것이 공급망 관리다. 쉽게 베낄 수 있으면 가트너 Top 25에 우리나라 기업 한 20개는 들어 있어야 정상이다.
따라서 어느 경우건 기존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이루어 내기 위해서는 공급망 관리는 필수적이다. 그러고 보니 이 세상에 지금까지 나온 모든 경영이론 가운데 공급망 관리, 즉 SCM 만큼 여기저기 가져다 붙이기 쉽고 어디다 붙여도 말이 되는 경영이론은 없다는 말을 실감한다.
최근 언론을 통해 로케트전기가 69년만에 상장 폐지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나라 국가대표 건전지 브랜드였지만, 에너자이저(에너자이저 홀딩스소유 브랜드)와 듀라셀(P&G; 소유 브랜드) 등 글로벌 브랜드의 위세에 눌려 결국 기업의 수명이 다한 것이다. 공급망 관리의 관점에서 보면, 일단 필요한 물건을 필요한 곳에 공급하지 못하는 것은 시장의 니즈를 읽지 못한 마케팅의 실패이자, 공급망 관리의 실패이다. 만약 로케트 전기가 철저하게 원가 절감을 실현해서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시장에 제품을 출시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휴대폰 보조배터리 등을 출시할 수 있었다면 회사의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이래저래 공급망 관리에 관한 한 우리는 아직도 할 일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