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당 기사는 CLO 통권 63호(9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일부 발췌했습니다
물류는 롱테일
“최적화 시장을 찾아라”
글. 엄지용
Idea in Brief
메쉬코리아는 시스템을 통한 물류 최적화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시스템은 현재 배달되지 않는 맛집 배달 B2C플랫폼 ‘부탁해’, 소비자 및 기업 대상 이륜차 배달 중계 플랫폼 ‘메쉬프라임’, 배송기사 전용 소프트웨어 ‘부릉’이 있다. 물류를 비용 효율 측면에서 바라본다는 측면에서 메쉬코리아는 ‘물류의 기본’, 즉 3PL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메쉬코리아가 장전한 무기는‘기술’이다. 메쉬코리아는 물류산업이 롱테일 시장이며 아직까지 최적화가 되지 않은 쪼개진 시장이 수도 없이 많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점이 바로 메쉬코리아가 고객 라인까지 이어지는 라스트마일 배송 분야의 시스템을 구축한 이유다.
학계에서 말하는 물류의 기본은 3PL(3자물류, Third Party Logistics)이다. 여러 화주의 물량을 모아서 ‘규모의 경제’를 이룩하고 그것을 ‘표준화’하여 비용을 감축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흔히 말하는 3PL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이 기본이 흐트러지는 모습이 관측되고 있다. 많은 물량을 가진 삼성, LG, 현대자동차 같은 대화주들이 물류 자회사를 세우는 것은 이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러나 대물량과 상관없이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스타트업 사이에서도 이런 모습이 관찰되니 물류학 측면에서는 다소 아이러니한 현상이라 볼 수 있다.
굳이 쿠팡의 로켓배송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덤앤더머스(현 배민프레시), 우아한청년들(배민라이더스), 허니비즈(띵동)와 같은 신생업체들은 운송기사를 직접 고용하는 구조를 택하고 있다. 이들이 직접고용 구조를 택한 이유는‘서비스’관점에서 물류를 바라봤기 때문이다. 그들이 물류 직접운영에 따라오는 비용을 감수하는 이유다.
메쉬코리아는 이러한 추세 속에서 ‘간접고용’ 구조를 견지하고 있는 물류 스타트업이다. 물류를 비용효율 측면에서 바라본다는 측면에서 메쉬코리아는 앞서 언급한 ‘물류의 기본’, 즉 3PL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볼 수 있다. 메쉬코리아가 장전한 무기는 ‘기술’이다. 메쉬코리아는 독자적으로 라스트마일 배송TMS(Transportation Management System)를 개발했다. 메쉬코리아에 따르면 라스트마일 배송의 알고리즘을 구축한 시도는 국내 최초이며, 유일하다.
메쉬코리아의 시스템은 수많은 변수로 구성되어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변수는 ‘사람의경험’이다. 단순히 ‘최단 경로’를 찾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 배송기사들의 경험이 녹아내려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경로를 찾는 것이다. 메쉬코리아의 시스템은 지금도 스스로 학습하며 진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사람’이 존재한다.
‘시스템’으로 승부하라
메쉬코리아는 시스템을 통한 물류 최적화 구현을 목표로 하는 업체다. 메쉬코리아가 개발한 시스템은 현재 배달되지 않는 맛집 배달 B2C플랫폼 ‘부탁해’, 소비자 및 기업 대상 이륜차 배달 중계 플랫폼 ‘메쉬프라임’, 배송기사 전용 소프트웨어 ‘부릉’이 있다.
메쉬코리아는 물류산업을 롱테일 시장으로 보고있다. 아직까지 최적화가 되지 않은 쪼개진 시장이 수도 없이 많다고 파악한 것이다. 메쉬코리아가 고객라인까지 이어지는 라스트마일 배송 분야의 시스템을 구축한 이유다. 가령 현재 국내에는 삼성SDS와 같은 물류 통합관리 시스템을 제공해주고 있는 업체가 많다. 그러나 이들은 대형물류, 창고관리 측면에서 효율화를 추구하지, 고객라인까지 이어지는 최종연계 배송 시스템은 제공해주지 못한다는 것이 메쉬코리아 측의 설명이다. 이렇듯 물류분야에서 개척되지 못한 ‘롱테일 시장’을 찾아 시스템을 통해 최적화하고자 하는 것이 메쉬코리아의 목표인 것이다.
