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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 콩코드는 왜 SCM 때문에 망했을까

by 콘텐츠본부

2015년 10월 25일

노키아 콩코드 SCM링크 지우기

* 해당 기사는 CLO 통권 63 호 (9 월호 ) 에 게재된 기사를 일부 발췌했습니다

 

노키아, 콩코드는 왜 SCM 때문에 망했을까

글 . 민정웅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교수 | 정리. 이석영 기자

 

who?

민정웅
필자는 현재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및 물류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으로 정석물류통상연구원 부원장을 겸직하고 있다. 역-저서로는 ‘미친 SCM이 성공한다(2014, 영진닷컴)’, ‘물류학원론’, ‘공급사슬물류관리’, ‘물류기술과 보안의 이해’등이 있다. IT 및 Operation 컨설턴트로 활동했던 실무적 경험을 바탕으로 공급사슬관리, 물류정보시스템, 물류보안, SCM과 소셜네트워크 등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Idea in Brief

‘패러다임 전환’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노키아’를 꼽을 수 있다. 노키아의 스테판 엘롭 회장은 노키아가 몰락한 이유를 ‘패러다임 전환’의 요소 중 ‘사고방식’에 크게 중요성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과거 노키아가 번영을 이루었던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지만 기존의 사고방식을 고수해 위기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패러다임의 전환(Paradigm Shift)’이라는 개념은 1962년 출판된 토마스쿤(Tomas Kuhn)의 <과학적 혁명의 구조(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이 책에서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용어를 “지배적인 과학 이론의 범주 안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기본적인 가정이 변화하는 것”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이후 이 용어는 유행처럼 번져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게 되고 남발되는 경우도 허다해졌다. 그렇게 되면서 토마스 쿤이 말하고 싶었던 실제 의미와는 다르게 오용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토마스쿤은 과학의 발전과정을 연구하면서 과학이 직선적이고 점진적인 양상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주기적인 변혁의 과정을 통해 어느 날 갑자기 성큼 발전해왔다고 말한다. 이러한 주기적인 변혁은 기존의 형식과 관습에 얽매이지 않은 전혀 새로운 생각(Thinking out-of-the-box)으로 인해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정관념(Thinking In-the-box) 때문에 기존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생각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새로운 발상은 처음에만 어려울 뿐이지 한번 깨고 나면 세상에 광범위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즉, 이러한 혁신적 변화의 원동력인 고정 관념의 타파가 패러다임의 전환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몇 가지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첫번째는 동일한 문제에 대한 기존 패러다임의 생사 여부는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정의 기로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기존의 패러다임은 또 다른 환경 변화에 따른 새로운 현상이 등장하기 전까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한 예로 중세시대에 과학이 발전되지 못했던 이유를 들 수 있다. 당시 새로운 세계관을 종교가 허락하지 않아서 과학의 발전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다.

 

두 번째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어떤 현상은 패러다임 전환 이전이나 이후에도 모두 동일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현상을 바라보는 방향만 바뀐 것이지 그 현상자체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지고 있는 과학자는 현상에 대한 단순한 번역가가 아닌, 마치 안경을 거꾸로 쓰는 사람과도 같다”라는 토마스쿤의 말이 이를 대변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포인트는 항상 ‘우리 모두가 공유한다’는 패러다임의 기본 조건이다. 만일 모두가 이를 공유하지 않는다면 이는 ‘개인 사고방식의 전환’일 뿐이지‘패러다임의 전환’은 아니기 때문이다.

