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자동차를 움직이는 타이어, 타이어를 움직이는 SCM ②

by 박춘식

2019년 10월 31일

※ 본 기고는 [자동차를 움직이는 타이어, 타이어를 움직이는 SCM ①]에서 이어집니다.

 

타이어의 4가지 기능, 그리고 이를 통해 살펴본 타이어 SCM

하중지탱, 구동제동력, 충격완화 등 SCM은 어떻게 타이어 산업을 변화시켰나

 

글. 박춘식 SCM 칼럼니스트

 

 

동네에 있는 마트에서 장을 보다 보면 가끔은 카트가 말을 잘 안 들어 고생하기도 합니다. 카트 위에 아이를 태우고 장을 본 물건까지 잔뜩 담아둔 상태에서 카트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즐거운 쇼핑이 순식간에 힘겨운 노동으로 변합니다. 거기에 가끔 카트의 바퀴가 마트 에스컬레이터 간격에 꼭 맞지 않는 경우, 편안한 쇼핑을 도와주던 카트는 순식간에 우리를 곤란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우리 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다양한 이동수단 중에는 카트처럼 바퀴의 기계적 메커니즘을 활용한 도구들이 무척 많습니다. 흔히 우리 주변에서 자주 접하는 의자, 유모차, 자전거가 떠오르고요, 가장 대표적인 것은 자동차의 타이어가 아닐까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자동차를 움직이게 하는데 꼭 필요한 타이어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살펴보면서, SCM이 타이어 산업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연결해 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으로 불리는 신차용 타이어 입니다. 이 제품은 자동차 회사에 직접 공급되고 2~3년간의 사전 개발기간을 통해 차량의 요구 성능에 맞게 전용 공급되는 상품입니다. 때문에 주로 타이어 공장에서 만들어져 전수 검사 이후 자동차회사로 출고되게 됩니다. 이후 짧게는 2~3년 길게는 10년 가까이 신차 판매와 연계해 타이어를 판매하는데, 이는 전체 타이어 시장의 약 30%를 차지합니다.

 

신차의 생산량과 연계하여 공급되는 OEM 타이어는 상대적으로 적은 재고일수로 운영이 가능합니다. 제한된 고객과 SKU 로 운영되니까요. 하지만 자동차 판매의 증감 폭이 크고, 타이어 공장과 자동차 공장의 물리적 거리가 먼 경우라면 별도의 창고를 두어서 공급 리드타임의 편차와 수요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같은 고객, 제품이라 하더라도 MTO(Make To Order)와 MTS(Make To Stock)을 병행해서 공급망의 변화폭에 대응하는 체계입니다.

 

두 번째 유형은 REP(Replacement) 라고 불리는 교체용 타이어 입니다. 자동차 정비소나 타이어 판매점, 창고형 할인매장 등을 통해 소비자들이 타이어 교체를 위해 구매하는 시장을 의미합니다. 이 시장은 자동차 공장에 공급되는 물량보다, 많은 고객을 대상으로 소량다빈도 형태의 공급패턴을 보입니다. 때문에 도심인근에 위치한 점포의 경우 임대료의 제약으로 매장 내 대규모의 창고를 운영하기가 어려워 판매를 위해 필요한 타이어 재고를 매일 주문하고 보충 받아서 판매를 진행해야 합니다.

 

이런 환경은 SCM에 상당한 압박을 제공합니다. 고객의 판매특징과 물류여건은 각 지역에 RDC(Regional Distribution Center)를 운영할 필요를 만들어 내게 됩니다. 그리고 각 RDC에 필요한 재고를 공장을 통해 생산하여 공급할 수 있는 프로세스와 역할들을 MTS(Make To Stock) 기반의 SCM 이라 표현 합니다.

 

첫 번째 OEM, 두 번째 REP 모두 고객의 수요가 어떻게 증감하고, 또 어떤 운영체계를 기반으로 움직이는가에 대한 조건들이 타이어 SCM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많은 고객의 다양한 변화를 타이어 제조용 고정설비들에 그대로 반영하기는 어렵습니다. 생산성을 높여가며 공장의 효율을 내기도 어렵고, 많은 고객들의 오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하게 될 것입니다.

