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설창민의 공급망뒤집기] 기준정보 관리를 품질관리처럼만 해도!

by 설창민

2015년 02월 17일

* 해당 기사는 CLO 통권 62호(7-8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일부 발췌했습니다

 

기준정보 관리를 품질관리처럼만 해도!

 

글. 설창민 SCM 칼럼니스트

 

 

who? 설창민

물류에 뜻을 두고, 물류센터 현장분류부터 ‘운송회사’까지 전전한 끝에 최근 대형 제조업체 물류IT 업무를 맡고 있는 평범한 물류인이다. 현재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dcscully)를 운영 중으로 물류의 관점에서 본 세상 이야기와 물류업계 종사자들의 삶과 애환을 독특한 시각과 필체로 소개하고 있다.

 

 

idea in brief

생산관리에서 품질의 개념은 과거 ‘정의된 규격에 맞춘 생산’에서 ‘고객을 만족시키는 생산’으로 변화하고 있다. 데이터 품질 관리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시대, 데이터 관리의 근저를 이루는‘기준정보 관리’또한 이런 원칙을 적용해야 되는 것은 아닐까. 이제 데이터 관리도 품질관리처럼 고객이나 이해관계자 관점에서 올바르게 관리되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최근 몇 차례의 기고를 통해 마스터 데이터, 즉 기준정보의 중요성을 꽤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필자가 기준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사용자가 잘못 입력한 기준정보로 인해 회사가 치명적 손실을 보거나 치명적 손실을 볼 뻔한 모습을 여러 차례 보았기 때문이다.

 

 

마이클 해머가 주창한 ‘리엔지니어링에 의한 프로세스 재설계를 통한 비용 절감과 효율성 증대’는 어딘지 모르게 그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프로세스 재설계를 해 봤자 요즘과 같은 공급망 단위의 경쟁이 이루어지는 시대에는 공급망 참가자가 누구냐에 따라 현재 설계된 프로세스가 아주 효율적일 수도, 아주 비효율적일 수도 있게 된다. 예를 들어 프로세스 재설계를 통해 모든 영업 담당자들로부터 12주치 미래 수요 예측치를 받았다고 해 보자. 그런데 최근 추가된 대형 거래선이 “나는 8주 이상의 수요 예측치는 절대 줄 수 없다. 나머지는 안전재고를 보유하다가 필요시 대응해달라”고 요구한다면? 그 기업의 재설계된 프로세스는 어디선가 균열이 발생하고, 프로세스의 분기가 발생한다. 분기가 발생하는 순간, 프로세스 운영자들의 손이 바빠지는 것은 자명하다.

 

 

여러 차례의 업무협의를 통해 간소화하고, 자동화한 프로세스가 어디에선가 헛점을 드러내서 금전적인 사고가 발생한다면 기업은 간소화된 프로세스를 다시금 확인, 재확인 프로세스를 추가하여 프로세스를 ‘복잡하고’,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고’, ‘사람의 손이 많이 가도록’ 만들 수밖에 없게 된다. 공급망 관리의 시대가 되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더 분명해졌다.

 

 

여기서 잠깐 생각해 보자. 프로세스 재설계를 통해 분명 인력은 최적화되어 있을 것이다. 그 상태에서 이렇게 복잡한 공급망에 따라 프로세스가 점점 더 많은 분기를 발생시키고, 더욱 복잡해진다면? 결국 그 관리는 남은 자들의 몫이다. 그러다 보면 매일 규칙적인 오퍼레이션을 수행하는 조직과 같이 의사결정보다는 각종 지시사항 (그것이 주문에 대한 발주 또는 출하건, 매입가격 등록이건 상관없다)에 대한 이행을 주 업무로 하는 부서는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게 된다.

 

 

그렇게 되면 오퍼레이션을 수행하는 조직이 관리하는 기준정보의 관리 수준은 높아질까, 아니면 떨어질까? 필자는 떨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몇 해 전, 필자가 어떤 관리부서로부터 컴플레인 하나를 접수했다. 아주 중요한 거래선 하나가 또 다른 큰 기업과 합병되었고, 합병한 기업 또한 아주 중요한 거래선이었다. 이렇게 합병이 이루어지면, 경우에 따라서는 통합된 법인과 거래 가능한 시점과, 합병한 시점간의 시차가 발생한다. 이 때 당분간 이전의 거래선 이름으로 거래를 계속 하다가도 합병된 거래선이 완전히 법적으로 정리되면 그때는 새로운 합병된 거래선 기준으로만 거래를 해야 한다. 그런데 상업송장을 발행하는 오퍼레이션 부서는 이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수출 상업송장에 찍히는 수령인(Consignee) 주소를 구 거래선 명칭 그대로 유지했고, 결과적으로 몇 달 동안 발생한 거래에 대하여 보험 부보를 받지 못하거나, 대금 청구를 할 수 없을 지도 모르는 리스크가 발생했다.