 

패러다임의 4단계 윤회와 전환의 중요성

그렇다면 과연 새로운 사고방식은 모두가 공유하는 패러다임으로 확산될 수 있을까? 왜 패러다임은 영구불멸의 진리와는 달리 새롭게 전환되지 않으면 잘못된 결과들을 초래하며 소멸하는 것일까? 우리는 대체 어떠한 사고의 오류를 범하기에 패러다임의 전환을 손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까? 이 모든 질문에 대한 해답을 패러다임 ‘윤회(輪廻)’과정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코너파트너스(Conner Partners)의 대릴 코너(Daryl Conner)는 ‘패러다임 윤회’에 대해 “한 기업 혹은 조직이 갖게 되는 최초의 패러다임은 기업의 설립자가 사고방식(Mindset), 행태(Behavior), 시스템(System), 제도(Method)의 4가지 패러다임 구성 요소를 인위적으로 정의하면서 탄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사고방식’은 조직 구성원들이 자기 스스로와 동료 혹은 그들이 진행하는 업무에 대해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는 기대치와 생각을 의미한다. ‘ 행태’는 이러한 사고방식에 의해 외부로 표출되는 조직 구성원들의 행동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시스템’은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사고방식과 행동이 상호작용하는 형상을 말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도’는 사고방식과 행동이 결합된 조직의 시스템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지원되는 규칙이나 규정 또는 정책을 뜻한다.

 

이 4가지 구성요소들은 외부의 환경변화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4단계로 이루어져 있는 사이클을 돌게 된다. 패러다임 구축 단계(Building Phase), 패러다임 수확 단계(Harvest Phase), 불확실성과 위기 단계(Uncertainty/Crisis Phase), 그리고 패러다임의 생사가 결정되는 붕괴와 재탄생 단계(Collapse/ Renewal Phase)가 그것이다. 패러다임은 수학 공식에 숫자를 대입해 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직관에 의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이 첫번째 과정이 짧게는 몇 주 혹은 길게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구축단계에서는 조직의 리더가 ‘기업의 목표달성’이라는 목적으로 사고방식의 정의, 행태 규정, 시스템과 제도를 구비하는 행위들이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요소들의 최적 조합을 찾아낸 기업은 수확 단계에서 성과를 발휘하며 성공을 거머쥘 것이다. 반대로 알맞은 조합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실패를 맛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성과를 맛보았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그 성과를 지속하기 위한 여부는 기업 자체가 아닌 외부의 환경요인에 전적으로 달려있다. 성공한 패러다임이란 그것이 만들어진 당시의 환경을 고려하여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즉 외부환경이 변하기 시작하면 패러다임의 4가지 요소들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러한 환경변화를 조직 내 구성원들이 인식하지 못한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이렇기에 기업은 환경이 변했다는 생각을 하지못한 상태로 패러다임을 구성하는 요소에 대한 변경을 시작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행동에는 근본적으로 2가지 문제가 따른다.

 

첫 번째는 수정을 가하는 순서가 처음 패러다임을 만들었던 때와는 반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즉, 제도-시스템-행태-사고방식의 순서로 변화되어 간다. 먼저‘제도’를 수정하게 되면 생산성이나 품질의 문제보다 시스템의 변경을 먼저 요하게 된다. 제도의 정당성을 위해서다. 이러한‘시스템’의 변경은 또 정당성을 위해‘행태’의 변화를 요구한다. 이렇게 행태가 변화되면 조직원들의 사고방식 변화는 자연스레 따라올 수밖에 없다.

 