 

이처럼 변화무쌍한 상황에 훌륭히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친구가 바로 ‘재고’입니다. 이 재고를 SKU 별 어느 수준으로 유지할 것인가를 여러 영역에서 고민해야 합니다. 수요의 편차, 공급의 주기, 물류 리드타임 등 항목들이 주요 변수로 작용하며, 지역별 특징과 변화 트렌드를 고려하여 목표 재고수준을 결정하게 됩니다. 타이어가 노면의 충격으로부터 사람과 차를 보호하듯, 재고는 SCM을 여러 충격으로부터 보호합니다. 재고 자체를 비용과 실패로 보기보다는 재고를 통한 유익도 동등하게 살펴 최적의 수준을 찾아가는 일이 우리가 할일이라 생각합니다.

 

④ 진행 방향의 전환 & 유지

 

타이어의 마지막 네 번째 기능은 자동차의 진행 방향을 전환 유지하는 것입니다. 차량을 위에서 내려다보았을 때, 차량의 앞쪽을 Toe 라고 합니다. 그리고 타이어가 Toe 의 안쪽을 향해 있으면 Toe in, 바깥쪽을 향하면 Toe out 이라고 부릅니다. Toe in 과 Toe out 모두 심할 경우 차량과 노면사이의 저항을 크게 만들어 주행 감이 좋지 않고, 연비도 낮아지게 됩니다.

 

하지만 적절한 Toe in 은 차량의 직진안정성을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하며, 타이어가 한쪽 면만 마모되는 것을 막아줍니다. 운행 중 핸들을 놓은 상태로도 차량이 직진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으면 보통은 정비소에서 휠 얼라인먼트 Wheel Alignment 점검을 하게 됩니다. 이때 확인하는 항목 중 하나가 바로 이 Toe in 값 입니다. 차량 별 적정한 수준으로 타이어가 Toe in 상태로 장착되어 있어야 차량이 좋은 연료 효율로 반듯하게 앞으로 나갑니다. 타이어 자체가 갖고 있는 특징과 기능도 중요하지만, 차량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느냐 또한 중요한 항목 중에 하나임을 보여주는 요소입니다.

 

운전자는 핸들을 통해 진행방향에 대한 의사결정 정보를 전해주고, 타이어는 결정된 정보를 토대로 실제 차량이 움직이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제조업에서 SCM 은 고객의 수요와 공급자의 공급능력을 토대로 최고경영진에게 구체적인 의사결정 방향을 제공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으로 S&OP 가 그 역할을 합니다. S&OP 는 타이어의 두 번째 기능에서 언급한 것처럼 의사결정의 Visibility 를 주는 역할에 더해, 의사결정한 내용을 직접 실행해서 결정한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도록 합니다.

 

잘 만들어진 시스템이나 수요예측 모델도 SCM 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전체 기업 내에서 SCM 이 어떻게 장착 및 활용되고 있는지 역시 점검되어야 합니다. 기업이 좋은 연비로 힘차게 앞으로 나가려면 SCM 이 기업 전체와 Toe in 얼라인먼트 되어야 하는 것이죠. 그렇지 않으면 좋은 원료, 상품, 인력, 프로세스들이 제 힘을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요? 훌륭한 상품, 인력, 프로세스를 지니고도 제대로 된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 얼라인먼트를 한 번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좋은 친구로서의 타이어, 그리고 SCM

 

방향을 바꾸는 일은 자동차 운전에서 무척 중요합니다. 경영자가 운전석에 앉아서 회사를 운전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고 또 어렵습니다. 내비게이션이 길을 알려주는 것도 아닌데,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길을 가며 매 순간 최선의 결정을 내려야 하니까요. 때문에 장거리 운전을 하기 전에는 꼭 자동차 주요부품의 상태와 안전한 작동여부를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때 꼭 확인해야 할 항목 중 하나가 타이어 공기압이기도 하고요.

 

기업 내에서 SCM의 역할을 몇 가지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제조, 유통, 물류, 정보서비스 등 많은 경영자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철학과 미션을 가지고 조직을 구성 및 운영하시고 계시니까요. 하지만 각 기업은 모두 성장하기 위해 자사의 역량을 집중하기 원하고, 지속성장이 가능한 사업영역으로 빠르게 나아가길 계획합니다. 그리고 각 시점에 고객이 어떤 니즈를 갖고 있고, 그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업이 할 일들을 구체화하기도 합니다. 일련의 과정들이 위 설명처럼 자동차 안에서 타이어가 하는 역할과 닮았습니다. 먼 길을 빠르게 가려면 좋은 친구와 함께 가라는 말이 있듯이, 자동차는 먼 길을 가려면 좋은 타이어와 함께 가야 합니다. 기업 내에서 SCM 은 사업의 미션을 함께 일구며 먼 길을 같이 가는 좋은 친구 역할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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