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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의 스타트업명강] 파괴적 혁신을 위해 파괴해야 하는 것들

by 콘텐츠본부

2015년 07월 03일

 

 

파괴적 혁신을 위해 파괴해야 하는 것들

글. 김도현 국민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얼마 전 기업의 중간관리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다가 , ‘ 파괴적 혁신 (disruptive innovation)’ 이라 는 말을 생산적 혁신이나 창조적 혁신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의견을 들었습니다 . 기존 기 업에게야 이것이 파괴적일지 몰라도 , 소비자의 입장 에서는 좀 더 저렴하거나 편리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 도록 해주는 일이라는 것이지요 . 사실 저도 영어의 ‘disruptive’ 를 파괴적이라고 번역하는 것에 대해서 는 좀 불만입니다 . 그래서 저는 와해성 혁신이라는 표 현을 좀 더 선호합니다만 , 파괴적 혁신이라는 표현이 훨씬 더 널리 쓰여서 이를 수용하지 않기가 어렵네요 .

 

하지만 어떤 말로 번역할지 깊이 고민해보기도 전 에 파괴적 혁신의 개념은 경영학계와 경영자들에게 빠르게 퍼져나갔습니다 . 무엇보다도 이 개념이 눈 앞 에서 벌어지고 있는 놀라운 일들을 설명할 틀을 제 공해 주었기 때문일 겁니다 . 예를 들어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처음에는 일본의 , 그리고 나중에는 우리나 라의 자동차 업체들에게 나가떨어져버렸고 , 철강산 업에서는 미니밀이 대형 제철소를 밀어냈습니다 . PC 는 메인프레임 컴퓨터들을 모든 영역에서 밀어내 버 리면서 그 가치를 뽐냈지만 이제 작은 웨어러블 기기 들에게 밀려나기 시작했습니다 . 이와 같은 산업주도 권의 뒤바뀜이 최근 들어서는 훨씬 더 빨리 그리고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 방을 구할 돈이 부족했던 세명의 젊은이가 만든 방 공유 사이트 에어비엔비가 호텔업체들을 위협하는가 하면 , 인터넷으로 그저그 런 영화를 보여주던 넷플릭스는 전세계 미디어업체 들과 맞서는 공룡으로 자라버린지 오래입니다 . 삼성 전자가 샤오미에 , 대형 백화점이 신생 소셜커머스 업 체들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지요 .

 

파괴적 혁신의 징후가 뚜렷해지는 것은 조그마한 스타트업들에게는 물론 용기를 주는 일입니다 . 실패 의 가능성은 매우 높지만 , 온 힘을 기울여 기존 대기 업들이 풀어내지 못한 고객의 문제를 풀어주기 시작 하면 기술의 가속적 발전에 힘입어 기존 기업들과 한 번 겨뤄볼만 하다는 것이 이 이론과 관련 사례가 주 는 시사점이니까요 . 반면 기존기업들에게 이 이론은 반갑지 않은 우울한 경고입니다 . 기존의 경쟁자들과 미친듯이 싸우고 있는 와중에도 미래의 산업판도를 바꾸어버릴 어린 기업들에 대한 경계를 풀면 안된다 는 의미이니까요 . 게다가 설령 파괴적 혁신자를 일찍 간파해낸다고 해도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드 러나고 있습니다 . 사우스웨스트 항공처럼 무섭게 시 장을 잠식하는 저가항공사와 경쟁하겠다고 자회사를 설립했던 유나이티드 항공이나 델타가 처절한 실패 를 경험했던 것이나 , 넷플릭스를 따라했던 블록버스 터 온라인의 실패가 그 대표적 사례입니다 . 타이젠폰 으로 저가시장을 빼앗아오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