두 번째 문제점은 이러한 수정이 근본적인 문제 타파를 위한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임시적인 땜질 형태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이러한 조치들이 전략적이든 전술적이든 그 적용 범위와는 상관없이 조직원들이 내부에서 하고 있는 현재의 일들을 정당화하기 위한 방향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패러다임은 구축과 수확 단계를 거쳐 위기 단계에 접어들게 된다. 기존의 패러다임이 가지고 있던 구조적인 문제들이 수면 밖으로 노출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정리해보자면 위기 단계는 2가지 원인의 조합으로 인해 설명될 수 있다. 하나는 환경이 처음 패러다임이 만들어졌던 당시와는 전혀 다르게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하나는 수많은 수정을 거친 패러다임이 더 이상 현재의 위기상황이 가져다준 중대한 도전에 적합하지 않게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설명했던 ‘패러다임 전환’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예로 ‘노키아’를 들 수 있다. 노키아의 스테판 엘롭 회장은 노키아가 몰락한 이유를 ‘패러다임 전환’의 요소 중 ‘사고방식’에 크게 중요성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과거 노키아가 번영을 이루었던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지만 기존의 사고방식을 고수해 위기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콩고드의 오류’가 있다. 1960년대 영국과 프랑스는 초음속 민 간 항공기 개발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항공기 제조업체들이 개발을 중단하였다. 그러나 콩고드를 만든 영국과 프랑스는 실패에 대한 부담감과 자존심 때문에 사업을 계속 진행하였다. 그렇게 무리한 운항을 한 끝에 만성적자에 시달리게 된 에어 웨이즈와 에어프랑스는 운항시작 이후 27년 만에 사업을 중단하게 된다.

 

이 두 기업의 예를 통해 현재의 패러다임을 계속해서 옹호한다면 결국 실패로 치닫게 됨을 알 수 있다.

 

 

SCM을 핵심가치 체계로 바라보는 것 또한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SCM은 원래 그런거 야’라는 생각 대신 SCM이 가지고 있는 기본 가정과 개념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경로의존성과 SCM 핵심감치
위기 없는 성공은 없다. 새로운 패러다임 또한 현재의 패러다임을 부정하여 남아있는 모든 과거와의 관계를 단절할 때 생겨날 수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탄생을 위한 구축과정은 성공을 가져왔던 과거의 패러다임이 만들어진 과정을 답습해야 한다. 사고방식의 정립을 시작으로 행태, 시스템, 제도까지의 순서를 따라야 하는 것이다. 이중 가장 어려운 작업은 사고방식을 새롭게 고치고 의심 없이 받아들였던 기본 과정을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는 ‘경로의존성’때문에 쉽지가 않다. 경로의존성이란 우리가 직면한 환경에서의 의사결정이 지금과는 전혀 상관없는 과거 환경에서 내려진 의사결정에 의해 영향을 받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원래부터 그런 것이었으니까”하고 의심 없이 모든 것을 바라보는 것이다.

 

경로의존성을 이야기할 때 항상 함께 언급되는 대표적인 사례가 아직까지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쿼티(QWERTY)’키보드이다. 원래 이 키보드는 타자기 시절에 고안된 것으로 자판을 너무 빠르게 누를 경우 글자를 인쇄하는 활대가 한꺼번에 서로 엉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그 결과 이 자판배열은 아무런 규칙 없이 사람들의 손에 익숙해지지 못하도록 가장 어렵고 복잡한 모양으로 만들어지게 된다.그런데 컴퓨터가 사용되는 오늘날에는 아무리 키보드를 동시에 눌러도 활대가 서로 엉키지 않는다. 근본적인 문제 자체가 이미 해결되어 버린 것이다. 이렇다 보니 가장 사용하기 어렵게 고안된 쿼티 키보드는 쓸모없는 애물단지로 전락될 처지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해 불평하지 않았다. 왜냐면 ‘원래 그런 것’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훨씬 쉽게 배울 수 있고 타자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자판 배열이 고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어려운 자세로 손목과 손가락을 비틀어가며 쿼티를 연습하고 있다. 이러한 경로 의존성은 패러다임 전환 과정에서도 동일한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SCM을 핵심가치 체계로 바라보는 것 또한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기존의 많은 기업들은 SCM 패러다임을 하나의 기법과 프로세스로 간주해왔다. 이런 패러다임을 통해 많은 기업들은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이며 제품과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등 많은 수확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과거의 SCM 패러다임은 곧 위기 상황이 닥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즉‘SCM은 원래 그런거야’라는 생각 대신 SCM이 가지고 있는 기본가정과 개념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던져야 할 때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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