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홍미선 객원기자|김철민 기자
2013년 5월 10일 오후 8시(현지 시각), 항저우시 황룽(黃龍)체육관에서 열린 중국 전자상거래 사이트 타오바오왕(淘寶網) 10주년 기념 행사장. 시상식이 끝나고 디너쇼가 시작되자 무대 뒤에서 최신 유행곡 '너 중국을 사랑해'의 첫 소절이 흘러나왔다.
이어 낯익은 인물 하나가 무대 위로 등장했다. 이날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나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그룹의 마윈(馬雲·영어이름 잭마·48) 창업주였다. 패션 중절모에 검은 테 안경, 은색 점퍼, 짧은 검정 7부 바지를 차려입은 영락없는 가수 복장이었다. 관중 4만여명 사이에서 박장대소가 터져 나왔다.
1시간 20분간의 공연이 끝나고 흰 와이셔츠 차림으로 다시 등장한 그는 고별 연설을 했다. 그는 "기업이 실패하지 않고, 노쇠하지 않는 길은 젊은 사람을 믿고 미래를 믿는 것"이라면서 "이제까지는 일이 내 생활이었지만, 이제부터는 생활이 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설을 마친 그는 후임인 루자오시(陸兆禧·43) 회장을 비롯한 새로운 경영진 12명을 관중에게 소개하고 자신은 무대에서 퇴장했다. 14년 알리바바그룹 CEO 생활의 마지막이었다.
그랬던 그가….
은퇴한지 딱 18일 만에 ‘물류사업’으로 경영 일선으로 컴백했다.
中 물류 플랫폼에 눈뜬 괴짜천재
알리바바 전 마윈 회장, 은퇴 18일 만에 물류사업가 변신
챠이나오, 55조원 플랫폼 프로젝트 가동…온라인몰 공략?
2013년 5월 28일, 먼 훗날 중국 물류 플랫폼의 역사적인 날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알리바바는 인타이(銀泰)그룹과 푸싱(復星)그룹, 푸춘(富春)물류, 선퉁(申通)물류 등 다수 기업들과 함께 ‘중국스마트물류네트워크(CSN, China Smart Logistics Network)’의 프로젝트를 맡을 새 회사를 설립했다.
회사 이름은 '차이냐오(菜鳥·새내기라는 뜻의 인터넷 신조어) 네트워크 테크놀로지'로 물류사업에 새로 뛰어든다는 의미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차이냐오의 회장은 마윈이, CEO는 선궈쥔 인타이그룹 회장이 맡기로 했다. 알리바바가 최대주주(지분 51%)인 차이냐오는 물류 플랫폼 프로젝트에 최대 3000억위안(약 55조원)을 투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넷 업계의 거물인 마 회장이 지난 5월 알리바바 경영에서 손을 뗀 뒤 곧바로 거액의 투자가 예상되는 물류회사를 설립함에 따라 전 세계적인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독특한 외모에 파격적인 행동으로 '괴짜 천재'로 통하는 그가 13억5000만 인구 대국 중국의 물류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마 회장은 실제로 이미 4~5년 전부터 물류 플랫폼에 대한 구상을 가다듬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차이냐오는 기존 물류업체들처럼 창고와 자동차로 상품을 배송하는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물류업체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물류 플랫폼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전 세계 1위 인터넷 검색 포털인 구글 등이 진행하고 있는 물류사업과도 일맥상통하는 모습이다.
마 회장은 "전자상거래와 물류업체, 창고업체 등이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지 따로 물류사업에 진출해 기존 업체들에 해를 끼치지는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일반 물류사업은 기존 업체들이 우리보다 훨씬 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차이냐오의 목표는 중국 어디에서 인터넷으로 상품을 주문하든 24시간 내에 배송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차이냐오는 이미 베이징과 톈진, 우한 등 주요 대도시에서 업무에 착수했다.
베일 벗은 대륙발 물류 플랫폼
“중국은 사업의 기회가 많은데, 이중 전자상거래 분야는 10년 후 가장 성장성이 큰 시장이 될 것이다. 특히 물류는 기하학적으로 성장할 많지 않은 산업 중 하나인데, 오늘날 가장 성공한 물류기업의 대부분이 10년 뒤에도 성공한 물류회사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바로 물류산업에 대한 전면적인 교체가 가져올 필연적 결과이고, 산업에 대한 개혁이기 때문이다.”