 

 

이 상황에서 필자가 요청받은 것은 “거래선이 합병되면 대금 청구를 하는 부서에서는 가장 확실하게 그 사실을 인지하므로, 거래선 코드에 등록된 수령인 주소를 그대로 수출 상업송장에 찍어달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필자의 답은? 불가! 솔직히 관리부서의 아이디어는 훌륭하다. 기준정보의 통합 관리를 통한 기준정보 관리의 비효율성 제거한다? 이보다 더 나은 명분은 없다. 그러나 문제는 그 방법론이다.

 

 

첫째, 대금 청구를 하는 부서는 거래선의 법적인 주소지를 관리한다. 수출 상업송장을 만드는 물류부서 또는 주문 관리부서는 그 거래선의 실제 물건 수령지를 관리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하나의 거래선에 대하여 물건 수령지는 두 개 이상일 수도 있다. 대금청구부서에게 수출 상업송장의 실수령인 주소는 그 다지 필요 없는 정보다.

 

반대로, 수출 상업송장 작성부서에게 거래선 법적 주소지는 의미 없다. 두 부서가 상호 협력하여 주소지를 잘 관리하겠다면 모를까, 그러한 합의가 있을리도 없고, 그러한 합의가 있다 해도 어느 한쪽이 관리한 데이터를 다른 한쪽이 아무 문제없이 잘 쓰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둘째, 왜 처음부터 그 주소가 서로 나뉘어져 관리되어 왔을지 생각해 보자. 따지고 보면 그것도 또 다른 프로세스 재설계의 산물이다. 수출 상업송장의 수령인 주소는 거래선 요청에 따라 얼마든지 부가적인 정보를 추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담당자 이름이나, 상세 주소지, 팩스번호 등이 들어갈 수도 있고, 안 들어갈 수도 있다. 상황이 이런데다가 대금 청구 부서가 거래선 실수령 주소를 관리하게 되면 어차피 상업송장 작성 부서는 제대로 관리하는지 여부를 늘 면밀하게 점검해야 한다. 내가 점검해야 할 것 같으면, 그리고 그다지 어렵지도 않다면 차라리 내가 하고 말자는 것이 사람의 심리다.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구 거래선 코드에 대한 삭제 관리를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더라는 것이었다. 즉, 구 거래선 코드가 살아 있는한, 그 구 거래선 코드 기준으로 주문을 입력하고 수출 상업송장에 실수령 주소지를 표기하게 된 지금의 설정은 전혀 문제없는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지금의 프로세스는 대금 청구부서의 법적 주소가 잘못되었어도 자신들이 상업 송장의 실수령 주소만 제대로 관리하면 전혀 거래에 문제가 없도록 만든 것이다.

 

 

기준정보 관리란 이런 것이다. 모두가 자기 부서와 관련 있는 정보만 신경 쓴다. 그러니 그 정보에서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다른 부서에서는 그 약간의 차이 때문에 그 정보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그러면 결국 유사한 정보를 관리하는 주체는 둘로 갈라진다. 그러면 이게 평소에는 문제없겠지만, 어쩌다가 두 정보가 차이가 나서 문제가 되어 버리면 그 때는 누구도 책임지기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된다. 누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관리할 수 있으면 참 좋은데, 그렇지 못해서 유사한 기준 정보를 여러 사람이 관리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준정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앞에서 본 것처럼 금전적인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아지고, 금전 이외의 더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요즘이 어떤 시대인가? 치열한 경쟁 환경과 자유무역에 따른 비무역장벽의 발달로 인해 이익을 더 내는 것보다는 손실을 덜 내는 것이 기업의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진 시대다. 이래저래 기준정보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데 아직도 기준정보는 가장 경험 짧은 신입사원과 나이 어린 여직원이 관리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시는가?

 

 

‘데이터 거버넌스(Data Governance)’라는 말이있다. 이는 각 부서에서 관리하는, 또는 자동으로 생성되는 각종 기준정보들이 표준에 어긋나지 않는지를 총괄적으로 통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래저래 데이터의 품질 관리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시대다. 생산관리에서 품질의 개념은 과거에는 ‘정의된 규격에 맞게 생산할 수 있는가’ 였지만, 지금은 무조건 ‘고객이 만족해야 품질이 좋은 것’ 으로 정의한다. 이제 데이터 관리도 품질관리처럼 고객이나 이해 관계자 관점에서 올바르게 관리되도록 개선 활동을 해야 하는 것 아닐까? 품질분임조 활동, 정리정돈, 각종 개선 제안...... 이것이 과연 생산만의 전유물인지 되짚어볼 때다.



설창민

군 복무 전 우연히 하게 된 창고 알바를 계기로 물류에 입문, 아직 초심을 안 버리고 물류하고 살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 글을 쓸 때가 가장 행복해서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dcscully)를 운영하고 있고, 다양한 실무 경험으로 물류업계 종사자들의 삶과 애환을 독특한 시각과 필체로 써내려가는 것이 삶의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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