메쉬코리아 유정범 대표는 “메쉬코리아는 물류 시스템 상에 기여할 수 있는 알고리즘, 소프트웨어 등 IT 시스템 컨설팅을 처음부터 끝까지 해줄 수 있는 업체” 라며 “삼성SDS나 SK C&C; 같은 대기업들이 하지 못하는 고객 라인까지 연결되는 최종연계 배송서비스를 시스템을 통해 제공할 것” 이라 말했다.
시스템은 진화한다
메쉬코리아는 그들이 개발한 시스템을 ‘실시간 물류 TMS 솔루션(Instant Logistics TMS Solution)’이라 평한다. 메쉬코리아의 시스템은 설정값에 따라 분 단위, 심지어 초 단위까지 실시간 업데이트 된다. 가령 차량이 순회하는 루트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잘못된 매칭을 계산하여 경로를 다시 조정하여 보다 최적경로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렇다고 메쉬코리아는 절대 시스템을 맹신하지 않는다. 시스템 안에 존재하는 수많은 변수 중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사람의 경험’이다. 지역별로 주문, 배차 특성이 다른 라스트마일 배송 특성상 그 지역을 가장 잘 이해하고 빠른 길을 도출할 수 있는 사람은 오랜 시간 그 지역에서 일을 해본 사람의 경험이라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메쉬코리아의 시스템은 이런 사람의 경험과 각종 변수를 혼합, 사용하여 단순히 최단경로를 찾아내는 것이 아닌 최적경로를 찾아 배차한다. 만약 더 좋은 경로가 발견되면 시스템은 실시간으로 진화한다. 사람의 경험이 시스템에 녹아드는 것이다.
수동 vs 자동, 배차의 딜레마
메쉬코리아의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자동배차’ 방식을 근간으로 한다. 시스템이 자동으로 배송기사에게 최적 경로의 주문을 할당해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메쉬코리아는 수동배차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다. 업계에서 ‘전투배차’라고도 불리는 이 방식은 기사 간 경쟁을 통해 주문을 수주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균일한 서비스 품질을 제공해줄 수 없게 된다.
가령 소비자가 하는 주문에는 ‘좋은 주문’과 ‘나쁜주문’이 있다. 코엑스몰 내부처럼 주문자를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주문은 ‘나쁜 주문’이다. 반면 강남대로 변처럼 손쉽게 장소를 인식하고 빠른 배송이 가능한 지역의 주문은 ‘좋은 주문’이다. 여기서 딜레마가 발생한다. 기사들은 최대한 많은 건의 배송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좋은 주문’을 택하고자 경쟁한다. 반면 ‘나쁜 주문’은 경쟁 순위에서 뒤로 밀리기 마련이다. 때문에 수동배차 방식은 어떤 소비자는 빠른 배달을 받고, 어떤 소비자는 늦은 배달을 받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자동배차 방식에도 문제는 있다. 시스템이 언제나 정답을 제시해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메쉬코리아는 지역 특성을 고려하여 수동배차와 자동배차를 혼합해서 사용한다. 지역별로 배송 노하우가 풍부한 ‘대장기사’를 두고 수동배차권을 주는 것이다.
메쉬코리아는 사람이 네비게이션보다 똑똑한 경우가 많다는 것을 강조한다. 아무리 실시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시스템이라도 절대적일 수는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메쉬코리아는 이런 방식을 통해 동 단위로 시스템 AI를 구축하고 있으며, 대장기사들의 수동배차 방식 또한 시스템에 녹아내려 더욱 안정적인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간접고용을 선택한 이유
메쉬코리아가 간접고용을 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직접고용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메쉬코리아가 간접고용 방식을 택한 근거도 ‘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다.
음식 배달시장은 ‘피크타임’이 존재한다. 즉 점심, 저녁시간 대에 대부분의 주문이 집중되는 것이다. 직접고용 구조는 이러한 구조 하에 필요 이상의 비용을 발생시킨다는 것이 메쉬코리아의 설명이다. 고용된 배달기사들은 피크타임 이외의 유휴시간에 특별한 업무가 없는 유휴시간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유휴시간은 회사 입장에서는 필요 이상의 비용을 의미하며, 이런 비용은 배달권역이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더욱 증가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피크타임의 주문량이 직접고용한 배달기사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아질 때 발생한다. 지역단위로 서비스를 제공할 때는 이러한 문제가 크게 인식되지 않을 수 있지만, 배달권역이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이러한 문제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주문량을 공급량이 커버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리드타임 증가 등 배달 서비스 품질 감소로 이어진다.