2011년, 당시 알리바바 마 회장은 물류합작파트발전컨퍼런스에서 미래 물류시장을 이렇게 전망했다. 어찌 보면 마 회장의 물류 도전기는 이때부터 시동을 걸었는지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마 회장이 물류에 도전장을 내민 이유는 무엇이고,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마 회장은 퇴임 전, 한 인터뷰에서 “알리바바는 정보와 자금흐름에 대한 문제를 해결한 뒤에서야 소비자의 모든 불평(컴플레인, Complain)은 물류로부터 발생되는 것임을 발견했다”고 밝힌바 있다.
또 그는 “온라인 유통시장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물류”라며 “과거 전자상거래의 3대 키워드가 ‘신용’, ‘결제’, ‘물류’라면 앞으로의 10년 동안은 제도, 데이터, 그리고 물류에 포커스를 맞춰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그의 선견지명은 온라인 유통시장의 새로운 잠재성을 물류에서 해답을 찾았던 셈이다.
소비자들의 모든 불평은 ‘물류’로부터
신생 물류업체인 챠이나오는 온라인 업체와 물류기업, 금융권이 함께 공동 설립한 물류 플랫폼 컴퍼니를 목표로 하고 있다.
챠이나오의 구성원은 알리바바를 비롯해 인타이, 푸싱, 푸춘, 순펑, 선퉁, 위안퉁, 중퉁, 윈다 등 물류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런써우보험, 중신은행 등 대규모 자본을 뒷받침할 금융업체들 그 뒤를 바치고 있다.
챠이나오는 설립과 동시에 ‘중국스마트물류네트워크(CSN, China Smart Logistics Network)’ 프로젝트의 가동을 알렸다.
마 회장을 비롯해 챠이나오 공동설립자들은 함께 이미 여러 차례의 비공개 회의를 진행하여 공통된 전략에 동의를 한 상태다.
이들이 논의한 핵심목표는 향후 10년 안에 중국 물류산업에 전례 없는 스마트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하루 300억(연간 10만억)위안에 달하는 온라인 판매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건설해 전국 어디든 24시간 내에 택배가 도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이미 챠이나오는 본격적으로 중국 전역에 거미줄 같은 네트워크를 촘촘히 짜기에 돌입했다. 우선 CSN의 각 핵심적인 네트워크 연결점에 대한 지정 작업에 들어갔다. 또 여러 성시와 교류작업도 진행 중이다.
특히 CSN 프로젝트의 핵심인 정보흐름 시스템의 업그레이드는 물론 동시에 전국 범위 내에서 물류단지 네트워크를 건설해 모든 제조업체와 온라인 유통사, 택배회사, 3PL기업들을 대상으로 공급망(서플라이체인, Supply Chain) 상의 공동발전을 꾀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챠이나오는 인터넷, 클라우드 기술, 그리고 미래 예측을 통해 전자상거래 생태계 내 모든 기업들을 대상으로 각종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른바 물류 플랫폼 컴퍼니로서의 위용을 갖추겠다는 전략이다.
미래 비즈니스의 3대 기초시설
챠이나오 CEO인 선궈쥔 인타이그룹 회장은 “CSN은 전자상거래의 기초시설이자 중국 미래 비즈니스산업의 근간이 될 것”이라며 중국발 물류 플랫폼의 탄생을 선언했다.
챠이나오 CSN 프로젝트는 인터넷, 클라우드, 전자결제 등 신기술들을 응용해 B2B, B2C, C2C 기업들에게 오픈된 서비스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선궈쥔 회장은 “온라인상의 신용시스템, 온라인결제 시스템과 결합해 중국 미래 비즈니스산업의 3대 기초시설로 거듭나는 것이 챠이나오의 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챠이나오는 전통적인 물류시장 진출과는 일정 선을 긋고 있다.