는 삼성전자의 전망이 그리 밝아보이지만은 않는 이 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최근 물류시장에서 스타트업의 기세는 두렵기만 합니다 . 제가 CLO 에 글을 쓰기 시작한 다음 관심이 커져서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 하루가 멀다하고 물 류분야 스타트업의 펀딩성공 소식을 듣게 됩니다 . 최 근 두어주 사이에도 델리버리나 그랩과 같은 기업들 의 대규모 자금유치 소식을 들었습니다 . 아직은 배송 분야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페치로보틱스의 사례처 럼 물류자동화분야의 스타트업들도 속속 자금유치 에 성공하고 있습니다 . 이들 가운데 누가 파괴적 혁 신을 이룰 지 흥미진진하기만 합니다 . 물류분야 스타 트업들 이야기를 하자면 물론 우버를 빼놓을 수 없습 니다 . 우버는 스타트업이라고 하기엔 너무 커버렸지 만 , 여전히 다양한 파괴적 혁신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 특히 제 마음을 끄는 것은 우버가 자율주 행에 보이는 관심입니다 . 지난 2 월 카네기멜론 대학 의 로보틱스 분야 연구자 50 여명을 한꺼번에 채용하 더니 , 얼마전에는 카네기멜론 대학내에 연구센터를 개소하기도 했습니다 . 구글이나 테슬라가 아니라 우 버가 자율주행을 연구하는 것이 좀 이상해보일지 모 르지만 , 사실 논리적으로는 당연한 일에 가깝습니다 . 현재 우버는 소비자로부터 받는 비용의 80% 이상을 운전기사에게 지불하고 있습니다 . 만약 자율주행자 동차가 가능해지다면 이 80% 를 자신들이 가질 수 있게 됩니다 .

 

구글이나 우버와 같은 기업들이 , 그 규모의 확대에 도 불구하고 파괴적 혁신자로서 활동하는 것은 흥미 로운 일입니다 . 왜 흔히 스타트업들이 파괴적 혁신을 이룰 까요 ? 그리고 어떤 기업들은 성장해서도 스타트 업처럼 파괴적 혁신을 이루어내는데 비해 , 어떤 기 업들은 혁신능력을 상실하게 되는 걸까요 ? 근래 들어 많은 경영학자들이 이 ‘ 스타트업스러움 ’ 의 탐구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 이런 연구의 결과가 이른바 EO(Entrepreneurial Orientation) 이라고 하는 지표 입니다 . 이 지표는 어떤 기업이 얼마나 창업초기기업 과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측정할 수 있도록 해 줍니다 . 학자들이 확인한 첫번째 특성은 혁신성입니 다 .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 그리고 프로세스를 개발 하겠다는 마음과 태도가 기업내에 얼마나 충만한가 하는 것이지요 . 두번째는 진취성입니다 . 미래의 수요 를 예측하고 먼저 행동하는 특성을 말합니다 . 세번째 는 위험감수성입니다 . 결코 완전히 예측될 수 없는 미래를 향해 자원을 투입하려는 성향이지요 . 네번재

는 경쟁적 공격성입니다 . 시장에서 경쟁이 시작되면 매우 집중적으로 몰입해서 경쟁에서 승리하려는 자 세를 의미합니다 . 그리고 마지막 특성은 자율성입니 다 . 관료주의가 조직을 장악하는 것을 싫어하고 개인 이나 팀이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분위기 와 체제를 일컫는 것이지요 .

 

삼성전자는 지금 실리콘밸리에 무려 3500 억원을 들여 사옥을 짓고 있습니다 . 구글과 아마존의 사옥 을 설계한 NBBJ 라는 건축사무소가 설계하여 실리 콘밸리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멋진 건물이 될 거라는 소식입니다 . 이 사무실에서 삼성전자가 새로운 혁신 을 쏟아내면 좋겠습니다 . 하지만 , 저는 삼성전자가 실리콘밸리에 사옥을 짓고 있다는 뉴스보다 , 최근 자포스의 토니 셰이가 회사의 모든 직급을 없애버렸 다는 것이 적어도 열배는 더 중요한 뉴스라고 생각 합니다 . 이로서 자포스는 밸브 , 모닝스타등의 회사 와 더불어 직급이 전혀 없는 완전 수평조직으로 다 시 태어났습니다 . 이렇게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 도 , 많은 혁신적인 기업들은 관료주의의 악령이 조 직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안간힘을 다 합니다 . 대표 이사에게 무엇이든 질문을 할 수 있는 회의 (TGIF) 를 지속하고 있는 구글이나 , 새벽 두시에 대표이사 에게 질문 이메일을 보낼 수 있는 테슬라의 사례는 유명하며 , 독재적인 스타일로 알려져 있던 우버의 트래비스 칼라닉도 작년말 직원들에게 솔직한 사과 를 한 적 있습니다 . 경영학의 EO 이론과 수많은 실리콘밸리의 파괴 적 혁신자들의 사례는 기존기업들에게 한가지 중요 한 점을 시사하는 것 같습니다 . 파괴적 혁신의 시작 은 자기 자신의 파괴라는 것이지요 . 조직 안에 깃든 관료주의와 타성과 싸우지 않고 산업을 재편하는 것 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 어찌보면 파괴적 혁신이라는 번역은 아주 적절한지도 모르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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