시스템적으로 봤을 때 문제는 더욱 커진다. 가령 주문 한 건은 관제소를 통해 수동 배차하더라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2건이라 가정하면 출발지와 도착지를 혼합할 경우 8개의 경우의 수가 발생한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경우 한 기사가 여러 주문을 처리하는 상황에서 피크 타임에 주문이 몰린다면 어떤 상황이 발생할까. 직접고용 방식을 활용하여 피크타임에 있는 수천, 수만 건의 경우의 수를 최적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메쉬코리아의 설명이다.
유 대표는 “직접고용 방식은 주문량 증가에 따라 서비스 품질 하락을 야기하고 결국 배송기사, 기업, 소비자 모두 행복하지 않은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이라며 “이것이 해외의 인스타카트, 도어대시와 같이 메쉬코리아도 간접고용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이유” 라 설명했다.
배달, 그 이상을 바라보며
메쉬코리아는 경쟁 배달업체의 난립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물었던 기자의 질문에 선을 분명히 했다. 유 대표는 “배달업체를 경쟁자라 생각하지 않으며, 배달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거대 플랫폼 기업 역시 경쟁이 되지 않을 것” 이라 말했다.
실제로 메쉬코리아는 배달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5월부터 메쉬코리아는 소프트뱅크 이노벤처의 의뢰로 일본에서 물류 프로세스 최적화 업무를 수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메쉬코리아가 지금껏 한국에서 했던 이륜차 배달 분야가 아닌 사륜차 배송 분야였다. 메쉬코리아는 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지난달 소프트뱅크의 자회사 SBI인베스트먼트와 산업은행캐피탈로부터 4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받았다.
이런 추세는 국내에서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지난달 메쉬코리아는 CJ대한통운과 라스트마일 배송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CJ대한통운의 최종연계배송에 메쉬코리아의 시스템이 사용될 전망이다.
‘부탁해’에 입점해 편의점 상품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던 CU는 지난달 ‘택배’분야까지 업무 범위가 확장됐다. 소비자는 부탁해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편의점이 보유한 상품 재고수량까지 실시간으로 파악 가능하다. 메쉬코리아는 CU와는 궁극적으로 도시기반 인스타카트(Urban Instacart) 모델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배달앱 ‘요기요’ 와는 더욱 재밌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메쉬코리아와 요기요의 신사업은 딜리버리히어로 본사와 준비선상에 올라와 있으며, 순차적으로 공개될 전망이다.
물류판 오라클을 꿈꾸며
메쉬코리아는 IT기업이다. 아직 개척되지 않은 ‘물류’ 분야에 대한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해주고는 것을 목표로 하는 IT기업이다. 때문에 메쉬코리아의 사업을 B2C, B2B와 같은 용어로 정의하긴 어렵다. 시스템이 필요한 부분이라면 어떤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메쉬코리아는 ‘이륜차 배달’ 솔루션의 범위를 넘었다. 시스템을 통해 진입할 수 있는 여러 신규 사업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메쉬코리아가 초기 이륜차 운송 시장을 중심으로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그것이 가장 어려운 분야였기 때문이다. 택배에 비해 주문취소가 빈번한 이륜차 배송 시장에서 시스템을 구현했기 때문에 사륜차 분야에는 오히려 쉽게 시스템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이 메쉬코리아의 설명이다.
메쉬코리아는 시스템을 통해 물류비를 감축시키고 있다. 시스템을 통해 줄어든 비용은 배송기사에게 부가적인 임금으로 부여되어 메쉬코리아와 배송기사 간의 선순환 프로세스를 만든다. 유 대표에 따르면 메쉬코리아의 배송기사 건당 임금은 동종업계에 비해 높게 책정되어 있다.
메쉬코리아는 이러한 ‘선순환 과정’을 만들 수 있는 부분이 물류산업 곳곳에 존재한다고 파악하고 있다. 시스템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고 그 부분에 대한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메쉬코리아의 목표다.
유 대표는 “메쉬코리아가 물류업계의 ‘오라클’,‘ 인텔’,‘ 리눅스’가 되길 희망한다” 며 “지금껏 아무도 가치있게 평가해주지 않았던 미들웨어(Middleware) 플랫폼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경주할 것” 이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