운송 등 물류업에 직접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물류가 갖고 있는 강점들을 충분히 응용해 일반 물류기업들의 발전을 오히려 지지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전보다 더 효율적인 스마트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
챠이나오 한 관계자는 “CSN 구축은 지역경제발전과 물류산업의 전반적인 업그레이드에도 큰 도움이 되어 도시와 농촌의 공동발전을 촉진하고 국민경제의 정보화 수준도 크게 향상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CSN은 국가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도로, 철도, 공항 등 교통기초시설의 배치와 계획을 바탕으로 중국의 전 지역을 망라하는 현대화 물류의 저장 네트워크를 건설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국가물류의 효율과 기초시설의 사용률을 향상시켜 모든 제조업체와 온라인 유통사, 택배, 3PL 등이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꿈, 지역경제 180˚?바꾸다
CSN 프로젝트가 몰고 올 중국 지역경제의 구조전환은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내수와 무역을 진행하는 기업들에게 더 많은 채널들을 제공해 발전을 도모하고, 더 많은 산업들이 전자상거래를 이용해 자원의 최적화 배치를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네트워크의 중요한 노드에 놓인 도시들은 산업의 집중화를 발휘하여 지역의 전통적인 산업과 전자상거래의 끊임없는 융합을 통해 제3산업의 서비스, 배송, 포장, 소프트웨어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과 전자상거래의 기업들의 발전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챠이나오 측은 CSN 프로젝트가 완성될 경우, 약 1000만개의 신형기업이 탄생하고, 10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중국의 사회경제발전의 전환과 미래 비즈니스 산업의 기초시설 건설을 빠르게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후끈 달아오른 온라인 물류시장
차이냐오의 등장으로 중국 내 전자상거래 물류산업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2011년 징둥(중국 최대 규모의 온라인 구매전문 플랫폼)은 5개 도시에 전체 사용 면적이 1400평(1평=666.67㎡)에 달하는 대형물류센터를 나누어 건설할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중 올해 징둥은 35억위안을 투자해 건설한 ‘아시아 1호’ 물류센터의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
또한 이쉰왕도 올해 안에 전국 10곳에 저장배송단지를 신설할 예정이며, 쑤닝 또한 향후 3년간 200억위안을 투자하여 물류시설을 건립할 것이란 계획을 발표했다.
사실 차이냐오 설립 이전부터 알리바바는 이미 전자상거래의 물류에 대해 여러 가지의 접근을 시도했다. 실제로 2010년 한 물류기업의 주식을 사들였고, 2011년에는 ‘물류보배’라는 회사를 설립해 택배, 창고에 대한 정보를 취합해 온라인 판매자들에게 입고, 발송 등 다양한 물류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당시 알리바바 마 회장이 곧 택배사를 만들 것이란 소문으로 중국 물류시장이 떠들썩거리기도 했다.
그때마다 마 회장은 “알리바바는 택배회사 설립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고 있다”며 물류사업에 직접 뛰어들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했다.
마 회장은 “챠이나오가 앞으로 택배서비스를 제공할 일은 없을 것”이라며 “그 이유는 챠이나오가 그럴만한 능력이 안되고, 또 중국에는 많은 택배사들이 활동 중인데 택배서비스만큼은 그들이 우리보다 훨씬 더 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마 회장은 챠이나오는 중국 전역의 네트워크를 통해 모든 택배사들의 비즈니스 모듈에 영향을 줄 수는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밑그림 ‘매력적’, 갈길은 아직 멀어중국의 대다수 택배업체들은 챠이나오의 등장에 대해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택배시장은 총 57억 박스가 발생했는데, 이중 선퉁, 위안퉁, 중퉁, 윈다 등 민영 택배업체들이 전체의 80%를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탠마오 물류시스템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 TOP 9의 물류회사들의 2860개 운송경로 중 3일내에 배송을 마치는 건은 약 50%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중국의 중서부 지역은 24시간 내에 도착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챠이나오의 밑그림은 ‘매력적’이지만 현실은 ‘아직 갈길이 멀다’는 이야기다.
중국 대형 택배업체 한 관계자는 “챠이나오가 24시간 배송망을 구축하려면 대규모 인력과 장비를 추가해야 되는데, 이는 협력 택배회사들의 비용을 크게 증가시킬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운송가격의 인상이 나타나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챠이나오 CSN 프로젝트에 5개 택회사도 참여를 했지만 이들은 고작 1%의 지분만 소유하고 있어 발언권이나 실제 이익은 견고하지 못하다”며 “하나의 플랫폼에서 각 택배회사들의 배송 물량을 어떻게 분배하고 먼 지역은 누가 배송하게 될 것인지 등 많은 고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고 평가했다.
마윈의 선택…‘차이냐오(菜鳥)’의 숨은 뜻
원래 뜻은 요리에 사용하는 새를 가리키는 것인데 최근에는 인터넷 용어로 쓰여 ‘초짜’, ‘신입’ 등 응용수준이 낮은 사람을 표현하고 있다.
마윈 회장이 이 단어를 회사명으로 사용한 것은 크게 2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회사 스스로가 신입과 같은 자세를 항상 유지해 창의력과 배우려는 마음을 가지려는데 있다. 둘째 챠이나오의 물류 플랫폼은 자신들조차 처음 시도하는 것이고, 향후 이 서비스를 이용할 고객 또한 모두 신입과 같기 때문에 서로의 공동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